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 산촌자본주의, 가능한 대안인가 유토피아인가?
모타니 고스케 & NHK히로시마 취재팀 지음, 김영주 옮김 / 동아시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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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도 삼키고 달아도 삼킨다.`

어느 일본의 경제 전문가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일본은 거울로 삼을 만한 나라가 없었다. 그래서 항상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해왔는데 한국은 일본이라는 거울이 있으니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부럽다.` 맞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일본이란 나라를 거울삼아 이만큼 성장해왔다. 일본을 통해 자동차/ IT 기술을 배우고 문화를 배웠으며 선진국으로 가기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는 어느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는 펙트다.

그런데 안배워도 될 것들까지 너무 똑같이 따라 가는게 문제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한약 먹듯이 쓰면 쓸수도 몸에 좋은가보다 하며 무조건 삼키고 본다. 교육, 부동산, 고령화 사회, 에너지정책, 기업구조 등 모든 정책들이 일본 판박이다. 개인적으로 방금 말한 분야에 대해서 전문가도 아니고 깊게 공부를 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토대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더불어 현재 이슈되고 있는 교과서 국정화로 인한 왜곡문제까지 보자면 할말을 잊게 만드는 대한민국의 지금 모습이다.) 그리고 경제구조를 보자면 일본의 거품경제후 경기침체로 인한 `잃어버린 10년/20년`까지 따라가지 않을까 심히 염려가 되는 대한민국이다.

이 많은 문제점 중에 이 책에서 심히 다루고 있는 주제는 에너지정책이다. 도시에서 벗어나 산촌생활을 하며 숲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자 한다.

`산을 연료의 공급원으로 삼는다면 무제한으로 연료를 얻을 수 있다. 산의 나무는 한 번 베어내도 다시 자란다. 재생 가능한 자원이다. 베어내면 베어낸 만큼 없어진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산의 나무는 오히려 정기적으로 벌채해주는 쪽이 환경은 좋아진다.` (P.50)

`친환경 스토브(나무 장작으로 열을 만들어내는 장치) 을 사용하면 산의 나무도 많이 사용할 수 있어서 산이 깨끗해질 거야. `산을 이용해먹을 수 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은 산촌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산촌에 살고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두가 원하는 아이디어라고 직감했습니다.` (P. 51)

`한번 더 생활을 되돌아보는 그런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모두가 굉장히 불안해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좀 더 주어진 자연을 활용한달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더 많은 자원이 있고 보물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P. 54)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 무서움을 직접 체험했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수만명의 생명이 죽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의한 방사능 유출이다. 일본 땅의 70%가 원자력에 오염되었다고하니 무엇하나 편히 먹을수가 있겠는가. 먹는 것에 대한 불안은 입고 사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생명과 관련되 있으며 유전적인 문제도 있기에 일본 후세의 생명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있다. 일본 정부는 안전하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모르는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일본 전체가 버림받는 입장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불안, 불만, 불신을 공유하는 유사공동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유럽부터 전세계가 원자력 발전소의 축소화, 가동금지 법률 개정이 신속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벨기에의 경우 원전 밀집도 2위였던 나라가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과감히 탈핵을 결정했다. 덴마크뿐만 아니라 대만, 프랑스도 점차 탈핵으로 진행중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조용하다못해 더욱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에 읽었던 노회찬/유시민/진중권의 `생각해 봤어?`란 책의 원자력 발전소를 주제로 얘기한 내용을 보자면 )정부가 2024년까지 원전을 20개는 더 짓는다고 했으니 이대로 가다간 미국 다음으로 원전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로 등극(?)한다. 심지어 현재 노후원전도 많아 30년이 넘은 원전이 3개나 되며, 고리 1호기(부산시 기장군) 경우 수명을 연정한지 7년째인데 더 연장하려고 한다. 조금 더 심각성을 얘기하자면 국가별 원전 밀집도 자료를 봤을 때 대한민국이 세계1위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이러났는데도 왜 위기의식이 없을까 의문이다. 당장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느 누구 하나 축소/탈핵/금지법안 등 시원하게 이야기 해주는 정치인 없다. 국민들 역시 안전 불감증에 빠져 세월호 같은 사고가 터져야 정부에 기정 법안을 호소한다. 이런 대한민국을 보고 있자니 원시인들이 불을 처음 발견했을 때 손을 넣어보고 뜨거운지 아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원자력 발전소 없이는 지금과 같이 충분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한다. 에너지의 안정은 분명 국가의 운영에 있어서 그리고 국민들의 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성을 알고 있지만 원자력 발전소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을테지만, 이 책에서 주의 깊게 말하는 내용을 보자면 오스트리아와 같은 나라들은 일본 이상으로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자연 에너지 활용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튼 이런 사건/사고 속에서 이제 일본이 조금씩 변화하려고 한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간다. 그리고 깨달음 속에 나온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산본자본주의`이다.

`동일본대지진을 통해서 절실히 깨달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돈을 지불하면 먼 곳에서 물과 식량과 연료를 보내주는 시스템, 복잡한 시스템 자체가 마비되면 아무리 수중에 돈이 있더라도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P. 124)

``산본자본주의`라는 것은 돈의 순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전체하에서 구축된 `머니자본주의` 경제시스템과 함께 돈에 의존하지 않는 서브시스템도 재구축해두고자 하는 사고방식이다. 돈이 부족해져도 물과 식량과 연료를 계속해서 손에 넣을 수 있는 시스템, 이른바 안심과 안전의 네트워크를 미리 준비해두기 위한 실천이다.` (P.125)

이 `산촌자본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도시에서 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그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이나 정보 면에서의 풍요로움에 비해서 만족감이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감으로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추구하는 것 아닐까요? 최고의 리얼리티는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이나 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을 접하면서 일할 수 있다는 점도 대단히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P. 177)

`자신을 위한 소비(명품 브랜드나 고급품)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유대 소비(가족이나 지역, 사회와의 유대를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을 원하며, 새로운 물건을 손에 넣는 소유가치가 아니라 지금 있는 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사용가치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P. 178)

우리나라도 최근 다행스럽게 도시에서 지방, 농촌으로 귀농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TV에서 도시를 떠나 제주도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취재한 프로그램을 봤는데 미술을 전공으로 삼았지만 전공과는 다른 직장생활을 하다가 제주도로 내려와 공예를 다시 시작한 사람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만든 공예품들을 제주도에 놀러온 사람들에게 팔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삶이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사용해 사람들과 유대감을 느끼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며 `수입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행복은 2배로 늘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산촌자본주의란 현재의 모습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여행이란 느낌을 받았다. 전기가 없어 밤이 되면 바로 잠자리에 들었고, 생활하면서 조금은 불편했지만 불행하진 않았던 시대로의 여행. 무지했지만 욕심, 걱정없이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던 시대로의 여행.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산촌 자본주의가 아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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