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조지 오웰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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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사회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디스토피아가 될 수밖에 없을까? 요즘들어 종종 하는 생각이다. 내 인터넷 검색 기록을 들춰보고 비슷한 제품을 광고하는 스마트폰을 보거나, 빅데이터로 내 취향을 분석한다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가끔은 경악한다.

오래 전 한 번 읽었던 조지 오웰의 1984의 줄거리와 결말을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요즈음의 정보기술과 데이터 사이언스를 보다 보면 자꾸만 나도 모르게 1984가 겹쳐져 보인다.
이번에 소담 출판사에서 1984가 새로 출판되어 다시 한 번 이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어보게 되었다. 1984는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가 배경이다. 곳곳마다 빅브라더의 포스터가 붙어서 그 시선이 모두를 따라다니며,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가 모든 곳에 달려 있어서 계속해서 방송이 나오고 방송을 끌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게다가 텔레스크린을 통해서 모든 소리는 도청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회색빛 사회다. 1984의 주인공 윈스턴은 진실부에서 일한다. 그는 과거조차 당의 의지대로 다시 쓰여 지고, 모든 것이 당에 의해 통제되는 것을 목격한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조차 드러낼 수 없다. 사상경찰이 있기 때문이다.
1984
의 디스토피아에서는 심지어 일기를 쓰는 것조차 금지된다. 윈스턴은 상점에서 노트를 보고 충동적으로 노트를 구매한 후 일기를 쓰는 작은 저항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저항은 조금씩 커져 간다.
빅브라더는 이러한 저항을 용납하지 않는다. 1984의 결말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다 읽고 난 후 울적해지기까지했다.
빅브라더의 사회가 현대의 과학 기술로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것 때문에 더욱 기분이 가라앉는다. 모든 곳에 달려 있는 CCTV, 어디에나 있는 인터넷으로 우리의 행적은 너무나 쉽게 드러난다. 데이터 조작 또한 바이러스나 여타 위험한 기술로 충분히 가능하다. AI가 생성한 거짓 정보는 너무나 그럴싸해서 깜박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다.
조지 오웰이 이러한 과학 기술의 발전을 예측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그가 1984를 통해 던지는 경고는 아주 생생하고 유효하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유전자 복제 등의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아무도 알 수 없으나, 어떠한 모습이 되든지 우리는 조지 오웰이 경고한 1984의 디스토피아 사회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가 전하는 메세지는 언제까지나 유효할 것이다. 1984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l  소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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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라메와 포실한 일상들 - 내 손으로 만드는 12가지 매듭공예
신혜윤 지음 / 마들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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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자수, 퀼트, 노트 제본 등 각종 공예를 즐긴다. 방 안에 틀어박혀 꼼지락 거리며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시간이 힐링이다. 집중하는 시간도 좋고, 다 만들고 나서 예쁜 소품이 생기는 것도 기쁘다.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기쁨은 덤, 심지어 만들다 만 소품도 그렇게 사랑스러워보일 수가 없다.
최근들어 마크라메 소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웰행잉 정도만 보였는데, 이제는 액세서리부터 가방, 티코스터 등 작은 소품까지 많이 보인다.
호기심이 나서 <마크라메와 포실한 일상들>로 마크라메에 입문해보았다. 저자 포실마크라메는 단순히 마크라메 소품 제작법만으로 이 책의 내용을 채운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등장하는 카툰으로 스토리를 푼 다음에, 그에 맞는 소품 제작법을 사진과 동영상을 곁들여 설명했다.
카툰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소품 제작법은 QR코드로 연결되는 유투브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 덕에 쉽게 따라 만들어볼 수 있었다.
포실마크라메는 네이버스토어에도 입점해있다. <마크라메와 포실한 일상들>에 나오는 소품들의 DIY KIT가 등록되어 있어서 간편하게 키트를 사서 동영상을 보며 따라 만들다 보면 마크라메를 쉽게 배울 수 있다.
책 안에서 제작법을 설명하는 소품은 와인백, 티코스터, 레터렉, 포토렉, 인형 키링, 과일렉 등 다양하다.



색상이 들어간 실을 쓰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흰색의 깔끔한 실을 쓴다. 소품들이 아주 유용하고 아기자기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하나같이 모두 제작해서 써보고 싶어진다.
가장 초급 코스인 와인백을 네이버스토어에서 KIT를 사서 제작해보았다. 마크라메 매듭을 깔끔하고 예쁘고 단단하게 짓는 것은 조금 연습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제작법은 아주 간단하고 쉽다. 매듭 세 가지만으로 만들 수 있다. 매듭 갯수도 많지 않아 금방 만들 수 있었다.
와인을 선물할 떄나, 인테리어 용으로 아주 유용해보인다. 만든 와인백은 지인에게 와인을 선물할 때 가져갈 예정이다.



와인백은 응용해서 텀블러백으로 만들 수도 있다. 손잡이를 길게 해서 크로스백으로 만들 수도 있고, 손잡이를 짧게 해서 들고 다니게 할 수도 있다.
자주 사용하는 텀블러에 맞는 텀블러백을 손잡이를 짧게 해서 만들어보았다. 텀블러에서 음료가 샐 까봐 비닐에 포장해서 가방에 넣었었는데, 텀블러백을 사용하니 패션아이템도 되면서 정말 편했다.



마크라메는 아주 활용도가 높고, 특유의 느낌이 있는 재료인 것 같다. 이 책으로 매듭법을 익히고 나서, 악세사리도 만들어보고, 가방도 만들어보고, 마이크로 마크라메에도 입문해보고 싶다.
마크라메 입문서로 <마크라메와 포실한 일상들>은 안성맞춤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자세한 설명이 제공되며, 키트도 있어서 시작하는 초심자에게 아주 유용하다.
그 뿐 아니라 이 책 하나로 중고급 소품도 만들어볼 수 있다. 하나같이 일상에서 쓰임새가 좋고 디자인도 우아하다. 배우고 싶은 의욕이 솟게 하는 책이다.
마크라메에 관심이 있다면, 또는 공예를 즐긴다면, 이 책을 따라 소품을 만들어보며 일상을 포실하게 물들여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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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 경험이 글이 되는 마법의 기술
메리 카 지음, 권예리 옮김 / 지와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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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큰 재능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시는 엄두도 못 낼 처지다. 소설도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런 고로, 나는 에세이를 가끔씩 끄적인다. 노트에 아무 말이나 긁적이다가, 요즘은 글쓰기 모임에서 글을 써서 공유하고 서로의 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내 인생 이야기밖에 없다. 비루하고, 남루한 인생이라 하더라도 그 이야기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어떻게 하면 일기 같은 글이 아니라 에세이가 될 수 있을까. 그걸 고민해왔다.
메리 카의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는 회고록이라는 장르를 다룬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쓴 경우다. 내 로망이다. 그는 아픈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도 각자 지옥 같은 고통을 견디고 누구나 우러러보는 작가가 됐다면, 어쩌면 나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삶을 견뎌낸 사람들은 누구나 할 이야기가 있다.
(p. 15)


메리 카는 이 책에서 일관되게 회고록의 진실성과 자신만의 목소리, 진짜 자아를 추구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셰릴 스트레이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등의 책 등 잘 써진 회고록 여러 권을 예시로 들어가며 설명해준다. 메리 카 자신도 회고록을 쓴 작가이며, 자신의 글 역시 이 책에서 인용한다.
이렇게 진실성을 추구했다면, 그 다음은 글을 매끄럽게 쓸 차례다. 과장하지 않고, 퇴고를 충실히 하라고 하며 그 외 글 쓸 때의 팁들을 전수해준다.
내 책 한 권을 내 보는 것이 로망이다. 일천한 현재의 실력으로 과연 가능할 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에 내 책을 낸다면 그건 에세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때까지, 이 책을 계속 곁에 두고 싶다. 회고록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좋은 인사이트를 주고 동기부여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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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사피엔스 -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신인류의 탄생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4
홍기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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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챗GPT가 시대의 화두다. GPT 책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관련한 교육이나 세미나, 컨텐츠도 우르르 쏟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챗GPT를 써보았고 관심을 갖고 있으며, 크게 열광하고 있다. 그야말로 챗GPT 낙관론이 팽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챗GPT가 세상을 바꿀 것처럼 모두가 떠들어대고 있다.
그러나 <GPT 사피엔스>의 홍기훈 작가는 이러한 맹신에 제동을 건다. 그는 말한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나왔을 때는 그렇지 않았느냐고. 메타버스와 NFT가 나왔을 때도 그렇지 않았느냐고.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다분히 멀어진 기술이지만, 등장 당시에는 상당한 화제를 불러 일으킨 기술이었다.
GPT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이것은 분명한 혁신이다. 홍기훈 작가는 챗GPT의 면모를 이리 저리 뜯어보며 그 혁신성은 인정하지만, 무조건적인 추앙은 경계하고 있다. GPT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학습했다. 그래서 이미 있는 것을 편집하고 종합해 사람의 물음에 자연어로 대답할 뿐, 새로운 것을 혼자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GPT가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제는 개발자도 필요 없는 것인가. 하지만 챗GPT는 이미 존재하는 코드에서 학습하여 프로그래밍을 할 뿐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코드를 개발자들이 완벽하게 준비해 놓지 않는 한은 여전히 개발자가 필요하다.

GPT는 변화를 주도할 역량이 없다.
(p. 168)


인간이 주도한 변화를 학습하여 챗GPT는 그대로 따라갈 뿐이다. 물론, GPT는 충분히 사회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특히 교육 쪽이나 논문의 초록을 쓸 경우 아주 유용하다. 그러나 챗GPT의 한계와 그 실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GPT의 미래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스마트폰처럼 세상을 바꿀 기술이 될 지도 모르고, 시대를 풍미하다 사라져버리는 기술이 될 지도 모른다. GPT 사피엔스라면, 이 모든 것을 파악하고 현명하게 챗GPT를 사용하며 인공지능 시대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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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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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오랜 친구를 잃고, 소중한 가족을 잃고, 정든 이웃을 잃는다면 그 상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리고 그 상실을 통과하는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어떤 것일까?
나도 나이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죽음과 이별을 경험했다. 어렸을 때 돌아가신 조부모님을 시작으로 내 곁의 많은 이들이 정을 주었다 떠나갔다. 때로는 죽음 때문에, 때로는 생이별을 겪으며, 때로는 그저 눈에서 멀어져서. 그들의 빈 자리가 가슴 아프고, 그들이 떠나간 직후가 가장 힘들었으며 이후로도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었다.
구보 미스미의 나오키상 수상작 <밤하늘에 별을 뿌리다>는 다양한 상실을 다루는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가 그리는 상실은 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아련했다. 내가 겪은 상실의 아픔이 아득하게 떠오르고, 이 소설이 그리는 슬픔과 애도의 과정에 쉽게 몰입하여 때로 눈물 흘리고, 종종 가슴 아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상실이 마냥 아프지만은 않았다. 모든 단편에 별의 테마가 나온다. 쌍둥이자리, , 남쪽 하늘의 안타레스 등. 반짝이는 별들의 등장은 이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였다. 별의 테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엮이고 맞물렸다. 등장인물들의 아픔이 별빛에 실려 반짝였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그리는 상실은 처절한 슬픔이라기 보다는 아련한 애도이고 가슴을 저며오는 안타까움이다.
상실을 주제로 하고 별을 소재로 한 아름다운 소설집이다. 또한 몰입감 있는 단편집이고 페이지 터너인 소설이다. 상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철학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작품성도 인정받은 소설이지만, 충분히 대중적이기도 하며 흥미진진하다. 문학을 즐기는 사람, 특히 최근 상실을 경험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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