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가나 가타카나 쓰기노트 - 오늘 쓰고 다 외웠습니다
서만식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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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어느 날, 문득 일본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즈음 가까운 사람이 일본어를 공부하는 걸 보기도 했지만, 일본 문구를 즐겨 쓰다보니 가타카나 정도는 읽어야 했다. 라며 그런 저런 이유를 붙여보지만, 좀 더 사실에 가까운 건 지하철에서 시원스쿨 광고를 보다가 문득 일본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선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외우기 시작했고, 온라인 어학 교육 사이트에서 일본어 강의를 들었다. 책도 사서 혼자 공부했다. 그러나 큰 목적이나 필요 없이 온전히 취미로 하는 공부는 참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동사 변화니, 숫자나 지시대명사니 하는 것들을 열심히 공부해 보았지만, 완전히 외우지 못한 가타카나가 벽이 되었다. 그리고 내 공부는 영원한 도돌이표처럼 자꾸만 가나 문자로 되돌아갔다. 몇 번이고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공부해야 했다.
<
히라가나 가타카나 쓰기노트>는 나처럼 가나 문자만 삼 년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정말 노트처럼 가나 문자를 따라 쓰면서 외우게 되어 있다. 각 문자에는 그 문자가 들어간 단어도 같이 쓰게 되어 있어 단어 안에서 문자를 암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나 문자를 쓰는 획순도 자세히 일러 준다.



그리고 중간 중간 잠깐 체크라는 문제 풀기가 있다. 앞서 노트를 쓰면서 외운 것을 간단한 문제를 풀어보며 복습하는 부분이다. 가나문자가 들어간 단어까지 복습하게 되어 있다. 외워도 외워도 자꾸만 잊어버리는데, 이런 부분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그 외에도 깨알 같이 포인트를 짚어주는 책이다. 히라가나 가타카나는 비슷하게 생긴 문자가 많고 헷갈리기 쉽다. 그런 문자들도 한 번씩 체크해주고, 다시 한 번 따라 쓰면서 확실히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부록에는 일본어로 키보드를 치는 방법이라거나, 인사말 따라 쓰기와 같은 유용한 컨텐츠도 있다.



이 책으로, 계속 되었던 가나문자 공부를 완벽하게 끝낼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인다. 그저 취미로 하는 어학 공부일 뿐이지만, 언젠가는 유창하게 하고 싶은 열망이 내 안에 잠자고 있다. 오늘도 이 책을 조금씩 따라 쓰며 그 날을 기다린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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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 예술과 영감 사이의 23가지 단상
이묵돌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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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좋아하는 작가나 예술가, 음악인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정세랑, 데파페페, 고흐 등등.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그들에 대해 이런 저런 사실들을 알고 있고, 그들의 작품을 즐기며 그들을 다룬 책도 읽는다. 그러나 얼마나 깊이가 있는가 하는 것을 따지고 들어가면 사실상 크게 자신은 없다.

소설가이자 시인, 에세이스트이기도 한 이묵돌은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쳇 베이커, 바둑 선수 이창호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에세이 모음을 썼다. 그리고 그에게는 나에게는 없는 깊이와 통찰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영감이 되어 그는 소설과 시, 에세이를 썼겠지.



요컨대 내게 있어 영감이란 번개처럼 정수리에 내리꽂히는 것이 아니라 이건 상상해보면 좀 아프다 스웨터를 입고 벗을 때 나오는 전기 따위로 전지를 충전하는 일에 가깝다.
(p. 10)



그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쓴 에세이는 다소 유머러스하고 가끔은 시니컬하며 그럼에도 그 대상들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느껴졌다. 쳇 베이커의 자유분방하고 방탕한 인생 때문에 그가 받은 과대평가와 과소평가, 그리고 이에 따른 찬양과 무관심에 개탄하기도 하고, 윤동주의 시에서 청춘의 무력감이라는 동질감을 느껴 동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대부분 작가나 예술가에 대한 에세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와 바둑 선수 이창호가 등장해 의아하기도 했으나, 그가 짚어주는 지점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와 같이 오타니 쇼헤이와 이창호가 매력적이고 뭉클한 감동을 주는 위대한 사람들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삶이 게임이라면 화투보단 바둑인 쪽이 나을 것이다. 그편이 확실히 낫다. 다 따거나 다 잃거나 하는 룰렛 보다는 반집 차이 패배에도 정중히 악수를 건넬 수 있는 그런 멋진 게임이, 내겐 필요하다.
(p. 303)



때로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경쟁 상대로 여기고 글을 쓴다는 재미있는 고백을 하기도 한다. 드레퓌스 사건이 발생하자, 용기 있게 드레퓌스를 지지한 에밀 졸라의 상황을 현대의 중국인 혐오에 빗대어 묘사하는 등 어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도 찰떡으로 설명해준다.
사실 이묵돌이라는 작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헤밍웨이와 하루키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솔깃하여 읽게 되었는데, 헤밍웨이와 하루키 이야기뿐 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에세이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중간 중간 섞여 들어가는 이묵돌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압권이었다.
무언가를 가슴 깊이 좋아한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다. 이묵돌 작가의 가슴에 품은 23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더욱 진하게 느낀 사실이다. 내게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그들에 대해 이묵돌 작가같은 깊이 있는 사랑을 쏟아 부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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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그리면 꽃 - 식물 컬러링북
전유리 지음 / 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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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보태니컬 아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꽃과 식물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는 그 그림들을 보면 자연의 식물들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 같았다.

<마음을 그리면 꽃>은 식물 컬러링북이다. 마치 보태니컬 아트를 보는 듯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수채화든 색연필이든 원하는 대로 컬러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예시 컬러링들은 수채화로 그려져 있어 아주 매력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이 든다.
코스모스, 민들레 같은 친숙한 꽃부터 라넌큘러스, 유니폴라, 칼라 등 이국적인 꽃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그림이 가득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동생이 직접 컬러링 해보니, 수채 컬러링을 하기 보다는 색연필로 채색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종이가 도톰하기는 하지만 가벼운 물 표현이나 색연필에 더 잘 맞아 보인다. 반면 같이 제공되는 엽서지는 아주 종이가 좋아서 수채 컬러링을 하기에도 좋아 보인다.
동생이 은방울꽃 도안을 니오니 색연필 120색으로 컬러링해보았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면서도 섬세한 면이 있는 매력적인 그림이다. 책의 내지는 색연필이 아주 잘 받아서 컬러링하기 편했다.



보태니컬 아트를 하기 전에 입문 단계로 이 컬러링북을 하면 좋을 듯 싶다. 보태니컬 아트와 컬러링북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고, 본격적인 보태니컬 아트 보다는 조금 쉬워 보인다. 컬러링이어서 밑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되니 더 손쉽게 아름다운 식물 그림에 접근할 수 있다.
오색의 예쁜 꽃 그림을 그저 넘겨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파릇파릇한 잎새가 나타나고 꽃이 만발하는 요즈음, 이 계절에 낭만적인 꽃 컬러링을 해 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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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놀이 색칠하기 - 어르신을 위한 치매 예방법
길소연 외 지음 / 넥스웍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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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파킨슨 증후군을 진단 받으신 지도 벌써 오 년쯤 되는 듯 하다. 처음에는 입술과 손을 떠시는 정도였는데, 날이 갈수록 거동이 불편해지시고, 인지 장애도 조금씩 있으셔서 알츠하이머 치료제까지 쓰셔야 하게 되었다.

날짜와 요일을 잘 모르시기도 하고, 방금 전에 보신 것도 잊으셔서 다시 물어보곤 하신다. 하지만 그럼에도 할머니에겐 할머니의 인생이 있다. 여전히 모시고 외출하면, 예쁜 옷을 골라 입으시고, 노인정 옆에 텃밭을 가꾸시며, 모종을 심으신 날에는 부자가 된 것 같다면서 웃으신다. 꽃을 좋아하셔서, 꽃 그림을 그린 엽서라도 선물하면 아주 좋아하신다.
인지 기능이 조금씩 떨어지신다는 검사 결과가 나와서, 각종 치매 예방 컬러링북이나 워크북을 사 드리고, 색연필을 사 드렸다. 아직 오래 되지는 않은 일이지만, 왠지 날짜와 요일, 시간도 맞추시는 것 같고, 방금 전 일을 잊어버리시는 일도 덜 있는 듯한 기분이다. 총기가 돌아오시는 듯 해서 참 기쁘다.
<
화투놀이 색칠하기>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할머니께 드렸다. 마침, 정정하실 때 노인정에서 10원 내기 화투를 즐기신 지라, 잘 맞았다. 이 책의 소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투 놀이다. 화투 패를 컬러링 하기도 하고, 화투를 소재로 한 간단한 문제도 풀게 되어 있다.


화투패가 간단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컬러링하기 재미있어 보인다. 원래의 화투패와 컬러링 예시도 제공되어서 참고할 수 있다. 손을 섬세하게 움직이기 힘들어하시는 할머니께도, 화투패 컬러링정도는 크게 어렵지 않아 보여서 더 좋았다.



화투를 소재로 한 문제들은, 이미 인지 장애를 겪고 계신 할머니께는 조금 어려웠다. 틀린 그림 찾기는 내가 하기에도 꽤나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었다. 다른 워크북의 경우에는 <>, <>, <>로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고, 할머니께는 <> 난이도가 가장 맞았기에, 이 책도 좀 더 쉬운 버전이 나왔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하는 대중적인 소재인 화투를 가지고 인지 활동을 하도록 하는 컨셉이 참 좋은 책이다.
이 책으로 10원 내기 화투를 치시던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시며 즐거우시길 바라고, 그 시절의 건강까지는 아니더라도, 더 악화되지만 않으시길 바래 본다.
사람의 뇌는 노인이 되어서도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할머니께서 거동이 불편해지신 이후 TV만 보시다가, 이제는 텃밭 가꾸기와 컬러링북을 종일 즐기신다. 할머니의 새 취미가 사랑하는 할머니를 좀 더 오래 지켜 주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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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0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렘이 2022-05-10 09:1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첨에 파킨슨 진단 받으셨을 때는 넘나 우울했는데.. 요즘은 그래도 할머니의 여생을 행복하게 해드리자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열심히 하시면 왠지 총기가 있어지시는 것 같아서.. 이런 책도 많이 구해드리려구요..
 
비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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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겪는 일 중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일 것이다. 내 경우, 이미 많이 겪었다. 아주 어릴 때 조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고, 초등학생일 때 유난히 고우시던 고모가 돌아가셨다. 고등학생 때는 고조 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무리 자주 있는 일이더라도, 당최 익숙해지지 않았다. 우울하고, 우울하고, 우울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에서도 가족의 죽음이 다루어진다. 헤이스케의 사랑하는 아내 나오코와 딸 모나미가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 급히 달려간 헤이스케가 마주친 현실은, 아내의 죽음과 딸의 기사회생이었다. 그러나 그가 겪어야 했던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어쩐 일인지 아내 나오코의 영혼이 딸 모나미의 몸으로 들어갔고, 헤이스케는 대체 아내를 잃은 것인지, 딸을 잃은 것인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은 나오코인지, 모나미인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몸은 모나미의 몸이지만, 영혼은 나오코의 것이었으니 나오코와 똑같은 습관과 말투, 기억,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외부에 밝힐 수는 없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나오코는 모나미의 인생을 살아야 했다. 학교에 가야하고, 공부를 해야 했다.
헤이스케와 모나미의 몸을 가진 나오코가 겪어야 하는 일들이 다소 코믹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모나미의 몸이 성장하여 성인이 되고, 혼기가 되고, 직장을 가질 때가 되면 헤이스케의 입장은 난처해진다. 나오코로서는 정체성의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런 고민과 갈등을 그리기도 했지만, 내가 읽어낸 <비밀>은 너무나 로맨틱했다. 특히 결말 부분에 드러난 나오코의 비밀은 날 전율하게 했다.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다. <녹나무의 파수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감동적이며 환상적인 소설의 원점이다. 그러한 작품들이 마음을 울렸다면, 이 책도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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