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당신이 왜 우울한지 알고 있다 - 나의 알 수 없는 기분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처방전
야오나이린 지음, 정세경 옮김, 전홍진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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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뇌과학에도 관심이 있고 심리학도 좋아한다. 뇌과학 책을 읽다 보면 지금껏 내 뇌에 대해 알지 못했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어 흥미진진하다. 심리학 책은 내 심리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데 이 책은 뇌과학을 기반으로 심리학을 설명했다. 우울한 사람들, 인간 관계가 힘든 사람들, 치매에 걸리는 사람들, 중독 문제, 수면 문제, 기억과 집중 문제 등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했다. 심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뇌가 어떻게 손상되는지, 또는 어떠한 원리로 뇌 손상이 문제를 가져오는지 등을 설명해준다. 또한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실행하면 좋을 만한 방법을 소개해주어서 아주 유용하다.
각종 뇌과학 정보가 쏟아지는 책이지만 그에 비해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쉽게 썼다. 관심 있는 분야이든 평소에 별 관심이 없던 문제에 대한 내용이건 간에 흥미있게 읽을 수 있게 썼다. 평소 관심있던 뇌과학과 심리학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 더 좋았다.
흔히,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이 사실은 욕망을 만들어낼 뿐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도파민이 억제된 쥐는 먹이를 찾으러 탐사하는 행동이 줄었지만,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보면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도파민이 너무 활성화되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바라게 하고, 점점 더 많은 것을 가져야 기쁨을 느끼게 한다. 도파민은 만족하는 기분,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치료방법이 연구되지 않았지만, 파괴되는 뇌 신경 세포를 지키는 방법은 알려졌다. 일상생활에서 도전적인 일을 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 청반에 있는 뇌세포를 지킬 수 있다. 의외로 미세 먼지가 뇌세포 파괴를 가속화시키며 유산소 운동이 뇌의 건강에 아주 좋다. 모든 종류의 배움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며 특히 외국어 공부가 좋다. 열린 마음과 명확한 목표와 동기를 가지는 것도 좋다. 절식이 항노화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70퍼센트 정도만 배가 부를 때, 세포 재생과 청소, 활성산소 제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소화기관이나 면역계 활동이 뇌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우울증과 위장병, 피부병과 불안 장애가 연관되어 있다. 면역반응이 림프계를 통해 뇌까지 영향을 끼치기도 하며, 면역단백질인 인터페론감마가 활성화되어야 사회 활동이 활발해진다. 심지어 파킨슨병이 소화기관에서 시작된다는 주장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톡소포자충이라는 고양잇과에 기생하는 기생충은 쥐의 체내에 들어간 경우 쥐가 고양이 냄새에 끌리도록 하여 잡아먹히게 함으로써 기어이는 고양이의 체내에 들어가게 한다니, 내 행동이 과연 내 의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역시나 놀라운 사실들로 가득한 책이었으며 뇌과학과 심리학을 연결하는 새로운 관점의 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음이 자기 맘처럼 되지 않는 사람이든, 좀 더 집중해서 공부를 잘 하고 싶은 사람이든 좋은 팁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읽는 재미도 만만치않은 책이다. 다양한 뇌 부위와 호르몬, 유전자의 이야기 사이를 누비며 인간의 심리를 발견할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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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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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생활을 동경하는 마음이 나에게는 얼마만큼 있다.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고,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괴롭히는 상사와 부딪히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다르게 작가들의 일이 그렇게 술술 풀리고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글을 쓰면 혈압이 오른다는 작가도 있고,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지옥을 경험한다는 얘기도 많이 읽었다. 하루 종일 집 안에서 혼자 일하며 외로움과도 싸워야 하는 것 같다.
<
작가의 마감>은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다니자키 준이치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 아주 유명한 일본 작가들이 마감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자신의 생활에 대해, 편집의 괴로움에 대해 쓴 글을 모았다. 크게 성공한 작가들임에도 이들의 작업은 별로 수월하지 않아 보였다. 유메노 규사쿠는 슬럼프에 빠져, 써야 하는 글은 단 한 줄도 안 써지는데 하이쿠와 센류와 와카는 머릿 속에서 쏟아지는 기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우메자키 하루오는 독감에 걸려 마감을 지키지 못하자 편집자가 집으로 찾아왔다. 일전에 한 농담때문에 독감이라는 것을 잘 믿지 못하는 편집자에게, 이미 열이 좀 내렸지만 아픈 시늉을 하느라 고생하자 정말로 열이 일시적으로 38.7도까지 오르기도 했다. 마감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없던 열도 올린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명작을 쓴 나쓰메 소세키도 이 소설을 쓰려고 하면 괴로워져서 누군가에게 대신 써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라니 말 다했다.
유명한 작가들조차 글을 쓰는 것이 이렇게나 괴롭고 힘든 일이라니, 이상하게 마음에 위안이 된다. 오죽 힘들면, 예순을 넘긴 작가가 별로 없다. 작가의 글 앞에 첨부된 프로필을 읽다가 거의 모든 작가가 단명해서 놀랐다.
그러나 이들은 써야만 하고, 쓰고 싶다. 펜이 마구 달려나가는 그 순간만큼은 아무 것도 부럽지 않다. 다 쓰고 나면 녹초가 되어 이제 아무 것도 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다가도 일주일쯤 손을 놓고 있으면 적적해서 뭔가 쓰고 싶어 못 견딘다.


현재 나는 의무를 위해 살고 있다. 의무가 내 생명을 지탱해주고 있다. 한 개인의 본능으로는 죽어도 좋다. 죽든, 살든, 병들든 그다지 차이는 없다. 하지만 의무는 나를 죽지 않게 한다. 의무는 내게 노력을 명한다. 쉼 없이 더, 더 노력하라고 명한다.
(p. 76, <
의무>, 다자이 오사무)


비록 길게 집중하지 못해 한 시간 동안 글을 잡고 있어도 실질적으로 작업하는 시간은 10분에서 15분 사이일지라도.
모두 이미 사망한 작가들이 쓴 글이다 보니, 옛날 사람들의 글이어서도 그렇겠지만, 이들은 직접 일본지를 사서, 치자 열매를 달여 잉크를 만들어 직접 원고지를 목판으로 찍어서 붓으로 원고를 쓰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그 때문에 이사하면 항상 마당에 치자 나무부터 심는 작가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편집의 괴로움은 조금 다른 괴로움이다. 잡지를 만드는 여러 문인들이 돌아가며 편집을 맡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들은 원고를 제 때 받지 못해 괴롭다가, 편집 일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 이번에는 마감을 지키지 못해 편집자를 괴롭힌다.
글 쓰기의 어려움부터 좋아하는 문방구, 편집 이야기까지 작가들의 내밀한 속내와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가장 재능있는 작가들조차 글쓰기는 쉽지 않고, 종종 번민하고 가난하며 좌절하지만 그렇기에 그들의 글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가들의 마음을 엿본 지금, 그들의 몸이 부서져라 쓴, 그들의 작품이 더욱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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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나를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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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한다. 책을 읽기도 하고 아무 글이나 끄적이기도 하고, 그저 무용한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다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어려서는 주변의 사람들과 좀 더 잘 어울려보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고, 항상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던 활달한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인간관계는 좀처럼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모임에 나가면, 적당한 때에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앉아 있으면서 에너지를 뺏기고는 집에 돌아가 후회하거나 쓰러져 자기 일쑤였다. 이제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은 나에게는 다 부질없는 일이었던 것 같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기 보다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충전되었어야 했다.
전체 인구의 극소수라는 INFJ 형 일러스트레이터 데비 텅의 이야기가 그래서 공감이 갔다. 우리나라도 활동적이고 대외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 또는 어필을 잘 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파티 등이 일상화되어 있는 서구 사회에서의 내향인의 삶은 더욱 더 험난한 듯 했다. 다른 사람은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면 기분 나빠 하지만 데비 텅은 다행스러워한다. 파티에 초대받으면 모임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오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어려서부터 자기 만의 세계에서 책을 읽는 걸 좋아했던 데비 텅은 학교에서 걱정을 사고, 자존감이 떨어져 있었다. 늘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던 데비 텅은 MBTI 검사에서 INFJ라는 희귀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후련해한다. 아무래도 외향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내향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설명이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또 한 가지 데비 텅을 위로해주는 것은 외향적인 반려자였다. 같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맡아서 상대해주고, 데비 텅의 집중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 주는 이상적인 반려자였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일하며, 소통해야 하는 회사생활은 데비 텅에게는 고통이었다. 나도 휴가철이나 출장 등으로 회사에 사람이 없어야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기분이 되곤 해서 데비 텅에게 공감이 갔다. 그는 프리랜서가 되어 편하게 마음껏 일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데비 텅은 이 책에서 혼자 있는 편한 시간의 행복과 차 한 잔을 놓고 이불 속에서 책 한 권을 보며 휴식하는 시간의 힘을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외향인과 달리, 혼자 있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내향인에게는 소확행 이상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나도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며, 아무리 즐거운 이벤트며 다 집어 던지고 집 안에 틀어박히고 싶어진다. 주말 아침 이불 속에서 뒹굴며 커피 마시고 책 보는 시간은 일주일을 버티게 해 주는 힘이 되었다.



좋은 반려자와 프리랜서 일, 무엇보다 책과 함께하는 데비 텅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내향인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고, 세상의 눈치를 보며, 자신과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사는 내향인들의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 데비 텅은 말한다. 애쓰지 말라고. 당신은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완벽하다고. 세상의 모든 내향인이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기를, 이 책은 응원한다. 어쩌면 세상에 지친 내향인에게 가장 필요한 응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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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The Complete Maus 합본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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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본 만화책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난 만화를 잘 보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만화를 잘 보지 못해서 그런지 만화를 보려고 하면 뭘 봐야할 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러스트레이터 데비 텅의 추천 도서에 올라 있어 읽게 된 <>는 만화에 대한 편견을 깨는 책이었다. 일단 가벼운 흥미 위주의 만화가 아니라 유태인 수용소에서의 경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만화가 아트 슈피겔만은 <>로 무려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문학 작품들 사이에서 그의 만화가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아트 슈피겔만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유태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일찍이 자살했지만, 아버지에게서는 수용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에는 아트 슈피겔만이 아버지에게서 전해들은 수용소 이야기와 현재 아트 슈피겔만과 아버지의 일상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한다.
<
죽음의 수용서에서>라든가 <나의 기억을 보라> 등에서 수용소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지만, 한 개인이 겪은 일대기로서의 유태인 수용소 이야기를 읽는 것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 연애와 사업 이야기로 시작해서 나치가 전쟁을 벌이기 시작하는 불안한 기운이 감돌 때의 이야기로 전개되어, 게토에서 생활하다, 수용소로 잡혀 들어가고, 거기서 끔찍한 생활을 하다가, 독일이 패전하여 자유롭게 풀려나 다시 가족이 합쳐진 때의 이야기로 끝난다.
아트 슈피겔만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수많은 위기를 넘기며 다행스럽게 살아남았지만, 그들은 아주 많은 가족과 친지, 친구들을 잃었다. 아트 슈피겔만이 태어나기 전에 태어났던 리슈를 포함하여 그들의 부모님, 형제 자매들은 수용소 가스실에서 죽거나, 수용소에 가기 싫어 아이를 독살하고 자신도 자살하는 등 불행하게 죽었다.
아트 슈피겔만의 아버지가 굶주려야 했던 수용소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원한 기지와 술책은 한 두개가 아니었다. 배급되는 것만 먹으면 굶어죽기 딱 알맞은 수용소에서 몰래 음식을 구해, 따로 수용되어 있던 아내 아냐에게 몰래 전해주기도 했다. 좁은 막사에서 끔찍한 생활을 하는 아냐를 새로 지은 조금 나은 기지로 옮기게 하기 위해, 배급 받는 음식과 물품을 모아놓았다 뇌물로 주고 아냐를 데려오기도 했다.
수완이 좋았던 아트 슈피겔만의 아버지는 살아남았지만, 빵 부스러기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음식이 남으면 먹던 거라도 반품해야 하며, 자신을 위해서든 가족을 위해서든 절대 돈을 쓰지 않는 완고한 노인이 되어버렸다. 결국 아트 슈피겔만이나 재혼한 아내 말라와 빚는 갈등이 이 이야기의 또 하나의 축이다.
유태인 수용소 경험은 단지 수용소를 경험한 세대의 일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세대를 따라 아직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독일의 젊은이들은 나치 이후에 태어났지만, 그들의 번영은 어쩌면 아직도 유죄인지도 모른다. 이미 수용소 이야기는 많지만, 우리가 또 한 번 <>를 읽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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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식수필
정상원 지음 / 아침의정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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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신 할머니 손에 커서 그럴까. 어려서는 먹는 게 싫었다. 뭔가를 축하하기 위해 맛있는 것을 사 주는 게 제일 싫었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먹고 사라지는 것 보다는 멋진 선물을 받고 싶었다.

그러던 내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싶은 곳에서 사 먹다 보니 먹는 즐거움에 눈을 떴다. 스위스 음식점에서 퐁듀도 먹어보고, 멕시코 음식점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어보기도 했다. 인테리어가 특이한 음식점도 찾아가보고, 생일에는 특별히 맛있는 파스타를 하는 집에 찾아갔다. 이제 특별한 날에 맛있는 걸 먹는 건 내 커다란 즐거움이다.
<
탐식수필>은 요리사의 맛있는 에세이이다. 요리사이기에 접할 수 있는 세계의 특이한 메뉴들도 소개하고, 조리법을 주제로 감성적인 글도 풀어냈다. 미식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만찬 코스를 따라가보기도 하고, 반대로 간단히 요기하는 것이 목적인 기내식, 선상식, 호텔 조식 등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음식을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킨 메뉴들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다. 미술 작품을 모티브로 해서, 그 작품을 맛으로, 향으로, 모양으로 표현해 낸 메뉴들에 대한 소개에서, 단순히 먹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읽었다.
맛있는 음식만큼이나 커피와 빵을 너무나 좋아해서 카페와 커피에 대한 에세이가 가장 재미있었다. 예술가들이 찾은 것으로 유명한 카페들에 대해서 읽고, 연한 아메리카노를 찾다가 어느 카페에선가 한 바리스타의 추천으로 마셨던 룽고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커피가 교회에 의해서 금시시되었던 역사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음식을 예술의 경지에 올리려고 노력하는 요리사이기에 그런 걸까. 글이 아주 감성적이고 섬세했다. 너도 나도 맛집에 다녀온 얘기를 블로그에 쓰는 요즈음, 미식이 취미인 사람들도 종종 보이는 요즈음, 요리사의 진지하고 아름다운 음식 이야기를 읽는 건 어떨까. , 출출해지는 늦은 밤에는 조심할 것. 자신도 모르게 야식을 주문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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