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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동의 이해
인남식 지음 / 명인문화사 / 2026년 1월
평점 :
현대 중동의 이해
2026. 6. 27(토)
저자 인남식은 『현대 중동의 이해』를 통해 첫째, 중동의 공간과 시간 속에 열강의 이익이 개입하여 만들어냈던 모순은 무엇인가, 둘째, 중동의 아랍인들이 열강으로부터 느낀 박탈감을 어떻게 극복하려 하는가에 관심을 두고, 종교 즉 이슬람을 도구로 서구식민주의가 심어놓은 모순을 제거하려는 노력에 주목하였다. 우리가 중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 끊이지 않는 분쟁, 국가 내부의 불안정성 외에도 우리가 가진 중동에 관한 생소함이 한몫한다며 현대 중동을 이해하자고 한다. 책은 중동에 관한 인식, 지리, 역사, 정체성과 이념, 종교(이슬람), 중동의 정치문화, 주요국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 국제관계, 분쟁, 테러로 장을 구분하여 전체적으로 살피는 개론서의 성격을 지녔다.
읽어가며 라벨을 붙였던 곳에는 이미 알고 있던 것 중 중요하거나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있다. 1978년에 출간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다루며 중동을 바라보는 인식론적 틀을 재검토하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인다. 서구가 가진 힘과 지식의 불균형 속에서 형성된 이미지(동양은 미신적, 관능적, 비합리적, 여성적, 정체된 세계이고, 서구는 합리적, 도덕적, 남성적, 진보적 문명이라 믿는 이분법적 구도는 서구가 스스로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타자를 열등하게 규정하는 방식으로 구축되었으며, 영국, 프랑스의 제국주의 팽창기에 강화돠고 미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하며 이어졌다)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근본주의적 시온주의자들이 구상하는 대이스라엘의 근거는 “애굽 강에서 큰 강 유프라테스까지”를 야훼가 아브라함 자손에게 약속한 땅(창세기 15:18)으로 묘사하는 데에 있다. 아브라함의 두 아들 중 이스마엘의 후손은 전통적으로 아랍-무슬림 집단의 조상으로, 이삭의 후손은 유대-기독교 전통의 뿌리로 인식되어 왔다. (p.59)
632년부터 4대 칼리프 알 리가 사망한 661년까지 30년 동안인 ‘정통 칼리프 시대’의 ‘합의’ 추대 방식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원형이라는 주장이 있다. 압바시아 왕조(750~1258)는 이슬람 문화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리스 철학과 인도의 수학, 페르시아의 과학이 한 데로 모아졌다. 바그다드가 중동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한 계기였다. 바그다드는 ‘지혜의 집’이라 불렸다.
오늘날 튀르키에에서 무스타파 케말 파샤가 국부로 추앙받는 까닭은 갈리폴리 전투의 영웅이었으며, 아나톨리아 북부 일부만을 영토로 한정한 1차대전 전후처리 조약인 세브르조 조약(1920년)을 폐기하고 1923년 새로운 로잔조약을 맺어 오스만 제국의 해체와 함께 이스탄불은 물론 이즈미르 등 주요 도시와 보스포루스, 다다넬즈 해협까지 잃을뻔했던 위기를 극복하고 튀르키예공화국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이븐 할둔은 『역사서설』을 통해 중동 유목민의 정체성을 사막을 살아가는 부족 단위 귀속감에서 나오는 ‘연대(아싸비야)’에서 찾았다. 중동 사회를 관통하는 정서는 개인 중심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성이다. 움마는 이슬람의 거대한 공동체를 상징하는 단어다. 아랍민족주의인 ‘까우미야’와 ‘움마’는 식민 제국의 중동 분할로 생겨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중동 나름의 정체성 아싸비야 연대였다. 요즘 아랍 민족주의는 유명무실해졌지만 이슬람운동 즉, 움마의 정체성은 역동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슬람부흥운동은 정치와 경제 등 현실 사회의 핵심 영역에서 이슬람의 가치를 준용하여 상황을 새롭게 해석하고,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일체의 집합 행동을 의미한다. 부흥운동의 배경에는 중세 아랍 제국과 오스만 투르크제국을 거치는 동안 지중해지역의 대부분을 이슬람이 압도했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슬람 협력기구 57개 회원국 중 시아파가 다수인 국가는 이란(90%), 이라크(63%), 바레인(72%), 아제르바이잔(59%) 등에 불과하다. 카르발라 전투에서 패한 시아파는 혈연계승을 추구하다가 결국 공동체 주류로부터 축출되어 새로운 종파로 등장한 것이다. 수니파는 전통에 따라 합의 추대를 통한 권력 계승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명명된 이름이다. 수니를 직역하면 순나 즉 전통을 따르는 이들이란 뜻이다. 나라마다 맥락이 다르긴 하지만 중동의 주요 국가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종교성을 통치에 반영하고 있다.
‘지대국가론’이란 국가 수입 부문의 일정 부분 이상이 특정 분야에서 부가가치 창출 노력 없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경우 이를 ‘지대(임대료)’에 비유하여 설명한 이론이다. 세입 비율이 40%를 상회하는 경우 지대국가로 분류한다. 지대국가는 국민들의 근로 의지 저하 및 제조업 분야 취약이라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석유 시대의 종언을 예상하는 걸프 산유 왕정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사람을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동 노동시장의 문제는 높은 청년 실업률과 높은 비정규직 비율이다. 최근 여성 경제 활동은 과거에 비해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전쟁과 아프칸전쟁에서 패한 이후 네오콘의 일방주의를 벗어나 오바마 독트린을 내놓았다. 첫째, 민주주의 확산 대신 비폭력을 전제로 하는 이슬람 등 다원주의 가치 인정, 둘째, 패권적 일방주의 대신 다자주의와 동맹 강조, 셋째, 선과 악으로 세상을 구분하는 도덕적 절대주의 대신 상대주의에 기반한 현실주의였다. 이는 무조건적 이스라엘 편들기와 무조건적 이란 적대시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비록 트럼프가 망가트렸지만. 트럼프는 이란을 다시 적대국으로 돌리고 역내 반이란 세력인 아랍의 보수 왕정 및 공화정 국가들과 이스라엘을 연대시키는 ‘아브라함협정’을 체결했다.
시온주의 운동의 본격 시작은 1896년 테오도르 헤르츨이 <유대국가론>을 펴내면서부터다. 시온주의 운동 초기에 모든 유대인이 이스라엘 건국을 찬성한 것은 아니다. 오슬로평화협정(1993년 9월)은 중동평화의 초석이다. 이스라엘 점령지역 중 팔레스타인의 집중 거주지역을 분리해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건설한다는 ‘두 국가 해법’의 합의를 이룬 협정이다. 후속 논의가 중단된 상태로 팔레스타인의 독립은 이스라엘의 장기적 안보를 확보하는 길일 수도 있다.
이슬람이란 단어보다 중동이란 단어를 먼저 인식했었으리라. 학창 시절 교과서로부터 배운 것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란 걸 알게 되고, 하나씩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을 책 읽기를 통해 계속해왔다. 『이슬람 문명』, 『역사서설』, 『지혜의 집』, 『오리엔탈리즘』, 『그리스 사상과 아랍 문명』,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중간세계사 비잔티움과 오스만 제국』, 『무함마드』, 『꾸란』, 『이슬람』으로부터 이슬람 세계로 부르는 중동이 과거의 영광에 향수를 느낄 거라 짐작한다. 이런 책들이 과거를 다룬 역사라면 『현대 중동의 이해』는 최근의 역사와 현재(책으로 나오는 즉시 과거이긴 하지만)를 다루기에 이슬람 탐구를 마치는 책으로 선택한다. “모든 진실은 연속된 오류의 수정이다.”라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말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