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읽기를 넘어 같이 읽기의 힘 - 공감, 치유, 성장의 가치를 함께하는 독서모임 만들기
신화라 지음 / 보아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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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 인근 도서관에서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처음 취지는 영어 소설 원서를 읽고 영어로 토론하는 것이었으나, 첫 모임에서 영어도 좋지만 문학적인 내용에 대한 토론 등 책을 즐기는 데에 더 중점을 두기로 했다.
우리는 함께 <Pachinko>를 읽고, <The Catcher in the Rye>도 읽고, <Tuesdays with Morrie>도 읽었다. 매 모임마다 읽어야 하는 진도가 있다 보니, 완독하기 쉽지 않은 원서도 자연스레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논제를 뽑아서 토론만 하다가, 나중에는 영어 단어도 공부해보고, 감동적이었던 문구도 공유하고, 관련한 자료를 같이 읽거나 오디오를 같이 들어 보기도 했다.
그 모임에서는 동아리 대표자를 뽑지 않았다.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모임을 리드했기 때문에 매 모임마다 특색 있고, 다양한 모습의 재미있는 모임이 되었다. 나도 리드해야 할 때 단어도 찾고, 관련해서 공유하면 좋을 만한 오디오도 준비하고, 얘기해볼 논제도 뽑아보며 열심히 준비해보았다.
<
혼자 읽기를 넘어 같이 읽기의 힘>은 모임을 리드할 때 어떻게 논제를 뽑아야 하며, 어떻게 준비해야 알찬 시간이 될까 고민이 되어 읽게 되었다. 신화라 작가는 블로그나 맘 카페 등을 이용해서 여러 개의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리더였다. 도서관에 담당자가 있는, 내가 가는 독서 모임과는 조금 다른 형태이지만, 그의 독서 모임 운영 체험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독서모임에서 같이 읽은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모임의 회원들과 함께 직접 실천에 옮긴 내용이었다. 그들은 같이 걷고, 마라톤에도 도전하고, 환경 보호 활동 역시 함께 했다. 그저 같이 읽고 토론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고, 그 과정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근사했다.



지식을 추구하고 지향하는 독서모임의 역할 중 하나는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상기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며, 나아가 함께 행동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p. 106)



나도 독서모임 회원들과 원서를 읽고,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있다면 삶이 더없이 풍성해질 것 같은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신화라 작가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은 엄마들의 모임부터, 고전을 읽는 모임, 경제 공부를 하는 모임 등 다양했다. 그는 모임 후 후기를 블로그에 차곡차곡 쌓는다. 그러한 활동들이 자신의 경력이 되어서, 독서 모임 리더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가 하고 있는 모임의 후기도 블로그에 써 보고 싶어졌다. 도서관의 독서 모임도 나가고 있지만, 서점에서 모집한 독서 모임도 작게 하고 있고, 글쓰기 소모임에도 온라인이지만 나가고 있다. 그런 모임들의 후기를, 때로는 리드한 게 아니었다고 해도 블로그에 쌓아보고 싶어졌다.
내가 고민했던, 독서 모임의 논제를 발제 하는 방법에 대한 기술적인 책은 아니었지만, 독서 동아리 리더로서 모임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독서 모임으로 인해 풍요로워지는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기대와는 다른 책이었다고 해도 그 나름의 좋은 부분이 많았다.
책은 독서 모임 운영에 대한 Q&A, 독서모임에서 같이 읽으면 좋을 만한 양서를 실은 부록으로 끝난다. 독서 모임을 운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고, 독서 모임에 관심이 있거나 나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자극이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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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그리움으로 채색하다 2 - 부모님들의 그림일기로 엮은 컬러링북, 그림일기편 그림으로 마음열기
이은경.이린 지음 / 씨아이알(CIR)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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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즈음, 할머니가 파킨슨 증후군 진단을 받으셨다. 처음에는 손과 입술을 떠시는 정도였는데, 몇 년 지나고 나니 인지장애를 조금씩 앓기 시작하셨다.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단기기억 장애였다. 방금 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시거나, 방금 보신 걸 잊어버리고 또 물어보셨다. 종종 물건을 잃어버리셨다. 기억력 검사를 해 보면 인지기능이 조금씩 안 좋아지시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시니어 컬러링북이나 쉬운 퍼즐 등을 사드리기 시작했다. 멋진 작품을 만드시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알록달록 예쁘게 컬러링하시고 나면, 마음에 드시는지 한참을 넘겨 보셨다. 많은 컬러링북을 드렸지만, 가장 좋아하신 것은 한복 차림의 여인 그림, 삿갓 등 옛날 복장을 한 남자 그림 등 추억을 소환하는 도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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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그리움으로 채색하다 2 컬러링북>은 할머니께서 딱 좋아하실 만한 컬러링북이었다. 이 컬러링북은 놀랍게도 그림을 배우는 부모님 세대의 그림일기로 만들어졌다. 그림 수업을 하던 저자는, 자주 수업을 갖지 못하니 그림일기를 그려오시라는 숙제를 내 드렸고, 그 결과 이런 멋진 책이 완성될 수 있었다. 컬러링북을 색칠하실 할머니도 즐거우시겠지만, 그림일기를 그리신 분들은 아마도 그 여정이 너무나 행복하고 마음의 상처가 있다면 깨끗이 치유되셨을 듯 하다.
전문 화가의 그림이 아님에도 정말 근사한 작품이 많았다. 명화를 모사한 작품부터, 일상을 그린 창작 작품임에도 수준급의 그림까지. 유화부터 추상화, 구상까지. 장르도 다양했다. 거기다 그림일기이니, 그림에 첨부한 짧은 사연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


그림을 따라 색칠해보고 나서, 그림일기에 첨부된 글과는 별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공간도 있다. 부모님 세대의 그림일기다 보니, 옛날 추억을 소환하는 그림들이 많았고, 아마도 할머니께서 반가워하실 만한, 또 당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실 기회가 되는 그림들이 종종 보여서 좋았다.
마지막 페이지는 자유 그림 페이지다. 이 그림들을 따라 컬러링해 본 후,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는 공간이다.
시니어 컬러링북이라고 해서 간단한 그림들을 컬러링하는 책들이 많은데, 이 시니어 컬러링북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책이다. 그림일기라는 컨셉과, 어르신들의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소재의 그림들,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컬러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구성된 점 등, 아주 신경 써서 만든 것 같다.
이 컬러링북을 색칠하는 시간이 할머니에게도 추억을 떠올리며 즐겁게 컬러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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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6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렘이 2022-10-26 15:20   좋아요 1 | URL
저도 이렇게 예쁘고 근사한 시니어 컬러링북은 첨 봅니다.. 할머니께서 열심히 하고 계세요.. ㅎㅎ
옛날 모습을 그린 그림을 컬러링하실 때면 제게 옛날 얘기도 해주신답니다..
 
개는 훌륭하다
하세 세이슈 지음, 윤성규 옮김 / 창심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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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다. 하얀 푸들이었다. 처음 집에 온 날 내 품에 달려와 안기던 느낌, 의자 밑에 앉아서 날 올려다보던 귀여운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 강아지는 지금 세상에 없지만, 아직도 난 하얀 푸들이 그리워 길가에서 하얀 푸들만 보면 시선을 뗄 수 없다.

<개는 훌륭하다>는 감동적인 반려견 이야기 7편을 모은 중단편집이다. <소년과 개>로 유명한 하세 세이슈 작품이다. 불치병에 걸린 소녀와 첫 눈에 반한, 다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토이 푸들, 새끼 살쾡이를 데려와 홀로 된 노인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 믹스견, 까탈스러운 소설가의 눈이 되어 준 레브라도 리트리버, 어미개에게 물려 겉모습은 그리 예쁘지 않아도 그 존재 자체로 위안이 되어 주었던 바셋 하운드, 자살하려고 한 남자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와 준 프렌치 불독 등.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더 나을 때도 있다. 서로 상처 입히고, 할퀴고, 물어뜯는 세상에서 개 만큼은 나에게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보내 준다. 이 소설집에서는 그런 개의 모습이 아주 잘 그려져 있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그 개들로 인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개에게서 위로 받으며, 때로는 살아갈 힘 마저 얻는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서, 외롭고 힘들어지면 다시 개를 키우고 싶다. 매일 산책시키고, 목욕시키고, 돌봐주는 사이에 아마도 그 개는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 같다. 어쩌면 사람보다 더 말이다. 이 책을 덮으며 그 결심을 더욱 다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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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
무레 요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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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닌 학교 주변 슈퍼에서 아기 고양이 대여섯 마리를 키웠었다. 어찌나 귀여운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쓰다듬어 주곤 했다. 나도 일부러 그 슈퍼에 가서 음료수를 샀다. 고양이들이 쑥쑥 크는 걸 보는 낙이 참 컸다.

학교로 가는 사잇길에는 길 고양이들이 살았는데, 그 사잇길에 사는 주민들이 밥을 주는 것 같았다. 나도 꼭 소시지 같은 것을 들고 다니며 고양이를 만나면 주는 게 지친 하루의 기쁨이었다. 그 시절, 참 바쁘고 힘든 학교 생활이었지만 내게는 예쁜 고양이들이 있었다. 조금 친해진 고양이와 하이파이브를 하던 기억이며, 내 다리에 몸을 비벼대던 고양이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잔잔하고 따스한 이야기를 잘 쓰는 무레 요코의 <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는 고양이와 강아지가 등장하는 참 귀여운 소설집이다. 아이를 갖지 않고 고양이만 키우며 행복해하는 부부 이야기, 퇴직하고 이혼도 당한 홀아비가 귀여운 강아지들을 키우며 힘을 내는 이야기, 사이가 소원하던 중년 자매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며 가까워지는 이야기, 가부장적이던 남편을 떠나 보내고, 그만 해방이 되어 예쁜 고양이를 다섯 마리나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노모 이야기, 동물을 너무나 좋아하는 따스한 마음에 반해서 같이 살게 된 나이 차이 나는 부부 이야기.
하나같이 따사로운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미워서 저주를 하면 그 사람이 자꾸 여기 저기 다친다거나, 50년 치의 비자금을 1억원을 자루에 담아 놓고 고양이 다섯 마리를 키우는 데 쓴다거나, 딸은 다 해진 옷을 기워 입히려고 했으면서 고양이한테는 고가의 스크래쳐를 사 준다고 토라진 딸이라거나, 힘이 넘치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느라 중년의 남자가 쩔쩔맨다거나. 귀여운 에피소드가 잔뜩 있어서 읽다 보면 그만 슬며시 웃음 짓고 만다.
따스한 강아지나 고양이는 그저 존재 자체로 기쁨을 주는 것 같다. 가까이 다가와서 애교라도 부릴라 치면 그만 껌벅 넘어가고 만다. 마치 반려 동물을 키우는 것 같은 즐거운 독서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귀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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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2 - 최고의 나를 만드는 62장의 그림 습관 그림의 힘 시리즈 2
김선현 지음 / 세계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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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는 힘이 있다. 정치나 법처럼 불합리한 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 지 몰라도, 한 사람의 무너진 마음을 일으키거나 누군가의 마음에 열정의 불씨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정치나 법은 절대 하지 못하는 일이다.

아주 오래 전이지만, 인상파 전시회에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려서부터 풍경화를 좋아했었는데, 그 전시에서 강렬한 느낌의 풍경화를 원 없이 보고, 속이 탁 트인 듯한 느낌에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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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2>는 미술치료 전문가 김선현 작가가 쓴 책으로, 스트레스 받을 때, 집중하고 싶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감상하면 좋을 만한 그림을 소개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 성공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 우울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 등 임상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림 소개도 좋았다.


 

그림을 보러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이 책은 좋은 종이에 컬러 잉크를 써서 생생한 느낌으로 그림을 인쇄하여, 충분히 즐겁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김선현 작가가 풀어주는 그림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림을 한 장 한 장 감상하다 보면, 그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고 고개가 끄덕여지며, 하루의 피로가 금세 사라져 버렸다.




많은 그림들이 내 마음에 들어왔고, 그만큼 내 어깨를 누르던 삶의 무게가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림을 찬찬히 보는 시간 동안에는 모든 것을 잊고 즐길 수 있었다. 귀엽고 덩치 큰 소를 그린 그림을 보며 피식 웃기도 하고, 그림 속에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넋 놓고 보기도 했다. 좋아하는 고흐와 몬드리안의 그림도 설명과 함께 다른 시선으로 한 번 더 감상해보았다.




잘 그려진 그림에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 있다. 특히 아프고 괴로운 사람일수록, 그림과 같은 예술에서 힘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친 하루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 정신 없이 몰아치는 일을 끝내고 힐링하고 싶은 사람 등등, 모두가 힘든 요즈음 누구에게나 좋을 만한 책이다. 모두에게 김선현 작가가 띄우는 그림 편지 같은 느낌의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한결 가벼운 느낌을 가질 수 있으니, 한 번 책을 펼쳐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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