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평점 :
공간의 미래
2023.4.8.(토)
책을 읽는 까닭은 여러 가지다. 전문성을 키울 지식을 얻거나, 위로를 받거나, 재미를 찾거나, 남이 읽으니까 따라가는 경우 등.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목적이 독자의 독서 목표라면, 「공간의 미래」는 선택할 필요가 없다. 방송에서, 강연에서 마주한 저자의 말에 끌려 선택하니 이런 느낌을 받는다. 책보다는 그가 출연한 알뜰신잡류의 토크쇼에 어울린다는 판단을 한다.
관계는 사람 간 거리를 결정한다거나, 시선이 모이는 곳에 있는 사람이 권력을 쥔 자라거나, 공간구조가 바뀌면 권력의 구조가 바뀐다는 문장은 건축가의 시선이다. 서문은 공간디자인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는 생각으로 코로나 시대 이후 어떤 공간을 만들어 어떤 사회를 만들까 하는 주제를 풀어보겠다고 밝힌다.
책의 앞부분은 줄여서 쉽게 쓴 건축사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를 중산층 주택을 살펴본다. 중산층 주택의 크기는 85 제곱미터(26평)가 기준이고, 침대는 공간을 낭비하는 공간적 사치로 본다. 발코니 확장법은 소비를 확대하고 제조업을 활성화한 공간적 촉매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 교외화라는 건조환경에 대한 투자가 불평등을 심화시킨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아파트에서의 삶을 자연과 격리된 가택 연금 상태로 보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를 제안한다.
서양 건축물의 구조가 벽식 구조라면, 동아시아 건축은 기둥식 구조라 정의한다. 기둥식 구조가 층간 소음이 적고 변형이 쉬운 친환경적인 건축구조라 한다. 건축에서 가장 큰 변화는 건축재료에 있는데 대리석과 나무에서 콘크리트와 철골을 거쳐 3D 프린트와 목구조로 건축재료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파트의 5원칙으로 발코니, 소셜믹스 공원, 기둥식 구조, 복합구성, 친환경적 목구조를 제시한다.
공간과 권력의 메커니즘이 잘 드러난 분야를 종교로 보고, 벽과 계단을 만들어 생긴 높이를 통해 권력을 과시한다고 읽어낸다. 불교와 기독교가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통제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나머지 장을 읽어가며 메모한 내용을 옮겨보면,
‘책을 읽는 것은 정보 습득 외에 책 속의 정보를 통해 내 생각을 만드는 것’이라는 문장은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와 같은 표현이지 싶다.
도심에 공원을 만들자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정방형 공원보다 선형공원으로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지론은 풍화될수록 체적이 증가하는 것과 같다. 월세를 21세기 소작농으로 비유하며 작더라도 내 집을 소유하는 것이 경제적 자주와 독립을 이루는 방법이라니 집은 빨리 사는 게 좋다는 말이다.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프랙털 지수는 1.4란다. 하얀 종이는 1. 검은색 바탕이 2이고. 이는 적당한 불규칙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획일화, 정형화된 아파트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주거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다.
재능 기부에 대한 저자 생각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 물론 내가 재능이 있는지 모르지만, “재능 기부는 사회 발전을 위해서 없어져야 한다.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은 기부해야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