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릴화 입문부터 환상적인 그림까지

오늘은 캔퍼스 위의 아크릴화 ㅣ 하루 한 그림
김지은 지음 / 도서출판 큰그림 / 2022년 7월

수채화의 아련한 듯한 물 표현도 매혹적이고, 펜화의 휘갈긴 듯한 선 느낌도 좋고, 연필화의 정교한 음영도 매력적이지만, 그림 하면 유화가 가장 멋스럽고 전문적인 그림답다. 하지만 유화를 본격적으로 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좀 높다. 초등학생 때 미술학원 선생님의 권유로 유화를 조금 했지만, 그 도구를 건사하는 것만 해도 큰 일이었다. 유화를 그리고 있으면 마치 화가가 된 듯 하지만, 감당해야 할 번거로운 일들이 좀 많다.

유화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조금 더 간편하게 그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아크릴화다. 유화의 꾸덕한 느낌도 내면서, 기름이 필요없이 물로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늘은 캔버스 위의 아크릴화>는 아크릴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입문하기 편하도록 기초적인사항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아크릴화가 간편하게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소재인 것은 맞지만, 아크릴도 사실 다루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도구는 무엇을 써야 하는지, 캔버스를 써야 하는지, 종이를 써도 되는지, 빨리 말라버리는 아크릴로 그라데이션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책은 그런 고민부터 해결해준다. <이것이 궁금해요>라는 부분에서 초보들의 고민이 많이 해결될 듯 하다.
필요한 것들을 구비하고, 고민이 해결되었다면, 이제는 도구와 친해질 때다.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물을 섞어서 아크릴 물감을 다루어 보고, 덧칠을 하거나 유화같은 꾸덕한 느낌도 내보고, 선과 점 연습 등도 해 볼 때다.

그 과정이 끝나면, 이제 그림을 그려볼 준비가 다 되었다. 처음에는 아주 간단한 그림부터 그리도록 되어 있지만, 마지막에는 멋진 오로라를 그릴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다. 각 그림에서 쓴 색이며, 그림의 크기도 기재되어 있어 따라 그리기 편하다.

이 책을 본 것을 계기로 그림을 좋아하는 동생이 아크릴에 입문하기로 했다. 우선 책에서 소개하는 도구를 하나 하나 구비하고 있다. 아마도 첫 아크릴화는 이 책에 있는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이 될 것 같다. 화구를 좋아하는 동생이 또 다른 새로운 재료를 갖고 그림을 그릴 생각에 달뜨는 것을 보는 것이 기분 좋다. 동생의 그림 라이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는 아크릴을 접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길잡이 삼을 만 하다.

내가 된다는 것

내가 된다는 것 - 데이터, 사이보그,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의식을 탐험하다
아닐 세스 지음, 장혜인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6월

꽤 오래 전에 어떤 책에서 꼭 사람이나 동식물이 아니더라도 의식 비슷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접했다. 그 책이 사실 그리 잘 읽히는 책은 아니어서, 아직도 끝까지 읽지 못했지만, 그런 놀라운 주장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끔 더 이상 통화하고 싶지 않은데 휴대폰이 오작동해 전화가 끊어진다거나 하면, 내 전화기가 내 맘을 안다고 농담도 하곤 했다.

아닐 세스의 <내가 된다는 것>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론적으로 그 주장을 하나 하나 살펴볼 수 있었다. 비록 실험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한 이론이었어도 오래 전에 날 사로잡았던 생각을 들여다 보아서 기뻤다. 그 이론은 바로 전체로서의 기능이 각 부분의 기능을 합한 이상의 것을 가진다면 그것은 어떤 것이 되었든 의식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생물이어도 말이다. 마치 이동하는 철새 떼는 철새 한 마리 한 마리를 합한 것 이상의 기능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철새 떼는 특유의 대형을 이루어 한 마리 한 마리의 날갯짓보다 큰 에너지를 갖고 이동을 한다.
아닐 세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의식이라는 것에 대한 관념을 하나 하나 뒤집는다. 감각한 것을 뇌가 인식한다는 보편적인 생각을 뒤집어, 뇌가 예측한 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지각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뇌가 자신의 목적에 맞도록 지각을 뒤집을 수도 있다.
우리가 지각하는 세상이 본래 그 모습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사람이 빨강색을 인지한다고 해도 우리가 그것을 빨강색이라고 인식하는 것뿐. 실제 세상은 알 수 없다. 사람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닐 세스는 환각과 지각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인식은 제어된 환각이다. 흔히 말하는 환각은 제어되지 않은 환각일 뿐이다. 그는 한 가지 실험도 했다.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뒤집어 기계가 환각을 생성하도록 했다. 그 실험은 성공했다. 변수에 따라 다르기는 했지만, 기계는 주입된 강아지에 대한 환각 영상을 생성했다.
사실,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줄줄이 나오는 어려운 용어와, 찬찬히 따라가야 하는 이론들, 정보기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한 점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우리의 고정 관념을 깬다는 측면에서도 놀라운 책이며, 인간의 의식을 하나 하나 철저히 탐사하고 실험한 수작이다.

안아파연구소의 통증 제로 신경 스트레칭

안아파연구소의 통증 제로 신경 스트레칭 ㅣ 헬스케어 health Care 24
정용인 지음 / 싸이프레스 / 2022년 7월

몇 년 전부터 정형외과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손목 염증에 이어서 팔꿈치 염증, 담에 걸리기까지. 내과적 질환에서 오는 통증과 다르게 날카롭고 정신이 아찔해질 듯한 통증이 왔다. 웬만큼 나을 때까지 병원에 참 오래 다녔다. 다니면서 느낀 것은 물리치료며 약물치료며 주사, 다 좋지만, 생활 습관이라거나 운동이라거나 근력 강화 등 내가 노력해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이었다.

<안아파연구소의 통증 제로 신경 스트레칭>에서는 65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가 다양한 정형외과적 질환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특히 그는 통증의 원인이 신경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눌린 신경이라거나 주변의 근육 등과 유착된 신경이 통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신경 스트레칭이라는 것을 제안한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사례도 소개되어 있다.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짧게는 일 년, 길게는 십 년도 고치지 못했던 병을 그는 신경 스트레칭으로 치료했다. 일어나고 앉는 것이 힘들다거나, 잘 때 손이 붓고 저리다거나, 주변 사람들이 호소하던 증상이 떠올랐다. 바로 그가 치료한 증상들이었다. 이 책의 신경 스트레칭에 대한 내용을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책 말미에는 잘못된 운동으로 인해 아플 수 있는 경우를 설명했다. 나도 이런 저런 책을 보며 혼자 운동을 시도해보다 오히려 통증이 더 생긴 경우가 있었다. 심하게는 운동을 잘못 해서 디스크에 걸린 사람도 보았다.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고, 이 부분을 주의 깊게 읽어본 후 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퇴화가 오게 되고 정형외과적 질환을 피할 수 없다. 병원에만 모든 것을 의지하고 약물과 물리치료, 주사치료 또는 수술에만 의지하기 보다는, 집에서 운동으로 관리해주는 것이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물론 그가 제안하는 운동들은 심각한 병으로 진행되기 이전에 해야 한다. 이미 심각한 상태라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하겠지만, 그런 경우더라도 수술 후 회복 에 도움이 된다.
아픈 곳을 치료하려 근육 스트레칭 이라거나 마사지, 근력 운동 등의 노력만을 해보았다면, 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이 책의 신경 스트레칭을 한 번 시도해볼 만 하다.

너무나 부러운 문구덕후의 성덕 라이프

어쩌다, 문구점 아저씨 - 좋아하는 일들로만 먹고사는 지속 가능한 삶
유한빈(펜크래프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만년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소위 문덕(문구 덕후)이 된 것도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사실 어려서부터 문구를 좋아했다. 취업을 하고 가장 먼저 날 위해 산 것도 볼펜, 샤프, 수첩 등이었다. 그러다 만년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문구에 대한 욕구와 욕심이 폭발했다. 그 세계는 잉크, 종이, 루페 등 탐사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인기있는 팬시 용품을 고를 자신에 넘쳐서 팬시점 MD를 하고 싶기도 했고, 여성스럽고 예쁘고 사랑스런 필기구만 모아 놓을 자신이 있어서 젊은 여성 타겟의 펜샵을 하고 싶기도 했다. 물론 농담뿐이고, 그런 꿈을 꾸는 동안 내 몸은 야근을 밥 먹듯 하는 IT 회사에, 또 출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을 1분도 어길 수 없는 공기업에 매여 있었다.
<어쩌다, 문구점 아저씨>의 저자는 내가 농담으로만, 또 상상 속에서만 하던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바로 <동백문구점>. “안 팔리면 제가 평생 쓰면 되니까 괜찮아요”라고 하면서. 어쩌면. 내 마음도 똑같았다. 팬시점이든 여성 타겟의 펜샵이든, 거기 들여놓는 물건들이 안 팔리면 내가 다 갖겠다고, 안 팔리면 더 좋다고 농담하던 내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덕질의 최고봉은 제작이라고, 만년필을 한 2~3년 썼더니 내 취향에 맞는 노트를 갖고 싶어서 손으로 실제본을 하고 직접 표지에 쓸 종이를 골라 수작업으로 노트를 만들어 썼다. 크리스마스 같은 때에는 여분의 노트를 두 어권 만들어 문구 동호회에 나눔을 하기도 했다. 그 때의 즐거움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것이었다.

<동백문구점>에서는 내가 아마추어로 어설프게 하던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었다. 문구점 주인장의 취향에 맞는 노트를 디자인해 인쇄소에 가서 대량으로 맞추어서 제작해서 판매한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잉크도 여러 회사와 협업하여 <동백문구점>만의 잉크를 제작했다. 문구점을 닫고 밤 열 시까지 손수 병에 옮겨 담고 스티커를 붙였다니. 정말 아무나 못할 일이었다.
그의 손글씨 또한 이 책에서 빼놓을수 없는 주제다. 사실 그는 <동백문구점>을 하기 전까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손글씨 영상으로 활동했다. 그걸 계기로 손글씨 교정 강의도 하고, 손글씨를 연습하는 책도 썼다.
그의 정갈한 서예 느낌의 글씨가 낯익다. 내가 만년필에 빠지고 나서 활동하던 문구 동호회 카페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 때도 사람이 쓴 글씨가 아니고 인쇄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갈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런 그도 사실 어렸을 때 글씨를 못 썼고, 손글씨 장인과 문구점 주인을 하기 전까지 해야할 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십대를 보냈다.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아르바이트라도 해 보려다 실패하는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컸다. 그러나 그 과정을 다 거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으니, 그야말로 성덕(성공한 덕후)이 아닌가 싶다.

이 책으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 중이신 분께 작은 성냥불 하나 정도의 빛을 밝혔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p. 255)

인공지능이 뭐든 해내는 이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좋아하는 책이 있으면 굳이 노트를 꺼내 필사를 하고, 번거롭게 종이로 된 만년필 전용의 다이어리를 쓰고, 노트를 손수 바느질해 만들고, 부득부득 관리하기 힘든 만년필을 쓴다. 그런 문덕들이 너무나 공감할 수 있는 문장들이 많은 책이었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한번 써보시라. 진짜 맛있는 초콜릿은 깨물어 먹지 않고 녹여서 천천히 맛보고 싶은 마음과 같달까.
(p. 212)

이 책을 덮고 나니, 슬그머니 동백문구점에 가보고 싶어진다. 문구점을 지키는 고양이 석봉이하고 놀고, 주인장이 취향대로 멋지게 제작한 노트와 잉크도 사들고 나오고 싶다. 어쩌다, 문구점 아저씨가 된 그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보인다. 좋아하는 일을,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소신껏 하는 그가 진정 프로가 아닐까? 그리고 진정으로 용기있는 직업인일 것이다.
우리 인생은 사실 그리 길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을 인상쓰고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전부 보내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내게도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망설이지 않고 성덕이 되리라 생각해본다.

초심자도 할 수 있는 성경 읽기와 영어 공부

솔로몬 영어 필사 낭독 BOOK 1 : The Way to Be Wise ㅣ 솔로몬 영어 필사 낭독 BOOK 1
박광희 지음 / 가나북스 / 2022년 7월

영어가 일에 필요하기도 하고, 언어 자체에도 관심이 많아 이런 저런 영어 강의를 들어봤다. 한 회화 강의에서는 강사가 회화를 스포츠에 비유했다. 머리로 외워서 되는 게 아니라, 자꾸 말해보고 따라하면서 연습을 해야 회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회화를 조금이라도 시도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머리로는 She writes a letter 라는 걸 당연히 다 알지만 입으로는 She write letter 가 나와 버린다. 아는 지식이라고 쉽게 다 입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솔로몬 필사 낭독>에서도 이런 입장을 견지하며, 성경을 필사하고 낭독하면서 회화를 공부할 것을 제안한다. 이 책에서 사용한 성경은 쉬운 현대 언어를 쓰는 성경이며 그 중에서도 청소년용이다. 성인용 성경은 회화를 공부하는 데 잘 맞지 않아 청소년용을 택했다.
공부할 텍스트로는 성경 중에서도 잠언을 골랐다. 잠언이라면 크리스천이 아니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감명받고 공감할 수 있는 텍스트이다. 크리스천이라면 더욱 더 가슴에 와 닿는 텍스트일 듯 하다.
저자는 성경 공부와 영어 회화 공부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이 책을 썼다. 성경을 한 번이라도 다 읽는 것은 참 힘들다. 나는 크리스천이 아니지만, 성경은 모두가 한 번 읽어보는 것이 좋다는 말을 믿고 있다. 성경 완독을 몇 번이나 시도해보았으나, 신약부터 시작해 마태복음을 넘어가보지 못하기 일쑤였다.
영어 공부 또한 꾸준히 하기 힘든 것 중 하나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공부해야 언어 감각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것 역시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뒤로 밀리기 일쑤다.

한 번 첫 부분을 필사해보았다. 이 책에서는 미션도 준다. 필사를 하고, 낭독을 해서 카페에 올리고, 다른 사람의 낭독을 들어보고 댓글도 달아보라는 제안을 한다. 낭독이 힘들다면 AI 원어민의 낭독도 들어볼 수 있으니 한 번 들어보고 따라 하는 것도 좋다.
책 말미에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컨텐츠가 준비되어 있어 학교나 교회 스터디 모임 등에서 활용하기 좋다.

영어 원서 읽기 동아리 활동을 막 시작한 참인데, 현대 영어로 쓰인 성경으로 영어 공부를 할 것을 추천 받았다. 또한 쉬운 영어로 공부해야 실력이 는다는 이야기도 들은 참이다. 이런 이야기를 적용할 수 있어 여러 모로 좋은 영어 공부 도서가 될 것 같은 책이다.
성경 읽기와 영어 공부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책이면서, 난이도를 확 낮추어서 누구나 쉽게 이 책으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준 책이다. 이 책으로 성경 잠언을 완독하고, 열심히 필사도 해서 스피킹 및 라이팅 실력이 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