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
무레 요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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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닌 학교 주변 슈퍼에서 아기 고양이 대여섯 마리를 키웠었다. 어찌나 귀여운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쓰다듬어 주곤 했다. 나도 일부러 그 슈퍼에 가서 음료수를 샀다. 고양이들이 쑥쑥 크는 걸 보는 낙이 참 컸다.

학교로 가는 사잇길에는 길 고양이들이 살았는데, 그 사잇길에 사는 주민들이 밥을 주는 것 같았다. 나도 꼭 소시지 같은 것을 들고 다니며 고양이를 만나면 주는 게 지친 하루의 기쁨이었다. 그 시절, 참 바쁘고 힘든 학교 생활이었지만 내게는 예쁜 고양이들이 있었다. 조금 친해진 고양이와 하이파이브를 하던 기억이며, 내 다리에 몸을 비벼대던 고양이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잔잔하고 따스한 이야기를 잘 쓰는 무레 요코의 <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는 고양이와 강아지가 등장하는 참 귀여운 소설집이다. 아이를 갖지 않고 고양이만 키우며 행복해하는 부부 이야기, 퇴직하고 이혼도 당한 홀아비가 귀여운 강아지들을 키우며 힘을 내는 이야기, 사이가 소원하던 중년 자매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며 가까워지는 이야기, 가부장적이던 남편을 떠나 보내고, 그만 해방이 되어 예쁜 고양이를 다섯 마리나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노모 이야기, 동물을 너무나 좋아하는 따스한 마음에 반해서 같이 살게 된 나이 차이 나는 부부 이야기.
하나같이 따사로운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미워서 저주를 하면 그 사람이 자꾸 여기 저기 다친다거나, 50년 치의 비자금을 1억원을 자루에 담아 놓고 고양이 다섯 마리를 키우는 데 쓴다거나, 딸은 다 해진 옷을 기워 입히려고 했으면서 고양이한테는 고가의 스크래쳐를 사 준다고 토라진 딸이라거나, 힘이 넘치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느라 중년의 남자가 쩔쩔맨다거나. 귀여운 에피소드가 잔뜩 있어서 읽다 보면 그만 슬며시 웃음 짓고 만다.
따스한 강아지나 고양이는 그저 존재 자체로 기쁨을 주는 것 같다. 가까이 다가와서 애교라도 부릴라 치면 그만 껌벅 넘어가고 만다. 마치 반려 동물을 키우는 것 같은 즐거운 독서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귀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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