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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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The Prophet

2023.5.7.()

누군가는 쉽게, 일찍 만나고 알게 되었으나 늦게 어제서야 만난 이가 지브란 칼릴 지브란이다. 하이쿠 정도가 아니면 의 전문을 외우던 때가 오래전의 일이며, 마음에 닿은 시의 일부분을 기억하는 게 보통이다. 그의 사랑에 대하여중 일부를 기억하고 있어 산문시 예언자를 읽고 생각한다.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그를 따르라. 비록 그 길이 힘들고 가파를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감싸안거든 그를 따르라. 그에게 온몸을 내맡기라. 비록 날개 속에 숨은 칼리 그대를 상처 입힐지라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하면 그 말을 신뢰하라. 비록 북풍이 정원을 폐허로 만들 듯 그 음성이 그대의 꿈을 뒤흔들지라도.

 

사랑은 그대에게 영광의 관을 씌워 주지만, 또한 그대를 십자가에 못 박기도 하는 것이기에.

사랑은 그대를 성장하게 하지만, 또한 그대를 꺾어 버리기도 하는 것이기에.”

 

첫 산문시 배가 오다를 여러 번 읽었다. 배가 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 배를 타려는 그는 누구인가, 어떤 상황인가를 알려는 시도였다. 수능 시험처럼 답이 있지 않은지라 여러 가지로 생각한다. 작별, 이별, 자발적 고립, 유폐, 징벌 등이 떠오른다. 화자가 선지자임을 알게 되니 감상이 쉬워진다. 30여 편의 산문시 중에 사랑에 대하여 만큼 기억하고 싶은 것은 결혼에 대하여이다.

 

그러나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도 그대를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어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리지만 줄은 서로 따로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으니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를 속에서는 자랄 수 없으니.”

 

사랑에 대하여를 읽으면,

설레임을 느끼는 이에게 높은 희망과 기대를 가지게 하나

누군가는 설레임이 사라진 삶을 아쉬워하고, 셀레임을 찾으려 할 터이다.

속세의 비난이 따르더라도, 셀레임은 삶에 희망과 용기를 함께 가져다준다.

 

결혼에 대하여를 읽으며,

유행가 가사처럼,

김정운의 책 제목처럼,

변화의 힘을 이길 수 없음과

구속의 힘이 약해진다는 자연의 섭리를 먼저 깨닭은 자를 만난다.

 

구글어스를 열어 레바논의 콰디샤 계곡(kadisha Valley)과 마르사키스 수도원(칼릴 지브란 기념관)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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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발달 - 관계, 뇌, 마음의 통합을 위한 인간관계 신경생물학, 제3판
Daniel J. Siegel 지음, 김보연 외 옮김 / 하나의학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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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발달 The Developing Mind

2023.5.5.()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은 교육심리학의 주요 주제 중 하나다. 다른 사람(모델)의 행동을 관찰(주의, 파지, 재생, 동기화를 거쳐)한 결과 행동이 변화하는 것이다. 이는 조건화에 의한 행동 변화를 강조하던 행동주의 학습에 다른 차원 즉, 인지적 차원이란 장을 열었다.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의 영향만큼이나 최근 영향력을 발휘하는 학자가 다니엘 시겔이라는 소개와 함께 심리학 이론서인 마음의 발달을 선물 받아 읽는다.

마음이란 무엇이고, 마음은 어떻게 발달하는가를 뇌의 구조와 인간관계 경험이 마음을 만든다는 것을 여러 과학 분야 연구를 종합해 탐구한다. 마음이 부분적으로 뇌의 물질에서 나오지만,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는 결론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마음의 발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신경생물학(뇌의 특정 상호작용 회로의 신경세포 활성 등)과 인간관계(의사소통 패턴 등) 두 관점의 통합해 정신 과정(기억, 정서 등)을 설명한다. 우리가 말로 하지 않아도 아는 것을 학문 연구를 토대로 글이란 방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본다.

 

10개의 장으로 구분해 설명한 심리학 기본서로 읽기에 무척 지루하다. 푸르스트의 잃어버리니 시간을 찾아서보다는 덜하다. 읽어가며 역자들이 굵게 표시한 부분을 중심으로 요약한다.

체화된 뇌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상호 연결된 커넥톰을 통해 머리 위로 흐르는 에너지와 정보 흐름이 몸 전체에 걸친 에너지 흐름과 그 흐름이 주는 정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체화된 뇌라 표현한다. 이는 에너지 흐름을 정보로 처리하는 상호 연결된 뉴런의 거미줄 같은 구성이 머리의 뇌뿐만 아니라 심장과 장에 내재한 신경계와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신체 전체에서 두개골 내 구조를 분리하는 것은 개념상 맞지 않는다. 뇌와 신체의 기능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관계와 체화된 뇌가 사실상 큰 체계의 일부이다. 뇌가 발달할 때 초기 경험은 시냅스의 성장과 생존의 조절을 조성한다. 또한 인간관계의 경험은 생애에 걸쳐 우리 마음이 기능하는 방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 경험한다는 것은 에너지와 정보가 마음에 들어오는지 뿐 아니라 그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형성할 수 있다. 경험은 표상을 형성하며, 특정 형태의 정보 처리 능력을 향상하는데 이는 학습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마음의 발달은 뇌와 관계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일어나고, 마음의 조절은 신경생리학적 과정과 인간 관계적 상호작용 안에서 발생한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의식은 알아차림의 경험, 즉 현재 어떤 일이 발생하는 것을 아는 내적 상태로 의식적 선택을 하게 한다. 계는 알아차리게 되는 내적 경험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마음을 강화하려면 집중된 주의력, 열린 알아차림, 연민(또는 친절한 의도) 훈련을 하라 한다. 알아차림이란 단어를 듣게 되면 마음 훈련을 빙자한 사이비 종교 단체가 떠오른다.

 

마음 상태 : 우리의 주관적 삶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민감한 정신 상태에서 영위하며, 마음은 마음을 형성하기 위해 뇌와 관계를 사용한다. 시간은 마음이 중요한 요소로 감정이란 특정한 순간에 마음 상태를 만든다.

 

기억 : ‘기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활성화되는 과정의 집합이다. 회상한다는 것은 잠재된 표상이 실제 활성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초점적 주의력이 없으면 내용은 외현적으로 부호화되지 않는다. 학습이론에서 주의 집중을 강조하거나, 학습 동기유발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이유라고 본다. 경험을 기억한다는 상식을 인간관계 경험은 외현 기억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서술한다. 학자의 글쓰기를 구경하고 있다. 의미 있는 것은 더 잘 회상할 수 있으며, 만성 스트레스는 해마에게 손상을 줄 수 있다. 또한, 실제 사건은 잊힐 수 있듯이 경험하지 않은 회상조차 진짜 기억으로 느낄 수도 있다. 부모의 삶이 자녀에게 내러티브를 만든다.

 

애착과 자기감 : 애착 관계는 마음 발달에 가장 중요한 기초이기에 안정적으로 애착된 아이들은 낯선 상황에서 근접성을 찾아 상황에 적응한다. 영아기의 애착 관계는 뇌 발달에 가장 중요한 환경요인이다. ‘성인의 애착 안정성은 외상이나 상실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자녀에게는 일종의 탄력성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음의 문제는 안정적인 애착을 위해 중요하다. ‘삶의 내러티브는 반복된 경험에 대한 명시적 기억과 암묵 기억 모두에 의해 유도된다. 일관성 없는 부모의 민감성을 경험하면 아동은 양가적인 애착을 갖게 된다. 연구 결과는 와해되거나 혼란형 애착을 가진 아동은 인생 후반부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불안정한 애착의 형태는 연결과 회복에 문제를 발생하게 한다. 와해된/혼란된 애착과 트라우마, 슬픔을 가진 사람은 심각한 정신 장애를 일으킬 위험에 처한다.

 

통합된 변화로서 감정 : 책에서 감정이란 통합 상태의 변화라고 가정하고 풀어간다. 사회적 맥락에 관한 정보는 평가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직관적 반응을 하기도 한다. 거울 뉴런 체계는 경험에서 배우며, 몸의 반응은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지 알게 한다. 우리는 눈 맞춤과 표정 지각에 따라 형성되는 의미와 감정을 파악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라고 한다.

 

표상과 정신적 실재 : 대부분 정보처리이론과 맥락을 같이 한다. 뇌는 상징을 만들어내고, 상징은 정보를 전달한다. 연구는 좌반구가 적극적 동기 상태를 갖는 것에 반해 우반구는 좀 더 수용적이라고 밝힌다. 마음의 대표적 기능은 뇌의 두 반구 간 상호작용에 관여하고, 감정은 뇌의 양측에 존재한다. 뇌는 신경 회로를 변화시킴으로써 경험에 반응한다. 감정적 의사소통과 정서적 조율은 아이의 인지 능력이 발달하는 데 매개체가 된다. 인간의 뇌는 삶에 걸친 경험에 반응하여 항상 변화한다. 마음은 현실에 대한 경험을 구성한다.

 

조절과 일관성 : 자기 조절에서 감정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안정 애착은 자기 조절을 손상할 수 있다. 최근의 경험에 민감하고, 감정 반응은 개인마다 독특하며, 체질적인 특성과 경험적인 학습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인식을 지녔다는 것은 변화의 선택권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의식은 감정 처리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애착은 긍정적이고 즐거운 정서를 만들고, 부정적이고 불편한 정서를 줄인다.

 

인간관계 연결 그리고 관계하는 마음 : 다른 사람과 공명하게 될 때 두 우리가 된다. 삶은 완벽하지 않으며, 관계는 지저분하고, 재연결의 필요성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한 부분이다. 우리의 사회적 환경이 복잡할수록 우리의 피질 구조도 더 복잡해진다. 인간관계는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신경생리학적 변화들을 가능케 하는 애착 경험을 제공한다. 아동기 초기의 상실은 마음의 성장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통합(내부 그리고 관계의 통합) : 통합이란 마음, , 신체, 관계들이 결합하는 것이다. 통합은 건강과 회복 탄력성의 핵심이다. ‘감정은 본질에서 내적 과정들과 개인들을 동시에 결합하는 통합적 기능이다. 통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자기 경험을 형성한다. 이야기 전개 과정은 통합 모드의 기본단위로 일관된 내러티브는 두 반구 간 통합을 통해 생성된다. 이야기를 함께 구성하면서 부모와 아동은 쌍방 간 공명 상태로 들어간다.(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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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na 2024-06-1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으면서도 임팩트 강한 리뷰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감사합니다.
 
독경 - 2500년 독서 잠언의 집대성
공자.주희 외 지음, 장밍런 엮음, 김명환.김동건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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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경 讀經

2023.4.26.()

중국의 교육자 장밍런(張明仁)1940년에 고금명인독서법을 엮었다. 2,500년 중국 역사에서 독서란 무엇인가에 답한 공자와 주희 등 290여 명의 글을 모았고, 이를 번역한 책이 讀經이니 2500년 독서 잠언을 집대성했다는 광고가 허언은 아니다.

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나는 을 배운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책을 읽는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좁게 보는 것이다. 의 의미는 오히려 과 가깝다. 또 하나는 구술문화와 문자문화가 을 대하는 관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구술문화 시기엔 암송이 의 전부였다. 문자문화 시대에서 암송은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칠 백 구십여 쪽 분량의 본문에서 수많은 현자의 견해를 만났지만, 讀經이전에 접한 思而不學則殆, 學而不思則罔을 으뜸으로 본다. 공자와 주희가 남긴 잠언을 비중있게 다룬다.

 

청대까지 은 암송을 전제로 하므로 꾸준하게 매일매일 일정 분량을 암송하기를 강조한다. 죽간을 맨 끈이 닳도록 혹은 백 번, 천 번 소리 내 입에서 귀를 거쳐 마음으로 전해질 때 암송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렇게 하면 아둔한 사람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경험을 나열한다. 글자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암송하기 위해 써보라 한다. 요즘 유행하는 필사가 구술문화 시기 공부법과 맥락이 닿아 있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활용하기 위해서 독한 책의 내용을 요약하기도 강조하는 방법이다. 독서 노트, 독후감, 서평 등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책을 읽고 공부한 내용을 자기의 언어로 요약하여 두는 일은 문자문화 시대에는 더욱 필요하다.

송대 이전에는 암송해야 할 책의 양이 적어서인지 어떤 책은 꼭 읽어야 한다는 글이 많다. 넓게 읽으려 하지 말고 정해진 몇 권을 암송하면 다른 책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밝힌 견해는 뒤에 옮기려 한다. 이치를 깨달으면 다른 책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格物致知라는 단어가 이를 표현한다. 서적의 종류가 많아진 송대 이후에는 넓게 하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명, 청대에 이르면 博學多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식의 범위가 넓으면서 깊이도 심오해야 함을 강조한다. 演繹에서 歸納으로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공자나 맹자의 글이 짧은 것에 비해 후대로 갈수록 을 논하는 글의 길이가 길어진다. 쉽게 설명하려는 뜻이 있으리라 여기지만, 讀經에서도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논리 절약의 원칙을 볼 수 있다. (이하 생략)

 

알지 못하면서 창작하는 자가 있는데, 나는 그런 일이 없다. 많이 듣고 그 가운데 좋은 것을 택해서 본받고, 많이 보고 그것을 기록하는 것이, 알고 난 다음 일이다.” 여기서 지기록하다이다. 어떤 곳은 이를 述而不作이라고 한다. 할 때는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마음을 비운다는 이미 품고 있는 생각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니, 그것을 비어있는 상태()라고 한다. 현대 교육 방법론 중에 오수벨의 유의미학습에서 선행조직자가 있어야 새로운 정보를 포섭하여 의미있는 학습이 된다는 이론과 다른 대척점에 있다. 이것도 대척점이라고 보기보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공부()할 겨를이 없다라고 말하는 자는 비록 겨를이 나더라도 공부할 수 없다.

군자는 널리 배우면 배운 것을 익히지 못할까 근심하고, 익히고 나면 실행할 수 없을까 근심하며, 실행할 수 있으면 겸손할 수 없을까를 근심한다. 한서를 쓴 반고는 기예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정립되고, 명성은 다른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겨울, , 장마철이 한가한 때이니 공부하라는 동아시아 몬순의 특성에서 나온 경험치다. 질문이란 자신이 배웠으나 깨닫지 못한 일에 관해 간절히 묻는 것이고, 근사(近思)란 자신이 미칠 수 없는 일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다. 뜻을 세우지 않고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성취할 길이 없다.

 

()나라 때 갈홍이 말하기를 내가 여러 책에서 필요한 것만 베껴서 엮고 그 요점을 뽑으니, 공들인 것은 적으나 거둘 것은 많았고, 생각은 번거롭지 않았으나 보는 시야는 넓어졌다.” 독서 노트를 쓰는 습관은 하는 데 필수적인 방법이다. ‘마음에서 배우려는 뜻이 없으면, 소리 내어 읽는 것을 들어도 들리지 않고 책을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학습태세에 관한 교육학 이론과 같다. 학문을 익히고 문장을 논하는 것은 봄의 꽃이요, 자신을 수양하고 행동을 유익하게 하는 것이 가을의 열매로 비유한다.

 

송대 독에 관한 문장을 요약하면, 사람의 재주와 학문은 적절하게 사용할 때 귀해진다. 많이 배우고도 활용할 수 없다면 배우지 않은 것과 같다. 이는 존 듀이의 프래그머티즘에 닿아 있다. 배움에는 자득自得보다 귀한 것이 없다. 자득한다는 것은 외부에 달린 것이 아니므로 스스로 터득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백 권의 책을 두루뭉술하게 읽는 것은 한 권의 책을 정밀하게 읽는 것만 못하다. 여력이 있는 이후에 여러 책을 보게 된다면 여러 편을 섭렵해도 또한 그 정밀함을 얻을 수 있다. 글짓기는 억지로 할 수 없고, 일을 겪어야 지을 수 있는 일이다. 반드시 가득 채운 나머지에서 드러내고 흠뻑 젖은 후에 흘러야 최고점에 이를 수 있다. 이른바 가득 채우고 흠뻑 젖는 것은 반드시 학문이 해박한 가운데 오는 것이다. 독서할 때는 많이 읽는 것에 탐욕을 부려서는 안 되고, 항상 자기 역량이 남아 있도록 해야 한다. 정독이냐 다독이냐의 문제로 고민하는 이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문장이다. “천하의 일에는 이익과 손해가 서로 절반씩 있는데, 완전히 이익만 있고 조금의 손해도 없는 것은 오직 책뿐이다. 귀함과 천함, 가난함과 부유함, 늙음과 젊음을 따지지 않으니, 책 한 권을 보면 곧 한 권의 보탬이 있고, 하루 동안 책을 보면 하루의 보탬이 있다. 그러므로 완전히 이익만 있고 조금의 손해도 없다는 송대 예사의 말이다. 독서할 때는 출입법을 알아야 한다. 열정적으로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는 것이 책에 들어가는 법이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책에서 나오는 법이다.

주자는 6가지 조목으로 독서법을 정했다. 순서점진順序漸進 : 순서에 따라 점차 나아간다. 순서를 따르는 것이 근본적인 기초를 쌓는다 방법이다. 숙독정사熟讀情思 : 익숙하게 읽고 정밀하게 생각한다. 허심함영虛心涵泳 : 마음을 비우고 깊이 몰두해서 읽는다. 절기체찰切己體察 : 절실하게 여겨 체득하고 살펴야 한다. 착긴용력착緊用力(책에 착을 로 표기 하고 있고, 착은 아래 한글에서 찾을 수 없다) : 빠듯하게 힘을 쏟는다. 읽는 기한을 넉넉하게 하되 독서 과정을 빠듯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푼다. 거경지지居敬持地 : 에 처하여 뜻을 유지한다. 몰입해야 함을 말한다.

 

원대의 독에 관한 글을 요약하니, 뜻에 정해진 방향이 없으면 끝없는 바다를 둥둥 떠다니며 머무른 바가 없는 것과 같으니, 그렇게 하고도 망령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이것이 뜻을 세우는 것(立志)을 가장 우선시하는 까닭이다.

명대의 독에 관한 글을 모아 본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깨닫는 바가 있는 곳에 이르러서는 그때마다 기록해 놓고, 생각하지 않으면 도리어 막히게 된다. 책을 읽어 자신의 마음을 단속하는 것은, 약을 먹어 병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배움은 의심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의심이라는 것은 깨달음의 핵심이다. 배움은 꾸준함이 중요하고, 또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이 중요하다.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은 꾸준함과는 다른 것 같겠지만 꾸준함은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이다. 학문이 두루 통달한 경지에 이르지 않았을 때는, 자기의 견해와 합치되면 옳게 여기고 자기의 견해와 어긋나면 그르다고 여기니, 마치 남쪽의 배를 기준으로 북쪽의 배를 비웃고, 의 정강이가 긴 것을 기준으로 오리의 정강이가 짧음을 미워하는 것과 같다. 책을 볼 때 많이 읽기를 탐하거나, 일 할 때 빨리하기를 구하는 것은 모두 경계해야 할 것이다. 많이 읽기를 탐하면 정밀해지지 않고, 빨리하기를 구하면 오류가 많아진다. 책을 읽지 않으면 어리석음에 가로막히고, 독서만 하면 문자에 가로막힌다.

 

이제 청대의 을 살핀다.

학문하는 것은 젊었을 때 해야지, 나이가 들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이가 들더라도 노력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독서에는 죽도록 열심히 하는 공부는 있어도 즐겁게 하는 공부는 없다.’는 위제서가 한 말이다. 독서는 반드시 정밀함과 익숙함을 귀하게 여겨야 하니, 빨리 읽으려고 하는 것이 독서의 가장 큰 변이다. 이는 현대에 들어 정보량을 핑계로 속독법을 강조하는 강사들에게 청대의 학자가 일침을 놓는 격이다. 중용에서 말하는 지식을 깊이 추구하는 길은 널리 배우기(博學), 자세히 따져묻기(審問), 신중히 생각하기(愼思), 분명하게 분별하기(明辯)으로 독서라는 말이 없다. 독서는 지식을 깊이 추구하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다.

모든 일이 지나치게 각박하게 하는 것이 마땅치 않으나, 독서와 같은 것은 철저히 해야 한다. 모든 일이 욕심 내는 것은 마땅치 않으나, 책을 사는 일은 욕심내지 않으면 안 된다. 책을 읽을 때 철저하게 읽지 않으면, 많이 읽어도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 하지만 많이 읽지 않고 철저하게 읽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은 해가 나올 때의 빛과 같고 장성해서 배우는 것은 촛불의 빛과 같으니, 비록 배움이 늦은 자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지 않는 자보다는 낫다. 학령기와 서구 조기 교육의 개념과 같다. 독서를 잘 하는 자는 항상 부족하다고 여겨 지혜롭게 되고, 독서를 잘 못 하는 자는 항상 자만하여 어리석게 된다. 청대 저명한 학자인 황본기는 항우본기項羽本紀가 사마천의 가장 숙련된 문장이라고 평한다. 일반적으로 독서할 때는 반드시 과정을 세우고, 아침에 이 책을 읽었으면 아침마다 이 책을 읽어야지 저녁으로 옮겨서 해서는 안 되고, 저녁에 이 학업을 익혔으면 저녁마다 이 학업을 익혀야지 아침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 일정한 시각과 일정한 과목을 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순서대로 점차 나가야 한다. 현대 교육학의 위계학습, 프로그램학습에 닿아 있는 문장이다. 공부방(가숙)의 과정에는 훑어보기(), 읽기(), 베껴쓰기(), 글짓기()을 주요 목표로 산는다.

 

讀經을 읽으며 배움, 독서, 교육을 생각할 때, 近思錄이 위대한 책임을 다시 확인한다. 근사록은 여러 판본이 있지만, 2004년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내놓은 近思錄이 가장 좋다. 역자 서문만 읽어도 격하게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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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 - 정답이 없는 혼돈의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한비자의 내공 수업
조우성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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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16.()

출간 전이라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짧았던 관리자 기간에 읽고 활용했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평범한 리더가 어떻게 조직을 장악하고 자기를 단련시켜 나가야 하는지, 사례를 들어 풀어준다. 한비자를 탐독한 내공을 바탕으로 한다. 아직 현직에 있는 친구와 후배들에게 권해야 한다.

 

법과 술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 군주에게는 반드시 권세가 필요하다가 한비자의 법가 사상을 이루는 핵심이다. ‘은 공정하면서도 엄격한 원칙을, ‘은 신하를 올바로 쓰면서 간신을 견제하기 위한 지혜인 통치술을, ‘는 군주가 가져야 할 권세나 권력으로 결코 다른 누군가와 나눌 수 없다.

 

은 공평하고 엄격한 원칙의 힘으로 정답이 없는 혼돈의 시대와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조건이다. 비바람이 불어야 어느 나무의 뿌리가 깊은지 알 수 있다. 마음속 깊이 군주를 사랑하는 신하는 없다.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맹상군 열전을 통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자 인간사의 본모습이라 본다.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직원들에 대해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어떻게 해야 서로의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방법론에 집중해야 한다. 그릇된 일을 할 수 없게 하는 방법을 쓰는 게 우선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다. 부하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를 형명참동(形名參同)이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신상필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견을 내지 않는다면 책임을 피하고 자리를 유지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침묵은 찬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조직의 역량도 발휘된다. 보이는 대로 믿지 말고 항상 의심하라. 남면과 북면의 차이, 즉 바라보는 방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권한(상과 벌)을 올바르게 쓰는 것도 리더의 의무다. 상은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아야 한다. 예의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법이다. 엄격함과 모욕을 주는 것은 다르다. 사람은 나쁜 것을 더 오래 기억한다. 이는 생존 본능이다.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또다시 배신할 수 있다. 이익을 기대하는 사람은 끝까지 믿지 마라. 직원들의 역량은 리더의 피드백에 따라 성장한다. “잘못이 있는데 처벌받지 않고, 공이 있는데 상을 받는다면, 비록 망한다 해도 이상한 것이 없다.” 또한, 인기에 영합하는 리더십은 위험하다.

 

(통치술)은 인재를 지혜롭게 쓰는 기술이다. 하나의 유능함이 열의 지혜를 이길 수 없다. 앤드류 카네기의 묘비명(여기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쓸 줄 알았던 사람 잠들다)이 증명한다. 리더의 경청이 직원을 일하게 한다. 자신만의 사고의 틀일 수 있는 판단, 탐사, 충고, 해석은 공감적 경험을 방해한다. 경청은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게 해준다.

주변의 평판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 안 되는 이유가 있다. 패거리 문화는 교묘하게 리더의 눈과 귀를 닫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칭찬을 품앗이하듯 하는 경우엔 정확한 판단이 쉽지 않다. 우선, 상대의 처지가 아닌 심의(인간의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 설득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입장과 욕구를 분리하라는 것이 1970년대 하버드 협상론의 핵심이다. 다음으로 리더의 말은 부드러워야 한다. 기분이 상하면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다. 논쟁으로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할 수 없다. 지혜와 말재주보다 호감이 먼저다. 끝으로, 아부는 당신은 내게 아주 중요한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해 상대의 마음을 여는 마법같이 작용하기도 한다.

새로운 인재를 들일 때는 조심해야 할 일이 있다. 기존의 인력이 성과를 낼 기회를 주었나? 기존 인력에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켰는가? 외부 인재와 기존 인재가 융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가? 를 점검한다.

반대 의견이 없다는 것은 위험 신호다. 조언하는 사람의 의도를 세밀하게 파악하라. 조언을 경청해야 한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칼은 나를 다치게 할 수 있다. 일의 목적에 부합하는가를 보아야지 화려한 결과와 대안에 현혹되지 마라. 외부의 조언은 조직의 상황에 부합해야 가치가 있다. 오다 노부나가가 판단한 명검 요시모토의 칼 이야기를 기억하자.

작은 지혜(미봉책), 작은 충성에 매달리지 마라.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마라. 작은 충성이 큰 충성을 해친다. 오기 장군의 예처럼, 크게 베풀면 부하는 충성으로 보답한다. 은혜를 베푸는 것도 통치술이다. 여기서 유가와 법가의 생각이 다르다. 리더는 풀을 저절로 눕게 하는 바람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리더를 지켜보고 있다.

 

는 권한과 책임에 대한 통찰이다. 리더의 권한과 책임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두 사람이 말을 부릴 수 없다. 권한을 위임하되 비본질적인 권한만 위임하라. 리더는 홀로 결단해야 하는 고독을 감당해야 한다.

리더가 가지니 정보는 곧 힘이다. 리더의 입은 무거울수록 가치가 빛난다. 텅 빈 옥 술잔과 질그릇 중 물을 담을 수 있는 것은 질그릇이다. 비록 훌륭한 지혜가 있더라도 그 술수를 다하지 못하는 것은 누설 때문이다.

리더는 자기 생각을 반드시 이해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지 말아야 한다. 리더와 부하가 미래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 세종이 한글 창제를 비밀에 부치고 진행한 까닭을 생각한다.

사소한 월권행위도 방관해서는 안 된다.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융통성이 빛을 발한다. 변칙이 원칙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면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협력, 협조하고 있다는 착각이 조직을 갉아 먹을 수 있다.

리더는 무슨 말이든 웃는 낯으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이 고통일지라도,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와 성공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그래야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리더의 역량은 좋은 조언을 듣는 사람의 탁월함에서 나온다. “무릇 간악한 신하란 군주의 마음에 순응하여 신임받고 총애받는 태세를 취하는 자다

리더는 두려움을 쉽게 내색해서는 안 된다. 리더의 감정은 조직 전체로 퍼진다. 위기 상황일수록 두려움을 드러내지 마라. 리더의 내공은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군주의 근심은 다른 사람을 믿는 데서 생기는바, 다른 사람을 믿으면 그에게 지배를 받게 된다. 원수진 이가 쏘는 화살은 피하기 쉽지만, 은혜를 베푼 사람이 던지는 창은 막기 어렵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버리면서까지 헌신하지 않는다. 영원한 충성, 조건 없는 충성은 없다.

조직 내 갈등은 반드시 독이 되어 돌아온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일 공산이 크다.

강하더라도 이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애써도 일이 안 되는 때가 있는 법이다. 리더는 성과 못지않게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작은 조짐을 꿰뚫어 보는 통찰의 힘이 필요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라. 현재에 만족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 현실 속에 불변의 정답은 없다. 조직의 생존력은 리더의 생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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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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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2023.4.8.(토)

책을 읽는 까닭은 여러 가지다. 전문성을 키울 지식을 얻거나, 위로를 받거나, 재미를 찾거나, 남이 읽으니까 따라가는 경우 등.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목적이 독자의 독서 목표라면, 「공간의 미래」는 선택할 필요가 없다. 방송에서, 강연에서 마주한 저자의 말에 끌려 선택하니 이런 느낌을 받는다. 책보다는 그가 출연한 알뜰신잡류의 토크쇼에 어울린다는 판단을 한다.

관계는 사람 간 거리를 결정한다거나, 시선이 모이는 곳에 있는 사람이 권력을 쥔 자라거나, 공간구조가 바뀌면 권력의 구조가 바뀐다는 문장은 건축가의 시선이다. 서문은 공간디자인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는 생각으로 코로나 시대 이후 어떤 공간을 만들어 어떤 사회를 만들까 하는 주제를 풀어보겠다고 밝힌다.

책의 앞부분은 줄여서 쉽게 쓴 건축사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를 중산층 주택을 살펴본다. 중산층 주택의 크기는 85 제곱미터(26평)가 기준이고, 침대는 공간을 낭비하는 공간적 사치로 본다. 발코니 확장법은 소비를 확대하고 제조업을 활성화한 공간적 촉매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 교외화라는 건조환경에 대한 투자가 불평등을 심화시킨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아파트에서의 삶을 자연과 격리된 가택 연금 상태로 보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를 제안한다.

서양 건축물의 구조가 벽식 구조라면, 동아시아 건축은 기둥식 구조라 정의한다. 기둥식 구조가 층간 소음이 적고 변형이 쉬운 친환경적인 건축구조라 한다. 건축에서 가장 큰 변화는 건축재료에 있는데 대리석과 나무에서 콘크리트와 철골을 거쳐 3D 프린트와 목구조로 건축재료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파트의 5원칙으로 발코니, 소셜믹스 공원, 기둥식 구조, 복합구성, 친환경적 목구조를 제시한다.

공간과 권력의 메커니즘이 잘 드러난 분야를 종교로 보고, 벽과 계단을 만들어 생긴 높이를 통해 권력을 과시한다고 읽어낸다. 불교와 기독교가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통제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나머지 장을 읽어가며 메모한 내용을 옮겨보면,

‘책을 읽는 것은 정보 습득 외에 책 속의 정보를 통해 내 생각을 만드는 것’이라는 문장은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와 같은 표현이지 싶다.

도심에 공원을 만들자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정방형 공원보다 선형공원으로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지론은 풍화될수록 체적이 증가하는 것과 같다. 월세를 21세기 소작농으로 비유하며 작더라도 내 집을 소유하는 것이 경제적 자주와 독립을 이루는 방법이라니 집은 빨리 사는 게 좋다는 말이다.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프랙털 지수는 1.4란다. 하얀 종이는 1. 검은색 바탕이 2이고. 이는 적당한 불규칙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획일화, 정형화된 아파트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주거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다.

재능 기부에 대한 저자 생각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 물론 내가 재능이 있는지 모르지만, “재능 기부는 사회 발전을 위해서 없어져야 한다.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은 기부해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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