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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창의력만 훔쳐라
김광희 지음 / 넥서스BIZ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창의력만 훔쳐라_김광희
일본이란 나라는 싫다가도 대단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고, 저질스럽다가도 신기한 나라이다. 특히 우리나라에게는 역사적으로 아픈 기억을 준 나라이기 때문에 증오의 대상이지만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하다. 저자의 말처럼 아무리 미워도 옆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좋든 싫든 함께 가야하는 나라임에는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한일 관계가 화해와 단합과 같은 긍정적인 관계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대립적인 한일 관계를 생각하고 양국의 국민들간의 반일/반한 감정들을 보면 화해와 단합은 아무리 생각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분명 일본이란 나라로 부터 배울 점들은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일본이란 나라를 모델로 삼아 이만큼 성장해 올 수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은 없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저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일본이란 나라는 아직까지는 뽑아 먹을 것들이 많다라고 얘기하고 있으며 그 중에 작가는 창의력을 대표적으로 뽑아 먹을 먹거리로 선택했다.
서두에 얘기했듯이 일본 사람들은 조금 괴짜같은 성격이 있는 것 같다. 만화를 보든 영화를 보든 콘텐츠 산업을 보든 기발하다 못해 싸이코틱하다. 1장에서는 이런 기상천외하면서도 싸이코틱한(저자는 기상천외한 발상이라고 표현했지만 아무리 봐도 싸이코스러운 제품/상상력들도 있다.) 창의력들을 소개한다. 먼저 AKB48 아이돌부터 신비의 계곡 목거리, 노벨상 수상자들, 신기한 광고들 그리고 수능시험보는 로봇까지.. 창의적인 신기한 일본 사회를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일본 문화를 배우고 싶다거나 부럽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우리 나라도 분명 찾아보면 이런 사례들이나 신기한 아이디어 상품들, 그리고 기발한 생각으로 성공한 사례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이란 나라와 우리나라의 차이는 일본은 어떤 내용이든 창의적이기만 하면 모두 인정해주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창의적이어도 문화나 사람들이 보는 인식에 맞지 않으면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BK48아이돌이나 글래머 여성을 모델로 등장시켜 좋은 가슴 있다고 한 광고를 보자면 일본에서는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사회 문화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문화 정서상 차이일 수는 있겠지만 이런 차이가 창의력을 키우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기도 한다.
2장에서는 일본의 일상에서 느끼고 바라본 몇가지 내용을 소개하였다. 현재 일본이 겪고 있는 사안이나 난제는 일본을 계속해서 닮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에게는 미래이며 좋은 거울이 될 수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내용이 로봇이었다. 세계 로봇산업을 꼽으라면 미국과 일본이다. 특히 인간형 로봇이 휴머로이드(?) 로봇은 일본이 최강이다. 따라서 일본은 로봇을 제4차 산업혁명으로 예상할만큼 로봇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기술이란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언제 로봇이 자동차처럼 우리 옆을 지키고 있을지 모른다고 소개한다. 이에 대해서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여러가지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로봇'이란 미래 산업은 현재의 시장을 변화시키고 우리의 삶 자체를 재편할 만큼 강력하며, 인간을 대체할 노동력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로봇산업에 크게 신경을 써야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다음으로는 20세기 필름이란 시장을 독점했던 코닥과 후지필름사의 현재 모습을 소개해준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모두가 다 알겠지만 코닥은 망햇고, 후지필름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유 역시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늦게 진출하면서 문을 닫게 되었다는 스토리는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당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중심은 일본이었으며, 코닥이 디지털화에 늦은 이유가 캐나다와 가까운 뉴욕주 북서부의 로체스터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마랳, 경쟁자로 넘쳐 나는 큰 물에서 놀아야 혁신으로 나아갈 동력과 방향성을 제때 정확히 읽을 수 있다는 뜻으로 코닥은 알면서도 당한 꼴이 되었다고 소개한다. 현재로 따지자면 무슨 시장이든 중심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BRICS가 될 것이다. 이들 나라 시장의 중심을 잘 파악하고 시장 환경을 잘 타는 것이 생사의 관거이라 할 수 있다.
2장 마지막 내용은 2차세계대전에서 일본 전투기였던 제로센에 대한 내용이다. 진주만에서 자폭기로 유명한 전투기인데, 2차 세계대전당시 제로센이란 전투기는 최고의 전투기였다고 한다. 미국 해군이 자군의 조종사들에게 제로센을 만나면 도망가라고 할 정도로 일본이 완벽하다고 자부했던 전투기였는데 이 전투기가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어떻게 해서 미국 전투기에게 패배했는지 이야기해준다. 일본 제로센 전투기는 해군의 요청에 따라 개발되었는데 요청했던 내용이 함정이다. 해군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전투기를 만들라는 훈령이 떨어졌고, 당시 미츠비시의 기술진들은 이런 요청에 부응하여 결점 하나 없는 완벽한 전투기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당시 노하우를 다 쏟아부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전투기가 제로센이었다고 한다. 당시 결점이라고는 찾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일본이 자부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한계에 달한 전투기였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일본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제로센을 능가하는 전투기를 개발할 수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태평양 전쟁 6년 동안 단 한번의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정도로 개발자들 스스로의 발상에 한계를 긋는 제로센을 만듬으로서 후발기술이 생겨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후에 미군의 최신예 전투기에 패배할 수 밖에 없었고, 마지막에는 가미카제 특공대의 전투기로 역사를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해주고자 하는 점은 이렇다.
'창의적 기술이든 발상이든 그에 관한 마음가짐은 완벽에 다가서려는 태도로 일관해야 한다. 한편으로 완벽함 추구를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그것이 완벽하다는 생각은 늘 경계해야 한다. 완벽하다고 믿는 순간 자신의 사고에 스스로 한계, 즉 높은 철벽을 쌓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3장은 일본을 거울삼아 한국을 보자는 내용이다. 특히 기업들이 겪고 풀어야할 문제점을 일본 기업과 비교하여 진단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소니와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기업인 삼성이다. 소니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최대의 전자회사였다. 하지만 그 이후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모바일 산업, TV산업 등에서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이 보여 현재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소니의 패망 원인이 지나친 내수 시장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1억 2천명의 인구에 의존해 노력하지 않아도 발전할 수 있었고 그로인해 상대적으로 혁신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휴대폰의 경우 최고의 기능과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자국 표준에만 집착하다가 세계 시장과의 호환을 놓쳤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소니의 몰락이 왜이렇게 현재의 삼성과 비슷해보인다.
현재 삼성이 흔들리고 있다. 애플과 격차는 좁혀들고 있으며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때문에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들었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삼성기업이 가지고 있는 경제력은 우리 나라 전체 경제를 흔들 수 있을 만큼 거대하며 파급력은 대단하다. 때문에 모두가 한 목소리로 우리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삼성을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세계의 벽 앞에 삼성을 어떻게 살려야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소니를 보고 배우자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소니가 쇠락한 가장 큰 이유는 '조직의 관료화'라고 말한다. 혁신의 최대의 적도 관료화이며 관료화는 잘 나가는 조직이 시간과 함께 떠안게 되는 숙명적 난제이다. 조직은 이를 구성하고 있는 인재에 달려있는데, 그런 인재들이 점차 관료화된다면 기업의 생명은 끝이다. 본질은 변화보다는 안주가, 긴장감보다는 느슨함이 지배하는 조직의 관료화가 기업의 성쇠를 좌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삼성이 현재와 같이 조직의 의사 결정이 늦고 창의적이거나 모험적 투자는 등한시하면서 구성원 대다수가 현상 유지와 당면한 실적 관리에 몰두하고 있다면 삼성의 미래를 불보듯 뻔하다.
그래서 조직의 비대화와 관료화,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를 어떻게 일소할 것인지가 혁신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조직 구성원을 보면 우수한 직원 20%, 그렇지 못한 직원 20%, 그저 그런 평범한 직원 60%라고 한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세 부류중 어느 부류에 주안점을 둔 혁신을 추진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혁신을 꿈꾸는 CEO라면 앞으로 치고 나가려고도, 뒤로 처지려고도 하지 않는 안정 지향적이자 안주를 탐닉하는 60%의 말들에게 먼저 채찍을 가해야지만 회사는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대한민국은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재가 유일한 자원이다. 따라서 인재를 키우고 혁신을 해야지만 기업은 살아나갈 수 있다. 혁신을 한다는 것은 개인과 조직의 두뇌를 깨우는 일이라고 한다.
어느 전문가가 한국이 부럽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뭐가 부럽냐고 물었더니 '일본은 한국과 같이 일본같은 거울이 없었다. 그래서 항상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면서 성장해왔는데 한국은 일본이라는 거울이 있으니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부럽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이런 일본을 거울삼아 잘 성장하고 있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본이 초고령화 시대가 온 사이에 우리나라 역시 저출산으로 인한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이런 사회를 개선하려고 하는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가 없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원자력 발전소를 늘리려고만 하고 있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나라를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는 길 밖에는 없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