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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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이라면 나도 갖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샀다. 그리고 여느 책 좋아하는 사람처럼 완독을 꿈꾼다. 하지만 아직 이루지 못했다.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는 에세이스트 정여울이 월든을 읽어 내려가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키우고, 월든 호수에 직접 찾아가 소로의 오두막과 월든을 보는 동안 써 내려간 이야기다. 그리고 이 책을 채 20 페이지도 읽기 전에 난 책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월든>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정여울 작가가 월든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져 당장 읽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펼쳐 본 월든은, 생각만큼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정여울 작가도 <월든> 완독을 한 번에 해낸 것은 아니었다. 여러 번 책을 들어 봤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으나 끝까지 읽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자신만의 작은 보금자리를 찾아서 독립한 이후 <월든>이 마음을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창문 하나가 있는 집. 열어도 하늘 한 조각 보이지 않고, 다른 건물이 보이는 집. 동생들과 부모님의 웃음 소리 없이 홀로이 적막한 집. 그 곳에서 살며 자연을 꿈꾸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원하던 자연이 <월든> 속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마음 속에 있었다.

소로는 연필 공장을 운영하기도 하고, 측량기사로 일하기도 했지만, 그가 진정으로 직업으로 생각한 것은 자연 관찰자, 산책자였다. 월든 호수 옆에 오두막을 짓고 하루에 4시간씩 산책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 산책길에 마주치는 동식물들과 인사하는 것. 노동은 적게 하고 읽고 쓰고 산책하는 것. 하루 12시간씩 직장에 붙잡혀 있는 우리네보다 가진 것은 없지만, 그는 필시 무척 행복했으리라.

소로의 오두막에는 침대, 책상, 화덕, 의자 하나뿐, 아무 것도 없지만, 오두막의 큰 창으로 보이는 자연 풍경만으로 그는 풍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단출하게 살기 위해 그는 한 끼 식사로 월귤 나무 몇 개만 먹으며 만족하기도 하고, 집에 초대한 손님에게 아무 것도 먹을 것을 주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덕에 많은 시간을 읽고, 쓰고, 산책하는 일에 쓸 수 있었고, 손님들은 서서 이야기하며, 먹을 것을 원하지 않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여울 작가는 소로우의 오두막 터와, 월든 호수, 소로의 오두막 복제품과 동상을 보러 멀리까지 날아갔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나도 소로의 오두막과 월든 호수에 반해버렸다.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먼 혼잡하고 복잡한 내 방 안에서 책을 읽으며, 작지만 넉넉해 보이는 오두막에 나도 들어가보고 싶었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에너지가 강하게 느껴져서 참 좋았던 책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사진과 글로 잘 전해졌다. <월든>이 정여울 작가의 마음을 흔든 만큼, 내 마음도 흔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나도 <월든>을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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