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생리학 교과서 - 내 몸이 왜 아픈지 해부학적으로 알고 싶을 때 찾아보는 생리 의학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장은정 옮김, 이시카와 다카시 외 감수 / 보누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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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잔병 치레가 많았던 나는 나이가 들면서 병원 문을 더 자주 들락거리게 되었다. 수많은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았으나, 내 병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사람은 드물었다. 궁금한 나머지 이것 저것을 물어 봐도, 별로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 알아야 할 건 알아야했다. 인터넷 등을 찾아보며 간신히 공부를 했었다.

<인체 생리학 교과서>는 해부학적으로 인체 생리를 설명한다. 책 제목만 교과서인 것이 아니라, 용어해설과 중요어구가 첨부되어 있고, 도표와 그림이 딸려있어 정말로 교과서 형식이다.
하지만 겉보기보다 그리 딱딱하지만은 않은 책이다. 중간 중간 해당 신체 부위에 생길 수 있는 병에 대해서 짧게 설명하고, 대사증후군 등의 건강 정보를 다루는 칼럼도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서 생리학을 배울 수 있고, 건강정보까지 같이 터득할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세포 생리학에서부터 소화기관, 배설기관, 흐흡기관, 순환기관, 호르몬, 신경, 근육 및 골격, 뇌에 대한 지식을 총 망라했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첨부되어 있는 그림이 해당 지식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학창시절 생물 책에서 봤던 지식도 보이고, 뇌과학에 관심이 있어 종종 봤던 책들에 있었던 내용도 보였다. 학생 때 생물 시간에는 배우는 걸 전부 달달 외워야 해서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이 책은 건강 정보와 함께 엮어 있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내가 별로 좋지 않은 곳이 호흡기와 소화기인데, 생리학적으로 기본 지식을 쌓으니 어쩐지 만족스러운 기분이 되었다. 병원에 가도 절대 알려주지 않는 지식들을 이렇게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으니, 아플 때마다 한 번씩 펼쳐 보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해부학적 지식에 대한 책이라서 질병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는 크게 다루고 있지 않지만, 아픈 곳의 동작 원리를 상세히 설명해서, 아픈 근본 원인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 책이다.
힘들고 아플 때, 왜 그런지를 알 수 없으면 더 힘들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건 주로 의학에서 배울 것 같은 생리학 지식이지만,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아픈 이들의 마음을 좀 더 가볍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생리학 책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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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 - 반투명한 인간의 힘 빼기 에세이,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영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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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a struggle. 오랫동안 믿어온 말이다. 낙서를 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되지도 않는 글을 긁적이던 내 노트에 몇 번이나 쓴 말이다. 인생은 힘든 일들의 연속이고, 하나를 마치고 나면 다음 것이 다가온다. 그게 더 큰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끝내면 이번엔 쉴 수 있냐 하면 또 그건 아니다. 다른 일이 다시 덮쳐온다.

성실히, 열심히 살아야했고, 무언가를 계속 성취해야 했다. 그 과정이 애쓰고, 노력하고, 좌절하다, 또 다시 힘 내보는 일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계속해서 그렇게 살다 보니, 힘 빼고, 애면글면 하지 않고, 아등바등하지 않고 살아보고 싶었다. 나이가 들 수록 무언가를 갖고자 애쓰며 힘겨워 하는 것 보다는 내 안에서 기쁨이 차 오르는 일들로 인생을 채우고 싶어졌다. 남은 시간이 줄어드는 걸 느끼며 생긴 변화인지도 모른다.
<
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란 제목을 보자 마자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김영 작가가 만화가이기도 해서, 짧은 카툰이 들어있는데, 귀여운 그림체도 마음에 쏙 들었다.



자신이 너무 싫은 사람, 세상이 원망스러운 사람, 방황하는 사람, 인생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전하고 싶다. 심오하거나 철학적인 이론을 담은 책은 아닌다. 그저 나와 비슷한 주변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에 덤덤하게 내 얘기를 꺼내 놓은 책이다. 나와 함께 내 일기장을 들춰 보며 각자만의 좋은 해답을 얻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삶에 대해 떠올릴 때 조금이라도 가벼운 마음이 든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매우 기쁠 것이다.
(5p,
프롤로그)



김영 작가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정말 일기로 느껴졌다. 우울한 성향이라거나, 주변부에 머무르며 느끼는 감정, 누군가를 좋아하면 모든 걸 무조건적으로 그 사람에게 맞춰주며 소진되어 버리는 습관 이야기 등. 누구에게나 조금씩을 있을 법한 영혼의 어두움을 찬찬히 풀어냈다.
한창 힘든 날들을 지나고 있을 때는, 나만 힘든 것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은 편하고 즐겁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아닌 것 같은 느낌. 그러나 실상은 다른 사람들도 고통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묘하게 위안이 된다. 김영 작가가 주는 힐링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우수 만화 도서에도 선정되고,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인 작가이지만, 그 안에 담긴 고뇌를 꺼내 놓아 우리를 위로해준다.
김영 작가의 일기장에 빼곡이 써진 글처럼 느껴져서일까. 사람을 무장해제하게 만드는 글과 카툰 때문일까. 팔랑 팔랑 잘 넘어가는 책장을 넘기며 그가 전하는 위로를 톡톡히 받는다. 특히 힘들고 지친 날들에 가볍게 넘기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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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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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이라면 나도 갖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샀다. 그리고 여느 책 좋아하는 사람처럼 완독을 꿈꾼다. 하지만 아직 이루지 못했다.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는 에세이스트 정여울이 월든을 읽어 내려가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키우고, 월든 호수에 직접 찾아가 소로의 오두막과 월든을 보는 동안 써 내려간 이야기다. 그리고 이 책을 채 20 페이지도 읽기 전에 난 책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월든>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정여울 작가가 월든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져 당장 읽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펼쳐 본 월든은, 생각만큼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정여울 작가도 <월든> 완독을 한 번에 해낸 것은 아니었다. 여러 번 책을 들어 봤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으나 끝까지 읽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자신만의 작은 보금자리를 찾아서 독립한 이후 <월든>이 마음을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창문 하나가 있는 집. 열어도 하늘 한 조각 보이지 않고, 다른 건물이 보이는 집. 동생들과 부모님의 웃음 소리 없이 홀로이 적막한 집. 그 곳에서 살며 자연을 꿈꾸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원하던 자연이 <월든> 속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마음 속에 있었다.

소로는 연필 공장을 운영하기도 하고, 측량기사로 일하기도 했지만, 그가 진정으로 직업으로 생각한 것은 자연 관찰자, 산책자였다. 월든 호수 옆에 오두막을 짓고 하루에 4시간씩 산책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 산책길에 마주치는 동식물들과 인사하는 것. 노동은 적게 하고 읽고 쓰고 산책하는 것. 하루 12시간씩 직장에 붙잡혀 있는 우리네보다 가진 것은 없지만, 그는 필시 무척 행복했으리라.

소로의 오두막에는 침대, 책상, 화덕, 의자 하나뿐, 아무 것도 없지만, 오두막의 큰 창으로 보이는 자연 풍경만으로 그는 풍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단출하게 살기 위해 그는 한 끼 식사로 월귤 나무 몇 개만 먹으며 만족하기도 하고, 집에 초대한 손님에게 아무 것도 먹을 것을 주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덕에 많은 시간을 읽고, 쓰고, 산책하는 일에 쓸 수 있었고, 손님들은 서서 이야기하며, 먹을 것을 원하지 않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여울 작가는 소로우의 오두막 터와, 월든 호수, 소로의 오두막 복제품과 동상을 보러 멀리까지 날아갔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나도 소로의 오두막과 월든 호수에 반해버렸다.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먼 혼잡하고 복잡한 내 방 안에서 책을 읽으며, 작지만 넉넉해 보이는 오두막에 나도 들어가보고 싶었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에너지가 강하게 느껴져서 참 좋았던 책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사진과 글로 잘 전해졌다. <월든>이 정여울 작가의 마음을 흔든 만큼, 내 마음도 흔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나도 <월든>을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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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3.0 메타버스 - NFT와 ARG가 바꾸는 비즈니스 법칙
김용태 지음 / 연암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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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메타버스란 단어가 핫이슈다. 정보통신 계열의 학과에서는 메타버스를 전문으로 공부하는 과정까지 나올 정도다. 나도 여기 저기서 메타버스가 종종 들리길래, 이런 저런 책을 보는 중이다.

<3.0 메타버스>는 메타버스와 웹 3.0을 동일 선상에서 보며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단순히 대표적인 메타버스인 제페토, 로블록스 등을 소개하고 그 안에서 벌어졌던 이벤트 사례를 알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메타버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메타버스 책 중에서도 단연코 깊이가 돋보인다. 다만, 배경 지식이 전혀 없거나 정보통신 분야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는 조금 이해가 힘들 수도 있다.
이 책은 1990년대, 인터넷이 등장한 웹 1.0 시대부터 집단지성이 떠오르고 공유 플랫폼을 표방하던 웹 2.0을 거쳐 현재 메타버스로 대변되는 웹 3.0까지의 시류를 주욱 훑고 넘어간다. 메타버스가 어떻게 잉태되었고 어떤 과거를 갖고 있으며 앞으로의 비전은 어떤지까지 상세히 알려준다.
메타버스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준 4차 산업혁명 역시 큰 비중으로 다룬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웨어러블 등의 개발이 가상현실, 증강현실, 대체현실 등의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또한 저자는 웹 3.0 시대에는 봇이 중요해진다고 역설한다. 현재 스마트폰 시대에 앱이 중요하고, 모든 사람이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앱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지내는 것처럼,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 봇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호시 신이지의 <한 줌의 미래>라는 SF 소설에 보면, 사람들이 직접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의 아바타 로봇이 출근해 일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들은 직접 일하기보다는 로봇을 관리하고, 개발하는 데 온 힘을 쓴다. 그들은 능력있는 로봇을 만드는 법, 로봇을 잘 만드는 남자를 만나는 법 등에 대한 책을 보면서 연구한다. 이 소설이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저자는 메타버스를 다각도로 분석하여 앞으로 다가오는 메타버스 시대에 준비해야 할 것들을 설명해준다. 메타버스는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를 갖추어야 성공할 수 있다.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사람들을 모을 수 있고, 그러다보면 커뮤니티가 생성되며 그 곳에서 커머스가 생긴다. 그 커머스는 사용자가 저작 도구의 도움을 받아 직접 제작한 게임부터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만든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메타버스 내의 공간을 이용해서 부동산업처럼 운영되는 공간 개발까지 다양하다. 메타버스는 글로벌 대기업과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참여해서 만드는 세상이라며, 저자는 당신도 메타버스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메타버스 시대를 조망하고, 메타버스의 다양한 측면을 분석하며, 다가오는 메타버스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까지 알려주는 아주 유용한 메타버스 해설서다. IT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이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현 시대를 읽을 수 있게 해주며 나름대로 깊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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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정세랑 외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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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언니를 좋아했다. 예쁜 언니도 좋았고, 먹을 걸 건네며 날 챙겨주는 언니도 좋았다. 좋아하는 언니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했다. 어쩌면, 집에서는 내가 동생을 가진 언니였기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경험을, 집 밖에서 만난 언니들을 통해서 할 수 있어서 그렇게나 좋았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마음 속으로 흠모하는 언니도 생겼다. 나이와 직업과 배경을 떠나서.

<언니에게 보내는 형운의 편지>는 정세랑, 김혼비, 이랑, 오지은 등의 여성 창작자들이 나이나 국적, 시대를 막론하고 자신이 언니리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쓴 편지를 모았다. 그 언니는 때로는 일하면서 만나 친해진 조선인 한동현 언니이기도 했고, 여자 아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지 못한 언니들이기도 했다. 이연 작가는 실비아 플라스에게 띄우는 편지를 썼고, 김효은 작가는 배구선수 김연경 언니에게 팬 레터에 가까운 편지를 적었다. 손수현 배우는 이유 없는 미움에 맞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구하라씨와 설리씨에게 미안하고 고마움을 전해 마음을 아득하게 했다.
세상에 설 자리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 여성들에게는, 앞선 여성과 뒤에 따라오는 여성에게 어떤 연대감을 느끼는 것 같다. 때로는 자신과 같은 길을 갔던 위대한 여성을 흠모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겪은 끔찍함을 뒤이어 오는 여성만은 겪지 않기를 바라며 손을 건네기도 한다.
여성의 비율이 극히 낮는 분야에서 일해온 나에게는 여성을 찾아보기 힘든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은밀한 연대를 느낀다. 사람마도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들이 어떤 지점에서 힘들지, 어떤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지, 무엇을 무릅쓰고 있는지 어쩌면 알 것도 같기 때문이다
오늘은 38일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가상현실 등 최첨단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82년생 김지영>이 전하는 메세지가 여전히 유효한 세상. 나 또한 내 앞에서 가시밭길을 헤친 여성을 따라가며, 뒤이어 따라올 미래의 여성들을 위해 여전히 돌멩이와 넘어진 나무 등걸이 가득한 길에서 작은 나뭇가지 하나라도 치워주려 한다. 세상의 모든 언니들에게 애정을 담아 무한한 응원을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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