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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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소스 코드: 더 비기닝

2025.2.22.()

빌 게이츠 소스 코드: 더 비기닝은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고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가족, 친구들, 선생님, 업계로부터 빌 게이츠가 배우고 혼자 터득한 삶의 방향과 노력을 쉽게 풀어두었다. 회고록을 읽는다면 내 삶과 견주어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빌 게이츠가 독자에게 주는 조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성공보다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격언은 진부하지만, 절대적으로 사실이다.”(P.285)문 문장이다.

 

빌은 유년 시절 가미라고 사랑을 담아 부르는 할머니로부터 발음과 읽기, 도서관 가기, 카드 게임을 5년여 동안 배웠다. 카드 게임을 통해 나는 아무리 복잡하고 불가사의해 보이는 무엇이라도 결국에는 알아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배웠다. 세상은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P.31) 라고 회고한다. ‘가미의 카드 기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 때 가졌던 것과 같은 강렬한 열정을 흥미를 느끼는 모든 것에 쏟아부었다. 빌이 흥미를 느낀 것은 독서와 수학, 혼자만의 사색 등이었다. 빌의 가족이 가졌던 규칙으로 할아버지는 아들아, 돈 버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돈 버는 법, 할머니는 더 많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진다., 어머니는 청지기, 즉 자신에게 맡겨진 무언가를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사람를 강조했다.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품은 원대한 비전의 바탕에 있던 성공이란 돈보다는 명성으로, 지역 사회는 물론 더 넓은 범위의 시민 단체 및 비영리 단체를 돕는 역할이었다. 이를 위해 빌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일상과 전통, 규칙의 구조 속에서 살았다. 침대 정리하기, 머리 빗기, 셔츠는 다려 입어야만 한다 등이다. 빌은 초등학교 초기에 집에서 혼자 많은 책을 읽었고, 혼자서 학습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책에서 새로운 사실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 푹 빠져 있었다. 백과사전을 탐독하는 등 독서 덕분에 자신의 두뇌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다. 이런 자신감 덕분에 어른들과 자신 사이에 지적 격차가 사라졌다고 느꼈다고 한다. 9살이던 때에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변화로 어머니는 큰 타격을 입는다. 빌은 혼자 잘난 양 건방지게 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물러서고 싶지 않았고, 대신 자신만의 세계속으로 더욱 깊숙이 숨는다. 오늘날이라면 자폐증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였고, 식탁 건너편에 앉은 아버지가 물컵을 들어 빌의 얼굴에 끼얹었다. 이때 빌은 잠시 동안 동작을 멈추고 접시에 시선을 고정하고 샤워, 고맙네요라고 싸늘하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천천히 포크를 내려놓고 자기 방으로 갔다고 회상한다.(이런 상황에 세상의 어떤 부모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 않으랴) 빌의 아버지는 빌이 사업을 시작하던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차분하게 법률적 조언을 해주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가기도 했지만, 전학을 갔던 초등학생 시절 5학년에 델라웨어주에 관한 177쪽짜리 보고서를 만들 정도로 좋아하는 일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는 사전 조사를 하기도 했다. 당연히 선생님에게 주목받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열세 살이었던 빌 보다 두 살 많았던 폴 앨런(10학년생), 켄트 등과 함께 컴퓨터실에서 지내던 상황을 그해 가을부터 우리는 거기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실패하고 또다시 시도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성적이 떨어졌고, 부모님들은 걱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빠른 속도로 배우고 익히고 있었다. 내가 학교생활에서 경험한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었다”(P.164)라고 회상한다. 1968년경은 IBM이나 GE가 컴퓨터 본체를 구성하는 칩과 테이프 저장 드라이브, 처리 장치 등 냉장고 크기의 상자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과 연결된 장치 같은 하드웨어로 돈을 벌었다. 소프트웨어는 부수적인 것으로 무료로 제공되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소프트웨어의 개선에 빌과 친구들은 DEC라는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소프트웨어의 버그를 찾아내 보고하는 동안 DEC에 임대료를 내지 않는 조건이었다. 유료 고객이 문제를 발견하기 전에 청소년인 빌과 친구들이 찾아내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다. 무료로 컴퓨터를 사용하던 시기 빌과 켄트는 8학년 열세 살, 폴과 릭은 10학년 열다섯 살에 불과했다. 스스로 선택한 분야와 사랑에 빠진 후 일정 기간 얼마나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는가가 중요하다. 이 기간이 원초적인 관심이 실제 실력으로 전환되는 시기다. 말콤 글래드웰이 말하는 1만 시간의 법칙이다.

 

폴은 괴짜였다. 섹스와 마약, 로큰 롤에 대해 정통했다. 빌이 초기 마약류에 경험하게 된 것은 폴 덕분이었다. 빌은 급하게 즉각적인 사고로 답은 찾고, 쉬지 않고 며칠 동안 일하고 또 일할 수 있었다. 반면에 폴은 시간을 들여 곰곰이, 신중하게 생각했다. 경청하고 나름대로 정보를 처리하는 그의 지성에는 인내심이 따라다녔다. 켄트(일찍 죽었다)와의 우정이 남긴 유산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더 나아지도록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폴의 소개로 빌은 1972년 여름 인텔이 <마이크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컴퓨터를 칩 하나에 구현했음>을 알게 되는데, 컴퓨터의 주요 기능을 하나의 실리콘 조각에 집어넣었다는 얘기다. 인텔이 “4004 마이크로프로세서로 부른 제품을 개발한 이유는 휴대용 계산기를 생산하는 일본의 한 기업에 납품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었다”(P.265)라는 사실에 독자는 놀란다. 그해 폴과 빌은 수업 일정 프로그램작업으로 번 360달러(오늘날의 약 24백 달러에 해당)4004를 샀다.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무어의 법칙으로 알려진 효율화 덕분에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탄생시킨 디지털 혁명을 주도했다. 빌은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없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도 없었을 것이라 회고한다.

 

졸업 후 허름한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던 빌 게이츠와 폴 앨런, 릭은 자신을 스스로 레이크사이드 프로그래밍 그룹이라 일컫고 컴퓨터를 공부하며 보내빌 PDP-10’을 이용해 부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TRW 엔지니어와 교류할 때 빌은 한 사람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을 했다. TRW노턴은 재능과 전문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나는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갖지 못한 그의 강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사람보다 20퍼센트 더 뛰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타고난 재능은 어느 정도 작용하고 헌신적인 노력은 또 얼마나 중요한가? 전날보다 오늘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매일 끊임없이 집중하고 고심하며 어마나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여야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걸까?”(P.289) 틴 에이저 중에서 누가 이런 생각을 할까. 빌 게이츠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버드 대학 시절인 1969당시 군대는 컴퓨터 산업의 가장 큰 고객이었으며, 소련과 대치한 냉전의 공포로 인해 미사일 유도와 잠수함 조종, ICBM 발사 탐지 등의 자동화 시스템을 연구하는 대학에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었다.”(P.299) 이는 하버드에 재학하던 시기의 분위기였다. 하버드 에이킨 연구소의 컴퓨터를 야간에 독점하다시피 사용한 일은 사건이 되어 곤란해질 수 있었으나 지도 교수의 너그러움으로 해결된다. 하버드에서 응용 수학을 배우며 응용 수학이 순전히 내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토대로 다양한 강의를 섭렵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 같은 전공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P.338) 책을 읽어가며 파악한 빌의 공부법은 집중과 선택이었다. 좋아하는 것에는 밤을 새워가며 공부해도 지치지 않았고, 대신 흥미 없는 과목은 수강도 포기하고 시험일 전에 며칠간 벼락치기로 통과해 버렸다. 함께 컴퓨터에 몰두하던 친구들도 그랬다.

 

초기 개인용 컴퓨터 세계의 히피 정신에 따라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누군가가 수천 시간을 들여 설계하고 작성하고 디버깅하고 작동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이해하려면 상상력의 비약이 필요했다. 한국에서도 90년대 초반 반해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팩토리전 세계 모든 개인용 컴퓨터에 우리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싶다라는 목표가 있었다. 1977년 미국에서 코모도어 PET와 애플 , 라디오 색 TRS-80이 학교와 사무실, 가정 등에 보급되기 시작했고, 이후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PET 사용자가 WAIT 6502.1이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화면 왼쪽 상단에 한 단어가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바로 <MICROSOFT!> 였다.”(P.475) 내가 PC를 사들인 것은 1993년이니 컴퓨터와 인터넷은 약 20년 후에 내 곁에 왔고 김대중 정부에서 전자정부를 구현했다. 빌 게이츠의 그 목표는 이루어졌다.

 

197812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뉴멕시코의 앨버커키에서 시애틀로 본사를 옮긴다. 홀로 귀향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창업한 회사, 다양한 직원들, 성장세에 오른 수익성 있는 사업체와 함께 돌아가는 것이었다. 소스 코드: 더 비기닝의 마지막 문장 두 문장은 이렇다. “시속 160킬로미터로 5번 주간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상상해 보려 애썼다. 앞으로 이 길이 얼마나 더 멀리 나를 데려갈까?”(P477)

 

 

 

빌 게이츠의 가족이 담당하던 초기 교육, 조기 교육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 세상 모든 부모가 같은 마음일 것이기에맹모삼천지교’, ‘한석봉의 어머니’, 근사록, 소학등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일이다. 어떻게 실행했는가가 중요하다. 인식은 실천이 수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빌 게이츠가 독서에 흥미를 느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백과사전을 읽었고(내 세대에는 백과사전이란 그저 참고할 뿐이고, 자식 세대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부피가 큰 백과사전을 폐기 처분하고 있다), 흥미 있는 책이라면 무엇이든 폭넓게 읽었다. 새로운 책, 잡지도 폴 앨런을 통해 빠르게 받아들였고 흡수하기 좋았다. 그만큼 독서의 시간을 투자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생각이 같은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일은 인생에서 행운이다. 사고를 당해 일찍 먼 나라로 갔던 켄트는 빌 게이츠와 생각과 행동 방식이 같았고, 폴 앨런은 괴짜라는 점에서 같았지만,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친구들과 공유하는 강점이 있었다. 릭의 사고와 행동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벤처 사업을 시작했던 그들은 누구보다 업계의 변화를 빠르게 흡수했고, 배울 점을 찾아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물론 계약을 위반하는 업체와 다투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을지라도.

유년 시절부터 하버드를 중퇴하기까지 만났던 선생님, 교수의 지적이고 인간적인 도움도 빌 게이츠가 성장하는 과정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였다. 결국 혼자의 힘으로 개척하는 일이 인생의 주된 추진력이어야 함은 과소평가할 수 없지만, 가족, 친구, 선생님들의 역할도 소홀하게 다룰 수 없다. 인간의 삶이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조화다.

 

빌 게이츠 소스 코드: 더 비기닝은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고 기억을 더듬는 과정으로, 두 번째 회고록이 마이크로 소프트를 운영하던 시점에 초점을 맞추고, 현재의 삶과 게이츠 재단의 활동을 조명하는 세 번째 회고록을 쓰려고 계획하고 있다니 기대한다. <열린 책들>에서 출간해 보내준 빌 게이츠 소스 코드: 더 비기닝 은 청소년에게는 물론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확산하던 90년대를 경험했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창업되기 전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여 년의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 일어난 디지털 혁명은 두번 째 회고록과 연관지어 읽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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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세계사 - 개를 사랑하는 이를 위한 작은 개의 위대한 역사
이선필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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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세계사

2025. 2. 2.()

독한 세계사는 동양과 서양에서 인간과 개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는가를 살펴보는 개의 문화사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개를 길러보지 않았던 기억 탓에 직장 내에서 반려견 이야기로 일과를 시작하는 동료에게 핀잔하는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세계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약 22조 원을 넘기고,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 규모도 2조 원을 넘어선 상황이란다. “당신이 진정한 반려인이라면, 현대 반려 문화에 관해 관심과 고민이 많다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라는 추천사를 옮겨 본다.

 

동양과 서양의 역사에 따라 전개되는 개의 문화사를 따라가 보자. 메소포타미아에서 개를 토테미즘의 대상으로 불운이나 불행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주는 좋은 동물로 여겼다. 개들에게 목줄을 해주기 시작한 것도 메소포타미아인들이다. 아시리아에서 진흙이나 상아 조각, 청동으로 개 모양의 토우나 조각상을 만들어 부적으로 이용했다. 고양이는 이집트에서 가장 먼저 가축화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애견 TV를 처음 선보인 곳은 이스라엘이다. 고대 페르시아는 개에 대해 포용적인 정책을 펼쳤다. 국교인 조로아스터교 경전, 아베스타는 여섯 가지 규정을 세세하게 만들었는데, ‘임신한 개는 6개월간 잘 보살펴라, 개에게 우유와 고기 및 기름진 음식을 제공하라, 딱딱한 뼈나 너무 뜨거운 음식을 주지 마라,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는 세 입 분량의 음식을 남겨 개에게 주어라, 개를 죽이는 자는 채찍형에 처한다, 개에게 좋지 않은 음식을 주는 자에게 채찍형을 가한다.’ 등이다. 개에 대한 인식은 7세기 이슬람의 지배 이후로 변한다. 20191월 이란 경찰 당국은 향후 공원에서 반려견을 산책시키거나 차에 태우고 운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어길 경우 엄중한 처벌을 부과한다.”라고 발표했다. 저자는 이란의 반려동물 정책을 반려 동물문화가 서방 문화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집트의 아누비스 신은 검은색 개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가진 지하 세계의 신이다. 이집트인들은 개보다 고양이를 더 아꼈다.

플라톤은 <공화국>에서 개는 알고 모르고를 기준으로 친구와 적의 얼굴을 구분하기 때문에 진정한 철학자라 하고, 개들은 지식을 근거로 누가 친구이고 누가 적인지를 깨우쳤지만, 인간은 누가 그들의 진정한 친구인지 속고 있다.”라고 꾸짖기도 한다. 그리스에서 하데스가 관장하는 지하 세계의 입구를 지키는 케르베루스라는 개는 세 개의 머리를 가진 악마견으로 묘사한다. 로마 군대에서 식량을 지키려 고양이를 이용했고 도시 생활이 중요해지면서 개를 반려견으로 기르는 가정이 많아졌다. 집 지키는 개, 사냥하는 게, 싸우는 개가 있었으나 대중적 역할은 경비견이었다.

중세 전반기는 유럽의 반려견 문화는 암흑기였으나 후반기에는 반려견을 키우는 것은 고귀한 취미로 여겼다. 곡식과 페스트의 원흉으로 여겨진 쥐를 잡아준다는 의미에서 고양이의 유용성은 컸지만 의외로 개만큼의 대접은 받지 못했다.

주장했다. 14세기 성직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인간은 유일한 도덕적 존재이기 때문에 동물을 잘 보살피는 것은 자기 자신의 품성을 함양하는 것으로 여겼다.

18세기가 되면 중산층의 애견에 대한 인식이 반려견 즉 가족 구성원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전 시기와는 달리 개가 단독으로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1822년 영국은 가축의 부당한 취급 방지를 위한 법률을 제정한다. 19세기 유럽에서 도그 쇼라는 애견 문화가 생겨났다.

북아메리카에서 스페인인이 말을 들여오기 전까지 개는 유일한 운송 수단이었다.

 

인도만큼 개가 대우받는 나라가 없다고 한다. 개를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범죄이고 동물을 유기하면 초대 3개월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성과 그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나약한 동물일수록 인간의 잔인함으로부터 더욱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라고 설파했다.

개고기는 고대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소비되던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주례는 개를 경비견, 사냥견, 음식의 재료가 되는 개로 구분해 개고기 섭취는 윤리학과 대립적이지 않았다. 식용관습은 기원후 1세기경 불교의 도입과 4세기경 도교의 확장 이후 점차 줄었다. 청태조 누르하치가 명군의 추격을 받고 화살을 맞아 초원에 누워있을 때 명군이 초원을 불태웠고, 개 한 마리가 호수에 뛰어들어 물을 자기 몸에 묻혀 주변의 풀들을 적셔 누르하치가 살아남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진다. 춘추전국시대에 한나라와 연나라는 구감(狗監)이라 부르는 사냥개 관리 전담 공무원이 존재했다. 고대부터 전해오던 반려견 사랑은 1949년 공산화 이후 급격히 축소되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부르주아지적 감정을 의미하고 데카당스의 상징이라 비판했다. 1970년대 등소평 이후 경제 성장과 서구 문화의 수용은 반려견 문화를 다시 성장하게 했다.

일본에서는 하얀 개를 상서로운 동물로 생각했다. 따라서 일본 설화에 등장하는 개 대부분은 하얀색이다. 저자는 시부야역 앞에서 10년간 주인을 기다리다 죽은 개, ‘하치 이야기가 유명해지게 된 데에는 일본 제국주의적 야욕이 숨어 있었다고 본다. 국가에 대한 충성이 훌륭한 덕성이라는 믿음을 전파하고자 했다는 거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에서는 개를 음식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바라보았던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전북 임실의 오수개, “의견 설화는 전국에 퍼져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문화에서 개가 충성스러운 동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p.203)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보내준 독한 세계사를 수년 후에야 읽게 돼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아파트를 벗어나 단독주택에 살게 되면, 나도 개를 키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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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이해되는 반야심경 - 단숨에 읽히고 즐겁게 깨치는 원영 스님의 반야심경 이제서야 이해되는
원영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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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이해되는 반야심경

2025.1.30.()


3PRO TV Religion에서 원영 스님과 프로들의 대화를 듣고 궁금해 읽는다. Religion 덕분에 종교문해력총서 1~5’을 사들여 두고 겨울을 나고 있다. 이진경의 불교를 철학하다는 불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양변을 여의라라는 고우 스님 강설 육조단경에서 취했다. 철학으로서의 불교라는 차원에서 읽었다. 내게는 입문서 역할을 했던 거다. 이제서야 이해되는 반야심경은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다. 아마도 금강경을 읽는다면 반야심경과 같은 쓸모가 있을 거라 짐작한다.

 

반야가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도 모르고 시작했다. 반야는 지혜란 뜻이다. 반야심경은 반야바라밀다심경의 줄임이고, ‘지혜(깨달음) 의 완성에 대한 핵심을 설한 경으로 고통의 바다라고 생각하는 사바세계에서 피안의 언덕(깨달음의 세계)에 이르게 하는 지혜이다. 반야심경은 54260자로 짧은데 이를 책은 300여 쪽으로 풀어준다. 밑줄 친 애용도 적지 않고, 불교 용어라서 입에 달라붙은 데는 시간이 필요할 듯하나 원영 스님은 하루 7번씩 읽으면 암송할 것이라 하니 도전해 볼 일이다.

몇 가지를 옮겨 본다.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을 타파해야만 오히려 알 수 있는 것이 이다. 그러므로 공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

연기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이것이 있어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어서 이것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연결되어 있다. 공은 연기의 다름이 아니며, 모든 현상이 서로 의지하여 일어났다 사라지므로 불변의 경계나 실체 따위는 없다.

부처나 보살이 중생에게 힘을 주는 일이 가피. 반야심경을 이끌어가는 관자재보살이 관세음보살이다.

반야바라밀은 저 언덕(피안)으로 건너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통찰의 지혜다. 또 완전한 성취를 위한 통찰의 지혜에는 지식도 필요하다.

오온이 공한 것을 비추어보고 온갖 고통에서 건너느니라.

나를 구성하는 오온은 물질과 형상을 통틀어 ’, 어떤 대상을 통해 일어나는 좋고 싫은 느낌인 ’, 느낌이 일어남으로써 떠오르는 생각이나 관념에 해당하는 ’, 생각이 의도나 충동을 담아 나오는 의욕 및 의지 작용인 ’, 이것을 분별하고 판단해서 인식하는 을 말한다.

모든 것들이 잠시 머물다 변화하고 사라져 가는 것일 뿐인데, 그것을 모르고 연연하여 집착하는 중생들이 있기에 부처님은 오온이 모여 고통이 된다고 강조한다. 오온이 공함을 알면 마음을 다스리기 쉽고 자신의 삶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

인연에 의해 만들어지는 모든 것은 가변적이고 임시적이기 때문에 공하고, 중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보면, 모든 것은 분별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한쪽으로 치우쳐 있기에 공하다.

, , , 식은 마음이 움직이는 순서다. 색을 포함해 다섯 가지 작용이 활발히 일어남으로써 업은 쌓인다.

꽃이라고 하는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가 꽃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아닌지가 문제다.

자신에 대한 집착도, 상대에 대한 집착도, 그 어떤 잘못된 견해도 다 무명(어리석음)에서 나온다.

안이비설신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접촉이 있어야 느낌이 일어난다.

모든 것이 의존적으로 발생한다는 연기의 법칙이야말로 부처가 깨달은 내용의 핵심이다.

전도는 모든 사물을 바르게 보지 못하고 거꾸로 보는 것이고, 몽상은 헛된 꿈을 꾸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꿈인 줄 모르고 현실로 착각하는 것이다. 삶을 왜곡시키지 않고 제대로 보는 연습, 전도몽상을 멀리하는 수행이야말로 열반을 향한 반야바라밀행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석가모니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그 누군가가 조작해서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부처님은 알아차렸고, 그 내용을 중생들에게 친절하게 전해주신 것뿐이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숭아제 모지사바하

가는 이여, 가는 이여

저 언덕으로 가는 이여,

저 언덕 높은 곳으로 가는 이여,

깨달음이여, 이루어질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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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과학 고전 50
강양구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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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grhill/487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2025.1.26.()

문과 출신 독서가다. 책 읽기를 좋아해 나름 과학책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고 자부했다.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를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6명의 과학자와 1명의 서평가가 과학고전 50권에 관한 서평을 모은 책이다. 내가 읽은 책은 몇 권이나 될까 세 보니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침묵의 봄, 부분과 전체, 코스모스, 종의 기원이 선정돼 있다. 물론 다섯 권을 모두 이해했다 보다는 읽었더라는 경험만 남았다. 서평가 이권우 님도 과학 고전 7권을 선정할 수 있었음에, 독서가인 서평가도 과학책에 관한 글을 쓸 수 있다고 과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 뒷부분에 넣은 특별좌담 왜 그 책을 고전이라 불렀을까를 먼저 읽은 일이 다행이다.

 

문과 출신이라서 뿐만은 아닐 것이다. 논문으로 발표되는 현대 과학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 경이로움의 체험, 혹은 지적인 호기심에 의지해 읽는다. 메모 몇 가지를 남겨 본다.

“20세기 이전의 과학 저술들도 과학사를 공부할 목적이 아니라면 이후에 더 잘 쓰인 책을 읽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김상욱 교수의 말에서 과학책 읽기 방법을 배운다 -

화학자의 주기율표는 지리학자의 세계지도와 같다.

화학자들은 개미의 소통 수단 가운데 하나인 페르몬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 페르몬은 생화학 물질이다. 일정한 패턴이 있어서 그 세계를 탐구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유전자가 염색체 위에 존재함을 확인하면서 현대 유전학의 문을 열었다.

박물학자의 전통(진화)과 실험 생물학자의 전통(유전학)을 결합함으로써 진화유전학을 창시했다. 그 옆에 초파리가 있었다!

교양이 사치품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관측상인 증거를 찾아낸 천문학자에게 돌아갔다.

 

과학책을 읽는 데에는 뜻밖에 진입 장벽이 높다. 문과에서는 수학과 과학을 충분히 공부하지 못한 풍토 탓이다. 그래도 과학은 사회적, 시대적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논조로 2, 인간을 사유하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란 방향에서 책을 소개한다.

인간의 폭력성과 이기성을 뒷받침한 유인원이 침팬지라면, 보노보는 낭만과 쾌락을 즐긴다.

죄수의 딜레마가 공유지의 비극으로 연결되지만, 인간은 협력하기도 한다.

1980년대 중반 진화의 산물인 인간 본성을 규명하려는 연구인 진화심리학이 탄생한다. 진화심리학은 우생학이라는 비난을 피하려는 사회생물학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 안에는 석기시대의 마음이 들어 있다.

 

3부는 사회 물리학에 관한 책을 소개한다. 불가능해 보이던 사회 데이터를 모아 컴퓨터로 분석하고 있다.

멱함수이야기가 나오지만(네트워크는 멱함수 법칙이다.), 언급된 때마다 찾아봐도 그때뿐이라 오늘도 다시 찾아본다.

새로 개발된 컴퓨터를 위한 베이식 언어 해석기를 개발해서 팔기 시작한 빌 게이츠, 시작은 해킹이었다.

 

4부는 고전의 어깨 위에 올라 과학을 본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증언하는 책 들이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들이 그렇듯, 진화에 걸리는 시간은 우리의 경험치를 뛰어넘는다. 그 점만 염두에 두면, 빼기로서의 자연선택과 더하기로서의 돌연변이로 이루어지는 진화의 역사에 동의하게 마련이다.

속도는 위치의 한 번시간 미분이고, 가속도는 속도의 한 번시간 미분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다섯을 양자역학의 아버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역학의 천재 아이작 뉴턴, 전자기학의 마이클 패러데이와 제임스 맥스웰, 통계역학을 만든 볼츠만이란다.

어떤 분야든 공부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라는 문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호메오박스라 한다. 호메오박스가 세포 안에서 DNARNA 전사(傳寫) 과정에서 스위치 역할을 한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를 통해 가상의 종교나 초월적인 존재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탐구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려 주고 싶었나 보다.

광대한 우주, 그리고 무한한 시간,

이 속에서 같은 행성, 같은 시대를

○○○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기뻐하면서!

☆☆☆로부터.

- 연애할 때 써먹었으면 좋았을 것을 -

P.312종의 기원핵심 체크가 있다.

이휘소 평전은 소설이 만든 허구를 밝힌다.

 

책을 체계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나름의 원칙에 따라 고대부터 현재까지 고전이라 불리는, 교과서에서 언급한 과학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던 일이 효용성이 없음을 이 책을 통해 배운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과학책은 유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빠진 이유이다. 번역서이기 때문에 부딪치는 책 읽기의 어려움에 과학혁명의 구조가 빠진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17세기 과학혁명 이후 과학의 주류는 서양임을 확인하며, 우리의 교육 구조가 가진 문제점을 돌아보라 한다.

책을 덮고 사서 읽을 책을 골라 메모한다. 원더풀 사이언스, 다윈의 식탁, 개미 제국의 발견,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오래된 연장통, 풀하우스는 여름이 오기 전에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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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동양고전 슬기바다 2
맹자 지음, 박경환 옮김 / 홍익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다른 사람을 탓하는 사람은 아직 갈 길이 멀었고, 스스로를 탓하는 사람은 절반쯤 온 것이며, 아무도 탓하지 않는 사람은 이미 도착했다 (중국 속담)

 

수십 종의 맹자 번역서 중에서 홍익출판사의 동양고전 슬기바다 총서를 택해 배운다. 맹자는 전국시대를 살며 정치를 행함에 있어 이익이 아니라 인의(仁義)의 도덕적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며 인의를 내세운 어진 정책을 실현하면 천하에 누구도 대적할 자가 없다는 것임을 말한다.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하지만, 난세는 또한 사상가를 낳는다. 맹자는 자신의 시대를 사회적 위기와 사상적 위기의 시대로 파악했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을 기대하던 시대에 왕도정치를 통한 민심의 획득을 우선시한다. 왕의 도덕적인 마음, 민생의 보장을 통한 경제적 안정, 현능한 관리의 등용, 적절한 세금의 부과와 도덕적 교화를 통해 어진 정치를 해야 한다고 한다.

 

하나씩 소화해 보자. 왕의 도덕적인 마음은 구체적 정책으로 드러나야 하는데 백성은 항상적인 소득(恒産)이 없으면 항상적인 마음(恒心)을 가질 수 없다라며 왕도정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어진 인재를 기용하고 도덕적 교화를 이루어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이야말로 통일된 천하의 승자에 이르는 확실한 방법임을 강조한다. 맹자 사상의 핵심 내용이다. 왕도정치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면서부터 지닌 도덕적인 마음의 자연스러운 실현이므로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 한다. 성선설이 이론의 바탕에 있다. 사회분업론에서 지배계층은 정치라는 정신 노동(勞心)에 종사하고 피지배층은 농업 생산이라는 육체 노동(勞力)에 종사하는 사회적 분업이 있어야 국가의 근간인 정치와 경제가 원만하게 수행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역자는 맹자를 유학의 이상을 담은 정치 사상서라는 입장이다.

 

양혜왕

맹자의 첫 주장은 이익보다 의리가 중하다는 것이다. 이익보다 인의가 진정으로 중요하다. 전국시대 제후들에게 뜬구름 같아 인기 없었던 유학이 어떻게 중국을 포함한 동양의 전통 사회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가게 되었을까?

즐거움은 백성과 함께해야 하며 어진 정치가 아닌 한 오십 보 백 보라 한다. ‘어진 사람에게는 대적할 자가 없다어진 정치는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 양의 혜왕이 통일된 천하의 왕이 되지 못하는 것은 실은 하지 않기 때문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고정적인 생업(恒産)이 없으면서도 항상적인 마음(恒心)을 지니는 것은 오직 선비만이 할 수 있다. 일반 백성의 경우는 고정적인 생업이 없으면 그로 인해 항상적인 마음도 없어진다. 탕왕과 무왕이 걸 왕과 주왕을 내쫓거나 죽인 것은 신하가 군주를 죽인 것이 아니라 인과 의를 해치는 무도한 사내를 처벌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공손추

공손추는 맹자의 제자다. 무력으로 사람을 복종시킨다면 사람들이 진심으로 복종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억지로 복종한다. 덕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킨다면 진심으로 기뻐하며 진정으로 복종한다. 하늘이 만든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어도 스스로 만든 재앙으로부터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 인의 단서는 네 가지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惻隱之心), 부끄러워하는 마음(羞惡之心), 겸손할 줄 아는 마음(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是非之心), 이를 가지고도 실천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를 해치는 사람이다. 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보다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 사이의 화합(人和)보다 못하다. 천명을 받은 자만이 정벌을 할 수 있다. 덕이 있는 군주가 이웃 나라의 백성을 학정에서 구하기 위해 행하는 해방 전쟁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감히 그렇게 해달라고 청하지는 못하지만 진정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不敢請耳 固所願也)”

 

등문공

정전제, 항상항심, 수확량의 10분의 1에 과세. <허행의 설을 비판한다>는 힐끗 읽어 소화하기 어려워 도올 김용옥의 맹자 사람의 길에서 다시 배워야 한다. 어떤 사람은 마음을수고롭게 하고 어떤 사람은 몸의 힘을 수고롭게 한다.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을 다스리고, 몸의 힘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다.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 자는 남을 먹여 살리고 남을 다스리는 자는 남에 의해 먹고 사는 것이 천하의 보편적인 원리이다. (P.136)

올바른 방법을 따르지 않고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은 담구멍을 뚫고 서로 들여다 보는 것과 같은 경우다. 옳지 못한 일은 바로 고쳐야 한다. 양주는 오직 자신만을 위할 것(爲我)을 주장하는데 이것은 군주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고, 묵적은 차별없는 사랑(兼愛)을 말하는데 이것은 어버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루

천하의 근본은 한 사람의 몸에 있다. 유학은 도덕이론의 출발점을 한 개인의 도덕적 자각과 실현에 두고 있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 “스스로 자신을 해치는(自暴) 자와는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없고, 스스로 자신을 내팽개치는(自棄) 자와는 함께 일을 할 수 없다.” “부자간에는 선()을 행하라고 질책해서는 안된다. 부자간에 선을 행하라고 질책하게 되면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데, 부자간 사이가 멀어지는 것보다 나쁜 일은 없다.” 진정한 효와 관련하여 어버이를 섬기는 것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어버이의 뜻을 받들어 섬기는 것(養志)과 어버이의 육체만을 섬기는 것(養口體)이다. 남들의 칭찬이나 비난에 동요됨이 없이 오직 올바른 도리에 따라 행위해야 한다. “대인이란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p.202) 학문에서는 스스로 체득하는 것(自得)이 중요하다. 학문은 폭넓게 배우고 그것을 세밀하게 토론하고 강설하는 것이 1단계요. 폭넓은 지식을 토대로 핵심적인 원리를 이끌어 내는 것이 2단계다.

근원을 가진 샘물은 솟구쳐나와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흘러가며, 웅덩이들을 다 채운 후에는 앞으로 나아가 사해에까지 이른다. 빗물과 다르다. 명성이 실제보다 지나친 것을 군자는 부끄럽게 여긴다. 사람과 금수의 차이는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아주 미미하다. 사람이 할 일은 도덕적 본성을 확충시켜 온전히 실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도덕 실천, 즉 수양이다.

걱정거리()는 내면에서 생겨나는 것이고 근심()은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군자는 자신이 간직한 인의에 따라 행동할 뿐 그것으로 마음이 동요되지 않으므로 근심이 밖에서 닥쳐오더라도 그것을 근심으로 여기지 않는다. 선행을 하도록 책망하는 것은 친구 사이의 도리다. 부자간에 선행을 하도록 책망하는 것은 부자간의 은혜를 크게 해치는 일이다.

 

만장

만장은 맹자의 제자다. 하늘은 우리 백성들이 보는 것을 통해서 보고, 하늘은 우리 백성들이 듣는 것을 통해서 듣는다.

 

고자

고자는 맹자와 동시대 인물로 사람의 본선에는 선도 악도 없다는 성무선무악설을 주장한다. 인의와 같은 도덕적 행위를 하는 것은 후천적으로 밖에서 가해지는 인위적 교화를 통해 본성을 변화시킨 것이라 본다. 맹자는 물 자체에 아래로 흐르는 경향이 있듯 사람의 본성 자체에 선의 경향성이 있으며, 사람이 도덕적 행위를 하는 것은 그러한 본성의 자연스런 발현의 결과(性善說)라는 것이다. 측은지심은 이고, 수오지심은 이고, 사양지심은 이고, 시비지심은 이다. 이는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다.

은 사람의 마음이고 는 사람의 길이다. 사람들은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도 마음을 잃어버리고는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하는 방법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손가락이 남과 다른 것은 싫어할 줄 알면서도 마음이 남과 다른 것은 시허할 줄 모른다면, 이것을 일러 일의 경중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귀와 눈의 기능은 사고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의 사물에 의해 가리워진다. 마음의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도리를 이해할 수 있고 생각하지 않으면 도리를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마음은 하늘이 나엑 준 것이다. 먹는 것과 예에 관한 대화 중 밑 바닥의 높낮이는 따지지 않고 끄트머리만을 가지런하게 할 경우 한 치 높이의 나무라도 산처럼 높은 누각보다 더 높게 할 수 있다.’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어떤 사람에게 내리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의 근골을 힘들게 하며, 그의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의 몸을 곤궁하게 하며, 어떤 일을 행함에 그가 하는 바를 뜻대로 되지 않게 어지럽힌다. 이것은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을성있게 해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낼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근심과 걱정은 사람을 살아나게 하고, 안일한 쾌락은 사람을 죽게 한다.

 

진심

인의를 지향해 노력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사람을 대함에 먹여주기만 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짐승으로 사귀는 것이요, 사랑하기만 하고 공경하지 않는다면 짐승으로 기르는 것이다. 친애함()은 혈연적 관계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은 혈연적 관계가 아닌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아끼는 것()은 동물과 식물 등의 사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배우는 자에게는 진실로 배우려는 마음이면 족하다. 추구해야할 진리가 내 속에 있는데도 밖으로 찾아나서는 것은 자기 밭은 버려 두고 남의 밭의 김을 매는격이다.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고 가르침을 받는 과정에서 들어 알고 있던 조작 조각들을 모으는 중이다. 현재의 나에게 가장 와닿는 문장은 恒産恒心이다. 직업이 없으면 벌이가 없고 벌이가 없으면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경험한 탓이다. 20251월 시국에 관련지어 격문이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에 정리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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