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을 쓴다면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

표현이 유쾌하면서도 인문학적인 요소도 들어가 있고, 감동도 있는... 따뜻한 소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너무나 이런 작품을 쓴 작가가 부러웠고 이런 소설을 쓰고 싶어 계속해서 내 나름대로의 스토리 구상과 재미진 표현을 머리속에 그려보았지만, 머리 속의 생각들을 글로 쓴다는 것은 역시나 어렵다. 아직 시작도 못하겠으니...

'창문을 넘어간 100세 노인...' 작가에 이어서 이 책의 작가 역시 스웨덴 사람이다. 북유럽처럼 복지도 잘 되있고, 노후도 걱정 없는, 살기 좋은 나라의 작가들이 계속해서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생활이 여유롭고, 별다른 걱정 없는(나름 다들 고민, 걱정은 있겠지만) 곳에서 살면 이런 상상력과 표현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하는 내가 소설 쓰는 것을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핑계를 대기도 한다. 시작할 용기와 집중력이 약한 나를 생각하지 않고..

 

항상 소설책을 읽다보면 다른 분야의 책들과 다르게 소설책을 왜 읽을까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이 이유에 대해서 확실한 결론을 내진 못했지만, 이제까지 내린 나만의 이유를 정리하자면, '소설 역시 사람이 말하는 이야기고, 등장 인물에 빗대어 작가의 생각들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소설책 역시 인문학 책이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지 못한 다양한 사람들의 내면의 스토리, 느낌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해준 다는 것이다. 사람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고 할까나.

 

이 책 역시 오베라는 남자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해 주었다. 다소 심술궂고, 무뚝뚝하고, 소냐 외에는 다른 사람과 친해질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남자. 얼마나 까칠하고, 유별스러우면 책 제목까지 '오베라는 남자'라고 적었을까.. 우리가 흔히 남자친구가 유별나고 독특할 때 '너란 남자, 에휴!' 라고  말하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중간도 가기 전에 오베라는 남자한테 푹 빠지게 된다. 왜일까?  오베라는 남자는 자신의 인생에 충실하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만 바라보며 산다. 오로지 사브만 사랑했고, 스마트폰, 스마트키 따위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누구보다도 먼저 일어나 마을을 순찰하며 돌아다녔다. 다른 사람이라면 왜 이렇게 살아라고 할지 모르지만 오베만큼은 자신의 이런 인생을 사랑했다. 즉, 자기자신을 사랑했다. 자존감! 현대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이라고 '여덟단어'의 작가 박웅현 작가님이 말한 이 자존감이 오베에겐 있었다.

그리고 한가지 특이한 점은 열등감이란 단어를 이 책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스토리 속의 분위기가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자유로왔다. 스웨덴이란 나라의 특성을 잘 볼 수 있었던 느낌이었다. 오베 역시 자신이 살아온 인생, 환경을 다른 사람과 전혀 비교하지 않았으며, 다소 지루할 수 있는 톱니바퀴 같은 반복되는 일상을 당연시하게 생각했다. 오히려 이러한 오베가 자유롭게 느껴졌다.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는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을 정도로...

오베라는 남자가 더욱 사랑스러웠던 것은 오베는 한여자만을 사랑했고, 한여자에게만 자신의 내면을 보여줬을 정도로 순정파였다. 마치 한명의 주인만 따르는 강아지처럼... 그래서 소냐를 만나고 싶어 매일 자살을 시도하고(결국엔 못했지만), 매일 소냐의 무덤을 찾아가 꽃을 심어준 오베가 너무 좋았다. 마지막에는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베풀면서 이웃과 같이 살아가는 행복을 누렸다.  이러한 삶에 자신도 행복을 느꼈겠지만 무엇보다 소냐가 바랬을 것이라는 것을 오베가 알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표현하자면 오베라는 남자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고, 감동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따뜻하다. 그래서 정말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까지도 너무 간절하다. 어서 빨리 시작해야겠다. 조금 조금씩!! (역시 마무리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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