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종말 - 다른 세상의 시작
모이제스 나임 지음, 김병순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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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5월 7일 오후 10:13

‘권력’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하게 하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권력을 추구하며 통치자는 권력을 강화하고 영토를 넓히려 한다는 가설은 철학적으로 거의 의견 일치를 본 명제다. 마키아벨리는 “ 영토 획득과 정치적 지배는 사실, 아주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현상이다. 인간은 기회 있을 때마다 늘 그렇게 한다.”하고, 토머스 홉스는 “ 모든 인간은 대개 끊임없이 쉬지 않고 권력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욕망은 죽고 나서야 비로소 멈춘다.”라고 하며, 프리드리히 니체는 “나는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거기서 권력을 향한 의지를 보았다. 심지어 하인의 의지에서도 주인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보았다.”고 권력에 대해 말한다. <권력의 종말>은 권력을 잡기는 점점 쉬워지는데 권력을 휘두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못 해 먹겠다.”고 한 말이 트집거리가 된 적이 있었는데 같은 맥락의 상황은 미국 대통령에게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을 저자 모이제스 나임은 ‘미시권력’이 거대세력의 권력에 힘을 뺀다고 한다.

 

<권력의 종말> 1부는 새로운 힘의 등장이란 주제로 권력의 정의, 권력이 만든 진입장벽, 관료제와 파워 엘리트에 대해 풀어간다. 1부 4장에서 ‘양적 증가 혁명, 이동 혁명, 의식 혁명’이 권력 쇠퇴의 원인으로 본다. 2부 거대세력과 미시권력에서 ‘정치권력, 군사력, 기업, 종교, 노동조합, 자선사업, 언론’과 같은 거대세력의 권력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권력,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를 들어 주는데 모두 미시권력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종말’보다는 쇠퇴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는데, 거대세력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책 제목에서 종말로 표현한 거라 본다. 3부 권력의 종말, 그 이후의 시대에서는 권력의 쇠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라며 답을 내놓는다. 권력 쇠퇴의 원인으로 든 ‘양적 증가 혁명’이란 현존하는 국가의 수에서 인구 규모, 생활수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의 수, 시장에 나오는 제품의 수량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양적으로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이동 혁명’이란 노동력, 상품, 돈, 아이디어, 가치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식 혁명’은 이런 변화에 수반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열정 같은 우리 마음속의 큰 변화를 반영한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권력은 물리적 힘보다는 심리적 억압으로서 더 많이 다가온다. ‘완력(강압)’, ‘규범(의무)’, ‘선전(설득)’, ‘보상(유인)’은 권력이 표현되는 수단이기에 권력의 통로라 할 수 있다. 영향력은 권력의 일부다. 권력의 장벽이란 새로운 주자들이 경쟁력을 얻기 위해 완력, 규범, 선전, 보상이나 그것들의 조합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게 막는 장애물이다. 베버는 근대 사회에서 권력의 핵심이 관료 조직이라 믿었다. 베버에게 관료제란 오늘날 통용되는 것처럼 지저분한 의미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성취한 가장 발달한 형태의 조직이자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에 가장 적합한 조직이었다. 2차 대전은 진행 과정과 결과를 통해 조직의 규모가 곧 권력을 의미한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바닥 면적 만으로만 계산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은 펜타곤이다.

 

‘양적 증가 혁명’은 통제 수단의 무력화를 초래한다.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더 풍족한 삶을 살 때, 그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다. ‘이동 혁명’은 포박된 수용자의 소멸을 초래한다. 도시화와 두뇌순환(brain circulation), 이동을 촉진하는 기술이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삶이 더 수월해지고 기득권층은 더 어렵게 한다. ‘의식 혁명’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은 없다고 말하고 실천하게 한다. 의식 변화는 인구분포의 변화와 정치 개혁, 민주주의와 번영의 확대, 문맹률의 급속한 감소와 교육 혜택의 증가, 통신과 미디어의 폭발적 성장에 따른 것이다. 이 세 가지가 권력을 쇠퇴시킨다. 기존 권력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권력의 재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세상은 이미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권력의 종말이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위험이 수반되기도 하며, 정치적 마비상태나 파멸적 경쟁을 부를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무질서’, ‘탈숙련화와 지식의 상실’, ‘사회운동의 진부화’; 슬랙티비즘(최소한의 관여만으로 최소한의 영향을 끼치는 참여를 의미함), ‘인내심 부족과 주의력 분산’, ‘소외’라는 다섯 가지 위기를 예상한다. 권력의 종말에 따른 처방으로 ‘승강기에서 내려라’, ‘극단적인 단순주의 세력을 경계하라’, ‘신뢰를 회복하라’,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라’고 한다.

 

교실에서, 집안에서, 언론에서 언급하는 갑질에 대한 분노 등 일상에서 권력의 쇠퇴는 크든 작든 느낀다. 이를 학문적으로 다듬은 책이 <권력의 종말>이다. [책 읽는 수요일]에서 2015년 2월 초판을 냈고, 내가 읽은 것은 2016년 3월 초판 4쇄, 본문 527 분량의 <권력의 종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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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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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오전 12:07

마크 저크버그가 읽었다기에 나도 읽자고 두 번째로 선택한 책이다. 우선 재미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보고 해석한 부분에서 그렇겠구나. 끄덕이기도 한다. 학창시절 전공인 문화지리학에서 배운 칼 사우어의 이론과 다른 주장을 보면서 학문의 발전을 지켜보는 듯하다. 역사학자이면서 생물학, 사회학, 인류학에 대한 소양을 바탕으로 인류의 문명을 조망한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순으로 자연과학의 발달을 줄로 세운다.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에서 최근 한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써서 고마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다. “한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딜레마를 더욱 압축해서 보여주는 곳이다. 한 세기 안에 파괴적인 전쟁과 식민지를 모두 겪었고, 짧은 기간 만에 세계에서 앞선 기술력을 가진 나라 중 하나로 성장했다. 덕분에 한국인들은 첨단 기술의 전도유망함과 더불어 위험도 두 배로 많이 느끼고 있다. 가장 높은 수준에 육박하는 자살률, 행복도 조사에서 낮은 순위로 보아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데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가르쳐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기술은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고, 마침내 사람들이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후기를 읽으면 <사피엔스>가 무얼 말하려는지 감을 잡을 수 있으나 뒷날을 위해 몇 가지를 정리한다.

 

1부 인지혁명 ---------- 7만 년 전에 일어난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과학혁명이 인간과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주제 임을 밝힌다. 인지혁명이란 역사가 생물학에서 독립을 선언한 지점을 말한다. 인지 혁명 이전에 모든 인간 종의 행위는 생물학의 영역에 속했다. 혹은 선사시대에 속했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다.” “ 호모사피엔스는 어떻게 해서 이 결정적 임계치(뒷담화로 결속할 수 있는 집단의 자연적 규모는 약 150명이다)를 넘어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수억 명을 지배하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허구의 등장(푸조의 신화와 같은)’에 있었을 것이다.” “네안다르탈인은 픽션을 창작할 능력이 없어서 대규모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없었다.” “고칼로리 식품을 탐하는 본능은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현대 발생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한 명의 남자에 의해 아기가 생기는지 많은 남자에 의해 아기가 생기는지를 판별할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았다는 급진적 환경보호운동가의 말은 믿지 마라. 산업혁명 이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2부 농업 혁명 ---------- “농업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완전히 독자적으로 생겨났다는 생각에 합의하고 있다.” “농업 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 고대 유골 조사에 따르면 농 업으로 이행하면서 디스크 탈출증, 관절염, 탈장 등 수많은 병이 생겨났다. 새로운 농업 노동은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우리가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 “가축화된 닭은 역사상 가장 널리 퍼진 가금류다. 널리 퍼진 대형 포유류를 순서대로 꼽으면 사람이 첫째이고, 2,3,4위가 가축화된 소, 돼지, 양이다.” “ 가축이 된 닭이나 소는 아마도 진화의 성공적인 사례이겠지만, 역사상 가장 비참한 동물인 것도 사실이다.” “농업혁명은 사피엔스가 자연과의 긴밀한 공생을 내던지고 탐욕과 소외를 향해 달려간 일대전환점이었다.” “농경시대에는 공간이 축소되는 동안 시간은 확장 되었다.”“인류가 어떻게 자신들을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었는가? 그것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 체계를 고안해냈기 때문이다.”

 

3부 인류의 통합 ---------- 자유와 평등의 인지 부조화. “최초로 등장한 보편적 질서는 화폐 질서, 제국의 질서, 종교의 질서다” “돈은 언어나 국법, 문화코드, 종교 신앙, 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마음이 열려있다. 인간이 창조한 신뢰시스템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제국은 문화적 다양성과 국경의 탄력성으로 정의 된다.” 제국은 인류의 다양성을 급격하게 축소시킨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오늘날 종교는 흔히 차별과 의견충돌과 분열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상 종교는 돈과 제국 다음으로 강력하게 인류를 통일시키는 매개체다.” 역사의 여신은 장님이다.

 

4부 과학혁명 ----------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 과학발전의 출발이었다. ‘길가메시 프로젝트’(길가메시는 죽음을 없애버리려 했던 메소포타미아의 영웅으로 최초의 서사시라 평가) 가 과학이 하는 모든 일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과학은 지난 5백 년간 역사의 가장 주요한 엔진 이었을 것이다.” “과학과 제국주의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였다.” “ 유럽 제국주의가 21세기 유럽이후 세상에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과학과 자본주의다” “유럽인의 정복과 탐험의 야망은 어느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는 탐욕스러운 것이었다.” “근대 경제사를 알기 위해서 정말로 이해할 필요가 있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 ‘성장’이란 단어다.” “산업혁명은 시간표와 조립 라인을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의 틀로 변화시켰다.” “산업혁명은 가족과 공동체를 붕괴시켰다.” “현존하는 국가 대부분은 산업혁명 이후에야 진화한 것이다.” “현대사회의 속성을 규정하려는 모든 시도는 카멜레온의 색을 규정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속성은 끊임없는 변화다.” “1945년 이후 평화를 구가하는 것은 전쟁의 대가가 극적으로 커졌고, 전쟁 비용이 치솟는 반면 그 이익이 작아졌고, 세계 정치 문화에 지각변동(평화를 사랑하는 엘리트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류는 예전이라며 동화에서 들어보았을 법한 부를 누리고 있다.”

 

<사피엔스>는 김영사에서 2015년 11월에 초판을 인쇄됐고, 나는 1판 29쇄, 636쪽 분량을 읽은 거다. 저자는 유발 하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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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는 것일까? - 게임이론으로 본 조정 문제와 공유 지식
마이클 S. 최 지음, 허석재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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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7일 일요일

2016년 초, 마크 저크버그가 읽은 책이라며 신문기사가 여러 권을 소개한다. 마침 번역본이 있어 몇 권을 주문한다. 책 분량이 적어 먼저 읽은 거다. 분량이 적다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명시적으로 선거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내가 읽을 때는 ‘선거에서 이기려면 어떤 전략으로 홍보해야하는가’, ‘조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방법론의 기초를 다룬 것으로 판단한다. 기초의원, 시장, 군수, 도지사, 교육감,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모라면 읽어보면 좋겠다. 저크버그는 페이스북과 같은 사업 아이템 홍보라는 시각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이 책을 읽었으리라.

 

사람들이 어떻게 조정 문제를 해결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유 지식이 창출되는 사회적 과정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원형 모양은 공유 지식의 창출을 통해서 사회적 일체감을 제고한다. 내부로 향하는 원 모양은 최대로 시선이 마주칠 수 있는 공간 형태다. 각자가 다른 사람이 인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 공적, 사적 의사소통이 일어난다. 상품 판매에서도 제작자는 공유 지식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내 생각: 정책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에 기반을 두고 정책을 만들어야지 생소한, 일부만이 사용하는 용어나 개념을 일반에게 확대하려면 무리하거나 반감을 가질 수 있다.) 벤담의 ‘원형 감옥’ 설계에 대해서도 여러 장을 할애해서 해석한다. 애초에 벤담이 설계할 때 감시탑 위에 주앙 예배당을 두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원형 감옥은 각각의 죄수들이 다른 죄수도 같은 종류의 감시․감독 아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공유 지식을 만들어 냈다. 이 책은 “‘조정 문제’의 적용을 목표로 하기에 현재와 같이 나뉘어 있는 사회과학 분과들 사이의 연관성을 재조명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는 것일까?>는 ‘공유 지식의 개념이 광범위한 설명력을 갖고 있음, 공유 지식의 산출은 공공 의례의 핵심 기능임, 합리성과 문화 간의 고전적 이분법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공적 의사소통을 위해 메시지에 대한 자신의 인지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안다는 데 대한 앎, 즉 ‘메타지식’metaknowledge을 필요로 한다. 조정에 성공하려면 모든 단계마다 메타지식이 필수적이다. ‘어떤 사실이나 사건에 대해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고, 모든 사람은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음을 알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음을 모든 사람이 안다는 데 대해 모든 사람이 아는 등과 같이 연쇄가 이루어진 경우를 공유지식이라 칭하자.’ 벤담은 감옥뿐만 아니라 병원, 학교, 공장을 포함한 사회제도 전반에 걸쳐 원형감옥 방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했으나, 원형 감옥은 불안정하다. 감시를 효율화하는 반면에 쉽게 ‘뒤집힐 수 있는’ 구조라는 비용이 따른다.

 

책의 부제는 ‘게임이론으로 본 조정 문제와 공유 지식’ 이다. 후마니타스에서 2014년 7월 초판이 내놨고 분량은 191쪽이다. 내용이 쉽지는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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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대의 논리 ㅣ 창비신서 4
리영희 지음 / 창비 / 199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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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 오후 7:34

<해전사>와 <전론>. 벌써 아득하다. 스무 살에 대학생이 돼 학보사에 들어갔을 때 선배들로부터 받은, 몸을 움직이지 않았으나, 충격을 받았던 책이다. 세상이 변했고, 밥도 먹고 살게 돼 다시 읽는다. 변한 세상이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의식으로 사람들이 행동한다. 좌와 우가 균형 있어 조화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은 더딘 걸음으로, 때론 휘청거리며 갈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억압과 박해로 먼저 갔다. 대나무 뿌리 마냥 넓고 깊은 지성이 있다는 김용옥 선생처럼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도 소수다. 미국에서 죽은 메카시는 이 나라에서 여기저기 살아있고, 때론 좀비처럼 살아난다. 아무래도 우리 세대가 사라지고 내 자식들의 세대가 되어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것도 우리부터 말하고 행동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1974년에 나온 당시 금서. 40년이 지난 글이지만 시대를 읽어 내는 리영희님의 혜안은 심장처럼 벌떡거린다. 개정판 서문에 저자가 “절판시켜도 아깝지 않은 때가 되었다”고 하지만 아니다. 저자가 먼저 저 세상에 갔음으로 다시 개정판이나 수정판이 나올 수는 없겠다만, 우리 시대의 고전이라는 자리는 오래도록 지속되어야 한다.

- 강요된 권위와 언론자유 : 寓話, “우화도 그렇고 현실도 그렇고 역사는 한 단계의 투쟁이 끝나면 으레 ‘임금은 알몸이다’라고 폭로한 소년의 용기에 열중한 나머지 힘없는 소년에게 그런 엄청남 임무를 떠맡기게 된 그 사회의 실태에 대해서는 눈이 미치질 않는다. 문제시해야할 중요한 것은 그 영광(또는 해결)까지의 과정에 얼마나 많은 인간적 타락과 사회적 암흑과 지적 후퇴가 강요되었느냐 하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겠다.”

- 법적 구조와 정치의 내적 정신 : 위기에서 되살아날 수 있는 하나의 사회의 내면적 자질에 관해서 토크빌은 “문제는 법적 구조보다도 정치의 내면정신에 있다.” “하나의 국가나 국민의 생활원리가 되어주는 일반적 정치의 내적 정신이 건전치 못할 때 법적 구조의 건전이란 기대하기 어렵다.”

- 국가 권력과 이성 : “해피엔딩으로써 슬펐던 과정을 잊을 수 있는 것은 관객의 경우다. 슬픔을 겪은 주인공은 종말의 행복보다도 불행했던 과정에서 잃어버린 가치를 아쉬워하게 마련이다. 그 차이는 불행을 체험한 사람과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의 위치의 차이다.”

- “운명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한 사회의 대중이 오도된 사고방식이나 정세판단을 하고 있을 때 그것을 깨우쳐야하는 것은 언론과 지식인의 최고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오늘의 사실을 오늘에 규명하지 않고 먼 훗날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비화 읽을거리의 자료로 생각하는 한, 통치계급의 횡포는 계속되고 대중은 암흑을 더듬는 상태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 1971년의 상황 : “우리 사회에서는 일본군대 지도자들의 내왕 같은 것도 정부는 대부분 ‘국가이익’ 또는 ‘국가안보’의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신문관계자의 말이다.” 이러니 대중이 알 수 있는 길,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거다.

- 국가이익- 지배자의 논리 : 헤럴드 라스키 “권력자란 자기의 부정과 과오를 은폐할 수만 있다면 그 목적을 위해서는 언제나 국민의 자유를 부정하려한다. 그리고 권력자에 의한 이 자유의 부정이 성공할 때마다 다음번에 자유를 부정하는 것은 그만큼 쉬워진다.” 국가안보 라는 이름으로 집권세력이 내세우는 국가이성은 처음부터 이성적 통의를 그 분야에서 배제해버리려는 원리이다. 바로 이처럼 간단한 이유에서 그것은 자유와 어울릴 수 없다. 국가이성은 진리도 이성도 전제하지 않으며 오직 항복만 요구한다.“(『현대 국가에서의 자유』)

- 밀리터리 멘탈리티 : 통킹만에서 월맹 어뢰정이 불법으로 미국 순양함을 공격했다는 조작으로 의회로부터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탈취하는 데 성공한 정부와 군부는 그 의회 결의와 그 도착으로 흥분된 미국인 감정을 ‘현실’로 하여 다음은 대규모 폭격을 ‘현실화’한다.

--메카시즘의 결과 : 1950년대에 메카시즘의 공포분위기와 사상통제라는 반지성주의가 미국국민의 창조력과 자유를 철저하게 위축시킨 탓에 정부와 학계와 여론 지도층에는 거의 어용적 성격의 지식인만 남게 되었다.(오웬 라티모어). 여기야 더 말한 나위가 없지 않은가

- 냉전 의식의 자기기만성 : “냉전시대의 기이한 신, 우상, 권위의 실태를 묻는 회의가 필요한 때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그때, 1971년 리영희의 시대 인식이다. 이래서 책을 읽는 거다.

- 중국 외교의 이론과 실제 : 중공문제와 우리의 관념정리, 중공 대와 관계의 70년대적 조건, 중공 대외관계의 변천, 제도적 관계와 상황적 관계, 중공 국제관계의 제측면, 중공 군사력과 정치적 전환에 관한 탁견을 『정경연구』 1971년 1월호에 싣고 있다.

- 대륙중국에 대한 시각 조정 : 대립적 신화의 타파, ‘죽의 장막’(미국의 주장일 뿐)이라는 신화, 대륙정권의 합법성 여부 문제, 개인숭배에 관한 시각, 모택동 사상, 언론과 문예의 자유 문제 등에 관하여 바로잡는다.

- 권력의 역사와 민중의 역사(장개석 시대) : 우리가 배우지 못한 역사, 가르치지 않은 세계사, 배워야할 세계사다. 장개석과 이승만이 오버랩 된다. 공산당군은 1949년 4월 21일 영시를 기해 400마일의 장강 연안 공격 출발점에서 일제히 도강했다. 저항하는 국민당군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광동에 천도했던 국민당 정권은 대만으로 건너갔다. 955만 8천 평방킬로미터의 땅과 4억 5천만 인민을 버리고

- 사상적 변천으로 본 중국 근대화 백년사 : 중국 근대화 투쟁의 사상적 기조는 서구문명의 ‘부정과 극복’이다. “닉슨이 그곳에서 만난 모택동과 주은래와 비행장에 마중 나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5.4의 아들들이다. 그리고 110년 전 성왕과 백성이 일체가 되는 ‘대동’사상을 품고 공상적 사회주의의 실현을 위해 반란을 일으킨 태평천국의 손자이기도 하다.

- 현해탄 : 동경대 교수와의 대화에서 “내가보는 바로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본격화된다면 그것은 일본 쪽에서 그러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한국 쪽에서 일본군대를 불러들이려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유신과 김춘추가 당군을 끌어들인 것부터 우리 역사에서 여러 지도자들이 외세를 끌어들인 결과가 이렇게 가슴 치게 한다.

- 미군 감축과 한일 안보관계의 전망 : 미국이 역할을 줄이겠다는 정책 방향이다. 한국, 미국, 일본이 군사적으로 엮여있다. 더럽게 싫어도.

- 일본 재등장의 배경과 현실 : 3류 국가로 만들려던 미국의 정책이 중공의 등장, 한국전쟁으로 바뀌어, 군사비 부담 없이 일본이 재건하고 재무장하도록 지원한 결과다.

- 베트남 전쟁 : 미국의 조작으로 시작하여 실패한 전쟁, 드골의 예언이 100% 맞았다. p245~451까지에서 베트남의 민족성에 감탄한다. 우리보다 훨씬 낫다.

 

- <전환시대의 논리>는1974년 6월 초판이 나와 30쇄를 찍었고, 2006년 3월2판이, 2판 17쇄는 2015년에 나왔다. 본문 545쪽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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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THE CONQUEST OF HAPPINESS다.

행복을 정복한다니. 정복이란 단어는 피정복민의 불행을 만드는 원인일 수밖에 없는데……. 한 마디로 행복에 정복이란 단어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왜 이런 책 제목을 붙였을까? 독자의 판단에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책의 초판이 1930년에 출간됐다는 것이다. 당시 러셀의 조국인 영국은 산업혁명이후 제국주의 국가로 성장해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고 평가하던 시기였다. 약 2백 년 동안 세계 여러 곳을 정복하고 다닌 것이 일상이다 보니 자신감이 넘치던 시기였다. 세계를 정복해 감에 따라 생기는 정복당한 사람들의 불행이나 고통은 강대국의 시혜로 포장되던 시기였기도 하다. 비록 러셀이 대단한 사상가였고, 노벨상을 받았을 지라도 그는 제국주의 국가의 철학자였던 거다. 실제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백인종으로서 흑인에 대한 인종적 우월감을 드러낸 표현(P.12 아랫부분)을 볼 수 있고, 백인이 보는 야만인의 삶’(P. 61), 을 그대로 적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자로서 그의 삶에 기초하여 행복에 대해 말한다. ‘자신이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대부분 손에 넣었으며, 본질적으로 달성될 수 없는 욕구를 깨끗이 단념하는데 성공했으며, 자신에 대한 편견을 줄였기에 해가 거듭될수록 삶을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삶에 비추어 행복을 정의하지 않고 1부에서 어두운 인생관이나 세계관, 경쟁, 피로, 권태, 질투, 부질없는 죄의식, 피해망상, 여론의 횡포가 불행의 원인이 라고 결론짓는다. 2부에서 인생에 대해 열의를 갖고 따뜻한 사랑을 주고받으며, 원만한 가정과 헌신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있는 한,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러셀의 표현 몇 가지를 옮겨 본다.

술에 취하는 것은 일시적인 자살이다.

사람들이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는 성공을 위한 투쟁이다. 성공하기 위해서 다른 요소들을 모두 희생한다면 그 성공은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건전하고 조용한 기쁨을 삶의 조화로운 이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자. 사랑의 대지의 생명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사랑 없는 섹스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걱정은 그 문제가 대단치 않은 것임을 깨달으면 줄일 수 있다. 내가 최악의 사태를 직시할 때 아무것도 회피하지 않게 되었다면 내 걱정은 말끔히 사라지고, 그 대신 일종의 쾌감이 생긴다. 자신들의 활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 개개인들도 자기가 바라는 세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가질 동등한 권리가 있다. 당신의 인생행로가 무엇이든 간에 당신이 당신을 평가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확신하지 마라(공자님 말씀이랑 같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인생을 생각하지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역지사지의 어려움). 진실이 아무리 불쾌할 지라도 단호하게 진실에 직면하고 진실에 익숙해져서 그 진실을 토대로 당신의 삶을 세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즐거움은 어느 것이든 존중되어야 한다. 열의를 잃게 되는 주요한 원인은 사랑받지 못한다는 감정이며, 반대로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은 무엇보다도 열의를 촉진시킨다. 실패했을 때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위안과 안정감을 주는 곳이 가족이다. 부모는 처음부터 자녀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긴 안목으로 보면 일관성 있는 목적은 행복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일관성은 주로 일을 통해서 획득된다.

 

러셀은 철학, 수학, 과학, 역사, 교육, 윤리학, 사회학, 정치학 분야에서 40권이상의 책을 출간했다. 세 번 이혼하고 4번 결혼했다. 행복과 불행을 다 경험한 것이리라.

<행복의 정복>의 문예출판사에서 1973년 초판, 1993년 2판, 2015년에 2판 재쇄, 본문 253쪽을 내 내놓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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