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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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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생각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뭐가 있을까?

 

나같은 경우는 '그냥'이 이유였다.

그냥 그곳에 가보고 싶으니까. 그냥 마음이 동하니까. 그냥 보고 싶으니까. 그냥 그냥 그냥..

작가도 이런 저런 9가지의 단어들을 '이유'랍시고 늘어놓았지만, 글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아, 이 사람은 여행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말이다.

 

 

 

 

행운, 기념품, 공항+비행, 자연, 사람, 음식, 방송, 나눔, 기록.

그가 나열한 9개의 이유 중 내 마음을 끌어당겼던 건 기념풍과 기록 카테고리다. 개인적으로 '나눔'을 하러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고, 아직 누군가를 돕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떠났던 적이 없으므로 그 카테고리는 그냥 읽는 것으로 패스. 음식은 아무래도 내가 물갈이를 좀 하는 편이라 고생이 심하므로 그것도 나를 잡아 끌지는 못하니까 패스. 여행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알고야 있지만 '굳이' 사람을 만나러 떠나지 않으니 요것도 패스....

 

이런 식으로 패스 해 나가다간 나와 밥장 작가와의 연관성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던 찰라 보이는 기념품-

 

어딘가에 여행을 가면 그곳의 무엇이라도 들고 오고 싶어하는 건 어쩌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예전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정복하고 나면 꼭 전리품을 챙기는 것처럼 말이다. 여행지를 정복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기념을 하고 싶은 거다. 하지만 그렇고 그런 기념품 가게에서 고르는 건 어쩐지 정이 없다. 그리고 재미도 없다. 해서 그 나라만의 고유한 느낌을 나타내는 것을 찾으러 다니는 것이 여행을 나가면 하는 일이다. (물론 나는 여행을 밖으로 나가본 적은 없다.... 내가 말하는 건 그 지역만의 특색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을 이야기한다.) 작가의 경우 '맥주'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선물용으로 구매했던 것 뿐인데 이제는 그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고 모양도 예뻐서 모아놓으면 뿌듯하기 때문에 꼭 그 지역의 맥주캔을 산다는 것이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어머니께는 꼭 '냉장고 자석'을 선물하는 것이었는데, 언젠가 냉장고 가득 냉장고 자석을 붙이게 되는 날이 오게 될 것 같다며 이야기 하는 작가의 글이 어쩐지 모르게 신나보였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부러워 했던 건 작가의 능력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손으로 직접 그려 남길 수 있는 능력-

 

 

 

 

 

 

손바닥만한 크기의 몰스킨을 들고 다니면서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적고 그리는 작가의 모습은 많이 부러운 종류였다. 따라 그리는 것 말고 조금 창의적인 그림에는 영 재능이 없는 나는 이런 사람들이 엄청스리 부럽다. 내가 본 것을 '나만의 느낌대로' 재창조 할 수 있고, 그것은 오롯이 내 것이 되어 그때의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 사진도 물론 좋다. 순간의 모든 기억을 봉인하여 내게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억을 선물하긴 하지만, 왜인지 온전히 '내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고마운 사람이 있거든 그 자리에서 냅킨이든 자신의 수첩이든 간에 그림을 그려 상대방에게 건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의, 선물 그리고 받는 쪽에서도 기분 좋은 선물. 책에는 여기저기 그가 그린 그림들이 등장한다. 대충 그리거나 정성스레 그리거나 스케치이거나 완성본이거나 그 어떤 것이든 간에 그것들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정성스러움과 추억들을 보고 있으니 부럽기 그지 없었다.

 

 

 

작가가 떠나는 이유를 적어 놓았던 건 앞으로도 얼만큼이나 그 단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떠나는 이유가 꼭 아홉 개의 단어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여행을 떠난 다는 것은 어찌됐든 설레는 일. 이유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이유가 생기는 순간 그것에 얽매이기만 할 뿐-

 

여행의 가장 좋은 이유는 '이유없음', '그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알라딘 공식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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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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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책방>이라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팟캐스트 관련 책이 몇 권이나 나오게 될 줄은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번에 리뷰를 하고 있는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말고, 허은실 작가가 쓴 오프닝을 모아 낸 책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도 발행됐다) 진행하는 이동진 조차도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는 말로 대신하는 <빨간 책방>의 인기는, 책을 사랑한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상 그 이상이다. 1주년때 <빨간 책방>의 로고에 맞춰 개사한 로고를 불러주는 청취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땐 손발이 펴지지 않았었지만 뭐 그만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 아니던가.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던 팟캐스트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포맷으로 자리 잡을만큼의 시간도 흘렀고 노하우도 쌓였다. 그리고 이젠 홍대에 <빨간 책방> 전용 스튜디오와 그 이름을 딴 까페도 생겼다. 낯설던 김중혁과 이동진의 하이개그도 이젠 그러려니 넘기는 여유도 갖췄다. 그 익숙해진 시간만큼, <빨간 책방>과 함께 책을 읽는 생각이 조금 더 자랐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제는 논술이 중요하다고 한다. 대학 갈 때 논술이 중요한 지점이 되었다나 뭐라나. 그런만큼 독서가 중요하고 토론이 중요하다 이야기 하지만, 사실 백날 이야기하고 떠들어봤자 눈앞에 닥친 무언가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더군다나 요즘엔 논술이나 독서도 틀에 짜여진 대로 커리큘럼대로 배우고 익히고들 한다. 모두 다른 사람이 책을 읽었는데도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틀에 짜여진 비슷한 대답이 돌아오는 식이다. 물론 많은 양을 배우는데 이런 식의 교육은 효율적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배우고 익히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데 많이 낯설어하게 되고, 질문을 하라거나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입을 꽉 다물어 버리곤 한다. 이런 배움은 시험 공부 말고는 쓸 데가 없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에 따라 자신이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중점적으로 보는 인물에 따라 책에 대한 생각이 천차만별로 뻗어 나갈 수 있다. 이 사람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고, 저 사람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서 저런 생각을 하게 됐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어떤 건 좋은 것 같다 혹은 어떤 건 이런 게 더 좋은 것 같다, 그 얘기를 들어보니 이런 식의 이야기는 어떻겠냐 등등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 내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건 누군가의 생각을 읽어보면서 나와 다른 점 같은 점을 찾아보는 것이 좋아서다. 책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자고로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뭐 책 토론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접기로 하고,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서-

 

 

 

<빨간 책방>에서 다룬 그 수 많은 책들 중에서 7권을 추렸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제롤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니코스 카잔차카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까지 총 7권이다. <빨간 책방>에 방송이 되고 나서 한동안 베스트 셀러 코너에 계속 자리잡고 있던 책들이기도 하고, 말로 할 수 없이 좋은 책들이기도 하다. 내용은 잘 모르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들어봤을만큼 대중적이고도 익숙한 작품들이지만 작품성 또한 뛰어난 작품들. 그런 면에서 '책을 읽지 않아도' 어느 정도 내용을 알 수 있게 되는 <빨간 책방>은 책 읽기는 싫어하지만 책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한 프로인 것 같다.


팟캐스트에서 말로 이야기 했던 것을 (거의) 그대로 활자로 옮겼다. 매번 들으면서 흘려 보냈던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눈으로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읽다보니 놓친 부분들도 조금씩 보인다. 역시 흘러가면 다시 되돌리기 힘든 '말'보다는 다시 되돌려 좋은 부분은 다시 읽고 이해 안되는 부분은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는 '책' 쪽이 더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공교롭게도 여기에 실린 7가지의 책들 중 읽은 책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팟캐스트로 접했던 내용들이라 읽어내려가는 데 어려운 점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좀 더 술술 넘어갔다고나 할까.

 

 

 

기본적으로 책에 대한 지식이 많은 이동진, 김중혁이다 보니 언제나 이야기는 사방 팔방으로 뻗어나간다. 예를 들어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책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당연하게 작가인 밀란 쿤데라가 저술한 다른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넘어간다. [불멸]이라는 소설보다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쪽이 이동진 본인은 더 좋은데 왜 더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가볍게 몇 번 읽었어요? 같은 질문을 덧붙여 하는 식이다. 또한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비슷한 느낌의 다른 소설의 인물들을 끄집어 내기도 하고, 이동진이 영화 평론가이다보니 영화쪽으로 많이 이야기가 가기도 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는 [안나 카레리나]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주인공들과의 비교가 이루어졌다.

 

<빨간 책방>은 상상하는 것보다는 책에 관한 토론의 질이 높다. 물론 이동진 적임자와 김중혁 흑임자 두 임자들이 하는 어이없는 개그들은 잠깐의 휴지기일 뿐- 이들이 내어놓는 생각들은 절대 가볍지 않다. 철학과 문학, 영화와 고전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을 이야기 하는데 쓰인다. 듣는 이들은 (그리고 이 책을 보는 이들은)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전환할 수 있게 되며, 이것은 자신만의 갇혀 있는 사고를 더 넓은 곳으로 펼쳐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 두 사람의 기가막힌 생각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이동진: 저는 권태와 허무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자 운동을 하는 게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 더 두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행동을 하겠죠. 권태가 두려운 사람은 일을 저지르고, 허무가 두려운 사람은 모범적으로 행동하려는 거예요. 여기에 행복과 쾌락에 관한 것도 비슷해요. 제가 볼 때 행복은 반복에서 오는 것 같아요. 반면에 쾌락은 일회적인 것에서 오구요. 그런데 작고 반복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 있는 것은 권태예요. 반대로 강하고 일회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이 맞이하는 것은 허무죠. 저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이런 대비되는 개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97쪽)

 

그냥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는 사람들이고, 그 생각들의 질 또한 좋은 종류이기 때문에 듣다보면 나도 저렇게 논리정연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대단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기가막힌 이야기들 사이로의 동참. 이들은 늘 전 주에 미리 다음주에 이야기 할 책들을 일러준다. 미리 읽고 나서 방송을 들으면 책에 대한 이해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리고 나와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 스포일러도 하는고로..) 같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길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늘 다른 이들의 생각을 궁금해한다. 그래서 작가들이 초대되어 올 때 그 사람의 생각에 관해 굉장히 심도 깊은 질문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일 테다. 그러니 이 책도 될 수 있으면 여기에 나온 책들을 읽어본 후에 읽는 것을 추천한다. 같이 토론하는 재미가 쏠쏠하니 말이다.

 

어떻게 읽어도 좋은 책이다. 꽤 재미있는 책이고 읽히는 데 어렵지도 않은데, 읽고 나면 책 7권은 읽은 느낌이 드는 책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이 시리즈로 나온다는 이야기도 본 적이 있는데, 다음편도 기다려본다. 활자로 만나는 <빨간 책방>은 또 다른 느낌이므로!!

 

 


 

 

* 알라딘 공식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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