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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대 -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와 만나다
김용규 지음 / 살림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의 시대_김용규
요즘 생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을 자주 읽게 된다. '생각 수업', '생각의 융합', '생각하는 인문학' 등, 그리고 이번 책은 '생각의 시대'이다. 위의 책들에서도 자주 이야기되는 내용이지만 요즘과 같이 정보가 넘쳐나고 그 정보들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세상지만 정작 사람들은 생각이란 것을 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폭증하는 정보와 지식이 우리의 전망과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으며 그로인해 길을 잃고 당황하며 서성이고 있다. 이유는 정보혁으로 인해 지식의 수명이 단축되었으며 우리는 우리가 학습을 통해 이미 만들어진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에 의존하여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법에만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이 환경을 통찰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을 획득해야 하며,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사고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식의 시대가 아닌 생각의 시대가 되야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 생각의 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최초의 생각의 시대라고 불렸던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의 철학자들, 수학자들 등을 통해 생각을 만들어주는 생각의 도구들을 찾아나서고자 한다. 그리고 이 생각의 도구들이 앞으로도 새로운 지식과 문명을 구축해나갈 것이며, 새로운 지식들을 창조해나갈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지식의 기원을 소개한다. 지식이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말해준다. 지식이라는 것은 인간이 생존을 하기 위한 도구로서 약한 신체조건을 딛고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겨났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짐승들은 생존의 방법으로 생물학적 방법을 선택했지만, 인간은 문화적 방법인 지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동물은 태어나서부터 성인이 될때까지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양육기간이 길며 약하다. 하지만 이런 약점이 인간을 자연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로 만들 수 있었으며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은 불을 다루는 능력, 옷과 집을 만드는 기술 등과 같이 학습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해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학습이 생물학적 진화보다 변화에 더 잘 즉응해서 생존에 더 적합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또한, 학습을 통한 지식 전달은 언어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지식은 폭발-융합-폭발의 과정을 통해 발달해왔다. 특히, '축의 시대'라 일컫는 고대 그리스시대에 융합이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저자는 고대 그리스 시대처럼 경제적, 문화적 장벽이 없어지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세계를 하나로 잇는 지금 다시 한번 사상과 사상, 학문과 학문, 한문과 예술 등이 성공적으로 융합된다면, 인류 역사상 두 번째 이루어지는 '지식의 대융합'이 될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축의 시대'라는 것은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전 3세기를 말한다. 동양에서는 중국의 공자, 맹자, 장자, 노자 등 제자백가가 나왔고, 인도에서는 우파니샤드가 이루어졌으며 부처가 생존했고, 메소포타미아에서 차라투스트라가 등장했다. 서양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그리스의 호메로스, 탈레스, 헤라클레이토스,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시인, 철학자, 수학자가 나왔다. 이들이 인류에 공헌한 일들은 무엇보다도 보편성의 발견이라고 말한다. 보편성이란 세상은 일정한 순환, 반복에 의해 흘러가는 것을 말한다. 즉 자연의 법칙이라 할 수 있는데 '학문의 시작은 인류가 최초로 '보편성'을 발견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보편성의 발견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신화에서 자연으로 옮겨가고, 보편적 자연법칙을 탐구하려는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추그이 시대를 거치면서(다시 말해 자연과 도덕의 보편성을 추구하면서)인간은 드디어 '이성'과 '인격'을 가진 존재로 탈바꿈 한 것이다. 또한 이 보편성이 인간에게 준 것들은 자연은 모든 공간에서 동일하게 일어나고 과거의 사실을 통찰함으로써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고 조정하는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고 인간을 설득하여 움직이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리스라는 나라에 이러한 경이로운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을까? 이 비밀은 언어에 있다고 한다. "한 민족의 정신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 정신이 만들어낸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언어의 구조다"라고 키토가 말한 것처럼 언어란 것이 인간의 사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그리스어가 다른 나라의 언어와 비교했을 때 구조 자체가 명료하고 정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그리스인들의 사고도 단순하고 명료하며 논리와 구조적 확실성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이 당시 그리스는 폴리스라는 작은 도시국가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때의 폴리스에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었다. 절대적 신도, 백성을 약탈하는 전제적 군주도 없는 폴리스였기 때문에 그리스인들은 자유로웠으며,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연설을 하고 논의할 수 있는 사회구조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말하면 폴리스라는 자연적, 역사적 환경이 토론과 논쟁에 몰두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을 조성해 자유로움 속에서 그리스인들의 생각, 사고가 깨어있을 수 있었고 이로인해 고대 그리스의 학문과 예술, 그리고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2장에서는 생각의 기원에 대해서 소개한다. 저자는 범주화에 대해서 소개한다. 범주화란 세상 만물을 유사성을 통해 묶는 작업을 뜻한다. 우리의 정신 활동과 언어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분류 작업을 말하는데 이 분류작업(범주화)에 의해 우리의 정신과 세계가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분류하느냐에 따라 지능의 차이가 판가름난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 학습, 지식 발달을 위해서도 범주화 작업은 중요한데, 이유는 범주화가 아이의 세계를 확장하고 지능을 발달시키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여러 교수들의 시험을 통해 범주화가 아이들의 학습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범주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소 설명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하기로 했다.) 아무튼 이러한 범주화로 인해서 생성된 개념들이 서로 결함하여 '개념적 꾸러미'를 형성하면서 비로소 생각들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의 뇌는 새로운 생각을 만들기 위해 서로 다른 지식과 경험 영역에서 끄집어낸 정보들을 마구 섞어 서로 만나게 해 새로운 개념적 꾸러미를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다양한 상직적 창모물과 은유적 표현들 모두 이러한 개념적 혼성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설명하는 것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에 대한 내용인데 그가 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당시 그리스인들의 교육뿐만 아니라 문화생활, 그리고 정식적인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유는 그의 작품들이 '그리스의 문명의 본질을 이루는 모든 특성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그리스 문명의 본질을 이루는 특성이란 무엇인가? 앞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그리스인들의 사고는 정확하고 명료했는데 호메로스 작가의 작품들이 이들의 정신적 틀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메로스 작품들은 모두가 '간결하고', '정확하고', '명료하고', '구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작품 스타일 덕분에 나중에 서양 문명의 본질까지 발전한 사고, 즉 '개별적인 사실에서 보편적인 법칙을 이끌어내는 사고'가 그리스에서 맨 처음 형성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일리아스'같은 경우는 감정과 충동에만 사로잡혀 살면 아킬레우스가 절제와 이성을 갖춘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나긴 성장기를 통해 가정과 공동체를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 하는 폴리스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오디세이아'에서는 그의 지혜와 참을성, 그리고 용기를 통해 바다와 싸우며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새로운 인간의 원형을 제시했다. 그리스인들이 이 같은 호메로스의 작품들을 암송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이 마땅히 따라야만 하는 보편적 인간의 사고와 삶의 태도를 훈련받았다. 즉, 호메로스는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신성함과 비속함, 위대함과 하찮음, 용감함과 비겁함, 고결함과 덧없음, 주인과 노예, 그리고 지혜와 우매, 정숙과 부정, 자긍과 비루 등을 가장 전형적이고 극단적인 형태로 제시함으로써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추상적 개념의 범주화를 교육한것이다.
이는 동서양의 모든 문명이 왜 신화와 전설로부터 시작하는가 하는 질문의 내용과 같다. 이야기가 한 사회의 공동의 문화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려줌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을 형성해 간다는 사실이다. 즉, 이야기는 어떤 태도가 그 사회에서 훌륭하다고 판단되는 본보이기며, 또 어떤 행위가 모두에게 지탄을 받는 금기인지를 가르쳐준다. 따라서 인간이 어떤 집단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에 길들여진다는 것은 그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이며, 그 사회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장에서는 생각을 만든 도구들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 이렇게 5가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생각을 만드는 도구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것들이 어떻게 해서 생각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간단히 설명하자면, 은유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람을 설득하는 모든 곳에 사용되며, 원리와 수는 주로 자연을 이해하여 조정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에 비해 문장과 수사는 애초부터 사람들을 설득하여 움직이는데 사용되었다.
위의 다섯가지의 생각을 위한 도구들을 일일이 다 설명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의 반이상이 이 도구들에 대한 내용들인데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유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이번 서평에는 이정도로 하려고 한다. 단지 위 도구들을 보자면 우리가 지금까지 학습하고 생활하는데 있어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것들, 예를 들어 광고라든가 '시간은 돈이다'라는 흔히 말하는 표현들, 학교에서 배운 수학 공식들 등이 어떻게 생겨났고 우리가 생각하는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진지하고 명확하게 설명해주었다. 다소 어렵고 복잡한 내용들이 있었기에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공부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그래서 어렵다 싶은 부분은 중간 중간 띄어서 읽기도 했다) 어려운 만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은유적인 표현을 쓰기 위해 평소 읽지 않았던 시를 자주 읽고 특히 고전 문학을 자주 접해야겠으며, 원리 창조를 위해서는 모든 것들을 유심히 관찰해야한다. (필드 노트를 만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문장편에서는 아이에게 책을 자주 읽어줌으로써 아이에게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이 오는 정서적 안정감과 어휘력, 상상력을 줄 수 있도록 하며, 독서에 대한 흥미와 습관을 기르도록 해야겠다. 수에서는 '피타고라스 따라하기'를 하므로써 수학을 단지 계량과 계싼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자연과 사회 그리고 예술을 탐구하는 도구로서 인식하게끔 교육(?)할 필요성을 느꼈고, 수사에서는 나의 말이나 글을 통해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즉 설득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평소에 토피카(평소에 다양한 예들을 수집, 정리해서 필요할 때마다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집)를 준비하고 있어야 하겠다.
마지막으로는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말해준다. 우리에게는 2개의 뇌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우리 머리속의 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 손에 존재하는 뇌. 저자는 말한다. 우리 엄지세대는 자기 머리에 든 뇌는 텅 비워둔 채, 정보들, 서적들, 강의들, 영화들, 미술들, 음악들이 가득찬 정보기기만을 들고 다닐까 걱정한다. 그래서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고 단지 검색엔진을 돌려 찾아낸 정보와 지식에 의존해 살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건 걱정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정보와 지식은 어디서든 전송받을 수 있지만, 진실과 지혜는 아무데서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 진정 필요한 것은 매 순간, 현장에서, 오직 자기 자신에 의해 드러나는 진실과 지혜이고, 우리 사회에 필히 요구되는 것은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이다.
새로운 이성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인지하고, 다르게 판단하고, 다르게 행동하게 하는 새로운 사유 방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