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여행은 하고 싶어
이희진 지음 / 모아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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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행은 하고 싶어

2025. 5. 25()

19세기 철도가 유럽에 보급되고 산업화가 진행될 때쯤 유럽의 귀족과 철학자, 사상가, 예술가들이 장기간 여행을 다녀와 기록을 남기고 문화를 만들었다. 그랜드 투어라 이름을 붙였다. 김찬삼은 베이비붐 세대에게 해외여행의 꿈을 갖게 했고, 2000년대 초 한비야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시리즈는 패키지여행만 알던 우리에게 배낭여행을 시도하게 했다. 언젠가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였다. 태안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로 근무를 시작하며 태안 지역 교사들에게 한비야의 특강을 듣게 하려고 예산을 다루는 법, 강사를 초청하는 예의와 방법을 배웠다. 그녀의 책 8권을 사 읽고 초대하는 메일을 보낸 덕분에 서울에서 태안까지 한비야를 초청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여행은 하고 싶어4가지 차원에서 여행을 생각하게 하는 여행 에세이다. 첫째, 패키지여행에서 벗어나라는 욕구를 일으킨다. 언어 장벽이나 여행지에 관한 정보의 제한, 여행 일정을 짜고 숙박을 위한 사전 준비가 어려운 사람에겐 패키지여행은 쉬운 선택이다. 저자 이희진의 여행 에세이는 수고롭지만 홀로 자유로운 여행을 시도하게 자극한다. 둘째, 여행 에세이에서 풀어내는 내용이 여행지에만 국한 하지 않고 삶과 연결하며 성찰한 내용을 풀어 놓는다. 철학자, 작가, 미술가의 삶에서 건져 올린 아포리즘을 적절하게 섞어 두었다. 셋째,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책 읽기에만 그치지 말고 구글어스나 GEOSNAP을 통해 먼저 확인해 보라고 한다. 넷째, 아는 만큼 보이고 알아야 느낄 수 있다는 명제를 확인할 수 있다.

 

여행 중 인생을 성찰하고 여러 사람이 남겨 준 아포리즘을 연결하고 있는다. 몇 가지는 누구에게나 삶에서 도움이 될 거라 믿어 옮겨둔다.

경험을 사는 소비가 행복을 만든다.”(p.66) 여행이 아름다운 까닭은 다시 돌아갈 곳,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나에게 고통이 없다는 뜻은 정말 아니다.” (이해인) “고통은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다. 사람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겪는다.”(위고의 말은 맹자의 사상과 다르지 않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신은 다시 일어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쓰러뜨린다.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실패는 없겠지만 삶 자체가 실패로 돌아간다.” (해리포터의 작가 롤링)

하늘이 그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 반드시 그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깎는 고통을 주며, 몸을 굶주리게 하고, 궁핍하게 만든다. 이는 그의 의지를 단련하고 참을성을 길러, 마침내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루게 하기 위함이다.” (p.150) “뒤에서 당신을 욕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마라. 그들이 당신보다 뒤에 있는 이유이다.” (복서 바실 로마첸코, p.157)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에픽테토스)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것, 의미를 잃은 관계를 놓아버리고 단호리 끊어 내는 것이 내가 진정 자유로워지는 길일지 모른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분을 얻는 것이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여행관) “행복해지고 싶다면 고독해져라.” (쇼펜하우어) “화가의 질은 그가 지닌 과거의 양에 달려있다.” (피카소)

산토리니는 마을 건축물의 색채, 창문 크기, 건물 높이, 골목길 바닥재, 계단의 형태, 마감재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규제를 따른다. 이는 산토리니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까닭이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헤르만 헤세) “처음에는 왜 하냐고 물을 테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하면 해낸 거냐고 물을 것이다.” (헤밍웨이)

 

아는 만큼 보이고 알아야 느낄 수 있다.’와 관련하여 33개 도시를 여행한 기록에서 장소감에 공감하고 싶다. 패키지여행 코스에서 볼 수 없는 지역과 장소가 있다.

<스위스 몬타뇰라>, <벨기에 켄트의 제단화>, <암스테르담 중앙역>, <튀르키에 이스탄불 : 대비와 조화>, <슬로시티의 발상지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모나코 몬테카를로>, <스페인 세고비아 : 로마 수도교>, <동굴에 집을 지어 도시를 이룬 이탈리아 마테라>, <룩셈부르크 비안덴>, <이탈리아 친퀘테레 : 13시간 하이킹 투어>, <스위스 체르마트>, <포르투갈 포르투>, <프랑스 파리 :뤽상부르 공원>, <빈사의 사자상이 있는 스위스 루체른>, <포르투갈 나자레>, <이탈리아 알베르벨로 : 스머프 마을, 원뿔 모양의 전통가옥>, <이탈리아 볼로냐>, <프랑스 마르세유>, <스페인 그라나다>, <프랑스 니스>, <몰타 발레타>,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길겐 & 할슈타트>, <시칠리아 팔레르모>,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크로아티아 시베니크>, <영국 런던>, <그리스 미코노스>, <시칠리아 체팔루:시네마 천국 촬영지>, <그리스 델포이>, <포르투갈 코임브라>, <그리스 수니온곶>, <스페인 말라가>, <그리스 산토리니>, <독일 뷔르츠부르크>

 

다녀온 곳을 구글어스나 geosnap에서 찾아보거나 유럽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참고할 목적지가 될 듯하다. 유럽의 역사와 문화, 현재에 깊이 들어가지 않은 덕분에 부담 없이 쉽게 읽는 여행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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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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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2025. 5. 21()

나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묻고 답을 써 본다.

더해가는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 불평등이 되고 있으니, 국가가 공동체를 살리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은 진보 쪽이나, 자본주의란 기업의 투자와 기업가의 혁신으로 경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보면 보수 쪽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마지막 해에 태어나 성취적인 자세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의 성장과 부를 얻을 수 있다고 살아왔으니 보수 쪽에 서 있다. 부국강병으로 외침을 막을 힘을 가져야 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니 보수요, 그래도 남북이 대화로 풀어가다 보면 통일을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하니 진보에 가깝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내 입장을 하나하나 점검해 보면, 보수냐 진보냐 어느 한 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라의 형편이 좋아짐에 따라, 사회생활과 자녀 양육의 시기에 따라 이쪽을 택할 때가 있고 저쪽이 좋아 보일 때가 있다. 아마도 특별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말도록 요구하는 공무원 생활 태도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2024. 12. 3 비상계엄 이후 2025. 6. 3.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누가 봐도 개혁 진보의 편에 서서 말하는 최강욱 전 의원의 말이 말투때문에 가끔 비위가 상하기도 하지만, 주장은 우리 삶과 동떨어지지 않는다. 솔직하고 정곡을 찌르며 하지 않고 공영방송에서 뱉을 수 없는 단어를 가끔 섞어 쓴다. 듣는 이는 시원할 수밖에 없다.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를 사 읽는 까닭이다. 정치 교양서적이다. 저자 인터뷰에서 대학 1, 2학년을 대상으로 했다고 하나, 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웠다면 중학생이라도 이해할 수 있기 쉽게 썼다. 대화를 빌어 보수와 진보를 정의하고 연원을 살펴 가며 풀어간다.

1<보수와 진보의 위대한 탄생>은 프랑스 혁명사를 토대로 하기에 서양 역사를 알아야 지식을 받아들이기 쉽다.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의 논쟁은 보수와 진보의 출발점을 이해하도록 기초 지식을 제공한다.

2부는 <보수와 진보가 세상을 보는 법>15개 소주제에 7편의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풀어 놓는다.

3<혐오와 배척이 아닌 화합과 연대를 위해>서는 양변을 여의라 한다고 믿는다.

4<이상적인 정치의 모델>에서 독일 총리 메르켈을 보수의 모범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소개하며,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문장으로 책을 내놓은 목적을 밝힌다.

부록에 소개한 <보수 유승민의 가장 진보적인 연설><진보 노무현의 가장 보수적인 연설>은 꼭 읽어볼 일이다. 유승민의 관점이 보수 측에 수용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유승민의 생각이 보수에서 자리 잡았다면 12.3 내란이나 6.3 대통령 선거는 없었을 듯하다.

 

보수주의의 창시자, 에드먼드 버크(1729~1797)는 영국 정치 사상가로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이 보수주의의 고전이라면, 토머스 페인의 <상식><인간의 권리>는 진보주의의 고전일 수 있다. 버크는 명예혁명을 페인은 미국 독립 혁명과 프랑스 혁명 정신을 중시한다. 버크는 에드워드 기번, 애덤 스미스와 교류했고, 페인은 조지 워싱턴, 벤저민 프랭클린, 제임스 먼로와 교류했다. 진보에 관심을 둔다면, <이성의 시대 The Age of Reason>를 읽어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되, 조직화한 종교와 성경의 권위를 비판하며, 종교적 광신을 경계하고 이성적인 신앙생활을 다룬다니 읽어볼 일이다. 페인의 아이디어 중 상당 부분은 현대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기본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보수는 현재를 과거의 정점으로 보고, 진보는 현재를 미래의 출발점으로 본다.” 인생에서 올바른 답을 찾아야 한다는 쪽은 보수, 올바른 질문을 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쪽이 진보다. 시개와 문화가 바뀐다 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핵심 가치를 중시하면 보수이고, 진보는 상대적 진리를 추구한다. 진보는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문화 현상과 같은 범주에 담을 수 있다. 보수는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불평등을 수용하나 진보는 조건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을 함께 추구한다.

 

여러 편 소개하는 영화를 찾아봐야겠다. “장벽이 아닌 다리를 지어라.”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모두의 잘못이다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니 영화 <두 교황>을 메모한다.

2010년 노르웨이의 아그데르대학과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공동연구는 전 세계 67개국 46000명을 대상으로 부와 도덕성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부자가 더 인색하고 가난한 사람이 더 자애롭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 행동과 태도에서 더 도덕적이다 등을 소개한다. 연구 결과를 소개한 문단에서 마지막 문장은 불평등이 심한 나라의 국민일수록, 불평등이 심하지 않은 나라의 국민보다 도덕성이 강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문장을 본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건 집중이 아니에요. 해야 하는 일, 주어진 일에 집중하는 걸 집중이라 한다.”(p.203)

앨지비티큐, LGBTQ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의 줄임말이다.

 

저자는 보수든 진보든 극단적인 성황을 가장하여 서로 비난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할수록 보수가, 안정적이고 평화적일 때는 진보적 접근이 힘을 얻는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보수와 진보라는 양 날개가 필요하고, 시기에 따른 실용적 접근이 중요하다. 전 세계 극우 정당의 최초자양분이 된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다. 다가올 미래에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자동화 사회에서 인간 노동의 가치가 혁명적으로 변할 것이며, 정부의 규제 범위와 공공의료 서비스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견해가 달라질 것이고, 바이오 기술의 발달은 윤리적 논쟁을 불어올 것이다. AI와 로봇의 무기화 문제도 보수와 진보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복잡한 세상사, 다양한 인간사 속에서 적어도 우리만큼은 보수와 진보라는 양 날개를 균형 있게 펼쳐 더 높은 하늘을 마음껏 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맺는다.

 

부록에 실은 유승민의 원고 중에서 진영은 그 본질이 독재와 똑같습니다.”는 울산을 지역구로 둔 김상욱 의원이 주장하는 바와 같다. 김 의원은 진영보다 기능과 역할을 주문하며 며칠 전 소속 정당을 바꾸었다.

나는 보수인가 진보인가라는 자문에 따로는 보수이고 때로는 진보이기도 하다는 답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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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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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

2025. 4. 26.() 아침 67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는 여러 편의 시를 풀어 놓은 앞부분, p.138~223에 만해 연표, p.226~402님의 침묵초본을 수록하여 두었다. 도올 김용옥이 해석한 시를 읽으면, 포스트모더니즘이 추구하는 의미의 누층을 찾는 것이 아니다. 앞선 이들이 덧칠한 언어의 질료를 긁어내고, 시의 알맹이, 정수를 찾아내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한다. 여러 참고 자료를 토대로 밝힌 만해의 시에는 ’, 즉 조국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담고 있다. 만해 연표는 구체적 사료를 토대로 전고를 밝혀 저자가 희망하는바, 만해 한용운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연구하려는 사람에게는 값진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 수록된 님의 침묵초본 88편은 도올이 해석하지 않은 부분에 다가서라고 권한다.

 

책 읽기를 좋아해 메모를 쓰고, 독서 노트를 만들어 두는 독자는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에서 부끄러움과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내가 내놓은 두 권 책은 정말 가치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부끄럽게 하고, 도올의 탐구와 연구 결과로 내놓은 책은 책을 쓰려는 사람에게 목표를 제시한다고 본다. 신변잡기류의 책을 내고 작가라고 불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반성한다.

 

글자를 읽었어도 이해하려면 수고를 해야 하는 문장을 첫 페이지에서 만난다.

그것은 단순히 한국문학사에서 말하는 문예창작으로서의 시가 아니요, 인류의 언어의 역사에 유니크하게 기록될 대승선大乘禪의 증도가證道歌의 화엄이다.”(p.19) 이 문장을 받아들이려면 대승선, 증도가, 화엄을 알아야 한다. 대승선은 치열한 현실경계 속에서 닦아가는 선이나 문장상 증도가는 검색량이 많아 변별하기 어렵다. 화엄은 온갖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래도 위 문장을 말끔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다.

 

도올은 만해에게서 자유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에 대해 다음과 같이 풀어간다. “인류의 역사는 과정이며 노경老境이 없다. 끊임없는 청춘의 노래다. 청춘의 꿈은 항상 비극의 결실을 수확하기 마련이다. 이 우주의 모험은 꿈과 더불어 시작하지만, 항상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수확한다. 이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만해는 자유라고 부른다. 이 민족에게 자유는 해방을 의미하며 일본이라는 사악한 권력의 패망을 사실로서 전제한다.” ‘복종은 실존의 선택이다.

만해가 시 첫 키쓰에서 키쓰라는 동방인에게 낯선 몸의 터치를 불교가 말하는 ”, 즉 깨달음의 좋은 비유라고 생각했다고 도올은 해석한다. 첫 키쓰가 각을 의미한다면, 그 각에 도달하기까지 인간은 끝없는 정과 한에 시달려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식 한자가 들어오기 전에는 한학의 세계에서 인간은 어디까지나 사람 사이라는 의미로만 쓰였다. 인간은 사람 사이, 혹은 사람 사이의 세상, 그러니까 인간은 ‘man’이 아니라 ‘world’‘society’를 의미하는 것임을 배운다. 논어맹자에도 인간 보편을 말할 때 이라고만 한다. ‘은 타인을 말하며 자기를 말할 때는 라고 표현한다.

 

님의 침묵계월향을 위한 노래라는 시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에 활약한 평양의 의기 계월향을 진주성 대첩이 관련된 논개의 비중으로 다룬다. 한국에서 계월향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한국전쟁으로 남과 북이 갈리면서 계월향은 북한의 영웅이 되고 논개는 남한의 여걸로서 나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 풀어간다. 독서로 새로 알게 된 사실과 정황이다.

 

도올은 만해는 시를 통해 역사를 말하였고, 문학을 말하였고, 철학을 말하였다. 만해는 20세기 문··철의 공든 탑이다.”(p.118)라고 평가한다.

 

길이 막혀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건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비칩니다.

 

나의 손길은 왜 그렇게 떨려서

눈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뜨렸습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를 놓고 진주로 배모아요

오시려 해도 길이 막혀서 못 오시는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P.S. 일본의 정한론에 대한 언급을 보고, 일본이 구축하고 변화하고 있는 외교 국방 정책에 대해 단견이나마 나름대로 의견을 정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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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1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1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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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grhill/537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025. 4. 20()

 

 

나에게 책이란 무엇이라도 배울 것이 있어야 하고, 호기심을 해결하며 나에게 축적되어야 한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책들은 이런 목적과 용도에 알맞아 사서 읽는다. 2024년 가을에 출간한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1, 2를 살 때, 도올 선생도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만해 한용운의 종교적, 사상적 가치와 위치)는 고백을 들었으니,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 없었다.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1, 2가 늦게 나온 까닭으로 한용운을 알아야만 하는 필연성을 감지하지 못했고, 우리 시대 담론의 그물에서 벗어나 있는 것“(p.29) 때문이다.

 

1권은 15개 장으로 엮었다. 동심의 세계에 승무로부터 일제강점기 한국 불교사에서 차지하는 조계종을 태동시킨 민족 불교의 혈맥으로서 선학원의 위치와 역할과 프라이드를 명진 스님의 말로 풀어준다. 개왕절개, 아버지의 의료 활동, 소꿉친구의 피아노 연주 등도 공간에 뿌려 놓는다.

일본불교는 종파가 다양하나 한국불교는 통불교로 아름다운, 종교의 본질적인 모습을 간직한 이유를 설명한다. 조선의 사찰은 절제, 담박하고 언어나 교리의 폭력성이 없이 적인 순수성을 보존하고 있다. 더구나 조선조 시기에 승려가 도성을 출입하지 못하는 등 탄압과 비하 속에서 기름끼와 허세를 날려 버렸다. 3.1만세 독립 의거를 거치며 자주의 변혁 의지가 성장하였고, 그 결실로 선학원(몰랐기에 홈페이지를 살펴봤다)이 생겨났다. “선학원은 왜색에 굴복하지 않은 20세기 우리 민족사 불교 정신의 혈맥으로 만해가 10여 년간 주석하면서 민립대학 건립 운동, 물산장려운동 지원, 6.10 만세 운동의 주도적 활동, 신간회 조직, 광주학생운동 지원, 청년 비밀 결사 만당의 영수, 조선불교청년회 조직 등 선학원을 바탕으로 엄청남 민족적 과제를 헤쳐 나갔다.”(p.34)

 

예술은 주관적이다. 주관적이란 것은 시간 속에서 느낀다는 것이다. 시간이란 경과의 길이가 아니라 내 삶의 느낌의 충동이 예술 작품이 발하는 느낌의 충동과 만나 폭발하는 순간이라고 보는 것이 도올의 관점이다.

 

고려대 조지훈은 동학 연구는 현대 한국 사상연구의 중요한 과제로 본다. “동학이 출현하는 사회적사상적 분위기를 세종조 시기의 혁명적 사상 흐름에 비교하였으며, 3.1운동을 ”3.1혁명으로 규정하고 그 혁명의 주체가 기독교가 아니라 동학을 계승한 천도교임을 밝히고 있다.”(p. 99) 특히 조지훈과 고려대 국문과 학생이 주동이 돼 1973년에 <한용운 전집> 6권을 발간하였으나 편집, 간행 위원에 이름이 빠진 것을 역사 왜곡이라 분개한다.

 

만해 한용운의 한학의 범위가 퇴계와 율곡을 뛰어넘는다는 평가에 수긍한다.(p.142) 만해의 정신 세계를 한학과 불교의 융합으로 보고 세 가지 품성을 지사(애국), 碩德(불학), 巨擘(문단)으로 도식화하고 있다.(p.153) 만해에게 <서상기>는 인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계속 떠오르는 질문을 제공하는 회의의 심연 같은 그것이 틀림없다고 하니 번역된 <서상기>를 읽을 일이다. 만해의 학문적 범위를 논하며 염복의 <천연론>을 언급할 때 읽어본 책이라 공감한다.

공자가 자로에게 한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를 다시 마주한다.

만해가 1910128일 백담사에서 <조선불교유신론>을 탈고했다.

일본은 임란중 의병의 활약 중에서 가장 용맹스럽고 전투력이 출중한 부대가 승병조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1911년 사찰령을 발표해 조선의 불교를 조선총독부 행정체계 내로 편입시켜 관료조직화 하였다. 대중공의제도를 주지전횡제도로 바꾸었다. 총독은 본사의 주지들은 모두 대처승으로 임명하였다. 만해는 제도로서의 대처를 주장한 적이 없다. 불교의 혁신에 관해 발언한 것일 뿐이다. 만해 주장의 핵심은 승려 교육, 즉 스님이라면 불교학 공부는 물론이고 보통학에 달통해야 한다고 여겼다. 조선 승려의 도성 출입을 가하게 하는 총독부의 조치는 도심 포교를 가능하게 하였다.

 

첨가하였다. 만해는 태화관 연설후 민족대표들에게 옥중투쟁 3대원칙(변호사를 대지 말자. 서식을 취하지 말자. 보석을요구하지 말자) 제시했고 이 원칙을 지켰다.

 

최초의 우리말 신약성서 완역본은 1887년에 만주에서 간행한 <예수셩교젼셔>라 한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님은 타고르의<키탄잘리>와 무관하고 차원이 다르다. “만해는 0.0000001%도 타고르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p.306) p.311근대성의 완성이란 문단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4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하였다. “세계 헌법사에서 민주공화제라는 단어는 우리 임정 헌장이 제일 빠르다.”(p.312) ‘자유자재(自由自在)’가에서 썼던 말로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난 해탈의 경지라는 의미다.

 

님의 침묵에서 첫 키쓰,”3.1만세혁명이라는 민족사적 사건! 만해에게는 진정한 깨달음을 안겨준 민중의 각성이었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최초의 신체시라는 것은 잘못된 평가다. 백낙청의 평가에 의하면 한용운은 한국 최초의 근대시인이요 3.1운동이 낳은 최대의 시민시인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옛 한국 마지막의 위대한 전통시인이었다.

 

이제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에 수록된 88편의 만해 시를 감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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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흔들리지 않는 원칙
임종성 지음 / 모아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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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흔들리지 않는 원칙

2025. 4. 13()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아직 6.3 대통령 선거에 나설 각 당의 대표가 확정되지 않았다.


1월 초순에 읽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저자의 문제의식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냉전 기간 전 세계에서 일어난 민주주의의 죽음 가운데 75%는 쿠데타에 의한 것이었다. 민주주의는 군부의 무력과 강압으로 순식간에 죽는다

둘째, 군인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의 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통령이나 총리가 권력을 잡자마자 그 절차를 해체해 버리는 것이다

셋째, 당파적 정치의 양극화가 민주적 규범을 깨트리고 투표를 통해 눈에 잘 띄지 않는 방식으로 서서히 민주주의를 허문다

가장 많은 경우가 셋째다.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통해 설명하였다. 선출된 독재자는 민주주의의 틀은 그대로 보존하지만, 그 내용물을 완전히 갉아 먹는다.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잠재적인 독재자가 권력을 잡으면, 기성 정당이 두려움과 기회주의, 혹은 판단 착오로 인해 극단주의자와 손을 잡을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아웃사이더 정치인들은 선거나 강력한 정치인과의 협력을 통해 권좌에 올랐다. 기존 엘리트 집단은 인기 있는 아웃사이더를 받아들여도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으며, 나중에 자신들이 권력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어긋나고 말았다.” (p. 21) 고 파악하고 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주문에서 이론이 현실로 나타난 사례를 경험했다.

 

2025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정세를 분석해 볼 때, 몰상식이 상식을 몰아내고 주인행세를 하려 드는 세상이니 독재자가 되지 않고 상식적인 지도자가 나타나길 바란다. 데카르트는 존재의 문제에서 시공간의 문제로 철학의 지평을 넓히며상식은 세계에서 가장 잘 팔려나가는 상품이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스스로 상식이 잘 갖춰진 사람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상식은 사람들 대부분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 결론이며, 하나로 정해진 정답이 아니라 시민과의 합의나 순리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미국 독립 당시 페인은 상식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거나 모든 인간은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명제를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 상식이 자리 잡기까지는 선각자들의 숱한 고난과 유혈이 있었다.(p.232)

 

이재명,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읽어가며 대학 4년을 마치기까지 학비를 꼬박꼬박 대준 부모님의 고마움을 생각지 않고, 시골에서 가난하게 살아왔다는 내 처지를 변명의 도구로 삼았지 않았든가 반성한다. 이재명처럼 대입 검정고시를 치를 때까지 공장에 다닌다거나, 여러 곳에서 일하며 다치지 않았다. 풍족하지 않았지만, 찻삯이 없어 걸어 다니지 않았고 밥을 굶지도 않았으니, 나의 어린 시절에 감사할 일이다.

조영래 변호사와 학원 선생님의 도움으로 성남에서 변호사 개업 비용 천만 원을 마련했음을 볼 때, 주변에서 인정받았음을 알 수 있다. 무료 상담을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물음에 내가 모른다고 해버리면 저 사람들이 성남 어디 가서 답을 찾겠느냐고 반문(p.82)했다고 하니 판검사가 아닌 변호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 까닭을 보여 준다. 변호사 업무와 성남 시정을 펼친 과정을 보면서 안 될 일은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성남 시장이 되어 성남 시립병원을 설립한 것은 그가 얻고자 한 것이 군림하는 자리나 권력이 아니라 비전에 따라 일할 수 있는 권한이었다.

 

민주주의는 말의 힘과 설득의 방법이 우선인 체제다. 시민의 적극적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합법적 폭력도 국가의 강제력도 물거품이다. 정치 실패 이전에 말의 실패가 선행되는 게 민주주의다. 말이 나쁜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이 설 자리를 잃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된다. “(p.160) 이제는 한국 정치에서 나쁜 말은 기본이고, ’개소리가 상식을 밀어내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분위기이기에 공감하기에 옳은 말을 실천하는 정치인이 필요한 때다.

 

2024년 국민순자산은 평균 5.4억이라지만, 소득 계층별 격차가 커지며 삶의 만족도가 21세기 들어서 낮아졌다. 정치지도자에게 답을 언제나 현장에서 찾으려는 자세를 가지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저임금제가 경제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방식은 자본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란 걸 알아야 한다. 정부에서 동남아 가사 도우미 시범 가업 정책을 추진하며,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고 싸게 부려 먹어야 한다는 시각은 실용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따른 인간 모멸일 뿐이라는 저자의 인식에 공감한다.

 

퇴임한 정치지도자의 회고록은 읽었으나, 출마하는 정치인에 관한 책을 읽기는 처음이다. 올바른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준비로 읽었다.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된다면,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했던 무시와 멸시를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 경제, 언론의 기득권 세력은 학벌이 없다거나 검정고시 출신이라며 상대를 멸시하는 과오를 다시 범하지 않는 성숙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


<독서로 말하라>, <별일 없어도 읽습니다> 를 쓴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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