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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행은 하고 싶어
이희진 지음 / 모아북스 / 2025년 5월
평점 :
그래도 여행은 하고 싶어
2025. 5. 25(일)
19세기 철도가 유럽에 보급되고 산업화가 진행될 때쯤 유럽의 귀족과 철학자, 사상가, 예술가들이 장기간 여행을 다녀와 기록을 남기고 문화를 만들었다. 그랜드 투어라 이름을 붙였다. 김찬삼은 베이비붐 세대에게 해외여행의 꿈을 갖게 했고, 2000년대 초 한비야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시리즈는 패키지여행만 알던 우리에게 배낭여행을 시도하게 했다. 언젠가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였다. 태안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로 근무를 시작하며 태안 지역 교사들에게 한비야의 특강을 듣게 하려고 예산을 다루는 법, 강사를 초청하는 예의와 방법을 배웠다. 그녀의 책 8권을 사 읽고 초대하는 메일을 보낸 덕분에 서울에서 태안까지 한비야를 초청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여행은 하고 싶어』는 4가지 차원에서 여행을 생각하게 하는 여행 에세이다. 첫째, 패키지여행에서 벗어나라는 욕구를 일으킨다. 언어 장벽이나 여행지에 관한 정보의 제한, 여행 일정을 짜고 숙박을 위한 사전 준비가 어려운 사람에겐 패키지여행은 쉬운 선택이다. 저자 이희진의 여행 에세이는 수고롭지만 홀로 자유로운 여행을 시도하게 자극한다. 둘째, 여행 에세이에서 풀어내는 내용이 여행지에만 국한 하지 않고 삶과 연결하며 성찰한 내용을 풀어 놓는다. 철학자, 작가, 미술가의 삶에서 건져 올린 아포리즘을 적절하게 섞어 두었다. 셋째,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책 읽기에만 그치지 말고 구글어스나 GEOSNAP을 통해 먼저 확인해 보라고 한다. 넷째, 아는 만큼 보이고 알아야 느낄 수 있다는 명제를 확인할 수 있다.
여행 중 인생을 성찰하고 여러 사람이 남겨 준 아포리즘을 연결하고 있는다. 몇 가지는 누구에게나 삶에서 도움이 될 거라 믿어 옮겨둔다.
“경험을 사는 소비가 행복을 만든다.”(p.66) 여행이 아름다운 까닭은 다시 돌아갈 곳,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나에게 고통이 없다는 뜻은 정말 아니다.” (이해인) “고통은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다. 사람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겪는다.”(위고의 말은 맹자의 사상과 다르지 않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신은 다시 일어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쓰러뜨린다.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실패는 없겠지만 삶 자체가 실패로 돌아간다.” (해리포터의 작가 롤링)
“하늘이 그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 반드시 그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깎는 고통을 주며, 몸을 굶주리게 하고, 궁핍하게 만든다. 이는 그의 의지를 단련하고 참을성을 길러, 마침내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루게 하기 위함이다.” (p.150) “뒤에서 당신을 욕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마라. 그들이 당신보다 뒤에 있는 이유이다.” (복서 바실 로마첸코, p.157)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에픽테토스)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것, 의미를 잃은 관계를 놓아버리고 단호리 끊어 내는 것이 내가 진정 자유로워지는 길일지 모른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분을 얻는 것이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여행관) “행복해지고 싶다면 고독해져라.” (쇼펜하우어) “화가의 질은 그가 지닌 과거의 양에 달려있다.” (피카소)
산토리니는 마을 건축물의 색채, 창문 크기, 건물 높이, 골목길 바닥재, 계단의 형태, 마감재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규제를 따른다. 이는 산토리니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까닭이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헤르만 헤세) “처음에는 왜 하냐고 물을 테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하면 해낸 거냐고 물을 것이다.” (헤밍웨이)
‘아는 만큼 보이고 알아야 느낄 수 있다.’와 관련하여 33개 도시를 여행한 기록에서 장소감에 공감하고 싶다. 패키지여행 코스에서 볼 수 없는 지역과 장소가 있다.
<스위스 몬타뇰라>, <벨기에 켄트의 제단화>, <암스테르담 중앙역>, <튀르키에 이스탄불 : 대비와 조화>, <슬로시티의 발상지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모나코 몬테카를로>, <스페인 세고비아 : 로마 수도교>, <동굴에 집을 지어 도시를 이룬 이탈리아 마테라>, <룩셈부르크 비안덴>, <이탈리아 친퀘테레 : 13시간 하이킹 투어>, <스위스 체르마트>, <포르투갈 포르투>, <프랑스 파리 :뤽상부르 공원>, <빈사의 사자상이 있는 스위스 루체른>, <포르투갈 나자레>, <이탈리아 알베르벨로 : 스머프 마을, 원뿔 모양의 전통가옥>, <이탈리아 볼로냐>, <프랑스 마르세유>, <스페인 그라나다>, <프랑스 니스>, <몰타 발레타>,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길겐 & 할슈타트>, <시칠리아 팔레르모>,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크로아티아 시베니크>, <영국 런던>, <그리스 미코노스>, <시칠리아 체팔루:시네마 천국 촬영지>, <그리스 델포이>, <포르투갈 코임브라>, <그리스 수니온곶>, <스페인 말라가>, <그리스 산토리니>, <독일 뷔르츠부르크>
다녀온 곳을 구글어스나 geosnap에서 찾아보거나 유럽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참고할 목적지가 될 듯하다. 유럽의 역사와 문화, 현재에 깊이 들어가지 않은 덕분에 부담 없이 쉽게 읽는 여행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