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 예술과 영감 사이의 23가지 단상
이묵돌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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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좋아하는 작가나 예술가, 음악인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정세랑, 데파페페, 고흐 등등.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그들에 대해 이런 저런 사실들을 알고 있고, 그들의 작품을 즐기며 그들을 다룬 책도 읽는다. 그러나 얼마나 깊이가 있는가 하는 것을 따지고 들어가면 사실상 크게 자신은 없다.

소설가이자 시인, 에세이스트이기도 한 이묵돌은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쳇 베이커, 바둑 선수 이창호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에세이 모음을 썼다. 그리고 그에게는 나에게는 없는 깊이와 통찰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영감이 되어 그는 소설과 시, 에세이를 썼겠지.



요컨대 내게 있어 영감이란 번개처럼 정수리에 내리꽂히는 것이 아니라 이건 상상해보면 좀 아프다 스웨터를 입고 벗을 때 나오는 전기 따위로 전지를 충전하는 일에 가깝다.
(p. 10)



그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쓴 에세이는 다소 유머러스하고 가끔은 시니컬하며 그럼에도 그 대상들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느껴졌다. 쳇 베이커의 자유분방하고 방탕한 인생 때문에 그가 받은 과대평가와 과소평가, 그리고 이에 따른 찬양과 무관심에 개탄하기도 하고, 윤동주의 시에서 청춘의 무력감이라는 동질감을 느껴 동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대부분 작가나 예술가에 대한 에세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와 바둑 선수 이창호가 등장해 의아하기도 했으나, 그가 짚어주는 지점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와 같이 오타니 쇼헤이와 이창호가 매력적이고 뭉클한 감동을 주는 위대한 사람들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삶이 게임이라면 화투보단 바둑인 쪽이 나을 것이다. 그편이 확실히 낫다. 다 따거나 다 잃거나 하는 룰렛 보다는 반집 차이 패배에도 정중히 악수를 건넬 수 있는 그런 멋진 게임이, 내겐 필요하다.
(p. 303)



때로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경쟁 상대로 여기고 글을 쓴다는 재미있는 고백을 하기도 한다. 드레퓌스 사건이 발생하자, 용기 있게 드레퓌스를 지지한 에밀 졸라의 상황을 현대의 중국인 혐오에 빗대어 묘사하는 등 어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도 찰떡으로 설명해준다.
사실 이묵돌이라는 작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헤밍웨이와 하루키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솔깃하여 읽게 되었는데, 헤밍웨이와 하루키 이야기뿐 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에세이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중간 중간 섞여 들어가는 이묵돌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압권이었다.
무언가를 가슴 깊이 좋아한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다. 이묵돌 작가의 가슴에 품은 23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더욱 진하게 느낀 사실이다. 내게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그들에 대해 이묵돌 작가같은 깊이 있는 사랑을 쏟아 부어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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