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야."
세피가 소년에게 이름을 물었다. 그러자 소년은 조용히 "사탄"이라고 대답했다. - P29

"어쨌거나 비인간적인 행위라는 뜻이야."
"아니, 그렇지 않아. 그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행위야. 아주 완벽히인간적이지. 짐승에게 전혀 상관없는 낙인을 붙이고 짐승의 명예를훼손하는 소리는 듣기 거북해. 그런 낙인은 인간 말고는 어디에도 붙여서는 안 돼. 도덕관념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짐승은 없으니까! 세피, 단어를 잘 선택해서 말해. 그런 근거 없는 말은 사용하지 마!"
- P87

"그래서 결국 무엇이 남을까?"
사탄은 이렇게 묻고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인간은 아무것도 얻지 못해. 인간은 항상 들어갔던 자리에서 나왔거든. 백만 년 동안 인간이 한 일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종족을 번식한 일 말고는 없어. 이 따분하고 무의미한 짓을 단조롭게 반복하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야.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지혜라고는 손톱만큼도 짜낼 수없는데! 과연 이런 세상에서 득을 보는 사람이 있을까? 너희 같은 보통 사람을 업신여기는 군주와 귀족처럼 소수의 찬탈자 무리 외에는 아무도 득 될 것이 없는 세상이야. 그런 통치자들은 너희 손이 닿으면 자기가 더러워졌다고 생각하고, 너희가 뭔가 요청이라도 하려고하면 보는 앞에서 문을 닫아버리지. 너희는 그들의 노예가 되어 그들을 위해 싸우다가 죽으면서도, 이를 수치스럽게 여기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겨, 그들의 존재 자체가 너희에게 끊임없는 위협이고 모욕이지만, 너희는 분개하거나 억울해하는 것조차 두려워해."

"사실 너희의 통치자들은 너희가 베푸는 자선으로 살아가는 한낱거지에 불과해. 하지만 그들은 너희를 대할 때, 마치 거지에게 동냥을 주는 자선가인 것처럼 거드름을 피워. 주인이 노예를 대하듯 말하고, 너희에게는 노예가 주인에게 말하는 것처럼 하도록 요구하지. 너희는 그들을 입술로 경배하면서 가슴 -가슴이란 것이 있다면 말이야 -으로는 그런 자신을 경멸하고 있어. 최초의 인간은 위선적이고 비겁했어. 그리고 위선과 비겁함은 후손들에게 영락없이 대물림되었지. 인류의 모든 문명도 근원에는 위선과 비겁함이 깔려 있었어. 자,축배를 들자! 위선과 비겁함이여, 영원해라! 더욱 강해져라! 자, 축배를......"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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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
마크 트웨인 지음, 오경희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작가 사후, 미완결의 원고를 편집자 앨버트 페인이 종합하여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국내 유일의 번역본으로 고맙고도 귀하지만 만약 선택권이 있었다면 구입하지 않았다.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이상하게 술술 읽히지 않고 덜그럭거린다. 게다가 디자인이... 하...

책의 물성 자체가 좋은, 내용은 텅 비었어도 예쁜 얼굴 -그 껍데기만 좋다면 사랑에 빠지는 나 같은 속물에겐 절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외모다. 내 시간이 더 소중하므로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그저 디자인(예술)이란 의욕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한줄요약.
약은 약사에게, 디자인은 전문가에게!

고마운 점 하나.
덕분에 카인과 가인의 차이를 찾아봄

오타 하나.
181:3 빌헴름 → 빌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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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31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돌씨님이 수정하신 오타 빌헬름-빌낼름으로 순간 읽었어요 ㅋㅋㅋ

dollC 2021-01-31 11:58   좋아요 1 | URL
헴름-낼름-헬름ㅋㅋ 혼돈의 빌헬름이죠ㅋㅋㅋㅋ
 
우부메의 여름 - 개정판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백귀야행 시리즈의 서막을 알린 작품.
설정의 파격과 인물들의 개성, 예측불가능한 전개에 홀린 듯 읽었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작가의 전능함만으로 가능한 장치들이 많아지고, 그렇게 밀어붙이는 통에 억지스러운 면이 커져 아쉽다.
그러나 백귀야행 시리즈의 거대한 세계관을 알게된다면 여기서 작가야말로 신 자체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결국엔 백귀야행 시리즈 중 가장 많이 읽게되는 건 이 <우부메의 여름>이다.

덧.
일본 요괴에 대한 지식, 파격 혹은 엽기적인 소재나 사건들, 교고쿠도의 장광설 등 적응이 필요하다. 게다가 방대하게 연결되는 이 세계관에선 작품을 개별로 별점을 매길 수 없다. 그래서 세 개로 통일-
(작품성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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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을 사라지게 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유혹에 지는 것일세."

"인간이 문명을 성취할 수 있는 길은 단 두가지.
하나는 교양을 쌓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락하는 것일세."

실제의 삶이 혼돈이건만, 상상의 세계에는 끔찍하도록 논리적인 뭔가가 있었다. 죄악의 발꿈치를 쫓아가 물도록 개를 푸는 것이 상상력이었다. 모든 범죄가 기형의 새끼를 치도록 하는것이 상상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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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이란 우리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을 대할 때 취하는 태도다.
- 이상적인 남편 중에서 - P136

인생을 이해하기에는 우리 수명이 너무 짧아서 우리는 끝끝내 초보자로 생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삐걱거리며 굴러가는 제멋대로의 세상을 그나마 이해하기 위해 좀더 지혜로워지고 싶다는 욕망은 좀 더 살게 하고, 좀 더 깊게보게 한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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