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기특한 불행 - 카피라이터 오지윤 산문집
오지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나 불행한 날에는, 타자의 불행이 위안이 된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이 사람도 화나고, 저 사람도 슬프고, 그 사람도 우울하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나면, 들쑤셔진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 에세이 집의 <작고 기특한 불행>이라는 꼭지의 에세이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 외에도 카피라이터가 일상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불행을 나눠 먹으며 위로 받고 서로를 더 껴안아 주게 되니 오히려 좋다.
(p. 23)

연대감은 서로의 불행을 확인하는 데서 오고 그 불행 대잔치가 행복의 시작이다.
(p. 24)


이 책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필력이 좋았다. 가벼운 에세이이면서, 우울할 때 한 꼭지씩 꺼내 먹고 싶은 책이다.

몇 년 전 주섬주섬이라는 단어가 좋아 써 놨던 글을 덧붙인다.
큰 줄기 없이 이것저것 주워 담고 있지만 그 속에 품고 있을 수줍은 지향성이 좋다.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해 주변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어린아이 같은 단어라 좋다.
(p. 70)


퀼트니, 프랑스 자수니, 그림이니, 제본이니, 필사니, 가죽 공예 따위를 주섬주섬 내 취미 리스트에 넣고, 온라인 교육 앱에서 듣고 싶은 강의를 주섬주섬 위시리스트에 넣어서 가득 차게 만든 내 모습이 떠오른다. 주섬주섬. 그러고 보니 사랑스러운 단어다.

작가는 개별적인 것들의 거대한 연대를 중개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한 명 한 명의 고유한 목소리와 사연을 모아서 더 높은 의미 단위로 가공하는 일이다.
(p. 167)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핵심을 관통하는 것 같다. 여러 명의 이야기에서 공통점을 뽑아내고, 그것을 글로 다듬어 보여주는 일. 쉽지 않은 것 같은데, 필력이 좋은 사람은 그렇게 하고 있었다.

작은 귀여움이란 소확행과는 다르다. 예상할 수 없으며 능동적으로 쟁취해야 하는 그것. 작은 귀여움이란 매일 지나가는 똑같은 길일지라도 발견하려 애쓰는 자에게만 나타나는, 인생의 플러스 알파 같은 것이다.
(p. 212)


나에게는 이 책을 읽는 일이 작은 귀여움을 발견하는 일 이었는지도. 도서관 전광판에 광고된 것을 보고 설레며 책을 빌리고, 야금야금 글을 꺼내 먹고, 이렇게 서평을 쓰는 일이 모두가 즐거웠다. 카피라이터 오지윤이 건네는 위로의 이야기와 소소 하다면 소소한 이야기들에 마음이 녹았다. 진지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책도 좋지만, 종종 작은 귀여움을 선사하는 이런 책을 읽는 것도 좋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