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융합이란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회사에서 IT 융복합 등을 주제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하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나도 없다! 창조는 편집이다`라고 말한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에서도 (편집학이라고 김정운 교수는 얘기했지만) 얘기했듯이 앞으로의 미래는 각각의 독립적인 것들을 녹여서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창조, 융합이라고 하며, 이러한 창조와 융합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한다. 기업 또한 기술적인 융합 없이는 견디기 힘든 미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현실은 현대인들이 어떻게 상상하고 창조하며 융합해야 하는지 경험해보지 않았으며,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하는 핵심은 빠진 채 그저 슬로건만 외친다고 쓰여져 있다. 속도와 효율의 프레임에 매몰되어 각 과목의 영역만 가르치고 배웠기 때문에 융합의 지식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앞으로는 인문학을 기초로 정치, 역사, 문화 등 모든 분야를 골고루 익혀야 한다고 얘기한다.
`인문학은 어떻게 콜롬버스와 이순신을 만나게 했을까`라는 책의 소제목이 흥미로워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어봤는데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길) 연관성이 약간은 억지스럽지만 작가는 이 연결고리를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공간적, 시간적으로 전혀 상관없는 두 인물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고 역사적인 변화를 제대로 분석, 비판함으로써 역사 인식과 안목을 높이라는 점을 얘기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어떻게 갑자기 성장할 수 있었는지, 어떠한 부분을 잘 판단했는지, 그리고 당시 조선이란 나라는 왜 침략을 당했고, 그로인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었는지 많은 질문을 던져보고 고민을 해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역사뿐만 아니라 미술, 문학, 정치 등 여러 분야의 인물들의 융합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고민하고 주체의식을 찾을 수 권장하고 있다.
특히, 작가는 역사적으로 잘된 사례, 잘못된 사례(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비교하고 대한민국의 아쉬웠던 역사적 진실과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꼬집으며 앞으로 어떻게 우리가 나아가야할 지 그리고 우리의 제대로 알아야 할 것들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 같다.
`정치는 우리 삶의 중요한 방식이며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주요한 요소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거대 담론으로만 생각하거나 단지 선거 때 투표하는 행위만으로 참정권을 행사하겠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정치는 정치인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 그들이 올바른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감시하며 지원할 때 비로소 제대로 기능한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되어야 비로소 인간이 자유로운 개인으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 - 166p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한민국은 갑자기 부유해지고 경제대국으로 발전해오면서 다른 나라들보다 더 빨리 큰 업적을 세웠다는 자부심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정치든 문화든 스포츠든 모든 분야를 놓고 봤을 때 (특히 정치)경제를 따지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한편으로는 이만하면 충분히 성장했다라는 안일주의가 국민들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경제도 중요하지만 문화, 가치관 그리고 민주주의와 정의, 자유에 대한 신념이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더 중요하다. 따라서 지금의 역사적으로 빨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자유로운 개인`에 대한 신념이 강한 다른 나라(네덜란드)로부터 배울 점들은 배우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힘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깊이 통찰하며 이해하는 것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끝으로 작가는 인문학을 기초로 정치와 역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고 질문해 보고 고민해보라는 의도를 볼 수 있었으며, 질문과 생각이 많이 없어진 현대인에게 현재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