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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불안한 시대를 버티는 단단한 문장들
모옌 지음, 허유영 옮김 / 필로틱 / 2026년 1월
평점 :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2026. 6. 6(토)
읽을거리로 중국 현대문학을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는다. 이미 인구 대국인 중국에서 독자들이 선택하고 감동한 것이라서 국내에 번역되어도 통하기 때문이다. ‘모옌’은 글로 표현하되 말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작가 필명이고, 본명은 관모예다.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중국 내에서 찬사(민족의 영광)와 비난(체제의 나팔수)을 함께 받았단다. 책 제목을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로 정한 까닭은 그가 받은 비난에 굴하지 않은 날들을 은유한다. 영화 <붉은 수수밭>과 <행복한 날들>은 장예모 감독이 그의 소설로 만들었다. 소설로 알고 주문했으나 읽어 보니 37편 에세이다. 가난한 시절을 어떻게 지내왔는가, 성장 과정에서 영향을 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꿈을 갖고 성장하되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글, 독서의 의의와 다른 작가의 글에서 배운다는 이야기, 글을 쓰려면 삶으로 깊숙이 들어가 눈과 귀, 코로 읽고 써야 한다는 글 등을 담았다.
이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 모옌의 관점이 드러난 문장들을 옮겨본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지만,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와 ‘사람은 삶에 패배할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쓰러져 있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십여 년 동안 조금도 퇴보하지 않는 일은 더 어렵다’는 인간의 삶을 평가하는 문장이다.
‘<춘절은 아이에게는 인생의 찬란한 시기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의미지만, 어른에게는 인생의 절정에서 한 걸음 미끄러지는 시간이다.>’는 설날이 어른에게 기쁘거나 흥미 있는 일이 아님을 이렇게 표현한 거다. ‘그럼에도 춘절은 쇠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다’라는 덧붙임은 루쉰의 말과 다르지 않다. 기성세대는 뒷세대에게 길을 터주는 역할을 다하고 주검으로 남아야 한다는.
거위를 훔친 날에서 쓴 ‘허락된 나쁜 짓을 하러 가는 건지, 금지된 좋은 일을 하러 가는 건지 헷갈렸다’라는 문장을 만난다. 혼자보다 여럿이 하는 일이 책임이 나뉘어져 덜 두려운 일이다. 이런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내뱉은 숨의 길이를 재면 삼 미터는 족히 될 것 같았다’는 긴 숨을 이렇게 표현한 거다.
‘그 평범한 사람들의 품위가 바로 한 민족이 고난 속에서도 끝내 타락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마지막 버팀목이었다’는 어머니, 부모님, 조부의 삶에 대한 찬사다.
노벨상을 받았을 때 아버지가 해준 말 ‘상을 받기 전에는 남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되지만, 상을 받은 후에는 남보다 머리 하나는 낮춰야 한다.’
딸의 대학입시를 지켜보며 ‘세상에 절대적인 공평함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세상을 인식한다.
소설이란 말 그대로 ‘소인배의 말’이다. (p.175) ‘사기꾼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고향 사람이다.’ 이 말은 소설가를 두고 한 말이다. 이런 류의 문장은 선지자는 고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예수의 말과 고향에서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공자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단편소설의 조건은 반드시 작가의 글쓰기가 성숙해진 후에 쓴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작품을 읽으면 그 작가만의 고유한 세계를 느낄 수 있다.”(p.273) 냄새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소설가의 영토라는 관점을 드러낸다. 소설에 냄새를 담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냄새로 사물을 묘사하거나 작가의 상상력으로 냄새가 없는 사물에 냄새를 불어 넣으란다.
‘허무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에서 삶이 너무 고되고 고통스러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묻고 답한다. 생사의 고단함은 탐욕에서 비롯되니 욕심을 줄이고 무위에 이르면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공즉시색, 색즉시공은 우리가 집착하는 것들이 실은 실체가 없다. 인간의 욕망을 끊어야 한다는 둥 불교철학을 이야기한다. 불교는 세상을 바라보는 사유의 틀,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고 말한다. 우주에서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놀라운 행운이니 설령 고통스럽다 해도 우리가 사람으로서 겪는 체험이라 여기자고 한다. 인간이란 텅 빈 허무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야만 하는 존재다.
‘독서의 의의’에서 글쓰기는 언제나 독서에서 시작된다. 다른 사람의 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흥미가 생겨 창작을 시작했고, 또 다른 사람의 책 속에서 지식을 얻고 글 쓰는 감각을 익혔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나도 글을 잘 쓰지는 못하나 글을 쓰려면 독서량이 많아야 한다는 전제에 완전하게 동의한다. 20여 년의 공백기를 돌아보며 듣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여 ‘귀로하는 독서’를 제안한다. 듣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표현한 말이다.
자신의 성공과 부를 과시하고 부와 위대함을 혼동하며 잔꾀를 지혜로 생각한다. 이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민중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사상적으로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타인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을 너무 좋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