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때까지 읽을 것이다. 그리고 잊어버릴 것이다. 아무 때나 습득했던 모든 지식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면 나는 스스로를 박식한 사람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지속되는 걱정거리나 동요, 두려움만큼 기억력에 매우 나쁘게 작용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나는 내가읽는 것의 일부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더라도 꾸준히 즐겁게 읽을것이다. 나는 미래의 삶을 위해 지식을 축적하려는 것일까? 잊는다는 것은 더는 나를 두렵게 하지 못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낄 뿐이다. 유한한 인간으로서 뭘 더 바랄 수 있겠는가?
- P72
하지만 난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 그럴 시간도 없었다.
난 단지 나 자신을 준비해왔을 뿐이다, 삶을 배워가는 한낱 견습생처럼.
내 머리는 지금 장난을 치고 있다. 나는 일시적인 망상에 시달리고 있는것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상식적인 삶으로 돌아가야겠다. 내 계획들과 활동들 그리고 열렬히 추구하는 즐거움들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은 끝났다.
- P260
돈은 시간이다. 돈이 있다면 나는 시간을 사서 즐겁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돈이 없다면 어떤 의미로든 내 것이 될 수 없을 시간을 말이다. 아니,더 나아가 나는 그 시간의 처량한 노예가 되고 말 것이다. 돈은 시간이다. 시간을 사는 데 돈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돈을 제대로 쓴다는 의미에서 볼 때는, 돈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도 돈이 충분히 없는 사람만큼이나 가난한 것 같을 때가 종종 있다. 우리의 일생은 결국 시간을 사거나 사려고 애쓰는 것으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손으로는 시간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 P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