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의 지혜 - 삶의 갈림길에서 읽는 신심명 강의
김기태 지음 / 판미동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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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의 지혜_김기태


우리 모두는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행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들 행복해지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자 억지로 웃으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취미생활을 통해 힘든 마음을 달래보려 노력하기도 하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사람들과 음주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처럼 독서와 함께 하루하루 내면의 성장을 통해 행복을 찾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매일 행복한 감정을 가질수는 없는 법! 우리 인간은 기쁨, 흥분, 만족, 쾌감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감정들을 느끼기도 하지만 슬픔, 좌절감, 부끄러움, 울분, 짜증과 같이 (이것 역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여기는) 부정적인 마음도 느낀다. 그리고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부정적인 마음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항상 가지고 싶을 것이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분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음의 모든 고통과 괴로움이 사라지고 참된 평화와 자유가 가득하게 되면 영원한 행복을 얻게 된다.'는 스님들의 말씀처럼 사람들은 힘든 삶 속에서도 계속해서 영원한 행복을 얻고자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행복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그리고 특별한 것도 아니며 우리가 그것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하거나 애쓸 필요가 없다. 이유는 행복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속에 온전히 드라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행복을 찾고자 노력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가려서 택하는'마음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안을 '둘'로 나누어 놓고는 하나는 택하고 다른 하나는 버리려 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매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 될 것을 우리는 그것을 못 견뎌 하며 어떻게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달아나고 극복하려고만 한다.'


이렇게만 보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편안함이나 당당함, 기쁨, 즐거움만을 자기 안에 담아 두고 싶어한다. 그러나 바로 늘 자신을 '가려서 택하는' 마음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삶은 무한히 괴롭고 힘들게 된다. 누군가가 몹시도 미운가. 그 때문에 마음이 무척 힘들고 괴로운가. 어떻게든 그 마음을 해결하여 더 이상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게 되거나 용서하고 싶은가. 그래서 진정으로 마음의 평화를 다시 얻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를 온전히 미원하라.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마음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그 미움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허용하라. 먼저 자신 안에서 올라오는 그 미움을 깊이 존중해 줘라. 그리하여 미움과 하나가 되고 미움 자체가 되어 보라. 바로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경로를 통하여 마음의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 미움은 온데간데 없고 사라지고 아득하게만 여겼던 사랑과 용서가 저절로 자신 안에 가득히 채워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몇일 전 이 책을 보다가 잠깐 TV를 켰는데 애니메이션 '쿵푸팬더2'가 방영되었다. 몇년 전 처음 우리나라 극장에서 상영했을 때 봤던 영화였는데 다시 봐도 쿵푸팬더의 귀여움은 여전했다. 애니메이션답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주인공 푸가 마지막에 터득한 건 현란한 무술도 아니고 특수한 능력이 생긴것도 아니었다. 'INNER PEACE' 바로 내면의 평화였다. '내면의 평화를 찾으니 악당도 물리칠 수 있다'라 조금 웃길 수도 잇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도중에 영화를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았다. 

부모가 자신을 버린 줄 알고 잠깐 원망하는 마음을 가졌던 푸였지만 이 펜더는 원망하는 마음을 자신을 키워준 부모의 감사함으로 승화(?)시켜 자신이 지금까지 행복하게 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로인해 어린시절의 불행을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의 내 모습의 행복을 느꼈던 것이다. 즉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내면의 평화가 찾아오리라.'는 말과 비슷하지 않은가. 'INNER PEACE'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모습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더 나은 내가 되고자 매일 자기계발을 하며 치열하게 살고 있다.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내 자신을 꿈꾸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바꿔 말하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말이된다. 즉 지금의 나는 내 자신이 봤을 때 맘에 안드는 모습만 보이니 바꾸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김기태 교수는 지금 자신이 모습, 초라한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게으르다 생각하고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한번 확 게을러보라는 것이다. 모든 노력을 정지하고, 수고와 몸부림을 통하여 해방을 얻으려는 그 마음을 스스로 놓아 버리고, 단 한번만이라도 게으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진정 게을러 보라는 말이다. 그리하면 영원토록 삶 속에서 게으름을 보지 않게 될거라고 말한다.


이 글을 봤을 때, 문득 떠오른 것이 있다면 '키높이 깔창'이다. 끼높이 깔창은 키가 커보이기 위해 신발 안에 넣는 깔창인데 이거에 한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신발에 이 키높이 깔창을 넣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식당이라도 가는 날이면 불안해 미친다. '너 원래 키가 이정도야?', '더 크지 않았나? 크게 봤는데'라는 말을 들을까봐 신발을 벗자마자 바로 앉으려 한다. 키가 커질 수도 없는데 키를 커 보이게 만들려니 마음이 힘든 것이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의 나, 키높이 깔창을 뺀, 키 작은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결 마음이 편하다. 더욱이 옷도 더 자연스러워지고 멋있게 입을 수 있다. 키 높이 깔창만 없애면 키 좀 작으면 어때.. 멋있는 사람이 되자'라는 마음으로 살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저자가 사람들을 만나면서 겪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야기가 재미있다기 보다는 모든 이야기가 내 이야기같고 한번씩은 고민해봄직한 일상사와 또 안쓰럽고 가슴아픈 사연들이라 자꾸 눈이 간다. 그리고 이 소소한 이야기 속의 모든 내용이 '가려서 택하는' 마음을 버리고 모든 마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든 마음을 받아드리고 매 순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드리라고 말한다. 계속 이 말의 반복이다 보니 약간은 지겨울 수 있다. 짜증이 날 수도 있고 무언가 세뇌받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끝까지 읽다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얘기했듯이 세뇌당하는 걸수도 있지만, 세뇌당하면 어떠하랴. 내 마음이 편하면 됐지!


아침 6시에 일어나 회사에 출근할때면 매일매일이 고통이다. 노예와 같은 마음으로 억지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막노동판에 가는 느낌이다. 사무실에 앉아 편하게 일은 하지만 이상하게 몸이 힘들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런 힘든 생활을 받아들이라 말한다. 저항하지 말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그런데 그렇게 받아들이고 나니 (몇일 안됐지만..) 약간의 편안함을 느꼈다. 내가 찾는 마음의 평화는 '지금' 나의 이 힘듦 속에 있다니... 이상한 말 같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그냥 힘들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니 약간은 치유를 받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려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일이 없을 때는 일이 없음을 즐겨라. 언제 또 이런 즐거움이 있으랴. 일이 많을 때는 또 많은 만큼 일을 즐겨라. 언제 이런 즐거움이 있으랴. 돈이 없어서 힘들 때는 또 돈없이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즐겨라. 언제는 내 인셍이 돈이 많았던가.. 매 순간 새로운 인생일 펼쳐지듯 즐기면서 살자!


그리고 집착하면서 살지 않으려 한다. 집착! 어떤 것은 붙잡고서 놓치 않으려 하고 어떤 것은 멀리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 집착인데, 그런 노력과 수고를 통하여 자신이 원하는 보다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법도를 잃는다.


성공! 인정!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얻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이라고 착각)을 통해 얻은 것들(자신의 성공한 모습, 돈, 명예, 권력 등)을 놓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집착이라 말할 수 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맘을 이해못하는 것도, 사람으로서 당연한 마음일 수도 있지만 이런 지착으로 인해 자기 자신, 영혼 육체 모두가 혹사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부신, 자존심이라고 하는 것은 보수적 마인드를 만들고 그로 인해 행복할 수 있는 변화된 마음은 얻지 못할 수 있다. 자부심, 자존심이 쎈 사람들 대부분은 미간에 내천(川)이 그려져 있는 걸 보면 행복보다는 집착에 목 매어 있는 사람들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들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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