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된다는 것 - 데이터, 사이보그,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의식을 탐험하다
아닐 세스 지음, 장혜인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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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어떤 책에서 꼭 사람이나 동식물이 아니더라도 의식 비슷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접했다. 그 책이 사실 그리 잘 읽히는 책은 아니어서, 아직도 끝까지 읽지 못했지만, 그런 놀라운 주장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끔 더 이상 통화하고 싶지 않은데 휴대폰이 오작동해 전화가 끊어진다거나 하면, 내 전화기가 내 맘을 안다고 농담도 하곤 했다.

아닐 세스의 <내가 된다는 것>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론적으로 그 주장을 하나 하나 살펴볼 수 있었다. 비록 실험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한 이론이었어도 오래 전에 날 사로잡았던 생각을 들여다 보아서 기뻤다. 그 이론은 바로 전체로서의 기능이 각 부분의 기능을 합한 이상의 것을 가진다면 그것은 어떤 것이 되었든 의식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생물이어도 말이다. 마치 이동하는 철새 떼는 철새 한 마리 한 마리를 합한 것 이상의 기능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철새 떼는 특유의 대형을 이루어 한 마리 한 마리의 날갯짓보다 큰 에너지를 갖고 이동을 한다.
아닐 세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의식이라는 것에 대한 관념을 하나 하나 뒤집는다. 감각한 것을 뇌가 인식한다는 보편적인 생각을 뒤집어, 뇌가 예측한 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지각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뇌가 자신의 목적에 맞도록 지각을 뒤집을 수도 있다.
우리가 지각하는 세상이 본래 그 모습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사람이 빨강색을 인지한다고 해도 우리가 그것을 빨강색이라고 인식하는 것뿐. 실제 세상은 알 수 없다. 사람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닐 세스는 환각과 지각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인식은 제어된 환각이다. 흔히 말하는 환각은 제어되지 않은 환각일 뿐이다. 그는 한 가지 실험도 했다.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뒤집어 기계가 환각을 생성하도록 했다. 그 실험은 성공했다. 변수에 따라 다르기는 했지만, 기계는 주입된 강아지에 대한 환각 영상을 생성했다.
사실,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줄줄이 나오는 어려운 용어와, 찬찬히 따라가야 하는 이론들, 정보기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한 점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우리의 고정 관념을 깬다는 측면에서도 놀라운 책이며, 인간의 의식을 하나 하나 철저히 탐사하고 실험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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