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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이 중요하다 - 세계는 지리로 작동한다
알렉산더 머피 지음, 김이재 옮김 / 김영사 / 2022년 10월
평점 :
2024.12.18(수)
지리학이란 학문이 자기소개를 한다. 「지리학이 중요하다」라고. 조금도 눈을 번쩍 뜨게 하지 못하는 문장이고, 어떤 학문에서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왜 이렇게 제목을 정했는가? 라는 문제의식으로 읽는다.
주요 내용은 지리학의 성격과 다양한 관점을 소개한다.
차드, 니제르, 나이지리아, 카메룬 4개국과 국경을 공유하는 차드호가 1960년에 비해 호수 면적이 10%만 남아 있는데 자연의 힘과 인구 증가를 주된 원인으로 본다. 대규모 수출용 작물 재배, 가뭄의 악화, 무능한 정치지도자의 통치, 사헬에 대한 국제적 무관심 등 복잡한 요인을 추가해 설명한다. 이해를 위해 입지의 장소적 특징이 중요하고, 자연환경과 인간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공간적 변화에 주목해야 하고, 지역뿐 아니라 그 너머도 보아야 하며 지리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다.
“탐욕스러운 식민 통치는 지리적 지식을 활용해 현지인과 자연환경을 착취하기도”(p.25) 했다는 학문의 발전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고백한다. 최근 지리학에서 ‘장소감’(sense of place)과 이주노동자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물론 지리학의 주요 관심은 “왜 그것이 그곳에 있는가?”(why of where)이다. 내가 공부하던 20세기에 비추어 임마누엘 칸트의 관점인 “지리학을 통해 배움이 인간 발전의 기회가 된다는 주장”을 소개한다. 인간의 감각이 파악할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로 현상, 시간, 공간을 제시하여 식물학 및 정치(형식), 역사(시간), 지리(공간)라는 사고방식을 형성한다.
공간이란 무엇인가?
존 스노의 런던 콜레라 지도에서 통찰력을 볼 수 있다. 지구궤도 이심률의 변화, 축의 기울기 변화, 분점의 세차운동이 기후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지연적 요인임을 최근에 배웠지만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공간 패턴,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아 호수의 수와 면적이 줄어든다. 지층의 투과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공간과 규모는 상호 연결되어 있다(공급사슬) 등을 서술한다.
장소란 무엇인가?
통합적 사고에 필수적인 개념이 장소다. 에드워드 랠프의 <장소와 장소 상실>로 무장소성을 소개한다. 민족이란 하나의 허구라고 말한다. 뉴스에 2024년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자연과 사회는 무엇일까?
분포와 패턴 연구가 중요함을 인도공동체의 기후 변화에 관한 취약성 연구를 사례로 든다. 공간과 규모 간의 상호 연결을 다룬 글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해 옮긴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자 곡물 수확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한국 대기업 중 하나인 대우그룹은 마다가스카르 정부와 협상을 통해 곡물 확보와 운송을 위한 임대 영농 계약을 체결했는데, 국가 전체 경작지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이었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정부가 대우와 맺은 협상 조건은 엄청남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결국에는 폭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계약이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퇴진에도 영향을 끼친 셈입니다.”(p.143~144)
왜 우리에게 지리학이 필요할까?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인식을 증진한다. 삶을 풍요롭게 한다. 시민사회를 강화하고 정책 수립에 이바지한다. 지리 공간 기술의 이해 및 활용을 촉진한다.
「지리학이 중요하다」라는 제목을 뽑은 까닭은 첫째, 20세기 중반 하버드 대학에서 지리학과를 폐지, 미국 초중등학교에서 지리 과목이 일반적인 ‘사회 교육 과정’의 일부로 전락한 일이 지리 문맹을 낳고 있다는 지적을 하기 위해서다. 둘째, 학문의 영역을 짧게 서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상 영역이 넓기 때문이며, 셋째, 제국주의 시대에 서유럽에서 발달하던 지리학이 21세기에 중요도, 관심도가 낮아졌지만, GPS, GIS 등 새로운 학문 영역이 추가 되었고 유용한 문제 해결 방법이기 때문이라 판단한다.
비전공자에게 약간은 산만하여 핵심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하름 데 블레이의 『왜 지금 지리학인가』와 유사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왜 지금 지리학인가』는 지정학에 가까워 외교관 등 국제 문제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지리학이 중요하다』는 지리학을 넓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