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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40대의 여자도 어른이라고 말하기는 어색하다며 '아직
소녀감성'을 이야기하던 마스다 미리가 이번엔 여행을 꺼내들었다. <잠깐 저기까지만>은 혼자 떠나거나 남자친구와 떠나거나 엄마와
떠나거나 아니면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나거나, 어찌됐든 여행이란 것을 즐거운 놀이쯤으로 여기며 여행가기를 즐기는 그녀가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이야기들을 적은 에세이집이다. 이 책 역시 마스다 미리 특유의 글솜씨로 자신이 지나간 여행길을 담담히 되짚는다. 그 사이사이 그녀가
문득 문득 하는 생각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생각을 참 많이 하게 하는 포인트 중에 하나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인트. 언제나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들이지만 잘 적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이 글로 보일때의 쾌감, 느껴본 적 있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그런 쾌감을 나는 마스다 미리에게서 얻는다. 그녀가 글을 아주 잘 쓰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녀의 이야기엔 힘이 있고, 그래서 난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늘 즐거운가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친구란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더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나란히 작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청춘'이란
지난 뒤에도 어딘가 가까이 있다가 이따금 얼굴을 내미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38쪽)
# 여행에서 돌아오자 바로 언제나의
일상이다. 어제는 미야기 현에 있었지,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고 있으면 신기한 기분이 든다. 어린 시절에 곧잘 일어난 그 감각과
비슷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갔다가 교실의 내 자리로 돌아와서 조금 있다 보면, '어?
나 방금 화장실에 갔었는데, 화장실 갔을 때의 나와 멀어진 기분이 들어.' 곧잘
그렇게 느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모르겠지만, 뭔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63쪽)
친구와 여행에 관한 기분에 대한 글은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공감했다. 여행은 아무래도 누구와 같이 가느냐가 참 중요한데, 요즘 한창 인기있는 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의 윤상, 유희열, 이적을 보면서 나도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고, 더군다나
계획을 짜서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족 여행과 친구들과의 여행은 근본적으로 느낌이 많이 다른
듯 보였다.) 그래서 책 속에 친구들과 여행다니는 챕터들은 하나같이 부러운 눈으로 읽어내려갔다. 아.. 나도 친구들이랑 여행가고 싶다,라는 말을
마음 속으로 되뇌면서.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의 심정을 적은 저 글도 많이 공감한다. 여행지에 가 있던 나와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전혀 다른
인물같은 느낌이 들고 멀어진 느낌도 든다는 부분이 참 많이 와 닿았다. 그냥 말로 표현하는 것으로는 허전함 공허함 정도 밖에는 표현 안해봤는데
이런 표현이 있어 얼른 옮겨 뒀다. 이 부분은 기발한 생각같다. (물론 되게 평범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길거리 걸어다니면서 소소한 군것질거리를 들고 걸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들고 있는 음식은 더 맛이 있다. 군것질 하나에 사람이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다 안다. 그래서
길거리 음식은 그래서 일반 음식점에서 먹는 음식보다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은데, 마스다 미리도 이 의견에 백퍼센트 공감할 것이다. 그녀 또한
모든 지역에 놀러 갈 때마다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으며,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보면 무조건 그 줄에 동참해 꼭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누구와 함께 여행을 하든, 아니면 혼자 여행을 하든 마스다 미리에게는 먹는 게 가장 중요해보인다. 이 책에는 그래서
추사랑 저리가라의 먹방이 기술되어 있으며, 늘 여행 경비를 적어놓는 곳에 식대가 꽤 큰 비용을 차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일본이나 우리나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살아가는 건 먹기 위해서 사는 거다. (그럼 그럼.)
다만 즐거웠던 부분들을 제외한 좀
힘들었던 부분은 '어디를 가서 여행할 때 어떤 탈것을 타고 몇 분이 걸려서 갔다.'라는 여행기의 첫 부분들. 그녀는 책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어느 정도는 담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일본의 지명이나 탈것이 익숙하지 않은 내게는 그 긴 단어들이 고역이었다. JR 리쿠토센, 신칸센, 고노센
등 참 다양한 이름을 가진 일본의 철도들의 등장과 내가 알지 못하는 일본의 지명들, 역이름이 한자와 함께 등장했을 때는 멘붕. 저 기차들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KTX, 무궁화호 기차, 해안열차 쯤 되려나. 분명히 더 많은 이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기억이 잘
안난다. 책 초반에는 어떻게든 구분해 보려고 애를 썼었지만, 안그래도 낯선 일본의 지명들을 구분하는 것도 어렵고 그 지명들때문에 진도도 잘
안나고 해서 책을 웬만큼 읽어나간 다음부터는 포기해버렸다. 그 부분은 스윽, 읽어버리고 넘어가니 전보다 훨씬 술술 읽혔다.(하하) 아무래도 나는
지명이나 세세한 명칭을 아는 것은 힘든 스타일임을 새삼 깨달았다.
여행 에세이기는 하지만 이 책으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분들은 아마 없으리라 본다. 물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마스다 미리라는 어른
여자가 어떻게 여행을 즐기는 지에 초점을 맞춰서 본다면 즐거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혼자 여행을 하는데 두려움을 갖고 있는 여자어른이나
혹은 나처럼 여행을 가고 싶음에도 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책. 여행 그까이꺼 대충~. 뭐 그런 느낌을 전해주는 거
말이다. 혼자 떠나거나 누군가와 함께 떠나거나 어쨌든 여행을 떠난 그녀의 모습은 멋있었다.
어른이라서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다만 어른이기에 누구의 터치없이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는 있다.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아닌, 단지 두려움에 여행을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면 여행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는 그녀를 보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