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대하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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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의 소개글은 없는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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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을 때까지 읽을 것이다. 그리고 잊어버릴 것이다. 아무 때나 습득했던 모든 지식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면 나는 스스로를 박식한 사람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지속되는 걱정거리나 동요, 두려움만큼 기억력에 매우 나쁘게 작용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나는 내가읽는 것의 일부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더라도 꾸준히 즐겁게 읽을것이다. 나는 미래의 삶을 위해 지식을 축적하려는 것일까? 잊는다는 것은 더는 나를 두렵게 하지 못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낄 뿐이다. 유한한 인간으로서 뭘 더 바랄 수 있겠는가?
- P72

하지만 난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 그럴 시간도 없었다.
난 단지 나 자신을 준비해왔을 뿐이다, 삶을 배워가는 한낱 견습생처럼.
내 머리는 지금 장난을 치고 있다. 나는 일시적인 망상에 시달리고 있는것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상식적인 삶으로 돌아가야겠다. 내 계획들과 활동들 그리고 열렬히 추구하는 즐거움들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은 끝났다.
- P260

돈은 시간이다. 돈이 있다면 나는 시간을 사서 즐겁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돈이 없다면 어떤 의미로든 내 것이 될 수 없을 시간을 말이다. 아니,더 나아가 나는 그 시간의 처량한 노예가 되고 말 것이다. 돈은 시간이다. 시간을 사는 데 돈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돈을 제대로 쓴다는 의미에서 볼 때는, 돈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도 돈이 충분히 없는 사람만큼이나 가난한 것 같을 때가 종종 있다. 우리의 일생은 결국 시간을 사거나 사려고 애쓰는 것으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손으로는 시간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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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우리가 얼마나 먹어대는데! 기쁠 때도먹고, 괴로울 때도 먹고, 놀랐을 때도 먹고, 낙담했을 때도 먹고, 우리의 감성은 근본적으로 먹는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천성적으로 민주주의자인 이유는 옛적부터 ‘모든 인간은 먹어야 한다‘ 라는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신자들은 회개기도는 대충대충하지만 일용할 양식을 달라는 기도는 눈물을 글썽이며 무릎을 꿇고 한다. 확신컨대 그들이 바라는 것은 상징으로서의 ‘빵‘이 아니라 저울에 달아 파는 독일 빵 한덩이다.
- P63

타인의입을 통해 진실을 확인하는 건 얼마나 민망한가. 아침에 막 잠자리에서 일어나 정신을 온전히 차리기 전, 하루 중 남은 시간동안 남들에게 보이고 또 남들을 보게 될 가면을 쓰기 전, 누구나 적대심과 자기원망이 가득 찬 씁쓸한 허튼소리를 내뱉는 시간을 갖기 마련인데 차마 그럴 때에도 선뜻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그런 진실이라면 특히 더 민망하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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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을 사랑하는 이의 첫 책이다. 책을 쓰는 동안 인생의 다른 부분이 엉망진창을 향해 엔트로피를 늘려나가도, 오로지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조금 덜 불행했다. 이글이 흩어져 사라지지 않고 형태를 갖추어 사람들에게 전달될것이며, 적어도 그때까지는 확실한 목표를 향해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지탱했다. 감히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를 수도있었다.  - P8

사실 이 자리에서 내가 읽었던 책을 모두 나열할 수도 없고, 나열해봤자 별 의미도 없다. 중요한 건 책이 나의 피와 살이라는 것이고, 인생의 삼할 정도는 책장을 넘기는 데에 썼다는 것이다. 이할 정도는 책장을 넘길 책을 살 돈을 버는 데에 썼다. 나머지 오할은 막연하고 불확실한 인생 속에서 몇 권 안 되는 책을 안고 비틀거리는 데에 썼다. 이 책도 비틀거림의 일환이다. 좀 비틀거리더라도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라 다리에 힘이 좀 없다.
- P116

나의 방 한면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책장을 바라볼 때, 수천 년 전의 인간이 남긴 말부터 지금의 인간이 그 말을 해석한 책까지 있는 광경을 바라볼 때, 나는 인간이란 죽으며 한낱 활자만을 남길 수 있는 존재임을, 동시에 그 활자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임을 상기한다. 책에 대한 소유욕은 그래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자 애정의 발로다. 구체적인 하나의 인간에 대한 소유욕과는 완전히 다른, 인간의 정신성에 대한 소유욕인 셈이다.
- P137

이는 활자의 배열 속에서 자신만의 진리를 발견하든지,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지, 검열관 (소설 내에서 우주와 시간의 기원을 기록한 책을 발견하고자 모험을 하는 수색자들)이 되어 부서진 층계를 포함하든지, 세계에 어떤 ‘진리‘가 있어서 죽어서야 그걸 깨달을수 있다면 이런 곳에서 밖에는 깨달을 수 없을 테다. 파주에 위치한 지혜의 숲에 갔을 때 티끌만큼이나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신이시여, 제가 믿지 않아서 염치는 좀 없지만 혹시 죽게 되면 영혼은 이쪽으로 좀 부탁드립니다.
- P217

나는 더 좋은 책‘과 ‘덜 좋은 책‘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에 우열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 엘리트주의자로 매도되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봐도 르누아르가 그린 그림과 내가 그린 그림은, 내가 얼마나 진심을 다해서 그림을 그렸든 상관없이, 가치도 수준도 전혀 동일할 수 없다. 작품에 대한 선호를 무조건 취향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은 각 분야에서 쌓아 온 규칙과 역사, 성취에 대한 모욕이다. 우리는 예술을 논함에 있어 취향을 존중해달라‘라고만 말할 수 없다. 이 말은 때로 무지(無知)에 대한 좋은 명분이 될 뿐이다. 책에 주어지는 상은 더 좋은 책에 주어진다. 여기서 ‘더 좋음‘과 ‘덜 좋음‘을 구분하는 것은 취향이 아니다. 작가의 성취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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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9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돌씨님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해피 추석~


∧,,,∧
( ̳• · • ̳)
/ づ🌖

dollC 2021-09-19 18: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스캇님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이모지 모르는 고인물이라 부끄럽네용🤭 헤헤ㅋ)
 
꿈 (2021 서울국제도서전 리커버 특별판)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수아 옮김, 신신 디자인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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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도서전 못가는 아쉬움을 이 책으로 달래본다.(하드커버가 아니네? 이웃집 댕댕이 빵댕이처럼 뭔가 빵실빵실함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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