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남자의 물건_김정운

이 시대의 남자들이자 대한민국의 남자들 그리고 나이가 먹어가면서 불안해하는 남자들에 대해서 솔직담백하게 말하고자 `남자의 물건`이라는 약간은 발칙한 제목으로 김정운교수가 책을 썼다. 왜 남자의 물건이냐! 남자들은 나이들어가면서 할 이야기가 없어지기 때문에 불안해하며 힘들어한다 말한다. 그래서 이야기거리를 찾고자 각 남자들만의 물건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는 거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인 대표적인 열명(이어령, 신영복, 안성기, 차범근, 조영남, 유영구, 이왈종, 박범신, 김문수, 문재인)을 찾아 인터뷰를 하고 이분들 각자가 말하는 물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는 거다. 왜 각자의 물건들이 소중하고 자기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김정운 교수는 책 머릿말에 이렇게 써놨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에겐 어떤 물건이 있는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자기 삶에 관해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ㄴ는지 생각해보자는 거다.`

그래서 나 역시 나의 물건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내 인생에서 나를 대표할 수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없었다. 관심분야는 많아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산것들은 많으나 끝까지 간 적이 없기 때문에 고를수가 없었다. 허무하고 부끄러웠다. 꼭 물건이 있어야되는건 아니겠다만, 내가 아끼는 물건도, 이제껏 수집했다거나 나를 대변할 수 없는 물건이 없다. 상실감이 컸지만, 아직 남은 인생이 86살까지 산다는 가정하에(아내가 꼭 86살까지 살으란다. 자기는 85살까지 살거라고) 아직도 50년 이상이나 남았기 때문에 이제부터 나를 이야기할 수 있는 물건을 찾기로 했다. 찾는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조금조금씩 알아가 보기로 했다.

책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1부는 남자에게라는 대제목으로서 남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 남자들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김정운 교수의 주관적인 내용들이 많다만, 내용도 재미있고 술술 넘어가는게 부담이 없다. 김정운 교수의 책을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쉽게 쉽게 읽히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라서 받아들이기 수월한 느낌을 준다. 장기 기억장치속에 넣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끔씩 재미삼아 보기에는 딱 좋은 책인 듯 싶다. 2부는 처음에 말한 열명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의 물건과 함께 삶을 들을 수 있다.

재미난 이야기들을 몇가지 풀어보자면,

`우리 삶이 재미없는 이유는 `선택의 자유 freedom of choice`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선택의 자유란, 집의 경우 집값 상승 요인, 애들 교육환경등을 고려해 아내가 결정하고, 내 출퇴근 환경, 내 삶의 즐거움 등은 안중에도 없다. 즉, 결혼하고 살면서 남자 마음대로 선택해서 자유롭게 사거나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몇가지 안된다. ) 그래서 남자들은 모이면 군대 이야기다. 이 선택의 자유를 박달당한 트라우마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기 때문이다. 자꾸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이유는 뭔가 심리적으로 막혀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자유는 인간 존재의 근거다. 내 삶의 의미는 내가 선택하는가, 아닌가에 의해 결정된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남자들은 대부분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로 살기 때문에 뭐라도 하나 정해서 (김정운 교수 같은 경우는 만년필) 수집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자는 거다. 즉, 무언가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행복해하자는 것이다. 끝.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자신의 삶에 감사할 줄 안다. 그래서 가끔은 외로워야 한다. 가슴 저린 그리움이 있어야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기쁨, 내 가족에 대한 사랑, 내가 소유한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가 생기는 까닭이다. 나이 들수록 내 삶이 허전한 이유는 그리움이 없기 때문이다. 도무지 그리운게 없으니 삶에 어떤 기쁨이 있고, 무슨 고마움이 있을까. 삶에 아무런 기쁨이 없을 때는 처절하게 고독해보는 것도 아주 훌륭한 대처방법이다. 혼자 떠나는 거다.`

대학생때 홀로 3개월동안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혼자 있다보면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이 할 수 있다. 정리가 되기까지는 좀 시간이 거리겠지만, 일단 가족, 부모, 친구, 직장, 자녀 등등 복잡하고 이상한 상상들을 하게 되지만 이러한 상상들이 매우 유익하다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 정신 나간 사람마냥 혼잣말을 할 때도 있고, 멍 때리고 있을 때도 많지만 혼자 있어야지만 가질 수 있는 유익한 시간들이다. 외롭지만 몇시간, 몇일만 지나면 외로움도 익숙해져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 더 이런 시간이 필요한데 결혼하고 회사생활을 하다보니 혼자 몇일 동안 고독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1년 중 아예 없다고 봐도 된다. 그래서 김정운 교수는 나이를 먹어갈 수록 이런 시간, 홀로 고독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처절하게 고독해보라고.. 혼자 떠나라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차이에 관대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뜻한다. (...) 지혜롭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면의 시간이 아주 많아지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성공한 어른`이었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내면을 위한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은 아니었기 때문에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경우를 자주 본다.(...) 아무리 바빠도 삶의 마디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삶의 마디를 잘 만들어 `가늘고 길게`아주 잘 사는 것을 뜻한다.`

버트런트 러셀의 `행복의 정복` 서평때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앞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천천히 살고 싶다. 김정운 교수가 말한 것을 빌리자면 이제서야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바빠도 스스로 쉴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주말이나 휴가에 자주 쉬고 싶다. 삶의 마디를 만들고 싶다. 천천히 어른이 되고 싶다.

이외에도 재미있고 유익한 말들이 많다. 솔직히 택배로 주문한 책들이 도착하기 전이라 쉬어가는 차원에서 읽은 책인데 전에 한번 봤었는데 전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 당황했다. `역시 이래서 서평을 써야되는구나` 생각도 들었고, 이렇게 재미있고 솔직담백한 말들, 그리고 진정 남자들을 위한 내용들이 많아 앞으로도 대한민국 남자들을 위한 책들을 자주 써줬으면 좋겠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도 몇년전에 봤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걸 보니 다시 한번 읽고 이렇게 글을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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