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책)방 - 공간욕 먼슬리에세이 4
이유미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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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방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책을 좋아하기에 책방 이야기는 항상 재미있다. 일본의 명물 가케쇼보 이야기, 인디 뮤지션 요조의 책방 무사 이야기부터 오후도 서점 이야기같은 소설까지 재미있게 읽었지만, 여기 또 다른 개성있는 책방 이야기가 있다.
책을 살 수도 있지만, 일일권을 구매해서 자유롭게 책방의 모든 책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도서관에서 책을 구경하면서 정말 즐거웠던 한 때가 떠오른다. 관심 가는 책을 모조리 뽑아와서 구경하다가 한 권을 골라 대출해오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이유미 작가의 밑줄서점에서라면 즐거이 책들을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구매해오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도서관에서 종종 책을 구경하던 시절의 예전 마음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 마음이 설렌다.
이유미 작가는 카피라이터, 미술학원 강사 등 다양한 일을 해오다 통근 시간이 왕복 4시간이 되어버리자, 회사를 그만 두고 책방을 열었다. 왜 대여점 인가 하는 의문의 답은 미술학원 강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들 사이에서 바쁘게 일할 때마다 창문으로 보이는 도서 대여점의 직원은 책에 파묻혀 있었다. 손님이 들어와도 열심히, 평화롭게 책을 읽는 모습이 부러워서 책방을 한다면 대여점으로 하겠다고 생각하고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정말 대여점을 열었다.

책방을 열기 위해선 많은 준비가 필요할 거라 생각했다. 막연한 그때가 언젠가 오겠지, 적당한 때가 찾아오겠지 하고 미뤄두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젠 준비가 덜 되었다는 핑계는 그만 대기로 했다. 완벽히 준비된 때는 인생에서 영영 오지 않을 테니까.
적당한 때는 누가 정해주지 않는다. 하겠다고 마음먹은 그 때가 가장 적당한 때다. 그리고 그건 남이 아니라 내가 결정해야 한다. 지금이 그 라고 믿으면 된다.
(p. 46)


워킹맘인 이유미 작가는 그 공간, 작은 책방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엄마에서, 아내에서 벗어나서 온전히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공간. 책이 잘 팔리지 않고, 손님이 별로 없어도 좋아하는 책들에 둘러싸여 그 재미있는 책도 읽고, 프리랜서로 의뢰받은 일도 하면서 행복을 충전한다.

지금도 주문한 책이 택배로 도착하면 이 책 얼마나 많이 팔릴까?’ 보다는 , 너무 궁금해! 빨리 읽고 싶어!’ 하면서 상자를 뜯는다. 회사 다닐 때 최고의 낙이었던,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한 책을 받아볼 때의 그 심정 그대로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p. 14)


이렇게 부럽고 행복해 보이는 책방 주인이 있을 수가. 그러나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바로 그 소중한 공간을 지켜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외진 변두리 지역에서 작은 책방을 하면서 손님도 많지 않은데, 그 공간을 오래도록 지켜내고 싶다는 소망 때문에 다른 프리랜서 일들을 하면서 힘들게 지켜가고 있다. 게다가 요즈음은 코로나19 때문에 책방 문을 잘 열 수도 없다.
이유미 작가에게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겠지만, 이유미 작가의 독자들이나 밑줄서점의 이용자들에게도 분명 그 공간은 계속 그 곳에 있었으면 하는 공간일 것이다. 온라인 서점에 대형 서점 일색인 요즈음 독특한 컨셉의 책방을 이어나가는 책방지기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내며, 그 주변에 갈 일이 있다면 꼭 찾아보고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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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테토스의 인생 수업
오기노 히로유키 지음, 황혜숙 옮김, 가오리.유카리 만화 / 삼호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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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큰 관심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지만, 에픽테토스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책으로 에픽테토스를 읽어보니, 어디서 들어 본 듯한 감동적인 말들이 모두 에픽테토스가 한 말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만큼 에픽테토스는 후세 철학자나 지식인들에게 미친 영향이 컸다.

에픽테토스의 인생 수업은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에픽테토스를 만화와 자세한 해설을 덧붙여 소개한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에픽테토스의 사상을 간결하게 요약한 엥케이리디온이지만, 이 엥케이리디온의 주요 내용을 제시한 후 예시가 될 만한 상황을 만화로 보여주고 상세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책 말미에는 엥케이리디온을 모아서 다시 한 번 실었다.


에픽테토스는 생애의 대부분을 노예로 지냈으며, 그마저도 다리가 불편하여 신체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철학은 가난하고, 상처받고, 외롭고, 아프고, 힘든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가 된다. 또한 상식적인 생각을 뛰어넘는다.
에픽테토스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과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의 구분을 명확히 하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만을 원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행, 가난, 질병, 죽음 등을 피하려 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을 피하려고 애써봐야 불행해질 뿐이다.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불행이 언제든 닥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면 그 일이 정말 닥쳤을 때 좀 더 회복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에서 상실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리는 것부터 사랑하는 이의 죽음까지, 우리를 상처 입히는 상실을 마주할 때, 우리는 그것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되돌려주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애초에 자신의 것은 없었다. 신이 주었을 뿐이다. 그것을 어떠한 방법이든 다시 되돌려준 것 뿐이다.
불공평 역시 삶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이다. 아첨과 가식으로 높은 사람에게 인정받아 탄탄대로를 달리는 사람을 보면 아무래도 심사가 꼬인다. 그러나 에픽테토스는 정녕 당신이 가진 것이 없는가를 묻는다. 당신은 아첨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아첨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의지를 가지지 않았는가. 그는 높은 사람의 인정과 아첨하지 않아도 될 자유를 맞바꾸었을 뿐이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대에 선 연극 배우다. 주어진 역할이 장애인이든, 서민이든, 심지어 걸인이든 자신의 주어진 역할을 연기할 뿐, 다른 역할을 탐내지 않아야 한다.

인생은 연극 무대라는 제약 속에서 자신의 손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또한 그 반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경계를 잘 파악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신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요.
(p. 222)


에픽테토스의 철학과 함께하는 삶이라면 아무리 힘든 삶이라도 즐겁게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삶에 고민이 있거나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철학을 재미있는 만화와 함께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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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예쁘게 쓰기 - 악필러를 위한 영어 손글씨 교정 노트
김상훈 지음 / 경향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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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회사 동료의 부추김에 넘어가 만년필을 쓰기 시작했다. 종이 위를 미끄러지는 필감이며, 다양한 색상의 잉크며, 나는 곧 개미지옥인 만년필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 때부터 캘리그라피를 조금씩 연습했다. 특히 캘리그라피 닙을 단 만년필들로 영문/한글 캘리그라피를 주로 했다

어느 날은 갑자기 코퍼플레이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영문 교본과 오블리크 펜대, 펜촉을 주문했다. 그러나 코퍼플레이트 연습을 하기 위해 크림 병으로 잉크웰을 만들고, 영문 교본의 앞 부분의 장황한 설명을 읽다가 힘이 다 빠져 버렸다. 연습을 하긴 했는데 한 번 하려면 잉크부터 소분해야 했고, 다 하고 나면 펜촉과 잉크웰을 씻고 치우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몇 번 펜대를 잡아 보고 도구들을 방치하고 있다.
영어 예쁘게 쓰기로 영문 손글씨를 교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세 가지의 영문 캘리그라피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코퍼플레이트와 커지브, 이택릭 체를 배울 수 있다.
이 책에서 사용하는 도구는 라미 EF/F, 1.9닙 만년필과 톰보우 후데노스케 하드 팁 붓펜이다. 코퍼플레이트는 원래 딥펜과 오블리크 펜대로 하지만 붓펜으로도 코퍼플레이트를 상당히 유사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연성 딥펜을 눌러 쓰면서 굵은 부분을 쓰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인데, 붓펜으로는 붓모의 옆면을 이용하여 굵은 부분을 쓴다.


무엇보다 잉크며 펜촉, 펜대를 준비하고, 다 하고 나서 요란하게 세척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 간편하다. 딥펜에 잉크를 쓰면 좋은 종이를 써야 잉크가 번지거나 하지 않는데, 붓펜이라면 일반 복사지에 연습해도 된다. 번거로움 때문에 코퍼플레이트를 연습하지 않았는데, 이제 다시 한 번 열심히 해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한글로 된 코퍼플레이트 교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영어와 싸우며 교본을 읽었는데, 배우기가 더 쉬워졌다.
커지브는 일반 만년필로 연습하는데, 상당히 매력있는 글씨였다. 화려한 꾸밈 덕에 그냥 펜으로 써 놓아도 멋진 모습이 되었다.



커지브를 연습할 때는 천천히 공들여 배우지만, 원래 글씨를 빨리 쓰기 위해서 만들어진 서체라니, 많이 연습한 후에는 필기 속도를 높여보고 싶다. “어린 왕자를 영문으로 필사 중인데, 투박한 글씨체로 쓰는 것보다 커지브로 멋진 필사를 하고 싶다.
이탤릭은 다른 캘리그라피 책에서 접하고 연습해 본 적이 있었다. 여기서도 한 번 더 연습해 봤다. 한 번 해보긴 했지만 완벽하게 쓴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캘리그라피를 제대로 하려면 아주 많은 연습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나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 커지브로 필사를 하고 코퍼플레이트로 멋진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드는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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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의 책 - 독립출판의 왕도
김봉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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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북 페스티벌이란 축제에 가기 전까지는 책은 출판사를 통해서만 내는 줄 알고 있었다. 독립출판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그 페스티벌에서 독립 출판 부스를 방문하면서였다. 부스에서 우쿨렐레를 치고 있던 작가는 여행을 하며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과 여행 이야기를 엮은 얇은 책을 한 권 만들었다. 그림은 성인이 되어서야 배웠다고 하는데도 그림의 느낌이 좋았다.
작은 나의 책은 심지어 30대가 되도록 제대로 된 직장을 가져보지 못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던 작가가 블로그에 오랫 동안 써온 글을 독립출판물로 낸 이야기이다.
그가 처음에 만든 책은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블로그에 백수의 일상을 썼는데, 읽은 사람들이 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하는 말에 용기를 얻어 독립출판을 하기로 했다. 그것도 홀로 모든 것을 알아보고, 한글 프로그램으로 편집을 했으며, 표지조차 검은 색지에 포스터 물감으로 직접 그려서 스캔했다. 인쇄소를 알아 보고, 선택하고, 인쇄 비용은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벌었다.

새벽에는 일어나 인력사무소에 나가 쇠파이프를 날랐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뭔가 할 일이 있다는 생각, 매일의 노동이 그저 노동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어쩌면 이런 생각들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그저 방바닥에서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가만히 웅크려 지낸 이후에.
(p. 39)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독립출판의 A-Z를 간간이 책에 실었다. 판형과 폰트, 편집 방법, 표지를 만드는 일, 교정교열, 책 값과 출판사 등록, 입고 및 판매 같은 것들. 독립 출판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유용할 만한 정보다.
사실 그는 독립출판 가이드북인 봉철비전도 펴냈다. 아주 특별하게도 직접 인쇄하고, 제본 방법을 배워 손으로 전통 제본을 했다.
나도 취미로 노트를 만드는데, 그 많은 책을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니. 실제본을 하려면 실이 들어갈 구멍을 송곳으로 뚫어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다. 나처럼 취미로 한 달에 한 권 만든다면 모를까. 입고를 하기 위해 매일 많은 양의 책을 만들려면 분명 구멍 뚫기가 힘겨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으로, 독자는 아주 특별한 책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직접 전통 실제본한 핸드메이드 북이라니.
그는 독립출판 축제에서 봉철비전을 대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15만원에 팔겠다는 유머성 글을 SNS에 올렸다. 정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를 고민하게 하긴 했지만.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공황장애, 사회성 부족, 가난 등의 어두운 면 이면에 유쾌함과 열정, 반짝이는 재능이 느껴졌다.
물론 그는 책의 반응이 전혀 없는 실패도 해 보고, 블로그에 악성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사기도 당했다. 그러나 그의 글에 담긴 진심만은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세상에 내놓는 일이고 글을 읽는 일은 글쓴이로부터 독립된 하나의 세계를 독자가 받아들이는 일이다.
(p. 109)


그는 결국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생계를 위해 고객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무너지는 마음을 추슬러야 하지만. 푸근한 느낌이 좋아 필명으로 지었다는 김봉철이라는 작가는, 나도 했으니, 당신들도 할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준다.

정말로 가장 빨리 한 권의 책을 쓰고 싶다면 이런 책을 읽거나 글쓰기, 책 만들기 워크숍을 들으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컴퓨터를 켜서 워드 프로그램을 열거나 펜을 쥐고 노트를 펼친 뒤, 이야기의 첫 문자을 적어나가기 시작해야만 한다. 그리그 그 글의 가장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가 찍혔을 때, 비로소 한 권의 책이 완성될 것이다.
(p. 202)


책을 덮자 그의 안에 반짝이는 것들을 훔쳐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우리 안에도 반짝이는 것이 있다고. 당신도 할 수 있다고. 지금 시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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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현욱 옮김 /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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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접한 건 고등학생 때 상실의 시대를 읽으면서 였다. 당시 하루키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문화 아이콘 같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소설이 좋았던 나는 대학 때 과제에 시험에 치이면서도 태엽 감는 새를 학교를 오고 가는 길에 즐겁게 읽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책을 많이 읽으면서 한 번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전부 읽어볼까 싶었다. 예전 작품도 사 모으고, 신간도 나오는 대로 사서 읽었다. 하도 작품이 방대해서 전부는 못 모았지만, 하루키 저작의 상당량을 읽었다. 그가 쓰는 소설의 기묘함과 장대함도 좋고, 그가 쓰는 에세이의 가볍고 유머러스한 필체도 마음에 든다.
여기 하루키의 엄청난 독자이면서 그를 구석구석 분석한 사람이 있다. 나카무라 구니오는 하루키의 방대한 작품을 분석해서 그의 글 가운데 특별한 매력 포인트를 찾아냈다. 갑자기 무언가가 사라지는 이야기를 쓴다거나,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는 장면을 종종 쓴다거나. 명작으로 손꼽히는 문학작품을 인용하거나 고전음악이 나오고, 팝 적인 키워드를 넣는다거나. 제목에 강력한 키워드가 들어간다거나.

숨겨진 의미를 등에 짊어진 단어가 곳곳에 들어간 제목을 통해 독자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수수께끼의 비밀을 알아냈다고 생각하게 된다.
(p. 21)


하루키의 작품 제목뿐 아니라 각 작품의 소제목도 역시 그냥 읽어서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한 챕터를 다 읽을 때마다 소제목을 다시 한 번 보고 그제야 그 의미를 추측한 후 암호를 해독하는 기분을 느끼곤 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 책에 나오는 하루키의 작품의 상당량을 읽은 나로서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 하루키의 작법을 따라해볼 수도 있겠지만, 하루키를 속속들이 분석한 글을 읽는 것 자체가 하루키 팬으로서 즐거운 일이었다.
이 책을 읽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주로 꺼내 쓰는 비장의 무기들을 익혀서 자신의 글쓰기에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키 팬이라면 여태껏 읽었던 작품을 떠올리며, 하루키를 더욱 즐겁게 읽는 하나의 방법을 알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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