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어디에나 있어요 - 개가 내게 가르쳐준 ★ 정말로 소중한 것들
신시아 L. 코플랜드 지음, 김선영 옮김 / 책으로여는세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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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좋아한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산책길에 만나는 산새든,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 부드러운 털에 얼굴을 묻고 싶지만, 동물을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아 너무나 아쉽다. 그저 산책을 나온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들며 걷는 걸 가만히 바라보고 귀엽다. 예쁘다. 하고 되뇌고 있을 뿐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너무나 큰 기쁨과 위안이 되어 주었다. 강아지들의 사랑스러운 사진과 함께, 그에 어울리는 짤막한 글을 읽는 재미가 컸다.




이 책의 원제는 <Really Important Stuff My Dog Has Taught Me> . 개가 내게 가르쳐 준 정말 소중한 것들. 강아지는 사람처럼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저 현재를 즐길 뿐. 산책을 나가는 길도 너무나 신나고, 반대로 집에 들어오는 길도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일인 듯 마구 달려 간다. 이 주를 못 본 주인을 만나도 너무나 반갑고, 십 분 동안 볼일을 보고 온 주인을 만나도 세상 반갑다.




어쩌면 강아지들은 사람보다 훨씬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사는지도 모른다. 주인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알아봐서 곁에 다가와주고, 완벽해야 한다거나 어떠한 강박도 없이 꼬리를 흔들며 신나게 달리는 강아지의 삶.



예쁘고 사랑스러우며, 절로 웃음이 나오는 사진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동물에게서 배워야 할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짧았지만,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고 지친 하루에 위안을 주는 시간이었다. 누구든, 이 책을 펼쳐본다면 금세 행복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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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독서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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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주저리 주저리 많은 말보다 촌철살인의 한 마디가 더 가슴을 울린다. 그래서 시를 읽는 지도 모르겠다. 500 페이지가 넘는 책이 담고 있는 말을 하려고 시인은 시 한 편을 쓴다.

저항 시인 박노해는 인생의 가을 즈음 하여 아주 응축된 메시지만을 전하는 <걷는 독서>를 썼다. 한 두 마디의 글이지만, 그 문장이 전하는 메시지는 진하게 가슴에 스며든다. 삶을 말하고 인생을 말하는 그의 글은 모두 그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실렸다. 오지에 가서 활동했던 만큼 이국적이고도 아름다운 사진들이 가득하다.
이 책의 모든 텍스트는 번역된 영문과 함께 실렸다. 저자 소개와 서문까지 모두. 물론 한국어의 맛을 모두 살리기는 힘들겠지만, 나름의 느낌이 있어 영문도 모두 읽었다.

지구별에 놀러 온 아이야.
너는 맘껏 놀고 기뻐하고 사랑하라.
그리고 네 삶을 망치는 것들과 싸워가라.


You child come to play on this globe.
Play, rejoice, love to your heart’s content,
and fight with everything that spoils your life.
(p. 235)

박노해는 우리에게 마음껏 응원을 전하기도 하고, 위로를 전하기도 했으며, 뼈 때리는 한 마디를 남기기도 했다.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게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낼 게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The reason
you keep falling down is
because there is something
you have to achieve.
The reason you
set off again weeping is
because there are flowers
you should bring to bloom.
When life is hard
and there is no way ahead,
look up at your sky.
(p. 203)


그가 책 속에 꾹꾹 눌러 담은 메시지들 중 지친 하루를 보듬어주는 것 같은 문장들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포스트 잇을 잔뜩 붙이게 되었다. 쉽지 않은 일생을 보낸 저항 시인이 건네는 위로는 나름의 커다란 힘이 있었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Autumn sunshine is so good.
Quietly it dries me out.
My sorrows, my wounded desires,
my only too clearly visible days of life.
(p. 547)


그는 어려서 통학했던 길 뿐 아니라 민주화 운동을 하다 구치소에 갔을 때 조차도 걷는 독서를 했다고 한다. 두 걸음 반을 반복하며 걷는 독서를 했다고. 그 작은 방 안에 갇혀 있을 때에도 독서는 그가 평원을 달리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했다.

생의 고통은 위로로 사라지지 않는다.
우산을 쓴다고 젖은 날을 피할 수 없듯.

Life’s pain does not vanish by consolation.
Just as using an umbrella
does not keep off heavy rain.
(p. 645)


그가 걷는 독서를 통해 길어낸 정수만을 담은 책. 너무 많이 말하고 너무 많이 읽고 너무 많이 듣는 시대, 모두가 유튜브에서, 또 인스타그램에서 컨텐츠를 넘쳐나도록 생산해내는 시대, 저항시인 박노해의 짧고 진한 메시지에 귀 기울이는 시간은 고요한 성찰과 위로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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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기특한 불행 - 카피라이터 오지윤 산문집
오지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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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불행한 날에는, 타자의 불행이 위안이 된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이 사람도 화나고, 저 사람도 슬프고, 그 사람도 우울하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나면, 들쑤셔진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 에세이 집의 <작고 기특한 불행>이라는 꼭지의 에세이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 외에도 카피라이터가 일상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불행을 나눠 먹으며 위로 받고 서로를 더 껴안아 주게 되니 오히려 좋다.
(p. 23)

연대감은 서로의 불행을 확인하는 데서 오고 그 불행 대잔치가 행복의 시작이다.
(p. 24)


이 책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필력이 좋았다. 가벼운 에세이이면서, 우울할 때 한 꼭지씩 꺼내 먹고 싶은 책이다.

몇 년 전 주섬주섬이라는 단어가 좋아 써 놨던 글을 덧붙인다.
큰 줄기 없이 이것저것 주워 담고 있지만 그 속에 품고 있을 수줍은 지향성이 좋다.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해 주변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어린아이 같은 단어라 좋다.
(p. 70)


퀼트니, 프랑스 자수니, 그림이니, 제본이니, 필사니, 가죽 공예 따위를 주섬주섬 내 취미 리스트에 넣고, 온라인 교육 앱에서 듣고 싶은 강의를 주섬주섬 위시리스트에 넣어서 가득 차게 만든 내 모습이 떠오른다. 주섬주섬. 그러고 보니 사랑스러운 단어다.

작가는 개별적인 것들의 거대한 연대를 중개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한 명 한 명의 고유한 목소리와 사연을 모아서 더 높은 의미 단위로 가공하는 일이다.
(p. 167)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핵심을 관통하는 것 같다. 여러 명의 이야기에서 공통점을 뽑아내고, 그것을 글로 다듬어 보여주는 일. 쉽지 않은 것 같은데, 필력이 좋은 사람은 그렇게 하고 있었다.

작은 귀여움이란 소확행과는 다르다. 예상할 수 없으며 능동적으로 쟁취해야 하는 그것. 작은 귀여움이란 매일 지나가는 똑같은 길일지라도 발견하려 애쓰는 자에게만 나타나는, 인생의 플러스 알파 같은 것이다.
(p. 212)


나에게는 이 책을 읽는 일이 작은 귀여움을 발견하는 일 이었는지도. 도서관 전광판에 광고된 것을 보고 설레며 책을 빌리고, 야금야금 글을 꺼내 먹고, 이렇게 서평을 쓰는 일이 모두가 즐거웠다. 카피라이터 오지윤이 건네는 위로의 이야기와 소소 하다면 소소한 이야기들에 마음이 녹았다. 진지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책도 좋지만, 종종 작은 귀여움을 선사하는 이런 책을 읽는 것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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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도책 -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인공지능의 실체
케이트 크로퍼드 지음, 노승영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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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회사에서 일했으면서도, 나는 왠지 인터넷의 확산이나 AI의 번성이 탐탁하지 만은 않았다. 물론, 좋은 기술이다. 살기 훨씬 편해졌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AI는 놀랍다.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도 이긴다. 요즘은 간단한 상담 정도는 AI가 한다. 하지만 은연 중에는 인터넷이 없었던 그 시절이 훨씬 낭만적이고 행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드는 요즘이다.

<AI 지도책>은 나의 이런 막연한 느낌을 AI의 폐해라는 구체적인 사실로 드러내 주었다. AI가 환경 파괴적이라고?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사실, 이렇게 바로 연결 짓기는 쉽지 않다. AI의 폐해는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트 크로퍼드는 먼저 AI를 수행하는 기기들을 만드는 데 쓰이는 천연 자원부터 짚고 넘어간다. 석탄만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종류의 천연 자원 채굴은 많은 양의 폐기물을 남긴다. 그리고 그 폐기물 처리며, 사고로 죽어가는 노동자며, 채굴이 끝나고 황량해지는 마을이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AI
가 우리 일상을 편하게 해준다지만, 이런 비용을 따져 본다면, 어쩌면 우리에게 마이너스 효과만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AI
가 훌륭하게 동작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기계학습을 위해 훈련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 많은 데이터를 어디서 얻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연구자들은 인터넷에서 마구잡이로 데이터를 긁어 모았고, 심지어는 허락도 받지 않고 몰래 사람들을 촬영하기까지 했다. 개인정보 보호나 윤리적 문제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AI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 데이터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냥 데이터만 있어서는 기계학습을 할 수 없다. 데이터에 라벨을 붙여주는 작업이 필요한데, 전세계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푼돈을 받고 마이크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들을 데이터 라벨러라고 부르지만, 누구도 데이터 라벨러의 권익을 보장하거나 보호하지 않는다.
AI
라면 최첨단 기술이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고만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이쯤 해서 한 번 돌아보아야 하는 지도 모른다. AI가 어떤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지, 더 빠르게, 더 많이 쟁취해야만 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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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 현대 의학이 놓친 마음의 증상을 읽어낸 정신과 의사 이야기
앨러스테어 샌트하우스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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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지인 중 우울증을 앓으시는 분이 계신다. 처음에는 하도 아프셔서 병원에 갔는데, 여기를 가고, 저기를 가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이 곳에서도, 저 곳에서도 정상 판정을 받았는데 너무나 아프셨단다. 결국 원인은 우울증을 밝혀졌다.
<
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에서는 엘러스테어 센트하우스가 비슷한 사례를 들어 가며 현대 의학의 맹점을 역설한다. 의사라면, 모든 병이 몸과 마음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의학의 힘으로 밝혀낼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애써 무시한다. 그 결과 환자는 병원을 이리 저리 옮기며, 이 과에서 저 과로 돌려지고, 결국 수많은 검사와 진료에 지쳐간다.
의사들이 하는 과잉 검사 역시 문제이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중병을 놓칠세라, 의사들은 무조건 검사부터 하고 보고, 시달리는 것은 환자일 뿐이다. 그는 이런 의학 문화를 비판한다.

건강이란 단순히 내장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넘어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주관적인 안녕의 감각이다.
(p. 18)


그렇게 고생한 환자들은 결국 불안 장애나 우울증 등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나서야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수 년을 고통 받는 환자들도 있다. 의사들의 선의에서 빚어진 일일 지라도, 사정이 이렇다면 상당히 문제일 수밖에 없다.
엘러스테어 센트하우스는 내과 의사에서 정신과로 전향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보다 잘 짚어낼 수 있을 듯 하다. 사람들을 돕고, 그들의 이해하기 힘든 마음을 읽어내는 데 보람을 느끼는 그와 같은 의사가 좀 더 많아지길 바래 본다. 또한 의학계에 만연한 과잉 검사 등의 문제도 차차 나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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