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고 키보드를 두들기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목적이 무엇인가? 시작은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낀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는데 언제부턴가 블로그에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존재하는 듯하다. 즉, 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서평을 쓰는 목적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목적을 나쁘게만 보진 않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노력의 결과물에 대해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동물이고, 나 역시 인간이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또한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좋은 글, 문장들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서평을 쓰는게 독서의 목적이 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글쓰기라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그냥 책 내용을 배끼는 정도인 것을....
`독자는 잘난 사람을 보려하기보다는 진솔한 사람을 보고 싶어하고 만나고 싶어한다.`(51p)
`아침마다 글쓰기 습관, 그 글들을 남에게 읽히기 위한 글이 아니다. 내가 내 삶을 돌아보고 내 자신을 정리하기 위한 수단이다.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이다.` (71p)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은 천천히 나아지면서 좀 더 좋은 서평이 되길 원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 솔직하게 쓰고 싶다. 멋진 말들로 꾸며쓰는 것이 아닌, 내 속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좀 못 쓰더라도 진솔함이 묻어 있는 글... 아마도 지금 이 말을 쓸때 서민교수가 생각나는 이유는 그가 참 진솔하게 글을 쓰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서민교수처럼 글을 쓰고 싶다.
`일상적인 모든 것을 `왜`라고 묻기 시작한다면 글감은 여기 저기 널려 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늘 생각 없이 대하던 가족들도 모두 글감이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이들처럼 어떤 것을 대하든 `왜`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것이 앞에서 이야기한 일상이 깨어져 사건이 되는 순간인 것이다. 그 다음엔 무엇을 보든 그것을 살아 있는 것, 생각을 하는 존재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나누어 보는 것이다.` (89p)
`무엇을 보든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며, 어디에서 무엇을 보느냐, 어떤 분위기에서 무엇을 보느냐, 어떤 상황에서 보느냐에 따라 대상은 같아도 느낌은 다르다. 이는 눈은 같으나 마음의 눈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대상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 관념을 갖지 말고 그때그때 순간의 느낌을 소중히 하는 자세가 글 쓰는 이들에겐 필요하다.` (120p)
서평을 쓰다보면 똑같은 말이라고 해도 좀 다르게, 멋지게 쓰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총을 꺼내 들었다`를 쓰다보면 밋밋한 감이 들어 `차갑고 묵직한 총`으로 바꿨다가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무겁고 차디찬 총을 꺼내 들었다`로 바꾼다. 정식으로 글을 배웠거나 첨삭을 받아 본 적이 없기에 어울리거나 맞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이렇게 바꾸다보면 사무라, 대상에 대해서 유심히 관찰하고 느낌을 표현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즉,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살아있는 것, 생각하는 존재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글의 형식도 모르면서 아프면 그 앞므을 글로 썼고, 외로우면 그 외로움을, 힘들면 그 힘든 일을, 때로는 시가 뭔지는 몰라도 시의 형식으로, 때로는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때로는 하나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또는 수필 비슷하게 썼다. (...) 쓰다보면 이것저것 자신의 솔직한 마음들이 쏟아져 나온다. 처음엔 잘 안되지만 자꾸 쓰면 글이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쏟아 놓고 보면 그다지 창피한 일도, 숨길 일도 아니니까. 글을 풀어낼 수 있는, 끄집어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41p)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직장과 가정이라는 사회 울타리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왠지 모를 외로움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그럴때면 이 넓은 세상 속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다. 외로움을 달래고자 핸드폰을 뒤적거려 보지만 누구에게나 쉽게 전화를 걸 수가 없다. 술 한잔 놓고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도 상대도 점점 없어진다. 소주 한잔에 웃고 떠들던 친구들 역시 30대가 되어 가정이 생기고 직장 생활에 쫓기다 보니 `조만간`이라는 기약없는 대답만 반복할 뿐이다. 모인다 쳐도 대학생 때의 불타올랐던 옛날 분위기를 느끼기엔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너무 많다. 누구 하나 나의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이 없을 때 이 마음을 글로 쓰면 저자의 말대로 약간은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요즘 자주 나오는 말로 표현하자면 힐링이 된다. 그리고 이 글을 누군가 봐줄것이다라고 믿으며 글을 쓰다보면(보는 사람은 내 와이프밖에 없지만) 누군가는 공감을 해주리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 글쓰기가 아닐까 하는 보람도 느낄 수 있어서 계속 쓰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