엄마가 죽어서 참 다행이야
제넷 맥커디 지음, 박미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극 한 편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읽히는 책이다. 나보다 한참 어린 미국 소녀의 삶이 크게 낯설지 않은 것을 보면 내가 사는 나라의 딸들은 가스라이팅과 비정상적 애착관계가 일반적인 것이구나 새삼 느꼈고 내 딸에게 나는 어떤 엄마인지 다시금 되돌아보았다.

읽는 내내 병리적인 환경과 관계와 행동에 살짝 지칠 정도로 작가는 자신과 주변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몽땅 풀어놓는데 정작 독자인 나는 이 책 속의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데 찬성했을까 궁금해했다. 나 역시 책을 읽다 주인공을 검색해보았고 또 누군가는 이런 궁금증이 자신에게 닿는 것이 싫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특히나 이미 고인이 된 엄마의 치부를 밝힌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같은 범인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생전에 가족과 주인공을 지독하게 괴롭힌 죄인가. 이런 걸 고민하는 나는 역시 유교걸인가.

그래도, 글쓴이가 앞으로는 행복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이 과학보다 경이롭지 않다는 다른 책의 리뷰를 썼는데 그야말로 이 책이 왜 과학으로 분류됐는지 의아해하며 읽었다. 작가는 훌륭한 이야기꾼이고 나는 마치 전기를 읽다가 추리소설을 읽고, 또 프랑스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독서를 마쳤다. 본인의 상실을 메우기 위해 쫓아가던 과학자의 삶을 마치 길고 긴 시리즈의 르포처럼 풀어놓고 여기서 본인이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하는 건 결국 누구나 같지 않았을까. 그래서, 결국, 이 사필귀정, 권선징악의 현상 또한 절대자의 존재를 믿고싶어지게 만들지 않는가.

캐롤 계숙 윤의 자연에 이름붙이기라는 책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최근 연속해 읽은 수많은 글의 중심에 있는 종의 기원은 또 어떤 글일까? 과연 나따위가 읽어낼 수 있는 글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살면서 내 인생의 많은 좋은 것들을 망쳐버렸다. 그리고이제는 더 이상 나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 한다. 그 곱슬머리 남자는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나를 아름답고 새로운 경험으로 인도해주지 않을 것이다. 혼돈을 이길 방법은없고, 결국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라고 보장해주는 안내자도, 지름길도, 마법의 주문 따위도 없다.
자, 이렇게 희망을 놓아버린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해야 하지?
어디로가야할까?

큰언니는 물고기를 놓아버리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언니는 어류라는 범주 전체를 바로 손에서 놓아버렸다. 왜 언니한테는 그게 그렇게 쉬운 거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그게피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인간은 원래 곧잘 틀리잖아." 언니는 평생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늘 반복적으로 오해해왔다고 말했다. 의사들에게서는 오진을 받고, 급우들과 이웃들, 부모, 나에게서는 오해를 받았다고 말이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정말로 이 물음은 모든 사람마다 다 다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의 기원담
김보영 지음 / 아작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이 그리는 과학은 실제 과학에 미치지 못한다. 진화는 그 자체로 경이롭다. 사실 이 소설이 sf이긴 하지만 과학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세상을 한 겹 비틀어 많고많은 ˝진리˝를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게 하면 그것이 얼마나 기괴하고 무의미한지 알 수 있게 함에 의의가 있다. 함께 행복해지는 것은 사실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목은 아주 잘지었고, 제발 너무 심한 오타는 걸러서 출판하자. 그래도 정식 출간물이잖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식 선의 얕은 접근이기에 읽기 어렵지는 않으나 그 두께에 손이 쉽게 가지 않는다. tts 듣기로 읽었어도 괜찮을 내용이나 중간중간 공들인 요약 그림이 귀엽다.
길고 긴 역사의 한 자락에서 크디 큰 우주의 한 부분에서 살아가는 존재의 유한함을 다시금 느낀다. 최근 역사와 과학, 진화에 관한 책을 연이어 읽어서 그런가보다. 작가가 서두에 명시했듯,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유연한 사고가 진리에 접근하는 핵심이다. 다만 이 책의 논조는 제법 확신을 가지고 있다. 중간중간 요약도 해주고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도 한다. 공부하는 기분이다. 이런 사람들이 블로그나 위키백과를 작성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