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설 - 아랍, 이슬람, 문명
이븐 할둔 외 지음 / 까치 / 200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꼭 읽어봐야지 벼르던 책이다. 아랍세계, 중동하면 부지불식간에 원유’, ‘테러’, ‘이슬람교’, ‘국제 왕따 이스라엘’(이건 독자 판단)이란 심상이 떠오른다. 미국과 유럽이란 강대국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한국 언론(오바마의 질문권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준의) 덕분이다. 신앙이 아닌 역사, 문화로써 이슬람은 그 크기와 영향력에 비해 우리는 너무 소홀하게 여긴다. 몇 억 달러 벌어들이는 근로자를 보낸 곳’, 수억 달러의 플랜트 수출 대상지역’,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관심을 둬야하는 지역이라는 자본의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듯하다. 이슬람과 관련된 수권의 책을 보면서 14세기 이슬람 세계의 지성, 이븐 할둔의 <역사사설>을 만나길 기대했다.

 

서문에서 보고하는 사람은 단지 적어서 그대로 전달할 뿐이기 때문에, 은폐된 진리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통찰력이 필요하며, 이와 같은 비판적 통찰력이 적용되어 진리가 찬란하게 드러나기 위해서는 지식이 요구된다.” 고 하였기에 E. H. 카도 이븐 할둔보다 지성에서 앞섰다고 볼 수 없다. <역사서설>에서 다루는 주요 종족은 아랍인과 베르베르인(야만인이란 의미로 북아프리카 서브의 마그리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목차를 보면서 추측 했던 오류는 한 권의 책일 거라는 거다. <역사서설>은 서론과 3부로 구성했는데 서론에서는 역사학의 장점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역사가들이 범하는 실수를 예를 들어준다. 1부는 문명과 그 근본적 특징(왕권, 정부, 직업, 생계, 기술, 학문) 및 이를 가능케 하는 원인과 이유를 논한다. 2부는 천지창조에서 오늘(14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아랍인들의 역사와 종족과 왕조들을 다루는데 시리아인, 페르시아인, 이스라엘인, 콥트인, 그리스인, 비잔틴인, 투르크 인등 그들과 동시대에 존재했던 여러 민족을 포함한다. 3부는 베르베르족의 기원과 마그리브 왕가와 왕조를 다룬다. 김호동 교수가 옮겨 내가 읽은 번역서 <역사서설>은 이븐 할둔이 말하는 서론과 제1부를 옮긴 것이다. 각주에 따르면 분량 면에서 이븐할둔의 역사서 전체의 약 1/7에 해당한다니(번역서의 본문이 542쪽 분량이다) 전체의 분량은 어마어마한 것이리라. 600년 전에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역사서를 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30년 전에 우리도 인터넷이 세상을 이렇게도 바꿀 줄을 알았겠는가.

이 책의 정식 명칭은 <성찰의 책, 아랍인과 페르시아인과 베르베르인 및 그들과 동시대에 존재했던 탁월한 군주들에 관한 초기 및 그 후대 역사의 집성(集成)>이다.

 

P29~58에 이르는 서론에서 역사학의 미덕, 그 다양한 연구 방법에 대한 평가, 역사학자가 저지르기 쉬운 각종 오류 살펴보기, 그 오류들이 생기는 까닭을 적고 있다. 서론에서 언급한 연대의식은 이븐 할둔의 문명론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그에 의하면 정주 생활을 하는 도시민이 아니라 황야와 초원에서 사는 유목민들이 소유한 것으로, 그들은 강력한 연대의식을 통해서 정복을 완성하고 도시와 국가를 건설하며, 이 도시와 국가를 토대로 문명이 탄생, 발전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강력한 연대의식을 가졌던 그들이 도시생활과 사치에 물들게 되면서 그것을 점차 상실하고, 결국 보다 강력한 연대의식을 지닌 다른 집단이 건설한 국가에 의해서 붕괴되고 만다. 이처럼 이븐 할둔은 연대의식의 성장과 쇠퇴로 국가와 문명의 흥쇠를 설명한다. 19세기 20세기 초 국가 유기체론도 이븐 할둔의 사상 속에 씨앗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1부 제1인간의 문명 일반에서 [인간의 사회조직은 필요불가결하다. 문명이 존재하는 지역은 대양, 하천, 기후대의 영향을 받는다. 공기가 피부색 과 여러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가 인간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 지역 간에 발생하는 식량의 풍족과 결핍이 인간의 신체와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 선천적, 혹은 수행을 통해 초자연적 지각 능력을 지닌 인간들이 있다.]라는 6가지 전제를 제시한다. 이중 3, 4 전제는 과학적인 설득력이 없으나 당시 수준으로는 논리가 성립된 전제다.

2장은 전야민과 도회민, 연대의식에 대한 글이다. 전야민은 오늘날 기준으로 시골 사람들(유목민), 도회민은 도시인을 이른다. 그들의 생활 상태와 전야민이 도회민으로 바뀌는 흥쇠를 다룬다.

3장은 52개의 주제로 나누어 왕조, 왕권, 칼리프위(), 정부 관직 및 이와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적고 있다. 칼리프위에 대한 기록은 접해본 책 중에서 가장 상세하게 기술되어 마호메트 사후, 초기 이슬람교를 이끈 칼리프들의 정신적 순수까지 절감(切感)할 수 있다.

4장에서는 건축학 개론서를 보는 듯하고, 초기 아랍인들의 문화 수준이 비아랍인인 페르시아인보다 낮았음을 밝힌다. 부동산, 물가 등 경제학에 관한 언급도 적지 않은 분량으로 설명한다.

5장에서는 이윤과 기술 등 다양한 생계수단과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기록하고 있다. 32개의 주제는 오늘날 경제학을 다 다루는 듯하다. 이윤, 직업, 대출, 지위와 재산획득, 직업별 수입, 농업과 농민, 상업, 상품의 수송, 매점매석, 물가의 등락, 기술의 발전과 쇠퇴, 농업기술, 건축기술, 목공기술, 직조 및 재봉기술, 조산술, 의술, 서예, 출판기술 등등

6장은 59개 주제로 철학, 종교학, 법학, 사변신학, 수피즘, 꿈의 해석학, 수와 관련된 학문들, 천문학, 논리학, 자연학, 의학, 농학, 형이상학, 마술과 주술의 학문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 교육방법을 다룬다.

 

책의 뒤표지에 적힌 문장을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역사서설>은 아랍 민족들 그리고 그들의 삶과 국가, 문화 특히 그들의 종교인 이슬람교를 총체적으로 고찰한 거대 문명론으로서, 타의 비교를 허용하지 않는 위대한 역사서이다. 그것은 또한 거시적인 주제와 그 주제를 서술하는 방법 그리고 <역사서설>이 가지는 의미와 제기하는 의문이 14세기의 당대를 넘어서서 지금도 현재적인 데에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븐할둔이 이슬람교가 오늘날 수니파와 시아파로 대립하게 된 연원을 자세히 밝히지 않은 거다. 당시 종교적인 분위기에서 다루기 힘들었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역서 <역사서설>은 까치글방에서 김호동 교수가 번역하여 2003년 초판을 내놓았고, 독자는 2016년 초판 3, 575분량을 살핀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