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조남선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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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2025.1.4.()

제목에 두 번 쓴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지난 가을부터 베스트셀러인 나 교수의 책 읽고 글쓰기읽지 않고 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며, 에세이도 마찬가지라고 여긴다.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가 풀어낸 책은 무엇이 있을까? 비판적 읽기는 에세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는 자칭 독서가인 내 생각. 이렇게 세 가지 문제의식에서 책 읽기를 시작한다.

 

저자 조남선은 아들이 하나인 팔 남매 집안의 여섯 번째 딸로 성장해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다. 2, 3, 4장은 사랑에 관한 에세이다. 아버지의 사랑도 작지 않았으나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에세이의 토대로 읽힌다. 저자의 아이들이 어릴 때 부모에게 건넨 쪽지(‘아빠 왜 매일매일 늑개 오새요. 아빠 힘들지요. 내가 악마해 들이게요)를 간직하고, ‘아무리 바빠도 스킨십을 하자. 뽀뽀도 좋고 포옹도 좋고 하이파이브도 좋다며 아침에 집을 나서며 사랑을 표현한다. ‘살다 보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일을 당할 때가 많을 거라는 아빠의 말’(P.109)과 부끄러움을 가르쳐야 했다는 고백도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저자 형제자매간 우애(유튜브, 조약국집 팔 남매), 고향 후배들을 위한 선풍기와 탁구대 기증으로, 미카엘로의 미사보가 고향 성당과 캄보디아로 보내진다. 사랑이 물수제비처럼 퍼진다. 교사이니 교실에서 베푼 사랑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 기술하지 않았으리라 미루어 본다.

 

인도여행에서 타고르의 기탄잘리를 사고, 박지원의 열하일기<호곡장기>를 인용하고, 이규보의 한문 수필 이옥설(理屋說)에서 깨진 유리창의 법칙으로 잘못을 알게 되면 바로바로 고쳐야 함을 말한다. 윤오영의 수필 소녀와 박완서의 소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 김남주의 시 사랑 1에서 수오지심(羞惡之心) 등을 연결해 풀어 놓았다. 박완서의 여행기 모독으로 티베트 여행이 두렵기도 했지만, 여행작가 오소희의 라오스가 욕망이 멈추는 곳이란 표현에 이끌려 라오스에 다녀왔을지라도 소설과 시, 수필을 이야기와 엮어내니 독자라면 전공 교과를 알아챌 수 있다.

 

4개 장 중에서 첫 장 이토록 사랑이 쉬운 일이라면을 읽을 때 끝까지 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느꼈지만, 감은사터를 다녀와 쓴 글(P.48)에서 끝까지 읽기로 했다.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닮은 글이다. 2, 3, 4장까지 읽어보니 끝까지 읽은 것이 다행이다. 첫 장 중 인도 여행 글은 여행기인지 에세이라 봐야 할지 어느 곳에서 끼워 넣기 어려웠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에세이 맛을 느낄 수 있다. 수년 전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를 읽고


선생이라도 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평생 하셨다고 한다”(p. 68)라는 인식은 흔히 했던 말이라 할지라도 이라도라는 표현으로 교직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유쾌하지 않을 것이고, 임용고사 경쟁률을 생각한다면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느 학교나 미친개로 불리는 교사들이 있었다.”(p.139)라는 문장은 지나친 일반화다. 없었다고 반박하지 않는 선에서 말을 멈춘다. 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잘한 일은 아니지만, 같은 맥락에서 교직 생활의 최대 장점이 방학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신다”(P. 21)라는 문장에서 21세기 20, 30대 남성에게 여교사 결혼 선호도 순위가 하락한 이유를 본다. ‘방학이면 외국 여행을 떠나는 여교사는 국내에 남겨진 남성에게 매력을 주지 못한다는 여론조사를 떠올린다. 내가 좋다고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다.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속담과 바로 가는 길보다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할 때도 있다는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의미를 되살릴 수 있다. ‘메주자’(Mezuzah)라는 히브리어가 문설주임을 안 것, 몽골에서 들었다는 마두금(몽골의 전통 현악기)’ 소리는 책을 읽고 얻는 덤이다.

 

P.S. <여유가 두려운 당신에게> 서평을 받은 출판사 마음연결에서 신간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를 보내 서평을 요청한다. 서평단에 응모하지 않았어도 신간을 보내준 출판사에 고마움을 함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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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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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3.()

감상하거나 비판하며 읽는 책은 아니다. 근무하며 쉬는 시간마다 편하게 읽는다.

마지막 담배를 피우며 쓴 고별 연은 앞서 낸 책에 있었어도 웃으며 읽는다. 담배와의 이별은 생각하지 않는 독자이기에 이런 고별연을 쓸 능력이 되지 않아 고별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써 먹고 있다. 포스트잇을 두 군데 붙여 놓았다.

 

저자의 지인 중 서예가의 글씨를 평하며 사용한 입고출신(入古出新)은 타고난 자질을 바탕으로 고전으로 들어가 새것으로 나온(P. 218)’다는 뜻이다.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은 바를 네 글자로 표현하기에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저자의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 조언의 결론 부분에 인용한 당송 8대가의 한 분인 당나라 한유(韓愈)의 편지 일부에

풍부하되 한마디 군더더기가 없고(풍이불여일언, 豊而不餘一言 )

축약했으되 한마디 놓친 게 없다(약이부실일사, 約而不失一辭)”를 소개한다. 답사기에서 언급한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처럼 언어에 율동이 느껴진다.

 

벌방이란 단어를 알게 된 것도 책을 읽어 얻은 수확이다. 북한에서 쓰는 말로 들이 넓고 논밭이 많은 곳'을 뜻이다. 평야 지대를 벌 방 지대라고 한다. 추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보다야 덜하겠으나 백자 달항아리를 한국미의 영원한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니 그렇게 받아들일 일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한 선배들의 노고에는 저자가 말일파초회라는 배우는 모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배우면서 나이를 먹어 가야 함을 배운다. 배우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저자가 교유했던 백남준, 신학철, 오윤, 김지하, 김가진 등에서 예술가의 삶이 보기와는 다름을 확인한다. 5장에서 소개한 스승과 벗을 읽으며, 서울에서 살지 못해 변방의 삶을 안타까워하나 다시 시작할 수 없음도 안다.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에서 대상을 고려한 글을 써야 한다는 걸 확인한다. 유식한 척하는 글이라면 독자는 읽기를 중단한다.

 

P.S. 유홍준의 글과 비슷하게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니 권혁재 교수님의 우리 자연 우리의 삶-남기고 싶은 지리 이야기가 떠오른다.

 

창비에서 202411월 말에 초판 2, 본문 363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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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이 중요하다 - 세계는 지리로 작동한다
알렉산더 머피 지음, 김이재 옮김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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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8()

지리학이란 학문이 자기소개를 한다. 지리학이 중요하다라고. 조금도 눈을 번쩍 뜨게 하지 못하는 문장이고, 어떤 학문에서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왜 이렇게 제목을 정했는가? 라는 문제의식으로 읽는다.

 

주요 내용은 지리학의 성격과 다양한 관점을 소개한다.

차드, 니제르, 나이지리아, 카메룬 4개국과 국경을 공유하는 차드호가 1960년에 비해 호수 면적이 10%만 남아 있는데 자연의 힘과 인구 증가를 주된 원인으로 본다. 대규모 수출용 작물 재배, 가뭄의 악화, 무능한 정치지도자의 통치, 사헬에 대한 국제적 무관심 등 복잡한 요인을 추가해 설명한다. 이해를 위해 입지의 장소적 특징이 중요하고, 자연환경과 인간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공간적 변화에 주목해야 하고, 지역뿐 아니라 그 너머도 보아야 하며 지리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다.

탐욕스러운 식민 통치는 지리적 지식을 활용해 현지인과 자연환경을 착취하기도”(p.25) 했다는 학문의 발전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고백한다. 최근 지리학에서 장소감’(sense of place)과 이주노동자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물론 지리학의 주요 관심은 왜 그것이 그곳에 있는가?”(why of where)이다. 내가 공부하던 20세기에 비추어 임마누엘 칸트의 관점인 지리학을 통해 배움이 인간 발전의 기회가 된다는 주장을 소개한다. 인간의 감각이 파악할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로 현상, 시간, 공간을 제시하여 식물학 및 정치(형식), 역사(시간), 지리(공간)라는 사고방식을 형성한다.

 

공간이란 무엇인가?

존 스노의 런던 콜레라 지도에서 통찰력을 볼 수 있다. 지구궤도 이심률의 변화, 축의 기울기 변화, 분점의 세차운동이 기후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지연적 요인임을 최근에 배웠지만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공간 패턴,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아 호수의 수와 면적이 줄어든다. 지층의 투과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공간과 규모는 상호 연결되어 있다(공급사슬) 등을 서술한다.

 

장소란 무엇인가?

통합적 사고에 필수적인 개념이 장소다. 에드워드 랠프의 <장소와 장소 상실>로 무장소성을 소개한다. 민족이란 하나의 허구라고 말한다. 뉴스에 2024년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자연과 사회는 무엇일까?

분포와 패턴 연구가 중요함을 인도공동체의 기후 변화에 관한 취약성 연구를 사례로 든다. 공간과 규모 간의 상호 연결을 다룬 글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해 옮긴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자 곡물 수확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한국 대기업 중 하나인 대우그룹은 마다가스카르 정부와 협상을 통해 곡물 확보와 운송을 위한 임대 영농 계약을 체결했는데, 국가 전체 경작지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이었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정부가 대우와 맺은 협상 조건은 엄청남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결국에는 폭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계약이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퇴진에도 영향을 끼친 셈입니다.”(p.143~144)

 

왜 우리에게 지리학이 필요할까?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인식을 증진한다. 삶을 풍요롭게 한다. 시민사회를 강화하고 정책 수립에 이바지한다. 지리 공간 기술의 이해 및 활용을 촉진한다.

 

지리학이 중요하다라는 제목을 뽑은 까닭은 첫째, 20세기 중반 하버드 대학에서 지리학과를 폐지, 미국 초중등학교에서 지리 과목이 일반적인 사회 교육 과정의 일부로 전락한 일이 지리 문맹을 낳고 있다는 지적을 하기 위해서다. 둘째, 학문의 영역을 짧게 서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상 영역이 넓기 때문이며, 셋째, 제국주의 시대에 서유럽에서 발달하던 지리학이 21세기에 중요도, 관심도가 낮아졌지만, GPS, GIS 등 새로운 학문 영역이 추가 되었고 유용한 문제 해결 방법이기 때문이라 판단한다.

비전공자에게 약간은 산만하여 핵심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하름 데 블레이의 왜 지금 지리학인가와 유사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왜 지금 지리학인가는 지정학에 가까워 외교관 등 국제 문제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지리학이 중요하다는 지리학을 넓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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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사는 길 - 민생을 살리는 국정 혁신 과제
김재록 지음 / 책읽어주는사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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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사는 길(3,200)

.우리나라 역사에 시대의 문제를 바로 보고 개혁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성과는 다르지만, 6두품 유학 지식인 최치원의 시무십여조 (時務十餘條), 고려 광종의 개혁, 대한제국 시기 근대화를 위한 광무개혁과 갑오개혁 등은 사회개혁안이다. 로마 시대 크라쿠스의 개혁도 역사다. 개혁과 혁신의 시도는 외부자의 시선뿐만 아니라 내부의 관점에서 가능하다. 2024년 겨울을 맞으며 야인 김재록의 우리, 다시 사는 길은 내부자의 관점에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책은 맹자의백성이 가장 귀하다(民爲貴)”에서 출발해 민생이란 먹고 사는 일이면서 최소한의 인간적 삶이라 한다. 민생을 살리고 북돋는 것은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전제가 성립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다시 사는 길이 논의하는 출발점인 문제의식은 열 가지다. 각각의 문제의식은 저자의 경력과 경험, 묵상과 사색을 토대로 나름의 해결 방안을 제안하니 관련 분야의 문제의식과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실현 방안을 찾거나 세력화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일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 다시 사는 길을 읽도록 하고 하되, 독자가 정리한 문제의식과 해결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6.10항쟁으로 쟁취한 87년 체제의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은 수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5년 담임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밝히고, 지지부진한 개헌논의를 한탄하며 개헌은 국회와 정부의 시대적 책무라고 주장한다. 헌법 개정 역사를 밝힌 글은 교양으로 읽을 만하고, 새 헌법에 미래 10년의 비전을 담자며, 6가지를 제안한다. 권력 구조 개편, 감사원의 국회 이관, 실질적 행정 수도, 국립대학의 변화 방향, 검찰 개혁 등에 관해 저자의 독특한 관점을 볼 수 있다. 책이란 얼음을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카프카의 말처럼, 기존 상식과 결이 달라도 공감하는 부분을 찾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둘째, 국제 관계는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에 따른다. 가치나 의리는 포장일 뿐 국익 앞에서는 헌신짝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노태우 정부의 북방 정책 개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보수 정권의 반동을 다룬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멧>에 윤 대통령을 두고 기시다 내각이 자국 역사를 세탁하는 데 발견한 완벽한 공범”(P.63)이란 평가를 봐야 한다. 남북 관계의 획기적 변화를 여는 첫걸음으로 북미 수교를 제안하고, 유엔사 대신 평화유지군을 창설하자는 제안과 북한개발국제투자은행 설립 및 운용 방안(P.71)은 기존의 생각과 관점을 달리하는 혁신적 관점이다. 저자의 경제 활동 경험을 토대로 하기에 주목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핵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 의식에 대한 방안은 오컴의 면도날처럼 간명하다. 북한이 핵무장을 강행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첫 단추로 북미수교를 언급하나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로비와 한중일과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현실화 되어가는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미국의 실체(P.109. 미국 고위 관료를 지낸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는 깡패국가 평판을 책으로 냈다고 한다)와 개혁 개방 이후 성장 가도를 달리던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최대 위기라는 딜레마는 현실을 똑바로 보자는 뜻이다. 최후의 승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평화라며 십자군 전쟁의 영웅 살라딘도 소개한다.

 

넷째, 한국 정당과 국회는 혁신해야만 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선거제도 개선, 정당 국고보조금제도를 손봐야 한다면서 지역주의 정당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지역 정당의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P.139)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은 정치의 민낯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시민 입장에서 새로운 관점이라 정치의 지역 고착화(?)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지 않을까 염려한다. 공기업에 관해 공영과 민영이 국민의 복리와 행복에 기준을 두고 보완적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수긍하나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판단할 수 없고, 경제학자나 정책 입안자들이 귀 기울여야 할 점이다.

언론의 혁신은 진실만이 내가 추구하고 숭배하는 가치야”(P.153)라는 언론인 리영희 선생의 말로 기준을 제시한다.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자가 보호받는 사회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지 못하면, 실질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염려한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글로벌화, 밴처중소기업이 가야 할 길에서 대기업이 기술을 탈취하는 일을 막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한다.

 

다섯째, 현행 선발제도의 뿌리가 일제 강점기 선발 방식에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교육부 폐지, 대학의 전면자율화, 대학 서열 구도의 해체안, 학문 연구와 직업 교육의 분리를 주장한다. 교육부의 폐지에 관한 논의는 교육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정부에 대한 저항이자 복합적인 교육제의 해결 방법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여섯째, 인구 감소 추세로 10년이 지나면 현행 병력 규모를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비숙련 단기 복무 인력인 사병 중심에서 숙련 장기 복무 인력인 간부 중심으로 병력 구조를 전환하며, 이를 위해 징병제와 모병제의 융합을 제안한다. (P.207) 귀기울여 듣고 연구할 사안임이 틀림없다. 사병 봉급 200만원 이라는 목표가 일으킬 문제보다 장기적으로 검토하되 너무 늦어선 안 될 과제다.

 

일곱 번째, 보건, 복지, 사회 분야 혁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P.218부터 231까지 양극화 해소가 최우선 국정과제여야 한다는 제안에 공감한다.

 

여덟 번째, 친일 매국노를 청산하지 못한 대가가 한국사회의 통합을 저해한다는 문제의식에서 프랑스의 나치부역자 소탕(한나 아렌트의 글과 암흑의 대륙, 포스트 워에서는 프랑스의 나치 부역자 청산이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과 반민특위를 짓밟은 이승만 정부를 대조하며 해방국가의 정체성이 훼손됐음을 아쉬워한다. 극우 뉴라이트, 현대판 밀정과 역사 인식의 왜곡에 대한 글은 용서와 화해보다 반성과 사죄가 먼저라고 응수한다.

 

아홉 번째, 영호남 지역주의는 병폐라는 문제의식에서 연원을 살피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노무현의 길을 돌아본다.

 

끝으로 2024년 국민이 보는 가운데 진행되는 검찰의 역할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와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축소하자는 제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치의 존재 이유는 민생이라는 저자의 전제를 떠올리며, 민주주의와 낙태라는 가치를 강조한 해리스를 꺽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재선에 성공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승리 요인을 생각하니, 김재록의 통찰은 시공간이 다른 한국 사회에서 정치지도자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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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역습 - 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김희상 옮김 / 책사람집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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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29.() 12:10

이런 식의 책은 드물다. 전문화되는 학문의 경향에 벗어나 신화, 철학, 뇌과학, 심리학, 사회학적, 법의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논지를 펼친다. 더욱이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문학, 철학, 의학의 결과를 사례로 들고 있으며, 놀라운 점은 서구 학문의 결론 부분이 공자의 기소불욕 물시어인으로 맺을 수 있다는 점이다. <책사람집>에서 책을 보내올 때 인문 서평이란 범주로 좁혀둔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증오의 역습은 네트워크상의 증오를 막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선언하며, 증오는 왜 생기느냐는 뿌리 찾기와 어떤 결과를 표출하는가에서 출발한다. 증오에 관해 알아야 하며 증오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는 심리학에 뿌리를 둔다. 서론에서 증오란 경멸의 가장 파괴적 형태, 오직 파괴를 지향하는 성향으로 정의하고, 이성과 감정을 장악하기에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본다. 증오는 독성을 지닌 침묵, 거친 언사를 동반한 폭력, 사회 갈등, 차별과 집단 폭력, 범죄와의 전쟁 등으로 표출된다. 증오는 분노, 격분, 질투와 다르다. 이는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증오는 그렇지 않고 자신에게까지 고통을 유발한다. 여기에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이트, 에리히 프롬의 생각을 담고 있다. 책은 우리는 누구나 증오를 느낄까?” 자문하는 등 15가지 질문에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제 질문을 따라가 보자.

증오는 어떻게 우리 안에 살게 되었을까?” 티에스테스와 아트레우스 이야기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증오의 뿌리를 찾고, 진화는 증오를 누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본다. 아들러는 열등감에서 증오의 원인을 찾는다. 증오는 계획적 사고다. 증오는 공격성을 띤 감정이다.

증오의 씨앗은 무엇일까?” 긍정적 공감의 결여, 소통의 부재(침묵의 소리), 실망과 모욕이 증오의 싹을 틔운다. 특히 모욕은 가장 강력한 증오의 기폭제이며, 방어기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괴롭힘이 증오의 원인임을 묘사한다(p.64)고 말한다.


우리 영혼의 치부에 시기, 질투, 탐욕, 복수심이 있다는 것을 카인과 아벨의 예를 들어주고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에서 시기를 악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언급한다. 비교에서 시기가 시작된다며, “시기는 언제나 비교에서 비롯된다. 비교가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는 시기도 없다.”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을 인용한다. “사람의 눈매는 날카롭다. 증오의 눈매는 더 날카롭다. 가장 날카로운 눈매는 질투다. 질투는 사랑 더하기 증오이기 때문이다.”는 아람 격언을 소개한다. 불교에서 증오, 무지, 탐욕을 삼독으로 여긴다. 탐욕은 증오를 부채질한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은 복수와 맞물린 증오의 심리 묘사를 잘 다루고 있다고 평가한다.


나를 보호하던 보호견이 내 영혼을 물어뜯었다.”며 두려움이 증오를 만들고, 무력감에 사로잡힐 때 증오의 힘은 터져 나온다. 세뇌와 선동은 증오를 키운다. 집단의 비호를 받는 개인의 증오는 폭력성이 커진다. 증오는 천천히, 계획적으로 자라난다. 증오의 발작적 분출은 이성적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문장으로 증오의 역습을 설명한다.

파괴의 근원에 숨겨진 진실은 증오라며 오랜 철학적 고찰, 최신 과학의 연구, 심리 치료의 임상경험을 종합할 때, 증오의 주요 특징은 파괴적 공격성, 공감의 배제, 섬세한 감정과 생각의 무시와 왜곡, 사악한 생각에 주력함, 잔혹함,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집요함이라고 한다. ‘잔혹함의 예로 김정은이 장성택과 측근을 굶주린 개 120마리가 물고 뜯게 했고 지켜봤다(p.122)고 한다. 사실인지 독자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 분노, 경멸, 혐오는 증오와 친척이라며, 경멸은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차갑기 그지없는 감정으로 우월한 지위를 과시할 때 드러난다고 한다. 증오는 뜨거운 감정으로 사회적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증오의 얼굴에서 증오는 편집증(성인의 1.4%에 나타남), 나르시시즘, 자아 중독으로 표출된다. 심리학에서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잠재적인 사이코패스를 검은 3형제라고 하며, 사디즘(남의 아픔을 즐거워함)을 포함해 검은 4형제라고 한단다. 사디즘은 경험이 없어 모르겠다. 서구인의 사고와 우리가 달라서 인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투쟁부분에서 자기혐오와 심리 장애, 몸매 상실을 보는 두려움, 자해까지 이를 수 있는 자기혐오, 실패한 자아 최적화, 자기 자신을 겨눈 극한의 공격성이 내용은 평범한 삶을 사는 독자가 수용하기 쉽지 않지만, 히키코모리 현상은 알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끔찍한 사이가 되었을까?”라는 남녀의 증오를 다룬다. 애증은 사랑과 증오다. 두 감정의 공통점은 열정이라는 밀도 높은 감정을 담고 있다. 서구 사례에서 인셀 운동’(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은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불만에서 시작돼 이성을 간절히 원함에도 독신으로 사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혐오, 낙인, 페미사이드, 인셀등에서 결국 불태워지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 말한다. 재물손괴 뒤에 증오가 숨어 있다며, 탈레반의 바미얀석불 파괴, 분서갱유, 독일에서 유대인 박해, 마야 고문서 소각 등을 혐오의 사례로 제시한다. 최악의 증오 범죄로 묻지마 살인, 학살, 테러를 예로 들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 키르케르고, 헤르만 헤세를 데려와 설명한다.

디지털 분노는 인종 차별과 성적 모욕으로 폭력을 자극하며 가상공간에서 증오가 늘어간다고 우려하며 자존감의 결여를 원인으로 상정한다. 이를 막기 위해 형사 처벌과 심리적 전략을 말한다. 유머,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경고, 공감에 호소하는 메시지를 전략으로 열거하며 공감에 호소가 가장 성공적이라고 한다.


파괴의 도구들은 증오의 수단으로 책임전가, 욕설과 비방으로 창피를 주기, 가스라이팅, 인간성 말살로 정리해 사례를 들어준다. 해밀턴의 작품 가스등에서 가스라이팅이 유래되었음을 소개한다. 인간성 말살의 사례로 히틀러와 괴벨스의 말, 르완다 투치족 학살을 언급한다.

증오 극복의 10단계”(P.253)는 나를 모조리 태워 버리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단계로 소개한다.

증오로 얼룩져 가는 사회에서 벗어나는 법에서 유념해야 할 것들을 소개하지만,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으로 맺고 싶다. 끝으로 공감 능력을 장려하는 일이야말로 증오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며, 애정을 작고, 성세하게 배려하며, 길게 보자고 한다.

 

증오란 단어로 280여 쪽 분량이란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을 듯하다. 폭넓은 앎, 지식이 있어 통찰할 수 있어야 가능한 글이다. 학문에 치우치지 않고, 가볍지도 않고, 서로 공감하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주제는 아니다. 오히려 책을 통해 글을 쓸 소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여러 개 감정을 다뤄 스피노자가 에티카, 강신주가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썼던 것과 다르게 증오에만 집중하고 있다. 서두에 말한 통섭은 전문화를 토대로할 수 있다는 역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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