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의 책 - 독립출판의 왕도
김봉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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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북 페스티벌이란 축제에 가기 전까지는 책은 출판사를 통해서만 내는 줄 알고 있었다. 독립출판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그 페스티벌에서 독립 출판 부스를 방문하면서였다. 부스에서 우쿨렐레를 치고 있던 작가는 여행을 하며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과 여행 이야기를 엮은 얇은 책을 한 권 만들었다. 그림은 성인이 되어서야 배웠다고 하는데도 그림의 느낌이 좋았다.
작은 나의 책은 심지어 30대가 되도록 제대로 된 직장을 가져보지 못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던 작가가 블로그에 오랫 동안 써온 글을 독립출판물로 낸 이야기이다.
그가 처음에 만든 책은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블로그에 백수의 일상을 썼는데, 읽은 사람들이 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하는 말에 용기를 얻어 독립출판을 하기로 했다. 그것도 홀로 모든 것을 알아보고, 한글 프로그램으로 편집을 했으며, 표지조차 검은 색지에 포스터 물감으로 직접 그려서 스캔했다. 인쇄소를 알아 보고, 선택하고, 인쇄 비용은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벌었다.

새벽에는 일어나 인력사무소에 나가 쇠파이프를 날랐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뭔가 할 일이 있다는 생각, 매일의 노동이 그저 노동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어쩌면 이런 생각들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그저 방바닥에서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가만히 웅크려 지낸 이후에.
(p. 39)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독립출판의 A-Z를 간간이 책에 실었다. 판형과 폰트, 편집 방법, 표지를 만드는 일, 교정교열, 책 값과 출판사 등록, 입고 및 판매 같은 것들. 독립 출판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유용할 만한 정보다.
사실 그는 독립출판 가이드북인 봉철비전도 펴냈다. 아주 특별하게도 직접 인쇄하고, 제본 방법을 배워 손으로 전통 제본을 했다.
나도 취미로 노트를 만드는데, 그 많은 책을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니. 실제본을 하려면 실이 들어갈 구멍을 송곳으로 뚫어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다. 나처럼 취미로 한 달에 한 권 만든다면 모를까. 입고를 하기 위해 매일 많은 양의 책을 만들려면 분명 구멍 뚫기가 힘겨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으로, 독자는 아주 특별한 책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직접 전통 실제본한 핸드메이드 북이라니.
그는 독립출판 축제에서 봉철비전을 대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15만원에 팔겠다는 유머성 글을 SNS에 올렸다. 정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를 고민하게 하긴 했지만.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공황장애, 사회성 부족, 가난 등의 어두운 면 이면에 유쾌함과 열정, 반짝이는 재능이 느껴졌다.
물론 그는 책의 반응이 전혀 없는 실패도 해 보고, 블로그에 악성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사기도 당했다. 그러나 그의 글에 담긴 진심만은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세상에 내놓는 일이고 글을 읽는 일은 글쓴이로부터 독립된 하나의 세계를 독자가 받아들이는 일이다.
(p. 109)


그는 결국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생계를 위해 고객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무너지는 마음을 추슬러야 하지만. 푸근한 느낌이 좋아 필명으로 지었다는 김봉철이라는 작가는, 나도 했으니, 당신들도 할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준다.

정말로 가장 빨리 한 권의 책을 쓰고 싶다면 이런 책을 읽거나 글쓰기, 책 만들기 워크숍을 들으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컴퓨터를 켜서 워드 프로그램을 열거나 펜을 쥐고 노트를 펼친 뒤, 이야기의 첫 문자을 적어나가기 시작해야만 한다. 그리그 그 글의 가장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가 찍혔을 때, 비로소 한 권의 책이 완성될 것이다.
(p. 202)


책을 덮자 그의 안에 반짝이는 것들을 훔쳐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우리 안에도 반짝이는 것이 있다고. 당신도 할 수 있다고. 지금 시작하라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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