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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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오후 11:29 ·

주인공 카타리나 블룸은 경찰서에 전화하여 <차이퉁>지 기자 퇴트게스를 죽인 게 자신이라고 자수한다.

 

카타리나 블룸은 27살의 평범한 가정 관리사다.

불우한 어린 시절과 철없이 했던 결혼과 이혼으로 상처받고 살지만 블로르나 변호사 가정을 관리하며 늘 성실하고 진실한 태도로 주위의 호감을 사던 총명한 여인이다. 왜 그녀는 기자에게 총을 쏘았는가?

그녀는 카니발 기간에 댄스파티에서 만난 루트비히 괴텐에게 끌려 춤을 추고 블룸의 아파트에서 밤을 함께 보낸다. 루트비히 괴텐은 살인범으로 추적당하는 터였다. 바이츠메네 수사관에게 연행된 카타리나 블룸은 괴텐이 살인혐의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심문과정에서 블룸의 자기표현을 지켜보며 나는 왜 이렇게 하지 못했나! 자괴감이 든다.

여기까지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닷새 동안 벌어진 소설(이야기 : 저자 하인리히 뷜은 소설이 아니라 이야기라고 주장한다)의 시작이다.

수사가 진행되고 괴텐이 체포된다. 블룸은 괴텐에게 사랑을 느꼈고, 문제가 있더라도 투옥기간 동안 참아내고 함께 가정을 꾸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한다.

 

카타리나 블룸은 신문기자를 총으로 쏘고 자수한 까닭은 무엇인가?

치근대던 사업가에게도 다정함을 보이지 않았건만, 성실한 삶을 살아왔건만

<차이퉁> 지 기자가 선정적으로 써놓은 기사는 블룸에게 들 수 없는 무거운 치욕을 안겼다. 이웃들이 블룸을 대하는 태도로부터 받은 치욕스러움을 해명할 길은 없다. 명예로움은 날아가 버렸다.

단 며칠 만에 음탕한 공산주의자라는 비난, 어떤 남자에게도 쉽게 보일 수 있다는 상황에 빠진다. 어머니와 이혼한 전남편으로부터 받은 비난을 받는다. 블로르나 변호사 부부와 몇 몇을 제외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을 해명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친다.

카타리나 블룸은 선정적인 기사를 쓰고 사진을 거재한 기자와 인터뷰를 자청한다. 기자는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블룸에게 한바탕 진하게 섹스하자는 말을 뱉어 낸다. 블룸은 이를 듣고 참아낼 수 없었다. 핸드백에서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긴다.

<차이퉁>지가 진실만을 보도했다면 블룸은 기자를 쏘지 않았을 거다.

독자들의 저속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언론이 어떻게 한 개인의 명예와 인생을 파괴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보수 신문이나 진보신문이나 한쪽 만 보여준다.

정부기관이 제공하는 보도 자료나, 기업이 내놓는 자료는 홍보용이다.

진실이거나 사실만을 보도하는 것만은 아니다.

독자에게 언론을 보는 시각을 바르게 갖는 노력과 비교 관찰이 필요함을 말하고 싶은 것이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다. 짧지만 여운이 길다. 특히, 내 나라에서 그러하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민음사에서 2008년 5월 초판, 2016년 3얼에 초판 24쇄본이 본문 170쪽으로 내놓은 거다. 짧아서 출장 중에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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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설 - 아랍, 이슬람, 문명
이븐 할둔 외 지음 / 까치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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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봐야지 벼르던 책이다. 아랍세계, 중동하면 부지불식간에 ‘원유’, ‘테러’, ‘이슬람교’, ‘국제 왕따 이스라엘’(이건 독자 판단)이란 심상이 떠오른다. 미국과 유럽이란 강대국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한국 언론(오바마의 질문권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준의) 덕분이다. 신앙이 아닌 역사, 문화로써 이슬람은 그 크기와 영향력에 비해 우리는 너무 소홀하게 여긴다. 몇 억 달러 벌어들이는 ‘근로자를 보낸 곳’, 수억 달러의 ‘플랜트 수출 대상지역’,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관심을 둬야하는 지역’ 이라는 자본의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듯하다. 이슬람과 관련된 수권의 책을 보면서 14세기 이슬람 세계의 지성, 이븐 할둔의 <역사사설>을 만나길 기대했다.

 

서문에서 “보고하는 사람은 단지 적어서 그대로 전달할 뿐이기 때문에, 은폐된 진리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통찰력이 필요하며, 이와 같은 비판적 통찰력이 적용되어 진리가 찬란하게 드러나기 위해서는 지식이 요구된다.” 고 하였기에 E. H. 카도 이븐 할둔보다 지성에서 앞섰다고 볼 수 없다. <역사서설>에서 다루는 주요 종족은 아랍인과 베르베르인(야만인이란 의미로 북아프리카 서브의 마그리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목차를 보면서 추측 했던 오류는 한 권의 책일 거라는 거다. <역사서설>은 서론과 3부로 구성했는데 서론에서는 역사학의 장점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역사가들이 범하는 실수를 예를 들어준다. 1부는 문명과 그 근본적 특징(왕권, 정부, 직업, 생계, 기술, 학문) 및 이를 가능케 하는 원인과 이유를 논한다. 2부는 천지창조에서 오늘(14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아랍인들의 역사와 종족과 왕조들을 다루는데 시리아인, 페르시아인, 이스라엘인, 콥트인, 그리스인, 비잔틴인, 투르크 인등 그들과 동시대에 존재했던 여러 민족을 포함한다. 3부는 베르베르족의 기원과 마그리브 왕가와 왕조를 다룬다. 김호동 교수가 옮겨 내가 읽은 번역서 <역사서설>은 이븐 할둔이 말하는 서론과 제1부를 옮긴 것이다. 각주에 따르면 분량 면에서 이븐할둔의 역사서 전체의 약 1/7에 해당한다니(번역서의 본문이 542쪽 분량이다) 전체의 분량은 어마어마한 것이리라. 600년 전에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역사서를 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30년 전에 우리도 인터넷이 세상을 이렇게도 바꿀 줄을 알았겠는가.

이 책의 정식 명칭은 <성찰의 책, 아랍인과 페르시아인과 베르베르인 및 그들과 동시대에 존재했던 탁월한 군주들에 관한 초기 및 그 후대 역사의 집성(集成)>이다.

 

P29~58에 이르는 서론에서 ‘역사학의 미덕, 그 다양한 연구 방법에 대한 평가, 역사학자가 저지르기 쉬운 각종 오류 살펴보기, 그 오류들이 생기는 까닭’을 적고 있다. 서론에서 언급한 ‘연대의식’은 이븐 할둔의 문명론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그에 의하면 정주 생활을 하는 도시민이 아니라 황야와 초원에서 사는 유목민들이 소유한 것으로, 그들은 강력한 ‘연대의식’을 통해서 정복을 완성하고 도시와 국가를 건설하며, 이 도시와 국가를 토대로 문명이 탄생, 발전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강력한 연대의식을 가졌던 그들이 도시생활과 사치에 물들게 되면서 그것을 점차 상실하고, 결국 보다 강력한 연대의식을 지닌 다른 집단이 건설한 국가에 의해서 붕괴되고 만다. 이처럼 이븐 할둔은 연대의식의 성장과 쇠퇴로 국가와 문명의 흥쇠를 설명한다. 19세기 20세기 초 국가 유기체론도 이븐 할둔의 사상 속에 씨앗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제1부 제1장 ‘인간의 문명 일반’에서 [인간의 사회조직은 필요불가결하다. 문명이 존재하는 지역은 대양, 하천, 기후대의 영향을 받는다. 공기가 피부색 과 여러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가 인간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 지역 간에 발생하는 식량의 풍족과 결핍이 인간의 신체와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 선천적, 혹은 수행을 통해 초자연적 지각 능력을 지닌 인간들이 있다.]라는 6가지 전제를 제시한다. 이중 3, 4 전제는 과학적인 설득력이 없으나 당시 수준으로는 논리가 성립된 전제다.

제2장은 전야민과 도회민, 연대의식에 대한 글이다. 전야민은 오늘날 기준으로 시골 사람들(유목민), 도회민은 도시인을 이른다. 그들의 생활 상태와 전야민이 도회민으로 바뀌는 흥쇠를 다룬다.

제3장은 52개의 주제로 나누어 왕조, 왕권, 칼리프위(位), 정부 관직 및 이와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적고 있다. 칼리프위에 대한 기록은 접해본 책 중에서 가장 상세하게 기술되어 마호메트 사후, 초기 이슬람교를 이끈 칼리프들의 정신적 순수까지 절감(切感)할 수 있다.

제4장에서는 건축학 개론서를 보는 듯하고, 초기 아랍인들의 문화 수준이 비아랍인인 페르시아인보다 낮았음을 밝힌다. 부동산, 물가 등 경제학에 관한 언급도 적지 않은 분량으로 설명한다.

제5장에서는 이윤과 기술 등 다양한 생계수단과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기록하고 있다. 32개의 주제는 오늘날 경제학을 다 다루는 듯하다. 이윤, 직업, 대출, 지위와 재산획득, 직업별 수입, 농업과 농민, 상업, 상품의 수송, 매점매석, 물가의 등락, 기술의 발전과 쇠퇴, 농업기술, 건축기술, 목공기술, 직조 및 재봉기술, 조산술, 의술, 서예, 출판기술 등등

제6장은 59개 주제로 철학, 종교학, 법학, 사변신학, 수피즘, 꿈의 해석학, 수와 관련된 학문들, 천문학, 논리학, 자연학, 의학, 농학, 형이상학, 마술과 주술의 학문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 교육방법을 다룬다.

 

책의 뒤표지에 적힌 문장을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역사서설>은 아랍 민족들 그리고 그들의 삶과 국가, 문화 특히 그들의 종교인 이슬람교를 총체적으로 고찰한 거대 문명론으로서, 타의 비교를 허용하지 않는 위대한 역사서이다. 그것은 또한 거시적인 주제와 그 주제를 서술하는 방법 그리고 <역사서설>이 가지는 의미와 제기하는 의문이 14세기의 당대를 넘어서서 지금도 현재적인 데에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븐할둔이 이슬람교가 오늘날 수니파와 시아파로 대립하게 된 연원을 자세히 밝히지 않은 거다. 당시 종교적인 분위기에서 다루기 힘들었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역서 <역사서설>은 까치글방에서 김호동 교수가 번역하여 2003년 초판을 내놓았고, 독자는 2016년 초판 3쇄, 575분량을 살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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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 제3판 ㅣ 세상을 움직이는 책 2
E. H. 카 지음, 박종국 옮김 / 육문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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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필수로 수강했던 역사학 개론에 대한 기억은 이제 찾아보지 않는 문서로만 남아있다. E.H. 카가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때도 지금도 의식하지 않고 산다. 요즘을 사는 내게 역사는 ‘고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일본의 역사왜곡’, ‘중국의 동북공정’, ‘아랍세계에 대한 역사적 무관심’, ‘아프리카에 대한 무지’, ‘가깝게는 극복하지 못한 친일의 역사’ 등등 언론에 비춘 내용 외엔 없다는 것이 되돌아본 현실이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채 역사 철학을 마주하는 무리수를 두고 책을 읽는 것은 더 늦기 전에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는 E.H. 카가 1961년 1월부터 3개월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연속 강연한 내용을 묶은 책이다. 1장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2장 사회와 개인, 3장 역사와 과학과 도덕, 4장 역사의 인과관계, 5장 진보로서의 역사, 6장 넓어지는 지평선으로 구성하고 장마다 10개 이상의 소주제를 달아 놓았다. 80여개의 소주제를 살펴보면, 강연 내용이 무엇이고, 역사가 어떤 방향성을 갖는가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엇을 고민하는가를 엿볼 수 있다. 역사에 무지한 독자의 눈에 띄는 내용을 요약해본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가를 반영한 답을 하게 된다. 역사적 사실이란 어떤 특질에 있어서가 아니라 역사가의 선험적 결정에 좌우된다. 역사가가 그것을 찾아내 줄 때에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가는 불가피하게 선택적이다. 역사적 사실로서의 그 지위는 해석의 문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19세기 역사관은 세계를 평화롭고 자신감 넘치는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관의 산물인 자유방임의 경제 정책과 관계있다. 역사가가 역사를 만든다. 역사가를 먼저 연구해야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1장의 결론.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부단한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사회를 떠난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가를 연구하지 전에 그의 역사적, 사회적 환경을 연구하시오. 역사가는 개인인 동시에 역사와 사회의 아들이다. 따라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이와 같은 이중의 시선으로 역사가를 투시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2장의 결론. 역사가와 그의 사실과 상호작용이라는 과정은 추상적인 고립된 개인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현재의 사회와 과거의 사회와의 대화이다.

 

베이컨의 언급. 관습의 완강한 지속력은 혁신과 같이 난폭한 것이다. E.H.카가 공감하는 엥겔스의 글(역사는 모든 여신 가운데서도 가장 잔인한 여신일 것이다. 전쟁에서뿐만 아니라 ‘평화적인’ 경제 발전에서도 이 여신은 시체더미를 넘어서 승리의 전차를 몰고 다닌다. 불행하게도 너무나도 우둔한 우리 남녀들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고난에 시달리지 않고서는 진정한 진보를 위한 용기를 불러일으키려고 하지 않는다.)

 

역사의 연구는 원인의 연구이다. 역사가가 원인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원인을 단순화해 나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역사의 해석은 언제나 가치 판단과 떼놓을 수 없는 것이고, 인과관계는 해석에서 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역사에서 자유의 진전에 대한 액튼 경의 서술(역사는 획득된 기량이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되는 것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진보를 말한다. 변화만 빨랐고 진보는 늦었던 과거 4백 년간에 걸쳐서 자유가 보존되고 지켜지고 넓혀지고 마침내는 이해되기에 이르렀던 것은, 폭력과 끊임없는 악의 지배에 항거하기 위하여 수 없이 취해졌던 약자들의 집단적 노력에 의한 것이다.) 한 집단에게는 몰락의 시대로 보이는 것이 딴 집단에게는 새로운 전진의 시작으로 보이는 일은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진보란 모두에게 평등하게 동시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그렇게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관은 우리의 사회관의 반영이다. 역사는 부단한 진보의 과정이다.

 

미국의 독립은 사람들이 의도와 의식을 가지고 자기들을 하나의 국가로 형성하고, 의도와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그러한 국가의 틀 속에 끌어들이려고 하기 시작한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어떤 사회에서나 지배 집단은 대중의 여론을 조직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크건 작건 간에 강제적 수단을 쓰는 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다른 방법보다 나쁘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것이 이성의 남용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과정 속에서 발견된 모든 발명, 혁신, 신기술은 어떤 것을 막론하고 긍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을 아울러 지녀왔다는 점이다. 누구건 희생자는 반드시 있었다. 역사상 모든 위대한 발전이 그랬던 것처럼, 발전에는 지불되어야만 할 희생과 손실이 있고 대결되어야만할 위험성이 있다. 1차 대전은 엄밀한 의미에서 유럽이 내란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1917년 러시아 혁명은 더욱 결정적인 충격을 초래했다.

 

과거 4백 년간 영어 사용 세계의 역사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기였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것을 세계사의 중심부로 취급하고 그 밖의 것은 모두 변두리 부분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왜곡된 관찰이다. 영어 사용 국가에 사는 우리(저자)들이 이리저리 모여 가지고, 다른 나라와 다른 대륙들의 터무니없는 거동 때문에 우리 문명의 은혜와 축복으로부터 고립되어 나났다는 이야기를 평이한 일상 영어로 지껄여대고 있는 동안에 오히려 세계의 현실적인 움직임에서 고립되고 있는 쪽은 이해력도 없고 성의도 없는 우리 자신이 아닌가 하는 기분에 사로잡히는 때가 있다.(멋진 자기반성이다)

 

독자가 읽은 것은 육문사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책’이란 테두리에서 2013년 10월 개정 3판 6쇄, 본문 240쪽 분량으로 전역(全譯)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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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 -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중단하라 ㅣ 서해클래식 15
토마스 홉스 지음, 신재일 옮김 / 서해문집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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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세계사)를 가르치며 17세기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계약설을 주장했다’는 수준에서 외우라던 토머스 홉스 Thomas Hobbes의 ‘리바이어던’을 오십이 돼 제대로 읽는다.  옮긴이 신재일님에 따르면 “<리바이어던> 원서는 1부와 2부를 합친 분량이 3부와 4부를 합친 분량과 거의 비슷하다. 번역서에서는 홉스의 인간관과 국가관을 엿볼 수 있는 1부와 2부 위주로 번역하고, 종교 문제를 다룬 3부와 4부는 개략적인 내용만 축약해서 번역해 놓았다 .”하니 종교적인 것에 관심 없는 내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해클래식에서 본문 263쪽으로 내놓은 <리바이어던>은 앞부분에 토머스 홉스의 생애와 작품을 배치하고 1부 인간론의 뒷부분에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이라고?”, 2부 국가론의 뒷부분에 “홉스를 둘러싼 학문적 지형도”, 3부 그리스도교 국가론, 제4부 어둠의 왕국론으로 구성하고 있다.

 

영국산 토머스 홉스가 태어난 시기는 16세기말로 무적함대의 침입에 놀란 어머니가 임신 7개월 만에 조산하였다. 자서전에서 “공포와 나는 쌍둥이로 태어났다.”라고 기록하여 홉스가 출생하던 시기의 두려움을 표현하였다. 그러나 그는 91세까지 장수했다.

유럽 대륙에서 30년 전쟁과 베스트팔렌 조약(개인이 신앙을 선택하는 자유를 얻음), 영국은 청교도 혁명을 거치는 혼돈의 시기에 20여 년간 망명 생활을 거쳤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부터 뉴턴의 만유인력 발견으로 완성된 과학혁명의 시기를 살면서 홉스는 과거(중세)와는 다른 근대의 질서를 추구한다. 정치를 도덕철학의 일부분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정치를 윤리, 도덕에서 독립된 부분으로 설정한 것이다.

 

“홉스는 혁명과 혼란의 시기에 왕과 귀족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여러 세력들 간의 투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1651년 영국 런던에서 출간된 <리바이어던Leviathan>이다. 스콜라 철학을 부저하고 철학적 사유에 기하학과 같은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했으며 계약에 의한 국가 성립을 이야기하던 이 책은 현재는 사회계약론의 고전으로 평가받지만, 당시로서는 시대를 앞선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었다.”

 

리바이어던은 한 때 영국에서 금서였다.

왕권신수설을 부정(왕당파의 비판 대상)했고, 강력한 국가의 필요성을 역설했기에 절대왕권의 옹호자(의회파의 비판)라는 평을 들어야만 했다. 홉스가 볼 때, 국가를 만든 주체는 하느님도 아니고 왕도 아니고 일반 백성이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만든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이기적이며 생명을 지키려 수간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한 경쟁한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폭력에 의해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만연할 것이고,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라는 가정에서 사회계약론을 주장한 것이다.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 태어난다. 그러나 아무리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 하더라도, 각자 자신의 힘만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천부의 자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연권을 포기하고 사회계약을 체결하여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그 국가의 절대적 힘에 의존하는 방법이 최선의 길이라는 것이다.”

 

국민이 진정한 국가의 주인이라는 사회계약론은 당시 절대주의 국가의 강압적 지배, 전제적 속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주는, 근대 자유민주주의의 사상적 토대가 된다. 그러나 국가권력의 남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고, 권력을 분립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여 절대군주제를 주장하는 그의 국가관은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에는 맞지 않는다.

 

리바이어던은 성서 <욥기>에, 온 몸이 두꺼운 비늘로 덮여 있어 칼, 창, 화살등으로도 뚫지 못하며, 입에서는 불을, 코에서는 연기를 내뿜는 가상의 동물이다.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인간의 평화를 유지해 주는 국가를 상징한다.

사회를 가르치는 교사라면 ‘토머스 홉스의 생애와 작품,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이라고?, 홉스를 둘러싼 학문적 지형도’만 발췌(14쪽 분량이다)하여 읽어도 가르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서해문집에서 2007년 초판을 내놓았고 내가 읽은 것은 2011년 초판 3쇄로 나온 것이다. 적절한 삽화가 배치되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800825&cid=41978&categoryId=4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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