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리얼리스트 X 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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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슈만의 3번째 '사토리얼리스트' 책이자 시리즈의 마무리 격인 <사토리얼리스트 X>가 출간되었다. 스콧 슈만이라는 이름은 패션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만한 이름- 굉장히 유명한 포토그래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술 사진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을 사토리얼리스트 프로젝트로 인해 '선입견'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길거리의 멋쟁이들을 찍은 사진이 미술관에 영구보존되고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예술을 하려는 사람들이 더 좋은 사진을 찾기 위해 무언가를 헤맬 때, 스콧 슈만은 길거리를 헤맸다. 여행을 다니면서 혹은 일을 하러 가는 잠깐 사이의 거리에서 멋쟁이들의 사진을 찍는 것이다. 거리에 사람들은 많고, 눈을 돌려 열심히 찾다보면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멋쟁이들도 꽤 많다. 그 멋쟁이들과 배경을 어떻게 조화롭게 찍을 것인가,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 어떤 이미지를 끌어내고 싶은가. 멋쟁이를 발견하고 잠깐동안 생각하고 찍어내는 사진이라기엔, 그에게는 굉장히 좋은 사진들이 많이 있다. 아마도 순발력과 센스를 가지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그렇게 2005년부터 지금까지 10년간, 하나씩 쌓아온 모든 흔적들이 큰 물줄기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세계의 디자인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히기도 한 것이 그가 길거리의 멋쟁이들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500쪽이 넘는 페이지의 수 많은 사람들은, 옷을 입고 저마다의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 앞에 섰다. 어떤 이는 스콧 슈만이 아끼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전혀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기도 하다. 카메라 앞에 선 모든 사람들은 나이도, 인종도, 스타일도 달라 그들이 내뿜는 기운들은 모두 다르게 다가오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그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피사체를 담는 카메라를 지닌 이의 마음이 어느정도 투영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각각인 사람들의 모습이 편안하게 다가올 수 없을 테니까.

거리에서 사진 찍는 일이 지닌 좋은 점 중 하나는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뭔가 건질 수 있다는 희망이 별로 없을 때조차 종종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제껏 찍은 것 중 최고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사진가들을 헤매게 하는 동력이 된다. (바라나시, 인도. 264쪽)

이런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서, 모든 관심을 이곳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서 가능한 일임에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멋쟁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은 패션쇼가 열리는 파리, 뉴욕, 밀라노 등지이다. 아무래도 유명한 포토그래퍼로서 자주 초청을 받을텐데, 그가 패션쇼를 보면서 느끼는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남자'가 여성 패션쇼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들 중 하나의 생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뉴욕이나 파리, 밀라노의 패션쇼에서 보이는 옷들은 항상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라 지나치게 앞선 패션일 것이다. 그렇다고 패션쇼의 제안들이 우리의 일상 스타일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한 가지만 기억하자. 최고의 국제적인 디자이너들은 색을 배합하고 패턴을 섞고 질감을 레이어링하고 희귀한 문화적 레퍼런스(예를 들어 에스키모 소방관)를 녹여내는 작업에 매우 능한 사람들이다. (런웨이 도전. 96쪽)

여자인 나도 참 공감이 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패션쇼를 시간을 들여 보는 것은 그 디자이너들에게서 센스를 배우기 위한 것이라는 부분이 말이다. 옷을 입을 때 색깔보다는 패턴 레이어링에 애를 먹는데, 그의 조언에 따라 패턴 레이어링 부분에 좀 더 자신있게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또한 패션은 '돈'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명쾌하게 못 밖기도 한다. 그는 패션을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삶과 음악과 음식과 예술과 심지어 패션을 즐기지 못하란 법은 없다. (세계의 거리. 104쪽)


책 속에 들어 있는 글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 속에서 그의 생각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전 작품들은 내가 소장하지는 않고 서점에서 들춰보기만 했기 때문에 자세히 그의 글을 읽어볼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마주하니 생각보다 소탈한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폰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카메라가 붓이라면 아이폰은 연필 같다. 블로그에 올리기에 생뚱맞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 바로 올려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아이폰 사진 때문에 나는 어떤 피사체에도 계속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고, 덕분에 더 좋은 사진가가 될 수 있었다. (연필과 붓. 84쪽)



책이 나온 뒤에도 여전히 길 위의 사람들을 담는 그의 블로그는 바쁘다.

(http://www.thesartorialist.com/)

지금이 한창 2016년을 준비하는 패션쇼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런 듯 하다. 그리고 아마 그의 카메라는 더 바빠질 것이다. 패션쇼를 하는 도시에는 멋쟁이들이 몰려들고, 그들을 담는 그의 카메라는 조금 더 신선하고 좋은 조화를 찾아서 쉼없이 셔터를 누를 테니 말이다. 매번 올라오는 그의 사진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토리얼리스트> 시리즈는 마무리 되지만, 또 다른 시리즈로 돌아올 그를 기다려본다. (책으로 내지 않기엔 출판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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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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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처음에 그 이름을 들었을 때는 뭐 그리 대단한 기업이겠나 싶었다. 애초에 스마트폰 사업은 애플과 삼성이 독식하다시피 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들이 만들어 낸 스마트폰이 무언가 획기적이고 새로운 차별성에 중점을 두었다기 보다는 기존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답습하고 있었던 데다가, 기존의 스마트폰 모델들을 따라했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전자제품의 신뢰도 또한 그들을 얕보기 충분했던 지점이었고 말이다. (이래서 선입견이라는 게 무서운거다.) 하지만 샤오미는 설립된 지 5년만에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내뿜고 있다. 물론 중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잠재력과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단시간에 이만큼의 성공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샤오미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근데 시기 적절하게 <참여감>이라는 책이 등장했다. 리완창이라는 샤오미의 공동창립자가 쓴 책이다. (샤오미는 8명이 공동으로 설립했으며, 리완창은 그 8명 중 한 명이다.) 책의 서문은 중국의 스티브잡스라 불리는 레이쥔이 썼고, 그는 서문에서 이 책이 발간되기까지의 이야기와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 책은 생각보다 오래 전부터 기획됐던 책이며, 기획 후 10년 만에 출간됐음에도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 책은 그냥 책이 아니라 샤오미의 탄생과 여태까지의 과정들을 '만든이'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책인 것이다. 솔직히 서문을 읽으면서 '실로 대단한 자신감'이라고 생각했다. 얼만큼의 자신감이 있어야만 자신들의 성공 스토리를 그대로 오픈하고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쓸 수 있단 말인가. 조금은 허세라고 느껴질 만큼의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내가 느낀 그들의 허세는 '이유 있는 허세'였다.

일단 그들이 그렇게나 이야기하는, 책의 제목이자 샤오미를 설명하는 단어 '참여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을 듯 하다. 내게 '참여감'이라는 이 단어는 굉장히 낯설게 다가왔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입에 잘 붙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대한민국에서는 쓰지 않는 단어, 그렇기에 처음 본 단어이기 때문이다. '참여감'이라는 단어는 '참여'와 '감'의 합성어다. 참여한다는 뜻과 느낌의 합성이라니 조금 이상하긴 한데, 책에서 읽은 바를 바탕으로 그 뜻을 해석해보면 '내가 무엇인가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속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샤오미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샤오미의 제품을 사용해 보고 의견을 전달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반영한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 업그레이드 버전을 사용해 보고 다시 의견을 전달한다.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반영한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 참여감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이 제품을 사용해보고 개발에 참여하면서 퍼뜨리는 입소문을 영리하게 이용한 샤오미가 만들어낸 단어인 것이다. 하지만 샤오미는 단순하게 입소문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사실 입소문 마케팅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를 '친구'로 만들고, 자신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를 놀이로 만들며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마케팅은 이제까지와는 다르다. 젊은 세대들은 재미있는 것을 좋아한다. 굉장히 감성적이다. 또한 어떤 작은 소스만 줘도 그것을 재미있게 가지고 놀 줄 안다. 샤오미는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릴만한 카피를 만들고 제품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소스를 던져 주기도 하고 직접 놀이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제품에 대한 충성도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저가' 제품으로 고객을 유치한 것도 큰 장점일 수 있겠으나, 샤오미가 내세우는 것은 제품의 가격 뿐만이 아닌 것이다. 샤오미의 브랜드 발전 과정은 '호감도-충성도-지명도' 순이었다. (343쪽) 직접 이야기한대로 지명도보다는 호감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행위는 샤오미가 내세우는 '참여감'이 가진 단어의 뜻과 다르지 않다. 제품을 만든다고 우위에 있으려 하지 않고 소비자들을 대함에 있어 최선을 다한다는 기조가 말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을 만들어 내기 이전, 샤오미는 출범 당시부터 이들은 입소문에 포커스를 맞추고 일을 진행하려 했다는 점이다. 2008년에 레이쥔은 '집중, 극치, 입소문, 신속'이라는 네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집중과 극치는 제품의 목표, 신속은 행동준칙, 입소문은 전체 인터넷 씽킹의 핵심이다. (19쪽) 레이쥔은 정확하게 요즘 사람들의 니즈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도 알았다. 그러니 그들이 내뱉는 모든 것이 허세가 아님이 증명이 되는 것이다.

책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마케팅을 약간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아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주 특출난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읽어봄 직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현시대를 알고 이슈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젊은 감각이다. 참여감을 통해 소비자들과의 거리를 줄인 것도 기존의 대기업들이라면 상상하지 못했을 시도였을테니 말이다. 정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샤오미가 있을 수 있었다. 제 2의 샤오미가 되길 바라는 기업이 있다면, 샤오미를 뛰어넘을 만한 참신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고객의 눈은 이미 이만큼 높아져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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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1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이제 곧 <헝거게임 모킹제이 part.2>가 개봉하는데(아마도 11월쯤?), 헝거게임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겠죠. part.1이 무언가 이야기를 하다 만 느낌으로 어정쩡하게 끝나는 바람에 part.2 기다리기가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왜 꼭 3편을 둘로 나눠야 했던 거냐며 뭐라뭐라했던 기억도.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 곧 개봉할테니 마지막을 잘 지켜보고 싶어져요.<트와일라잇 시리즈>나 <안녕 헤이즐>은 이미 책으로나 영상으로나 모두 봤으니 제가 기대하는 채널은 아니구요, <걸 온더 트레인>은 이제 막 찍기 시작했으니, 제일 빨리 볼 수 있고 관심도 가지고 있는 <헝거게임> 채널1이 가장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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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처음으로 도전하는 '소설' 분야 신간평가단.

그 첫 번째 주목신간 페이퍼다.

 

 

 

리틀 스트레인저

스티븐 킹이 극찬한 소설. 2차 세계대전 이후라는 시대상황, 귀족의 대저택이라는 장소 등으로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건 얼마 안되는 것 같은데 작가는 무슨 상상을 했던 것일까. 700쪽이나 되는 분량의 압박은 대단할 것 같지만, 왜인지 책을 다 읽으면 도전에 성공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재미있다니 안 읽을 이유가 없다.

+ 알고보니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원작 <핑거스미스>의 작가라니. 그녀의 책이 더 궁금해졌다.

 

 

 

 

 

파묻힌 거인

"동시대 문학에서 가장 낯설고, 가장 잊히지 않는 슬픔을 자아내는 작가. 이시구로 같은 작가는 어디에도 없다."라는 책소개를 보고 있는데 이 어찌 궁금하지 않겠나. 그의 화려한 경력은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글을 읽고 찬사를 쏟아내는 여러 사람들의 그 마음들을 보면 읽고 싶어진다.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책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 게다가 거의 모든 신간평가단 멤버들이 선택한 책이기도 해서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뿐만 아니라 그를 잘 아는 이들도 기다려왔던 책이구나, 생각했던 책이다.

 

 

 

 

 

 

모방살의

두뇌게임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좋아한다. 그래서 눈길이 갔던 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책을 쭉 둘러보다가 책 표지가 유독 눈에 띄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전에도 관심이 있어 한 번 열어봤었던 책이었던 것. 300쪽도 채 안되는 분량에서 독자와 두뇌게임을 할 수 있는 작가의 실력이라면 믿고 봐야하는 것 아닐까. 게다가 무려 1973년 책인데 말이다. 트릭소설에 굉장한 영향을 미친 책이고 여전히 굉장한 소설이라는데, 어떤 트릭들을 선보일지 궁금해서 선정한 책.

 

 

 

 

빨간구두당

동화의 변주, 그런 것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은 단편 모음집- 온 힘을 다해 읽어야 하는 소설들을 위에 소개하다보니 호흡이 좀 짧으면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을 원하게 됐다. 아는 내용의 변주라 어렵지 않고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만, 작가만의 재기발랄하고 찬 현실을 응시하게 만드는 글이라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나쁜 동화'의 매력, 나도 한 번 느껴보고 싶다.

 

 

 

 

+++

아는 작가가 많지 않은 나로서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게 되는 신간 추천도서들이다.

앞으로의 5번의 페이퍼에서 얼마나 많이 고심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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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함께하는 '소설' 분야 신간평가단. 재미없는 책은 영 못 읽는 성격이라 재미있는 책이 선정되어줬으면...하는 바람과 함께 책을 선정해봤다. 익숙치 않아서 책을 고르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괜히 옮겼나라는 마음과 작가를 발견하고 싶다!는 마음이 공존한다. 올해의 마지막과 내년의 시작을 신간평가단과 또 함께 하게 됐는데- 늘 하는 다짐이지만, 6개월이 또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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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땐 늘 가지 않을 것만 같은 시간이, 끝날 때가 되면 또 쏜살같이 사라져버린다.

이번에도 시작은 더딘 듯 느껴진다. 탄력이 붙을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앞으로의 6개월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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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서 : 점에서 점으로
쉬빙 지음 / 헤이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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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글자가 단 한글자도 없을까 했다. 에이, 책인데? 그것도 소설인데? 어디라도 한 글자- 하다못해 어떤 글자라도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글자가 하나도 없는 책'이라는 홍보영상을 봤지만 말이다. 그런데 정말로 진짜로 글자는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단 한 글자도!

 

 

 

 

사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자체가 너무 파격적이니까 말이다. 오죽하면 출판사의 대표님이 이 책을 내려고 할 때 주위에서 뜯어 말렸다는 이야기를 직접 하실까. 시기상조였다는 이야기가 왜인지 와 닿는 건 이 책이 많이 낯설어서일테다. 소설책인데 글자가 없는 소설을 본 적이 있는가? 살면서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여기, 그런 책을 보게 됐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자꾸 보니 작가의 생각이 참 신선했다. '번역'이 필요없는 소설책이라는 발상,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각자의 언어로 된 문학은 다른 나라에 알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번역이 필요하다. 소개 될 나라에 같은 의미의 단어가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작가가 의도한 그대로의 똑같은 단어' 혹은 '작가가 의도한 중의적인 문장' 등을 표현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해외의 출판물들은 어쩔 수 없이 번역가의 의도가 포함될 수 밖에 없고, 번역가들은 그것들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지서>는 그런 불필요한 작업들이 필요없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중국의 쉬빙이라는 작가이다. 나는 <지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그에 대해 아는 것은 아마 아무것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책에는 그 흔한 '작가소개'도 없으니 말이다. 다만, 그가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게 됐을까. '이미지'만으로 소설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 해외여행 할 때 언어가 가장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만국 공통어인 '바디랭귀지'만 있다면 그다지 문제가 될 일이 없다고 들었다. <지서>는 그런 '바디랭귀지'와 다를 바가 없는 책이다.

 

 

 

 

책은 친절하게 가이드북도 동봉해뒀지만, 사실 가이드북을 볼 필요도 없다. 그저 이 책을 보고 '자신만의 해석'을 하면 그 뿐인 소설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문학적인 장치들이 없다. 오히려 '내가 문학적인 장치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지서>를 보면서 창의적이라는 이야기는 이래서 하는 것이다. 그저 그림 이미지만을 보고 주인공의 하루를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잠깐만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미스터 블랙이라 작가가 칭한 이 남자사람의 24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과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기까지의 일, 그리고 잠자면서 일어나는 일까지. 아주 평범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은 이미지들에서 읽는 이들에게 '친근함'을 전하고 있다. 미스터 블랙이 혹시 나인가?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이 아주 평범한 이야기다.

 

그림들만 있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가능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해석능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그림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작가가 꽤나 열심히 이미지들을 모아서 사용한 탓에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처음만 시간이 걸릴 뿐, 점점 이미지에 익숙해질 수록 앞에서 봤던 이미지가 점층될 수록 이야기를 이해하는 속도는 빨라진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서 다음에 '점에서 점으로' 라는 제목이 붙는데, 그 이유는 시작과 끝이 점으로 끝나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미스터 블랙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하나의 점에서 시작했고, 이야기가 끝날 때도 하나의 점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볼 때 제목이 참 문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어봐야 알 수 있는 건데, 우리 인간들은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는구나..라는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나 할까.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않냐는 물음도 던지는 것 같다.

 

말이 없으니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어지고, 거기에 자꾸 내 생각을 덧씌우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아서 책을 덮을 즈음에는 꽤 즐거운 작업(?)이 되었다. 뭐랄까. 내가 작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달까.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미스터 블랙의 오후 2시의 풍경이다. 내가 읽은 바로는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 컴퓨터를 켜니 3시부터 프레젠테이션을 하라는 사장님(혹은 부장님)의 메일이 와 있는 걸 발견한 미스터 블랙이 열심히 일을 하는 사이에 스팸전화가 왔다. 자꾸 전화가 와서 욕을 한바가지 하고 끊으려는 찰라 들리는 엄마 목소리- 할 일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엄마의 '결혼하라'는 잔소리는 쏟아진다. 낼모레 30인데 왜 여자를 만나지 않느냐며, 28살은 30살이나 같은거라며 시간이 없는데 자꾸 잔소리를 해서 알았다고 여자친구를 찾아보겠다고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 통화로 시간을 허비해서 15분밖에 안남았다!!!!'는 내용이었다. 좀 더 재미있게 구상하는 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하고.. 이 페이지를 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해지는데-

 

얼마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줄거리는 이런식으로 말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 사람에게 보여줘도, 멕시코 사람에게 보여줘도, 인도 사람에게 보여줘도. (인도에도 스팸이 있을까 싶다만..;;) 사람 군상이 모두에게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건 이런 걸 보면서 느끼는 것이다.

 

 

 

 

살짝 경험해 본 <지서>가 굉장히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나? 나는 이 책이 참 매력적이다. 어쩌면 작가 공부를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려는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놀이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려울 것 같지만 전혀 어렵지 않은 책. 번역 없이도 전세계 공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 책을 읽다보면 국제적인 브랜드들이 등장하는데, 그 브랜드들을 보면서 좀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하는 책. 무엇보다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책. 살을 덧붙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을 땐 줄거리로 한 번 쭉 훑고, 다음번엔 살을 여기 저기 붙여보는 것도 재미있다.

글자가 없는 소설책이 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조금 무리수일까? 생각하며 혼자 살을 붙여보고 킥킥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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