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비인간적인 행위라는 뜻이야."
"아니, 그렇지 않아. 그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행위야. 아주 완벽히인간적이지. 짐승에게 전혀 상관없는 낙인을 붙이고 짐승의 명예를훼손하는 소리는 듣기 거북해. 그런 낙인은 인간 말고는 어디에도 붙여서는 안 돼. 도덕관념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짐승은 없으니까! 세피, 단어를 잘 선택해서 말해. 그런 근거 없는 말은 사용하지 마!"
- P87
"그래서 결국 무엇이 남을까?"
사탄은 이렇게 묻고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인간은 아무것도 얻지 못해. 인간은 항상 들어갔던 자리에서 나왔거든. 백만 년 동안 인간이 한 일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종족을 번식한 일 말고는 없어. 이 따분하고 무의미한 짓을 단조롭게 반복하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야.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지혜라고는 손톱만큼도 짜낼 수없는데! 과연 이런 세상에서 득을 보는 사람이 있을까? 너희 같은 보통 사람을 업신여기는 군주와 귀족처럼 소수의 찬탈자 무리 외에는 아무도 득 될 것이 없는 세상이야. 그런 통치자들은 너희 손이 닿으면 자기가 더러워졌다고 생각하고, 너희가 뭔가 요청이라도 하려고하면 보는 앞에서 문을 닫아버리지. 너희는 그들의 노예가 되어 그들을 위해 싸우다가 죽으면서도, 이를 수치스럽게 여기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겨, 그들의 존재 자체가 너희에게 끊임없는 위협이고 모욕이지만, 너희는 분개하거나 억울해하는 것조차 두려워해."
"사실 너희의 통치자들은 너희가 베푸는 자선으로 살아가는 한낱거지에 불과해. 하지만 그들은 너희를 대할 때, 마치 거지에게 동냥을 주는 자선가인 것처럼 거드름을 피워. 주인이 노예를 대하듯 말하고, 너희에게는 노예가 주인에게 말하는 것처럼 하도록 요구하지. 너희는 그들을 입술로 경배하면서 가슴 -가슴이란 것이 있다면 말이야 -으로는 그런 자신을 경멸하고 있어. 최초의 인간은 위선적이고 비겁했어. 그리고 위선과 비겁함은 후손들에게 영락없이 대물림되었지. 인류의 모든 문명도 근원에는 위선과 비겁함이 깔려 있었어. 자,축배를 들자! 위선과 비겁함이여, 영원해라! 더욱 강해져라! 자, 축배를......" - P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