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참 잘했다 - 선생님들과 전교생이 함께 쓴 2023 우성중학교 시집
최은숙 엮음 / 작은숲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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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책은 대부분 비문학이다. 감성보다는 이성에 치우쳐 책을 고른다. 이런 경로에 의존한 독서는 나이 듦과 공진화하며 메마른 가슴만 남겨둔다. 의도를 갖고 <감성의 끝에 서라>를 사 읽고, <시를 어루만지다>를 볼 때만 감성을 살려보려 애쓸 뿐이다. <이백 시선>이나 <루미 시초 내가 당신이라고 말하라>도 감성보다는 이지적인 모습을 기대하면 읽는다.

 

시집 <난 참 잘했다>를 일하는 틈틈이 읽는다.

 

학교 수업 중 조는 친구, 친구와 다툼, 킥복싱, 수영, 오이 따는 체험학습, 동생과 나누는 일상, 전학, 체육 시간, 버스 기사, 할머니, 엄마, 아빠, 오빠, 축구, 고양이, 분필, 어린 시절 회상, 새로 태어나는 동생, 자기가 사는 동네, 친구 이름, 선생님, 무수 방구 등 시인의 삶에서 찾은 소재는 대부분 일상에서 만나고 행하는 일들이다.

소재는 우정, 사랑, 고마움, 은혜로 주제가 되어 시가 활자로 드러난다.

 

시를 읽어보니 100 여 편 시를 지은 소재는 거의 겹치지 않는다.

등교하고 공부하고 귀가하는 단순할 생활을 예상했다면 틀렸다.

중학교 1, 2, 3학년의 삶이 이토록 다채로울 수 있을까.

시골 중학생의 삶의 가치가 뭐 대단하겠는가 생각했다면 틀렸다.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아이들도 생각하고 행동하며 성찰한다. 조금 거칠 뿐

성적이 좋고 나쁘고는 시를 짓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은 듯하다.

자기 성적이 20점이라고 밝히는 시인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여기에 있다.

공주시 우성중학교 전교생과 모든 교사가 시를 지에 엮은 시집이 <난 참 잘했다>.

 

시집에 머리말이라니 갸우뚱했어도

평범한 일상을 빛내는 특별한 눈이란 서술은 마음속에 좋은 주제를 심고 키워가기로 이어진다. 시집을 엮은 선생님의 의도를 담아 두어 시집을 읽는 누구라도 시를 지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30여 년 전만 해도 학교장의 경영 의지를 학교 교육목표에 넣어야 했다. ‘알아서 해봐!’라는 말에 아무개 교장은 교육철학도 없는 관리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월은 흐르고 의식이 변했다. 어떤 사람은 학교장이 자신의 교육철학을 조직에 요구하는 것은 폭력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화장실 개보수도 중요하고, 특별교실을 마련하는 등 예산을 투자하는 일 못지않게 학생의 지존감을 살리고, 키워주려는 시도로 <난 참 잘했다>는 시집을 출간하도록 실마리를 제공한 일은 교육철학이 없다면 시도하지 못할 일이다. 더구나 모든 학생과 모든 교사가 참여한 시집을 내놓기까지 학교 구성원이 나누었을 대화는 학교장과 교사가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은 합리적이다.

 

시집을 읽고도 감성은 내팽개치고 이지적으로 판단하려는 험악한 나를 마주하니 헛헛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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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 - 만성질환 혹은 이해받지 못하는 병과 함께 산다는 것
메건 오로크 지음, 진영인 옮김 / 부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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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탄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 “Life is C(choice) between B(birth) and D(death)”라는 장 폴 사르트르는 살아있는 인간 존재, 실존을 말한다. 전력을 다해 살아가라는 의미다. 최근 많이 사람이 찾아 읽는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say no피보다 진하게 살아라한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은 삶의 의지를 짓밟을 수 있다. 의지를 잃게 되면 끝없는 절망의 골짜기에서 헤맬 수 있다. 현대의학의 발전이 놀랍지만, 모든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기를 기대하지만 불가능하다. 이제는 결핵은 약을 처방대로 먹기만 하면 극복할 병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한국 문학의 개척자들이 결핵을 앓아 절명했다. 의학의 발달과 생활 수준의 향상은 새로운 질병을 찾아내고, 로봇 수술, 진료비의 재조정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아직도 이름조차 짓지 못하는 질병도 있다. 치료법이 명확할 수 없고, 병을 관리하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 The Invisible Kingdom은 이에 관한 이야기다.

 

병에 관한 이야기는 극복 서사가 대부분이다. 이겨낼 수 없는 경우에는 투병 과정에서 지혜로워졌다거나 성장했다는 스테레오 타입을 만난다. 저자는 30대에 10여 년간 겪은, 병명조차 불명확한 질병인, 만성질환을 지독하게 앓는다. 라임병을 비롯한 희소한 질병 여러 개를 안고 살아간다. 이제는 항생제 치료, 분변 미생물 이식(FMT)이라는 치료 등의 여러 치료를 받아 통증이 있지만, 임신과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나아졌다. “날카로운 전기 충격이 팔다리를 타고 흐르는…….” 상황이 종종 발생할지라도 관리 가능한 수준까지 질병이 차도가 있다.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1부에서 장애물이란 부제를 달고 보이지 않는 질병을 다룬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통증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현대의학의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병명을 특정하지 못하는 상황을 표현한다.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이 마땅치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성질환은 병명은 있지만, 확실한 치료가 가능하지 않다. 비염, 우울증, 당뇨병, 만성 콩팥병, 비만은 만성질환이고 관리해야 하는 질병으로 본다. 저자가 앓는 질병은 이것보다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이다. 초기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특이성이 없다. 환자는 신체 여러 부위가 아픈 전신성 질환에 시달리는데 의료 체계는 전문화되어 통합적으로 환자를 보지 못한다. 세균이 의학의 전문화를 가져왔으나 미국 내 자가면역질환의 폭발적인 증가는 신체의 자연스러운 균형이 깨진 상태이며, 저자가 질병을 탐구한 과정에서 항상성의 파괴 때문이라는 방향으로 풀어가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미국 의료 체계가 환자가 자신의 진료 기록과 의사의 기록에 컴퓨터로 접근할 권리(2021. 4월부터)”를 수용하게 된 것이 보이지 않는 질병을 치료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대체의학을 다시 보려는 시도, 의학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은 우아하리 만치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계인 면역계에 관한 탐구다. 가공식품, 제왕절개,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빈도의 증가, 감염 등으로 면역력의 저하를 추정하지만, 답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부에서 미스터리란 부제를 두고, 식품 사막(건강한 식품을 제공하는 식료품점이 부족하거나 멀리 떨어져 있어 저렴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구하기가 어려운 지역을 뜻함), 스트레스의 발생과 역할, 웃음 치료, 항상성에 대해 저자가 환자로서 온갖 노력과 비용을 들여 알아낸 정보들을 나눈다.

3부에서 보이지 않는 질병을 보이는 질병으로 바꾸어 치료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통증이 심했을 때의 브레인 포그(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돼 사고력과 집중력, 기억력이 저하되고 피로감과 우울감을 느끼븐 현상)를 느끼지는 않으나 전기 충격이 때때로 힘들게 하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과 함께 의료계가 환자에게 정서적으로 다가서 달라고 말한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며 저자가 겪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통증을 버텨내는 과정을 넣지 못한다. 오직 환자로서 의사의 진단과 치료가 불명확함에 답답해 자료를 찾고, 저명한 의사와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얻은 의학 지식(참고 문헌이 21쪽 분량이다) 중심으로 요약했다. 하지만 책의 분량 대부분은 저자의 아픔, 통증, 무기력을 묘사한다.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질병에 대해 무방비 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가를 알라고 한다.

저자 메건 오로크는 의학계의 전문화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전문의는 통합적으로 진단, 치료하지 못한다. 코로나 19 이후 미국에서 통합 진료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음에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나아가 최첨단 기술만큼, 환자에게 시간과 관심을 많이 쓰는 방식을 제언한다. 한 시간, 두 시간 기다려 1분 진료하거나 (한국), 진료비 탓에 환자 1명 당 15분 진료하는 방식을 바꾸라는 거다.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표지는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 왕국을 은유한다고 여긴다.

출판사 부키에서 보내준 책을 읽었다.

 

#보이지_않는_질병의_왕국 #메건_오로크 #부키 #서평


https://blog.naver.com/grhill/22314987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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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독재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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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독재

2023.6.24.()

제목이 왜 이런가? 감정의 영향력이 큼을 강조하려는 뜻인지, 그러니 주의해야 함을 말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출판한 지 10년이 지나 시대 상황(사건과 사고, 정치가 지루하지 않게 하니까)에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

우리는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라고 가르치고 배우며 상대가 그렇게 하기를 기대한다. 현실에서 많은 사람이 인간은 감정의 노예라 말한다. 저자의 전제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성과 감성을 대척점에 두지 않기를 바란다. 감정이 나쁘게 작용해 화를 부르기도 하지만, 동기와 정열의 씨앗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감정이 없다면(설렘이 없다면) 만남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감정독재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감정이 표현된 행동을 학문적으로 이론화한 글이다. 심리학자인 대니얼 커너먼 (심리학자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의 연구 사례를 자주 인용한다.

누구나, 어떤 집단이나 노력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말은 자신들이 고생한 군 복무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다. 조직의 책임을 맡게 되면 무언가 성과를 내려고 한다. 이를 행동효과라 이름하니, 구관이 명관이라는 얘기가 생긴다. 다른 각도에서 부작위효과를 설명하니 뽀빠이의 유머 냅뒀더니 다 되지데가 떠오른다. 인간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다. 여우와 신포도, 달콤한 레몬이 그러하다. 이를 이론화하여 인지부조화이론이라 한다. 인지 부조화가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삶이 고통스러울 때 극복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얻는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가치를 크게 평가하기 쉽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표현이 손실 회피 편향이란 이름을 얻는다. 헤어져야 할 커플이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를 매물비용 탓으로 푼다. “예전에 너를 한 번 도와준 일이 있는 사람은, 네가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보다 더욱더 너를 다시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를 문전 걸치기 전략(foot-in-the-door-technique)이라 한다.

 “원정대의 지휘권을 평범한 능력자 1인에게 맡기는 것이 훌륭한 두 사람에게 반씩 나누어 맡기는 것보다 낫다(p.178)는 군주론의 맥락은 링겔만 효과(사회적 태만)와 같다. 독서모임은 5명이 최적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정면대응해야지 섣부른 희망과 낙관을 경계하라는 스톡테일 패러독스(미 해군 조종사)나의 지식은 비관적이나 나의 의지와 희망은 낙관적이다라는 슈바이처의 생각으로 조율한다. 전문가는 평범한 사람보다 과신하기 쉽다. 승자의 저주, 평균회귀, 등비수열의 마술인 티핑포인트(한 때 말콤 글레드웰의 글에 빠졌었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인인 넛지, 집단사고 이론(피그만 침공 실패)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다는 말을 스탈린이 했다고. 무엇보다 던바의 수(Dunbar’s number)가 페이스북 친구수를 줄여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사회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숫자가 150. 온라인상의 교류에 가치를 매기지 않는다.

 

오른쪽 손목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https://blog.naver.com/grhill/223137393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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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미술관 - 생각을 바꾸는 불편하고 위험한 그림들
김선지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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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미술관

2023.6.15.()

그림 속 천문학,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에 이은 김 선지 작가의 뜻밖의 미술관을 만난다. 한국일보에 칼럼을 연재하기 전에 김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나는 그의 내공이 미술과 역사 공부에 터를 두고 있어 탄탄하다고 여겼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에 이은 뜻밖의 미술관도 그가 모더니즘이 단계를 뛰어 너머 포스트모더니즘 작가임을 확인하게 한다. 정규교육이 품지 않았거나, 품지 못한 영 교육과정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시선에 기대 이를 발견할 수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에 기반을 둔 교양 예술이다.

 

첫째, 전통적이고 교과서적인 미술(그림) 세계를 소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술사 학계 권위자의 관점을 소개하면서도 작가의 시선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홍준의 화인 열전시리즈가 그러하듯이 13개의 명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노출하고 있어 독자의 지적 호기심까지 자극한다. 11명의 화가를 재조명하는 과정도 화가의 삶을 바탕으로 하기에 화가별 대표작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보통사람, 이른바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오주석의 한국의 특강이 도화지에 12색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려야만 했던 열악한 경험을 가진 독자에게도 동양화를 읽는 법을 알려 주었듯이 역사, 시대적 배경과 함께 풀어가는 이야기는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이란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다.

셋째, 정형화된 그림 해설이 아니다. 독자는 그림을 보고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곁가지를 만들어 독자의 독서 경험을 떠올리게도 한다. 고갱의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떠올리고, 한 걸음 나아가 손철주, 이주은의 , 그림이다를 읽으며 느꼈던, 화장실에 가기도 아까운, 그런 기분을 맛본다. 오늘 신문기사에 등장한 클림트의 <부채를 든 여인>을 보며, 우키요에에 감동한 프랑스 미술가들이 미술사 조를 만들었음까지 연상하게 된다.

 

고전 조각의 이상적인 남성상이 투사된 흰 피부의 키 크고 잘생긴 남성’(p.26)이라는 예수의 전형이 탄생하는 과정과 BBC의 합리적 추론(검은 피부의 육체 노동자)을 소개한다. 어떻든 위대한 성인이자 스승임은 틀림없지만, 외모지상주의의 관점으로 볼 수도 있다는 작가의 시선을 본다. 독일의 미술사가 빙겔만에서 자리 잡은 백색의 미학은 과학의 발전으로 고대 조각이 대부분 채색되었음이 밝혀졌으나,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경로 의존성은 쉽게 벗어나지 못함을 지적한다. 피그말리온을 리얼돌의 창시로 보는 관점은 교육계에서 중시하는 피그말리온 효과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관점이다. 가르치는 사람들은 학생은 교사가 기대하는 대로 성장한다고 믿는다. ‘라파엘파의 그림 속 판타지아’(P.51)를 읽으며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을 떠올린다. 고바이다의 이야기는 통치와 내조의 모델로 가르치고 배우는데, 김 작가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든 아름다운 신화로 본다.

황금비율에 대한 여러 논의와 작가의 생각은 숫자의 일치(?) 같은 수학적, 과학적 시각이 아닐까? 황금비인 1:1.618과 다비드 1:1.535, 밀로의 비너스 1:1.555는 눈으로 쉽게 식별할 수 있을까? 수치에 차이가 있으니 황금비는 거짓이라고 몰아붙이기는 지나치다.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만, “인간은 세상에서 어떤 패턴을 보고 의미를 찾는 존재”(P.75) 라는 작가 관점에 동의한다. 유럽 중세에 대한 평가는 이슬람 학문이 번역돼 소개된 시점을 기준으로 전과 후로 나누고 구분해 준다면, 브뤼헐의 작품을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웃어가며 코드피스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플랑드르의 캉탱 마시를 그로테스크한 그림을 그린 대표 사례로 보여주고 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렸음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그로테스크한 인물을 흥미있는 대상으로 보았음을 작가는 안타까워한다. 일반적으로 접하는 엘리자베스 1세 초상화에 페르소나가 있음을 알려주며, 가면 뒤에 숨겨진 모습을 추측해 보인다.

 

희대의 호색한이었던 제우스에 대한 평가에 100% 공감하며, 제우스에 비하면 카사노바는 수준 이하다. 미켈란젤로가 여성의 몸을 남성처럼 그린 이유(P.197)로 열거한 남성의 몸을 표현하는 데 만족감, 여성 누드모델의 희소성, 여성의 몸이 불완전하다는 고대 그리스 미학, 남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미적 취향 등에서 한 가지만은 아닐 것이다. 스페인에 가면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가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을 봐야 한다. 작가가 르네상스의 천재는 레오나르도나 미켈란젤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P.225)라고 강조하고 있으니.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에서 소개한 젠틸레스키의 그림을 두고 트라우마를 표현한 것인지, 최초의 페미니스트였는지 알아보자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생학에서 언급하는 합스부르크 턱도 소개한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그린 마담 르브룅이 이를 드러내고 웃는 초상화가 어떤 역사적 맥락을 갖는지 소개한다. 18세기 이전 초상화가 입을 굳게 다문 까닭은 당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충치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며칠 전 여권 재발급 반려 사유가 이가 보인다는 거다) 작가는 앙투아네트와 르브륑의 관계를 우정으로 해석한다. 고갱의 그림과 함께 학계 일부에서는 그를 문화 식민주의자 혹은 미성년 소녀들을 성 착취한 소아성애자라 비판하는”(P. 302) 관점을 소개한다. 마하트마 간디의 아름답지 못한 측면, 소설 롤리타가 나올 수 있었던 까닭은 고대 그리스에서도 있었던 구습이자 유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던 독자의 시선이다.

 

왼손을 머리 뒤로 올리고 오른손은 음부 위에 얹고 있는데”(P.228)는 그림을 몇 번 보아도 알 수 없다. 관람자의 시선이 기준인지, 그려진 잠자는 비너스가 기준인지. 조르조네는 기대어 누운 여성 누드의 원조”(P.230) 라는 지식은 기억해야 그림 비너스의 연대기를 만들 수 있겠다.

 

#뜻밖의미술관#김선지#그림속천문학#싸우는여성들의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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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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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2023.6.10.(토)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를 읽으며 2023년 6월 초순 활자화된 할리우드 노배우들의 초 늦둥이 출산, 우리나라 탤런트 김모의 늦둥이 출산을 떠올린다. 작가의 고백처럼, ‘거대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루저의 고백이다. 시대적 분위기에 올라타, 사랑받지 못한, 선택받지 못한 자신의 실패를 유부남 교수, 윤곽이 뚜렷한 코와 키 큰 남자를 비난하며……. 아마도 심사위원 중 여성의 입김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은 남성 위주의 삶을 살아가는 독자의 오판이기를 바란다. (소설을 다 읽고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읽으니 다섯 심사위원 중 넷이 여성이다)

「사랑하는 일」 레즈비언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부모, 가족에 대한 원망, 분노, 욕, 빈정거림 투성이다. 그러면서도 행복하다는 자기애만 100%인……. 「롤리타」 이후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유쾌함과 거리가 멀다. 이런데도 작가상을 주고받다니. 하긴 소설이니까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한국문학에 대해 아는 게 없기 때문일까?

“나는 타인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목화 맨션」 오래된 맨션의 재개발을 기대하며 빚을 내 사 놓고 세를 준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다. 계약관계를 넘어선 주고받는 정을 보여 주기 때문에 가슴 조이며 읽어가지만 훈훈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은 ‘강남’ 헬리콥터 맘의 육아일기(?), 자녀 교육을 그린 소설이다. 김건형의 해설을 읽으니 소설의 구조를 쉽게 확인하라 수 있다.

「0%를 향하여」 영화를 좋아해 영화과에 진학하고, 상업적 성공이 어려운 현실에서 독립영화를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영화인들 이야기를 그린다.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은 성 소수자의 이야기다. ‘여귀’란 제사 지낼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은 귀신이다. 참고문헌을 여러 개 밝혀둔 것은 아마도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퀴어를 담론으로 만들려고 노력한 모습으로 읽힌다.

문학동네에서 7편의 중단편소설을 410쪽으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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