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 - 길 위의 그리스도 종교문해력 총서 3
정경일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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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그리스도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

2025. 6. 29()

어릴 때 교회에 몇 번인가 다녔던 경험만이 신앙의 전부인 무신론자가 [종교 문해력 총서 3 기독교] 를 읽는다. 성경을 정독하거나 배워 익히지 못했기에 기독교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학교에서 세계사 시간에 배운 종교적 사건들과 신·구교의 분리, 수많은 종파에 관한 조각난 지식뿐이다. 종교를 믿음의 문제로서만이 아니라 이해의 문제로 인식하자는 총서의 집필 기획 의도를 따른다.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를 읽어도 기독교를 모두 이해할 수 없다. 읽어가며 밑줄 친 내용들을 정리하며 저자의 문제의식과 저술 의도를 알고 단편적인 지식을 얻는다.

 

프롤로그에서 예수의 전기, 예수 이야기가 시대마다 문화마다 계속 나오는 이유를 예수를 재현하는 해석이기 때문이라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패러다임으로 풀고 있다. 예수가 탄생하던 시기를 서구 역사의 어느 시점에 두어야 하는지 헷갈리지 않으려면,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칙령에 따라 호적 등록을 요구하던 사실을 기억하면 좋다. 예수의 길과 관련지어 자기가 길을 식별하고 선택해야 한다. 선택의 기준은 얼마나 빠른가, 얼마나 쉬운가가 아니라 얼마나 바른가?”(p.19)이다. 우리의 삶의 길도 마찬가지다.

 

우리말 성서에 개역, 공동 번역, 새번역 성서가 있다. 아람어나 그리스어에는 반말과 존댓말의 구분이 없는데, 번역 성서에서 예수의 말을 모두 상대를 하대하는 반말체라고 지적한다. 마태오, 마르코, 루가, 요한 복음서를 공관복음서(共觀福音書)라 부른다. 경전 중심의 종교성은 세계 종교로 결정짓는 조건이다.

예수를 묘사한 그림은 대략 여섯 가지 종류가 있다. 가장 익숙한 예수의 얼굴은 미국 화가 워너 셀만의 1940년 작품 <그리스도의 머리>로 부드러운 곱슬머리에 잘생긴 백인 예수가 지긋이 위를 올려다보는 모습이다. 김선지 작가의 뜻밖의 미술관에서(p.26) 풀어준 것이다. 디지털 기술과 포렌식 기법으로 팔레스타인 만자의 얼굴 특징을 반영해 형상화한 예수, 1999년 자넷 맥킨지가 그린 <민중의 예수>는 예수를 흑인으로 상상하고 표현했다. 인도인 화가 솔로몬 라지가 그린 <스승 예수>, 1974년 에디위나 샌더스가 그린 <크리스타>여성 그리스도라고 할 수 있다. 프리츠 아이헨베르크의 1951년 작 <빵 배급 줄의 그리스도>는 가난한 자, 노숙자였다. 스리랑카에서 그린 <야곱의 우물가의 예수와 사마리아 여자>에서는 예수를 불교적으로 해석한다. 각각을 검색해 보면 포스트모더니즘이란 패러다임을 볼 수 있다. ‘예수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그리자라는 부분에서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윤리는 보는 것이다를 소개하며 고통을 당하는 타자의 얼굴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경계하고 두려워한 것은 유대교 신앙과 삶의 길을 새롭게 해석하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유대인 예수를 이해하려면 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살았던 유대인의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상황을 살펴보아야 한다. 갈릴래아는 유대 세계의 변방으로, 가난하고 작은 자들이 고통당하며 살고 있던 땅이었다. 문형배 전헌법재판관이 말한 창조는 변방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을 떠올린다. 그리스도는 메시아다. 예수가 탄생한 지 30년 뒤 예수를 따르던 제자 베드로는 스승 예수를 그리스도, 즉 메시아로 고백한다. 성경에 유소년, 청소년기 이야기가 없는 것은 그때까지는 예수는 메시아가 아니었다는 것을 뜻한다. 로마 제국과 헤로데 왕국과 성전(로마의 다문화 통치 정책에 따라 자유와 특권을 누리던 성전 세력은 성전세를 위한 환전과 제물 매매 독점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의 삼각 지배 동맹이 통치하고 있던 예루살렘에서 하느님 나라 운동을 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위험한 길이었다.(p.225) 불교와 그리스도교는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세상으로 돌아온 대승적 신비가들의 자비와 사랑에서 시작했다. 복음서 기록에 따르면 세례자 요한과 예수는 이종 사촌 간이었다. “우리도 예수처럼 실수하고 실패하면서 자기 소명을 찾아 살고 죽었다는 사실은 우리도 예수의 길을 따라 마음과 용기를 내게 해준다.”(p.89)

 

종교는 역사 속에서 교리, 의례, 조직 등이 제도화되면서 관습적 지혜로 변질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종교 운동은 전복적 지혜로 출발한다. 카렌 암스트롱에 따르면, 종교사적으로 인간의 신 관념은 애니미즘, 토테미즘, 다신론, 단일신론, 유일신론으로 발전했다. 현대에는 이신론, 범신론, 범재신론도 나타났다.

의 행복은 의 행복과 연결되어있다는 상호연결성을 깨닫는 것이다. 공동체성의 각성과 공동체의 구성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p.119)

2022년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사회 인식 비교 조사를 통해 개신교 교회가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개신교인의 62.2%가 인식하고 있다. 개신교인 중에서도 개신교가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응답한 자가 30.5%가 된다.

물질주의는 인류의 아주 오랜 질병이다. 버트런트 러셀의 말처럼 자유롭고 고귀하게 사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소유에 대한 집착이다.”(p.127) 우리의 소유가 우리의 자유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교회 그리고 물질주의에 갇힌 사회의 우리가 맘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은 예수를 본받는 것이다. 안식일은 종교적 율법이 아니라 가난한 자, 약자를 위한 사회적 율법이었으나 유대 종교 엘리트들은 안식일 준수를 종교적으로 제도화했다. 예수는 무조건적 환대를 강조했는데, 경계 없는 접촉, 공동식사, 소수자, 약자와의 존재론적 동일시라는 행위를 요구한다. 신자유주의의 핵심 원리는 각자도생인바, 돌봄을 인간성과 인간됨의 기본으로 제시한다. 상호의존적 존재라는 것이 돌봄 민주주의의 인간론이다. “우리는 길을 만들고, 길은 우리를 만든다.”(p.195) 고독은 나와 함께 있는 것이다. 중보기도란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기도다. 개인주의와 경쟁주의에 찌들어 외로움과 불안한 삶을 질병처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중보기도의 의미를 되뇌자 한다. 유월절은 히브리 조상들이 파라오의 압제와 노예 생활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절기다. 십자가가 그리스도교의 상징이 된 것은 로마의 박해가 끝난 4세기 이후의 일이다. 콘스탄티누스가 십자가 문양을 병사들의 방패에 새기고 밀비우스 다리 전투에서 승리하나 후에야 십자가는 죽음의 상징에서 승리와 영광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무신론자인 독자가 읽은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는 그리스도교 입문서는 아니다. 개신교를 믿으라는 요구도 없다. 종교를 이해하려는 시도에 맞춘 내용이다. 2000년 전의 예수를 현재의 관점에서 이해하자는 것이다. ‘갈릴래아의 예수에서 중심부와 변방이란 구조로, ‘전복적 지혜에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예수와 기독교를 본다는 이야기이며, 다른 장에서는 무조건적 환대와 공동체의 삶 등을 번 아웃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대안으로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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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 - 미처 몰랐던 불교, 알고 싶었던 붓다 종교문해력 총서 2
강성용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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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몰랐던 불교, 알고 싶었던 붓다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

2025. 6. 22()

다섯 권으로 구성한 <종교문해력 총서> 중 두 번째 책 불교를 읽는다. 저자는 붓다가 무슨 고민을 했고, 그 고민에 대해 무슨 해답을 찾았기에 불교라는 종교를 만들었는가, 불교 혹은 붓다의 가르침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을 풀어간다. 붓다를 이해하려 고대 인도의 고행 전통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붓다가 활동하던 당시의 인도 동북부에서 등장한 사상적 혹은 종교적 흐름을 쉬라마다(沙門) 전통이라 한다. 집을 떠나 출가하고 특정한 세계관에 따라 수행 혹은 고행 하면서 목표한 바를 이루려 노력, 고행 전통으로 부를 수 있다. 자이나교와 불교에서 현재까지 전통이 유지된다. 자이나교도들은 인간을 구성하는 핵심이 되는 생명(지바)’이 있다고 믿었다. 동물과 식물 등 다른 물체에도 있다(물활론)고 믿었다. 지바는 물질적 한계에 갇혀 윤회를 지속하는데, 지바를 속박하는 미세 입자들을 까르마라고 한다. 사회적 종교적 규범 체계를 정하는 세계관을 다르마라고 한다. 자이나교 다르마에서 강조하는 것은 해치지 않음이라 채식을 하고 농어업보다는 상업과 금융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다. 자이나교도가 지향하는 바는 지바에 붙은 까르마를, 고통을 통해 그 대가를 지불하고 떨어내는 것이다.

 

붓다 시대의 사상과 전통에는 제사 의식을 통해 인간사회는 물론 우주의 질서가 유지되고 인간의 생존이 가능해진다고 믿는 사람들의 생각은 제사의 전문지식을 가진 사제의 권위가 강력해지는 근거가 되었다. 제사 주최자의 죄 혹은 까르마를 사제가 넘겨받는다. 이런 패턴은 베다에서 제사 주최자와 사제들 상이의 긴장 관계로 남아 있다. 승려에게 음식을 제공하면 사제로서 음식을 얻고, 반대로 기부자인 재가 신도는 복을 기르는 밭인 승려를 이용해 복을 받는 구도로 연결된다. 고대 인도에서 힘의 원천은 제사 의식이 연관되어 있다. 사제는 제사의 날짜와 시간을 정하는 일에서 천문학과 점성술, 수학을 발전시켰다. 제사 의식 안에서 행해지는 구체적인 행위들이 어떻게 우리가 사는 세상 혹은 우주와 연결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모든 불교의 전승은 구전 전승의 결과이고 모든 정보는 베다에서 발원한 것이다.

아리아인들이 말과 함께 인도로 가져온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마차 바퀴(짜그라 cakra)였다.현대 인도의 국가 상징에도 짜그라가 자라잡고 있다. 기원전 3세기 아쇼카 왕이 세운 아쇼카 칙령이 새겨진 석주에 설치한 기둥머리 조형물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대 인도 대법원의 상징에도 사용된다. 붓다가 처음으로 자신의 가르침을 편 사건을 가르침의 바퀴를 굴린 사건이라고 이해하는 불교도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아리안들이 인도 원주민을 무력으로 정복해서 하층 게급으로 삼아 카스트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등의 19세기 에 만들어진 설명은 근거가 없다. 아리아인들의 이주는 점진적으로 남성이 대부분인 소수의 이주민들이 지배계급으로 편입됐고, 그들의 문화가 주도적인 문화로 자라잡은 것이다. 고대 인도(마우리아, 굽타 왕조)에서 왕의 개인적인 신앙이 바뀌는 일이 반복되었다. 왕들은 타 종교를 탄압하지 않았다.(졸저 독서로 말하라에서 언급하였다)

 

붓다 고민의 출발점에 대해 알아보자. 윤회와 까르마는 별개의 역사적 뿌리를 가진 두 관점이다. 까르마는 입자론 형태로 붓다가 살았던 시대에 당연시 여겨지던 관념이다. 윤회에 관한 생각과 관념은 꽤 다르다. 베다 시기 최초기에 인도 아리안들은 죽은 조상들의 제사를 통해 먹여 살린다고 생각했다. 3대 후손까지 제사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면, 나는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편하게 지내는 존재로 고양될 수 있다는 관념이 베다 초기의 내세관으로 보인다. 제사에서 공물로 보내는 쏘마(환각 혹은 각성작용을 하는 식물의 즙)’는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세상에 돌아와 식물을 자라게 한다. 가축, 인간에게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쏘마는 정액으로 변환되어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 낸다는 설명이다. 죽은 인간의 운명이 쏘마의 순환 구조에 엮여 있다. 이러한 순환논리로 이해하는 윤회의 세계관이 구축된다. 붓다는 윤회에서 벗어나려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출가수행자의 길을 택한 문화적 맥락이 있다.

고생()에 관한 생각을 알아보니 누구나 겪는 모든 일과 대상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이것도 아닌 것 저것도 아닌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만큼 얻거나 싫은 것들을 완벽하게 피하거나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이 겪는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인생에 대한 붓다의 근본적인 진단이다. 저자는 불편함으로 받아들이자 한다. ‘제행무상은 인간의 모든 경험은 조건에 따라 구성된 결과물이고, 그것은 영속성을 가질 수 없고, 영속적이지 않은 한 모두 고생으로 귀결된다는 명제가 만들어진다.

붓다가 새롭게 발견한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고행을 했었지만, 까르마를 제거하기 위해 고행을 하는 것 자체가 해탈로 가는 바른길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을 했던 것이고, 불교적인 혁신, 즉 중간길을 택해 해탈에 이르는 과정을 겪는다. 윤회의 원인인 갈구(渴求)를 제거하면 까르마의 작용이 불가능해져 윤회를 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붓다가 중시한 것은 걸식 과정에서 얻은 음식에 대해 좋고 싫음의 반응을 하는 것을 최악의 태도로 여겼다. 개인적 선호와 무관하게 받아들이는 자세였다. 갈구를 없애서 해탈로 가겠다는 수행자의 태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붓다는 상한 고기를 대접받아 식중독으로 고생하고 등창까지 겪게 되면서 등을 바닥에 대고 바로 눕지 못한 자세로 생물학적인 의미의 죽음을 맞았다. (상좌 불교의 전통이 강한 나라의 와불이 모두 옆으로 누운 이유다)

 

붓다가 가르친 것으로 전해지는 고귀한(이의) 네 진리(1) 고생이라는 고귀한 진리 (2)고생의 근원이라는 고귀한 진리 (3) 고생의 소멸이라는 고귀한 진리 (4)고생의 소멸로 이끄는 길이라는 고귀한 진리이다. 사성제(四聖諦)라 번역한다. 이 원인의 근원까지 추적하면 갈구임을 붓다는 알게 되었다. 네 번째인 고생의 소멸로 이끄는 길로는 여덟 단계 고귀한 길(八正道)이 제시된다. <가르침의 바퀴를 처음 돌림>에서 전해지는 붓다가 가르친 것은 쏠림 없는 중간 길이다. 감각적 만족을 주는 대상을 갈망하는 저급한 태도와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고행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의미 없는 태도를 피하는 길이 중간 길이다. 팔정도는 바른 판단, 바른 결정, 마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계, 바른 노력, 바른 알아차림, 바른 몰입이다.

인도의 출가자 지위를 사회적 맥락 안에서 생각하면, 출가자가 노동을 통해 자신이 필요한 것을 자급하면서 수행해야 한다는 출가자 공동체의 규율인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라는 구절은 중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중국 전통이다.

 

출가자가 된다는 것은 사회적 의미에서 사망의 과정을 거친다는 뜻이다.

불교 전승에서 붓다가 주어진 문제 상황을 진단하고 설명하는 핵심적인 방법은 인과 관계에 기반한 설명이다. ‘의지하여 생겨남연기론(緣起論)이다.

갈구를 없애자면 감각기관을 제어해야 하고, 감각기관이 각각의 해당 대상에서 만들어 내는 느낌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사문유관(四門遊觀)’은 붓다가 동서남북 네 문으로 외출했다가 노병사를 체험하고 출가자를 보게 되면서 출가를 결심하는 이야기다.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은 한문 번역으로 익숙한 중국 불교 전통에서 벗어나 고대 인도의 초기 불교에 집중하여 연구한 저자의 노력을 토대로 불교의 핵심 메시지로 까르마, 사성제, 팔정도, 윤회를 쉽게 해석해 준다. 이진경의 불교를 철학하다를 읽는 것이 불신자가 불교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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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 - 종교 이후의 종교 종교문해력 총서 1
성해영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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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

2025. 6. 17()

2024년 가을에 불광출판사에서 기획한 <종교문해력 총서 1 종교 ~ 총서 5 원불교>를 공부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123일 비상계엄 이후 국가란 무엇인가,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 읽었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해 불확실성이 조금씩 나아지는 듯하여 종교문해력 총서를 읽는다. 총서는 1 종교, 2 불교, 3 기독교, 4 이슬람교, 5 원불교로 구성하고 있다. 1종교<종교 이후의 종교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란 제목으로 여러 종교 전통의 책을 총서로 묶어 출판한 까닭에서 시작한다. 선례가 없는 일임으로.

 

오늘날 종교는 절대자에 대한 믿음에만 국한하지 않고 세속에서 좋은 삶곧 개인과 공동체의 안녕과 행복이라는 가치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시대적 문제의식으로 세계 종교와 원불교 전통 고유의 해법과 방향을 제시한다. 전통적 신도나 신자뿐 아니라 나 같은 일반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기획하였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무슬림 혐오 현상을 우리 사회의 무지로 판단하며, 종교 문해력은 필수적인 시민역량이라는 관점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

 

엑스터시(ecstasy)황홀경이라 번역하며 내 밖에 선다라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다. 엑스터시는 살아가면서 늘 느끼거나 경험하지 못한다. 일상적인 일이 아니다. 희소한 일이기에 황홀하게 여긴다. 내면에 있는 내가 아닌 나, 내 밖에 선 나, 우리가 아직 모르는 그 무엇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 출발은 육체적인 사랑이다. (p.145) 욕망의 대상과 육체적으로 결합하는 일은 기쁨과 더불어 나를 잊게 만든다. 물고기는 물 밖으로 나와야만 물을 인식할 수 있다. 즉 엑스터시가 필요하다. 책에서는 엑스터시라는 종교적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종교는 앞으로 여전히 우리 앞에 존재할까?’라는 첫 질문을 다룬다. 종교가 사회의 걱정과 고통을 어루만지기는커녕 사회가 종교와 종교인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종교만 어는 자는 아무 종교도 모른다.’라는 막스 뮐러(19세기에 힌두교 경전을 서양에 소개한 학자)의 주장으로 인문학으로서 종교학이란 여러 종교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종교 이후의 종교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는 종교의 정의를 다루고, 현대 사회의 세속화와 탈종교현상, 종교가 주는 위안인 엑스터시, 세속적 신비주의, 현대에 인간의 종교성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는 현상인 템플스테이’, 대학 교양 과목으로 개설된 명상과 수행’, 순례를 살핀다. 끝으로 개인의 심리적 발달에 따른 종교의 심층화와 종교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다룬다.

 

여러 학자의 주장을 소개하여 종교란 인간이 물을 수밖에 없는 삶의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과의 관계에서 찾으려는 시도’(p.45)로 정의한다. 세계관의 개념을 활용하여 인간의 인식행동이라는 차원에서 종교의 의미를 찾아간다. 세계관에서 본다는 단어는 시각적 인식과 이해, 해석이라는 인지적 과정을 포함한다. 우리는 사물을 그대로 본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세계관이라는 해석의 틀을 통해 파악하기 때문이다. 예수와 아돌프 히틀러, 탈레반 정권이 바미안 석불을 파괴한 사실, 배우자 선택할 때 기피 조건 중 하나였던 종교 등을 사례로 소개한다.

불교에서 성불이 된다거나 힌두교에서 범아일여을 알아차리기 위해 지성, 윤리, 명상에 노력할 것을 강조한다. 이를 불교에서 계정혜 戒定慧 삼학 三學, 그리스 철학은 인간이 추구할 가치로 진선미를 제시한다.

참된 종교의 판별 기준은 이상적인 교리의 선언에 있지 않다. 핵심은 그것을 해석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우리 삶에 미치는 실질적인 결과이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미래를 가늠해 보려면 세속화, 경제적 풍요, 교육 수준의 향상, 정치의 민주화와 같은 상황을 살펴보아야 한다. 경제적 풍요, 높은 교육 수준, 민주주의 제도의 확산은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를 강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자기의 삶을 결정할 자유와 권리를 가진 주체와 관련해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개념도 언급한다.

종교비판에 관한 사실을 배운다. 종교비판은 역사에서 있어 왔고 근대에 이르러 본격화된다. 프랑스 합리주의 철학자 콩트는 19세기 초에 사회 발전에 따라 합리적인 종교가 등장할 것이라 주장했다. 계몽주의 시대 이후 이성에 기반을 두고 종교를 이해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진다. 19세기 독일 철학자 포이어바흐는 신의 존재란 인간이 지닌 불완전함을 투사(projection)‘시켜 만든 이상적 이미지를 모아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는 프로이트와 마르크스에게 영향을 주었다. 마르크스는 종교를 아편이라 보았다. 종교가 아편처럼 삶의 고통을 도외시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그 결과로 현실 개선 의지를 약화해 불공정한 사회질서를 고착시킨다는 것이다. 리처드 디킨스는 삶의 위안과 사회질서 유지와 같은 목적을 위해 인간이 신을 고안했다고 본다. 종교비판의 주된 초점은 종교를 인간적인 현상으로 본다는 것과 종교가 인간 소외와 불행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참된 종교인가를 판별하는 기준은 종교의 이상적 가르침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실천하는 개인이다. 특히 개인의 삶에 미치는 실질적 결과이다.

 

종교는 인간에게 위안을 준다. ‘궁극적인 의문에 대한 해답, 더 큰 차원과의 연결, 윤리적 실천의 근거를 제시한다(p. 110)는 것이다. ‘시애틀 추장(1786~1866)’의 연설(p.115) -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더숲.- 은 가끔 읽어볼 일이다.

 

명상과 수행은 자신의 상태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고 반복적으로 실행함으로써 습관처럼 몸에 익히는 것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거나 불교의 머무르는 바 없이 베푸는 보시인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의 가르침이 그러하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문제의 원인으로 드러나는 결정적 이유는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경전의 문구대로 세상과 타인을 바꾸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공공성이 지혜롭게 통합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우리가 몸담은 현실 세계가 초월적 차원 혹은 보이지 않는 차원과 조화롭게 통합되어야 한다.

종교는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종교는 지성적, 윤리적, 명상 분야에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독자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된 세 분야의 수행이 완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교를 어떻게 믿을까? 묻고 과거의 내가 죽을 때 나는 새롭게 태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삶을 낳는 불가결한 사건입니다. 동일한 원리로 재결합을 위해서는 분리가, 온전한 앎을 위해서는 망각과 무지가 꼭 필요합니다. 역설은 대립 쌍의 한쪽만을 추구해서는 진정한 성정과 발달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p. 261)라고 언급한다.

 

행복을 찾는 길에서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공자의 가르침이나,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태복음 712)는 성경 구정리 이를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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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 원자에서 인간까지
김상욱 지음 / 바다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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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2025. 6. 8()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각각 다른 취향이 있다. 문학을 좋아하거나 비문학을 좋아하는 차이가 있다. 내 취향은 문학보다 비문학에 치우쳐 있다. 문과 출신과 이과 출신은 상대의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분야가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는 당위성도 가치 있다.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는 과학을 접할 기회가 없는 사람에게 과학교양서역할을 한다면, 김상욱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저자의 표현에 따르면물리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의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다. “분야의 선을 넘는 것은 때로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선 너머에서만 보이는 것이 있다. 자신이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조심스런 태도로 선을 넘은 것은 때로 아주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p. 236)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이라 했다. 책은 물리학자로 살아오면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400쪽 분량으로 만물의 근원은 원자다’, ‘지구에 존재하는 만물은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 ‘지구에만 존재하는 생물은 어떻게 생기고 진화헀는가’, ‘인간의 특성과 정보, 문화4개 장으로 나누어 놓았다. 물리에서 인문학으로 연결해 보려는 시도도 읽을 수 있고, 진화와 인간을 다룬 내용에는 리처드 디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다룬 내용(인간의 문화를 유전자와 같은 자기 복제자로 볼 수 있다면 meme이라는 이름을 제안한다)을 언급한다. 1,2,3장의 내용을 문과 출신으로 교육받고 살아온 입장에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저자는 단순한 화학식이라지만, 소개한 화학식의 이해는 물론, 생명은 화학기계다라는 내용은 고교시절 배운 생물 지식을 총동원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자기가 전공한 분야를 넘어서 화학과 생물학을 다루고 인문학에 연결하려는 지식과 지혜를 풀어 놓는다.

 

우주는 시간, 공간, 물질로 구성된다. 물질은 기본입자라 불리는 것들이 조합된 것이다. 우주의 모든 물질은 기본 입자의 모임으로 구성된다. 기본 입자는 인간 감각으로 존재를 느낄 수 없지만, 이들이 모여 원자가 된다. 원자는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수준에서 물질의 근원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워자는 92가지다. 원자가 모이면 분자가 된다. 분자를 이루는 개별 원자의 특성으로부터 분자의 특성을 알 수 없다. 수십 가지에 불과한 원자를 가지고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 저자는 원자와 분자의 관계를 단어와 문장의 관계로 기술한다. 분자가 가진 화학적 특성은 원자의 집단에서 나타난 창발의 결과란다. 기본 입자가 모여 원자가 되고, 원자가 모여 분자가 된다. 이때마다 창발이 일어난다. 기본 입자는 원자와 단절되고, 분자는 원자와 단절된다.

 

지구 전체를 볼 때 인간이 만든 것은 미미하다. 인간이 만들지 않은 것으로 생물과 무생물로 나눌 수 있다. 지구 대부분은 규소 산화물과 금속 산화물로 되어 있다. 산화물은 산소 원자가 다른 원자와 결합한 분자다. 지각의 총질량 중 47%가량이 산소이니 산소는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다. 원자로 구성된 광물은 만들어진 압력과 온도에 따라 특성이 변한다. 원자의 시각에서 인간이 만든 구조물도 지각을 이루는 성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조성 비율을 조절해 강도와 투명도를 높인 것에 불과하다. 물리학자는 주로 개별 원자 혹은 원자 한두 개가 모여 만든 단순한 분자를 연구한다. 이 분야가 원자 분자 물리학이며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모인 것은 연구하는 일을 응집 물질 물리학이라 한다. 이보다 복잡한 상황이 되면 화학이다.

지구의 지각을 이루는 원자를 질량비가 큰 것부터 쓰면 산소, 규소, 알루미늄, , 칼슘, 나트륨 순이다. 산소와 규소는 지구와 우주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하지만, 지구에 비해 은하에는 탄소와 질소가 많다. 탄소와 질소는 지각을 이루는 광물이 아니라 생물을 만든다. 지구상의 생물은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로 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탄소를 기반으로 한다. 탄수화물과 지질을 만드는 데는 수소, 산소, 탄소 원자만 있으면 충분하다. 생명체에게 탄수화물은 주로 에너지, 지질은 주로 세포막 성분이다. 생명체에게 필요한 각종 화학 반응의 스위치 역할은 물질은 단백질이다. 화학 반응은 많은 효소로 통제되는데 효소가 단백질이다.

결국 생물은 몇 가지 종류의 원자로 만들어진 거대분자(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DNA ) 사이에 일어나는 복잡한 화학 반응의 집합체다. 대개 생물의 기능은 수많은 분자가 복잡하게 상호 작용한 창발적 결과물이다.

지구상 생명체 중 하나인 인간은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산물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인간사회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언어를 이용할 수 있어서 인간의 사회는 다른 동물의 사회보다 더 강력하고 정교하게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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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 에피쿠로스 학파의 사상을 정리한 책으로 세상은 작은 원자로 이루어졌다. 원자의 움직임에 의도나 목적은 없다. 삶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고 죽음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삶에서 추구할 것은 쾌락이다.

원자 탄생의 화학 혁명이 일어나던 시기는 유럽에서 시민 혁명의 시대였다.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궤도는 없다는 것이 양자역학의 핵심이다. 양자역학은 위치가 아니라 상태를 기술한다. ‘라는 원자들의 집합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지만, 나를 이루던 원자들은 다른 집합의 부분이 될 것이므로 우리는 우주의 일부가 되어 영원불멸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인류가 알아낸 가장 중요한 과학적 사실로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원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만물을 만드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학문이 화학이다. 우리 몸 질량의 99%는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원자로 되어 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75%가 수소다. 수소 이온은 생명의 에너지원이다. 태양 빛이 없으면 지구의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식물은 수소가 만든 태양 빛으로 수소 이온을 얻어 에너지를 만들고, 동물은 음식을 먹고 수소 이온을 얻어 에너지를 만든다. 수소는 우주의 에너지원이다. 원자에서 물질로 갈 때 밀종의 양질전환이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태양은 수소와 헬륨이 엄청난 온도로 밀집되어 있는 플라즈마 덩어리다. p.144에 엊그제 읽은 오마르 하이암의 <루바이야트>의 시를 소개한다.

 

물리학은 뉴턴의 역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역학이란 물체의 운동을 기술하는 학문이다. 운동은 위치의 변화다. 뉴턴의 운동 법칙 F=ma는 시간에 따른 위치의 변화를 기술하는 미분 방정식이다. 태양계 규모의 운동을 이해할 때 뉴턴의 중력이면 충분하나 우주적 규모의 일인 블랙홀, 거대한 질량 때문에 빛이 휘는 중력렌즈 등의 자연현상을 설명하려면 일반 상대성 이론이 중요해진다. 가장 큰 규모의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중력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은 전자가 이동하거나 원자들이 뭉쳤다가 흩어지는 것이다. 19세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컴퓨터, TV, 플라스틱, 스마트폰, 인터넷, 형광등, 합성 섬유, 항생제, 인공 위성, 생명 공학 기술 등이 20세기에 나타난 것은 20세기 초에 인간이 원자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생명의 속성은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하며 번식을 통해 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생명은 지구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것이니 우주 전체를 통해 보면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포도당과 산소가 반응하여 물과 이산화탄소가 되면서 처음보다 에너지가 낮아졌으니 처음과 나중의 차이에 해당하는 남는 에너지를 이용해 둥물은 생존한다. 생물은 당을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서 쓴다. 식물은 녹말, 동물은 글리코겐으로 당을 저장한다. 생물은 정교한 생화학 기계다. 오류가 누적되어 생화학 기계가 작동을 멈추는 것이 죽음이다.

 

진화론 탄생의 중요한 단서는 작물 가축 개량법과 맬서스의 <인구로>에서 나왔다. 선택적 교배를 통해 생물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훗날 유전을 매개하는 물질이 DNA이고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것이 확인됨으로써 진화론의 생화학적 토대가 확립된다.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생명체가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아는 가장 단순한 생명체는 세균이다. ‘자포동물은 근육 조직과 신경계를 가진 좀 더 본격적인 동물이다.

5만 년 전 인지 혁명이라 불리는 사건이 뇌에서 일어나 우리는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 이를 제러드 다이야몬드는 <총균쇠>에서 대약진’, 애덤 프랭크의 <시간 연대기>에서는 의식의 빅뱅’,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인지 혁명이라 부른다. 인지 혁명의 핵심은 허구를 믿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인류가 더 큰 규모의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발명품이었다고 유발 하라리는 해석한다.

P.S. 많이 팔린 책이다. 나처럼 책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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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선진국 -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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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선진국

2025.6.3.() 21대 대통령 선거일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무역 규모, 산업 구조, 글로벌 협력 등에서 한국의 발전이 반영된 결과다. IMF는 통계상 1997년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긴 했으나 국제적으로 널리 공인된 격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네서널(MSCI)은 아직도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본 시장 자유화, 외환 규제 완화 등의 기준에는 선진국이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눈 떠보니 선진국2021년 선진국으로 격상된 해에 초판이 나왔다. 엊그제 읽은 선도국가는 여러 명이 국가의 발전 전략과 정책을 다루었고, 눈 떠보니 선진국은 박태웅이 대한민국은 정말 선진국이 된 것일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선진국의 조건은 무엇인가, 그 기준에 비출 때 빨리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일까, AI를 정의하며, AI 시대를 맞아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묻고 해답을 풀어간다. 부드러운 글은 흥미롭고, 새로운 관점에 눈을 뜨게 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선진국의 조건은 무엇인가

정의하는 사회를 첫 조건으로 여긴다. 복잡한 현안과 과제를 풀어가는 숙의와 협업에서 여럿이 동의하는 정의가 내려졌을 때 해결 방안을 찾기 쉽다고 말한다. 백서보다 녹서(綠書 :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사회 전체의 토론을 요청하는 제안)가 필요하다는 문장과 나에게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단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55분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 사용하고 5분은 그 문제를 푸는 데 쓸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소개한다. 나아가 숫자가 말하는 데이터 기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의 가장 뛰어난 자원들이 의사나 판사가 아닌 정부의 CIO(최고정보책임자), CDO(최고데이터책임자)로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2014OECD 공식 보고서 <불평등과 성장>은 낙수효과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으니, 성장에서 분배로 목표를 바꿔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라야 한다 등을 주장한다. 협상하는 타협의 태도가 몸에 밴 시민이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선진국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에 더해, 한 사회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게 신뢰 자본이라는 시각도 갖고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경제발전과 사회 번영의 핵심 요소로 단순한 제도나 자본보다 사회적 신뢰를 꼽으며, 한국 같은 가족 중심 신뢰 사회가 겪는 제도적 경제적 한계를 지적했던 점을 떠올린다. 후쿠야마는 1995TRUST에서 이탈리아, 중국, 한국 사회는 신뢰 자본이 빈약하다고 지적해 독자가 마음 상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 영화 산업의 발전에 영화 사전 심의제 폐지, K팝의 확산엔 정태춘, 박은옥 가수의 사전 심의 조항 폐지 요구, 블랙핑크의 세계적 인기에 2009년 문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아이돌과 기획사 간의 표준계약서를 만들게 했음을 근거로 참된 선진국의 조건은 뉴런의 자유 결합에 있다고 말한다. 끝으로 현대 우리글은 만들어져 가고 있다며 한자를 한글로 고쳐가는 과정(구제역을 입말굽병이라고 부르면 쉽다는 등)이니 입말이 문법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장났으니 고쳐야 한다고 여기는 영역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준다.

화이트칼라 범죄는 통계로 보아 많이 떼먹을수록 벌이 약해진다. 산업 안전법에 따르면, 벌금을 부과하는 시스템 탓에 사람을 죽이는 편이 싸다. 온 동네가 역세권이라서 강남의 땅값은 오르기만 한다.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노력하면 월세가 폭등해 벌을 내린다. 성형수술은 호황인데 출산율은 떨어진다. 공시족을 낳은 까닭은 사회 안전판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뉴스의 가치보다 클릭 수에 따라 돈을 매기니 선정적 시사가 넘친다. 이 같은 7개 사례로 얻은 결론은 사회의 보상 체계, 인센티브 시스템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달려있다고 진단한다.

 

왼쪽으로 가는 영국 차, 일본의 인장제도문화보존연맹, 중세의 면죄부 판매, 법원의 판별문 비공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등을 들어가며 경로의 저주를 밝힌다. ‘사람이 길을 만들고, 길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문장으로 사회가 경로 의존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오래된 맛집을 남겨 주지 못하게 하고, 공론을 끌어내는 일은 전문적인 일인데 초선 군수, 국회의원 등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정치 영역에서 유소년부터 미래를 책임질 수 있게 정치 교양을 가르쳐야 한다며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소개한다. 협약은 진보, 보수, 정치인, 지식인들이 모여 주입식 교육 금지, 논쟁적 주제 다루기, 스스로 시민적 역량 기르기 등을 내용에 담았다.

 

재정정책에 관한 내용으로, 정부가 5G 망을 구축하자, 재생에너지를 위한 송배전설비를 대폭 확충하자, 전기차 충전소 확대, 소부장 활성화, 서울에 제대로 된 임대주택을 대대적으로 건설하자, 권역별 메가시티를 만들자 등을 제안한다.

 

3AI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가에 주목한다.

산업혁명과 같은 In the age of AI 혁명을 예견하며 육체 및 정신 노동자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Social Twin을 만들자는 주장에 나의 이해가 부족하다. 빌 게이츠가 주장한 로봇세 도입’, AI 인재와 산업 적용을 위한 포닥, 즉 박사후과정에 대한 집중 투자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AI와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에는 대용량 분산처리와 숨겨진 패턴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고 풀어준다. (p.161~173) 데이터란 기계가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며 아래 한글의 우수함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개방형문서형식(ODF)이 아님이 안타깝다. 통계가 아니라 로 데이터를 공개할 때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라는 말이 성립할 것이다. 컴퓨팅적 사고방식을 소개하며 오버 디 에어(OTA)’를 이용한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경험한다. 자동차는 컴퓨터다. 문제를 판별하고 정의해내는 능력, 혼자서 해결책을 찾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참된 교육이다.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쇠락 원인을 살피며 문제는 생태계에 있다고 단언한다. AI시대는 네트워크와 암호의 시대라는 시각에서 분야를 전망한다.

 

P.S. 첫 문단은 챗 GPT에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격상된 시기라는 질문으로 얻은 것을 활용하였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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