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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임경선 작가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게 없었다. 일단 그녀의 소설이나 산문집을 읽어본 적이 없고(이전부터 누누히 이야기했듯이 내 독서는 참 편협..하다;;) 그녀가 쓴 칼럼조차 읽어본 적이 없다. 신문이나 잡지를 보지 않아 칼럼을 접할 기회가 적고, 인터넷 기사들 속에서도 칼럼을 따로 찾아 읽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럼니스트들의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드는 기획을 좋아라 한다. 그동안 찾아 읽을 수 없었던 글들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다, '글솜씨'에 대한 어떤 공부 같은 것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가 딴 데로 살짝 샜는데, 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결론은 임경선 작가를 잘 알지 못한다는 거다. 예전에 이효리가 진행했던 프로그램에 패널로 등장했던 건 알고 있었지만 그 프로그램조차 보지 않았으므로 사실 작가와 나의 연결고리는 단 하나도 없는 셈이다. 그래서, 책에 대한 선입견이나 기대치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웬 걸. 프롤로그부터 글의 내공이 느껴지는데, 쉽게 손을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

 

'태도 attitude'란 '어떻게 how'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자산이다.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삶의 태도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 태도들의 틀 안에서 개별적인 문제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p 7)

 

프롤로그에서 작가가 이야기한 요 부분이 책의 성격을 확실히 정해둔 것 같이 느껴졌다. 책에는 자신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것들에 대한 접근 방식은 비록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당신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라고 말이다. 그래서 작가가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까지 5개의 주제를 놓고 각각의 주제마다 5~6개의 이야기들을 채웠다.

 

그녀의 글은 하나의 주제를 매끄럽게 끌고 나가면서 사람을 설득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하지만 절대 무언가를 강요하는 글쓰기는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담담히 적어 내려가는 그녀의 글은 화려하지 않아도 읽기 편하고, 분량도 길지 않아 참 금방 잘 읽힌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 당연해 글로 쓰지는 않았던', '마치 내 생각인가?'라고 생각할 정도의 글들을 발견하곤 했는데, 남녀노소 누구든 아우를 수 있는 그녀의 통찰력이 만들어낸 그 글들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들기도 한다. 처음(아마도 처음이 맞을거다) 그녀의 글을 읽어보는 거지만, 왜인지 앞으로 그녀의 글을 계속 사랑하게 될 것만 같은 느낌.

 

우리가 함께하는 것, 사랑을 나누는 것도 진실이지만 동시에 결국 제 삶의 무게는 혼자서 짊어진다는 것도 진실이다. (p 124)

 

'세상은 원래 그래' 같은 명제에 나는 어쩐지 반항을 하고 싶어진다. 지금으로서는 그 반항과 저항의 방식이 기왕이면 창의적이고 지속적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건 그것대로 괜찮은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p 145)

 

작가의 생각은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공감하지 않은 부분들은 나와는 다른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였고, 공감한 부분들은 내가 겪었거나 내가 고민하거나 앞으로 내가 겪을거란 걸 미리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한 것들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모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다지만, 어느정도 방향성이 같거나 비슷한 부분을 공유할 수는 있는 것이니 말이다.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의 모습 속에서 나를 본다. 그리고 작가가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나'를 대입해 생각해보거나 '나라면 어땠을까'에 대한 생각도 해 본다. 작가가 원하는 것은 강요하는 것이 아닌 이런 것- 권유라는 거창한 것도 아닌,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만으로 그에 대한 다른 생각 혹은 같은 생각을 고민해 볼 수 있게 만드는 그런 것. 작가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인데, 의도하지 않아도 그녀의 글은 그런 성격을 띤다. 신기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고 나 또한 그 사이 변했을 수도 있다. 사람은 변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래도 여전히 그 친구에 대해 좋아하는 부분이 남아 있다면 그 부분을 보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지켜나갈 수 있지만, 그 친구에 대해서 내가 좋아했던 점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다면 놔줘야 할 때다. (p 222~223)

 

처음에 그녀는 이야기했다. Attitude는 How라는 살아가는 가치관의 문제라고. 그래서 리뷰의 제목을 'A와 H' 사이로 지어봤다. 오늘은 제목이 참 마음에 드는 날인 것 같다. 하지만 제목이 마음에 드는 것과는 별개로, '어떻게'라는 질문의 답은 앞으로도 계속 찾아다녀야 하는 질문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글을 읽는 것이 '나의 어떻게'를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니. 과연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관은 무엇일까. '나의 어떻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책이었다. 더불어 좋은 작가를 또 한 명 만났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기쁘기도 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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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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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는 다른 두툼한 택배 박스에 물음표를 둥둥 띄우면서 개봉하니, 무려 800쪽에 달하는 어마무시한 두께의 거대한 책 한 권과 또 다른 책 한 권이 나왔다. 그 거대한 책이 바로 <조지프 앤턴>. 그리고 다른 책 한 권은 <그래도 괜찮은 하루>, 신간평가단 지정도서였던 것이다. 일단 나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았다. 작가? 잘 모르는 작가다. 근데 책의 두께가 역대급이다. 3년째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해 오면서 이렇게 두꺼운 책은 처음이었다. (물론 '크기'가 컸던 책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고 화보를 보는 듯한 에세이가 있었다.)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두꺼운 책이 주는 중압감은 생각보다 컸다.

 

그래도 주저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그 자리에서 책을 펴 봤다. 그리고 나서야 알았다. 이 작가가 누구인지 왜 살만 루슈디의 자전 에세이인데 제목이 <조지프 앤턴>인지. 프롤로그는 마치 잘 짜여진 소설 같았다. 왜 안 그렇겠나. 자신이 쓴 소설 <악마의 시>가 종교모독으로 읽혀지고, 자신은 살해 위협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졌으며, 그 와중에 자신은 은둔생활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긴박감있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겪은 내용이기 때문에 당시에 무엇을 했고 어떤 상황이었으며 누가 이런 말을 했다,라는 것을 적었다. 그래서인지 더 현실감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20페이지 남짓한 이 프롤로그에서, 이 책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준 작가 살만 루슈디. 그를 잘 모르지만 그의 대단함은 책 속 곳곳에서 느껴졌다. 특히 자신의 상황을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의 까마귀가 등장하는 장면과 비교하는 부분은 이 프롤로그의 제목 '최초의 까마귀'와 잘 맞아 떨어졌으며, 내게는 꽤 임팩트가 있게 다가왔다.

 

첫번째 까마귀가 정글짐에 내려앉을 떄는 유일하고 색다르고 특별해 보인다. 그 모습을 일반화하여 거창한 이론을 세울 필요는 없다. 사후에, 즉 재앙이 시작된 후, 사람들은 흔히 첫번째 까마귀를 어떤 전조로 여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까마귀가 정글짐에 처음 내려앉을 때는 한낱 새 한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p.15)

 

현실감이 없어 보였던 건 아무래도 나중에 생각해보니 전조였던 이 부분이 실상은 그저 여느날과 다름없는 하루였기 때문이었을 테다. 그 느낌을 영화와 비교해 정확하게 전달해냈다. 프롤로그에서 부풀어오른 기대감이 다음을 재촉했다.

 

 

자신의 유년시절, 그리고 왜 <악마의 시>를 만들게 되었는지, 그에게 작품이 어떤 의미였는지 설명됐었던 1장. 여기서부터는 화자가 3인칭으로 등장, 루슈디를 '그'라고 지칭하기 시작하며 소설같은 구성을 띠기 시작한다.

새로움은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등장하는가? (p.105)

살만 루슈디는 소설을 쓰기 전 이런 문장을 비행기 안에서 적었었고, 그가 쓴 소설은 지금까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소설이었다. 이 물음이 그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왜인지 와 닿는 문장이라서 적어봤다. 루슈디는 이민자였던 자신과 옆집의 할머니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여러 의문이 던져지길 원했다.

이민이라는 행위는 이민자 개인 및 집단의 정체성, 자아상, 문화, 신념 등 모든 것을 위기에 빠뜨린다. 그러므로 이민자들에 대한 소설이라면 마땅히 의문을 던져야 옳다. 이민자들의 위기를 묘사할 뿐만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 (p.105)

그렇게 등장한 <악마의 시>는 센세이셔널했지만, 머지않아 파트와로 목숨을 잃을 위협에 놓인다. 그가 책상 앞에 적어두었던 "책을 쓰는 일은 파우스트의 계약과는 정반대다. 불멸을 얻으려면, 하다못해 유산이라도 남기려면, 일상생활은 아예 포기하거나 지리멸렬을 각오해야 한다."라는 좌우명대로, 그는 이 책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포기해야만 했다.

 

에세이에서 보건대 다른 나라에서 책을 출간하는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하지만 "자유인은 책을 씁니다. 자유인은 책을 펴냅니다. 자유인은 책을 팝니다. 자유인은 책을 삽니다. 자유인은 책을 읽습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국민정신에 입각하여 독자 여러분이 전국 방방곡곡의 서점과 도서관에서 언제든지 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전면광고를 낼 정도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고자 했던 출판계는 확고했고, 비겁자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용자들도 어디서든 등장했다. 그리고 10년의 지리한 싸움은 시작되었다.

 

표현의 자유는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어디까지가 허용 가능하고 어디까지가 모욕인지 가려내기 쉽지 않기 때문인데, 루슈디의 책도 그런 것이다.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긴 했으나 그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 분명한 종교가 존재함에 '단순'한 것이 '복잡'해 진 것이다. 그럼에도 루슈디는, 쫓기는 신세임에도 예전에 사랑했었던 첫사랑을 만나기도 하고, 아들에게 원고를 보여주며 새 소설을 집필하기도 했으며, 그와 반대로 죽을 고비를 몇 번이고 넘기기도 했다. 자신이 자신일 수 없음을 괴로워하다가도 자신을 지켜주며 보호해주는 특수부 사람들과 친구들의 위로로 자존감을 되찾기도 했으며, 이름을 조지프 앤턴으로 바꾸고 '조'라고 불렸다. 루슈디가 10년만에 드디어 자유를 얻었을때 나도 얼마나 기뻤던가. (드디어 책이 끝이라는 생각에-)

 

긴 분량은 그만큼 그때 겪었던 일들이 잊을 수 없을만큼의 기억으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기도 할 테고, 작가의 기질로 그때의 일을 더 잘 알리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20년 전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경험은 앞으로도 흔치 않을 것 같다.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를 이렇게 쓰는 사람은 루슈디가 처음일 듯. 그리고 <악마의 시>가 읽고 싶어졌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파트와가 선포되었더 건지 말이다. 뭐 그때와 지금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으므로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의 글솜씨를 보건대 보통은 넘을 듯 하니 말이다. 내게 많이 낯선 루슈디지만 왜인지 그의 인생을 알고나니 궁금증이 생긴달까.

 

책은 작가의 책상을 떠나면서 변모한다. 아무도 단 한 구절도 읽지 못했을 때부터, 글쓴이 말고는 그 누구의 시선도 스치기 전부터, 책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킨다. 이제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으니 더는 작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책은 제멋대로 세상을 여행할 테고, 작가가 간섭할 방법은 없다. (중략) 책은 이미 세상으로 나아갔고 세상은 책을 바꿔놓는다. (p.129)

 

세상에 내놓은 책은 작가의 의지가 아닌 세상의 의지대로 바뀐다고 했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다. 그러니 말이든 책이든 조금 더 신중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게 했던 책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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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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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래도 괜찮은 하루>. 작가는 제목을 이렇게 지었다. 그래도 괜찮은 하루, 참 긍정적이고 밝음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제목 같다고 생각했는데, 따져보고 또 생각해보니 작가는 아마도 이런 생각으로 제목을 짓지 않았을까 한다.

 

자신은 귀가 안 들리게 되었어도,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살았다고.

그리고 이제는 앞을 못 보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그래도 괜찮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그래도 괜찮은 하루>는 구작가 개인의 이야기를 토끼 베니에게 대입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그림 에세이다. 토끼 베니는 구작가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고 구작가의 꿈을 미리 그려보기도 하면서 책 속에서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조금은 아프게 꼬물거린다. 그리고 그 옆에 적힌 글들은 마치 독자에게 일대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해듣는 이야기는 딱딱한 글보다 훨씬 친근감 있게 다가오고, 그것이 구작가의 긍정적 생각이 독자들에게 더 깊이 다가오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책은 읽기 쉽고, 읽히기도 잘 읽힌다. 거침없이 쭉쭉 페이지를 넘겨가서 채 2시간도 안돼 맨 뒷장을 볼 수 있지만, 책을 다 읽은 뒤엔 꼭 다시 한 번 더 책을 펴보게 된다. 베니의 모습들 속에 숨어 있는 구작가의 모습이라든지, 행간의 아쉬움이라든지-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괜찮은 하루>는 1장에서 구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들과 다르지 않게 태어났지만 다르게 살아야 했던 시간들, 그 와중에도 답답함을 견뎌내고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갔던 시간들, 그리고 좌절을 겪고 힘겨웠던 시간들을 거쳐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그녀에게 다시 찾아온 시련에 그녀는 슬픔에 빠진다.

 

왜?

어째서?

왜 나야?

대체 왜?

아무리 생각해봐도 납득이 되질 않았어요.

청각장애 하나로도 이제까지 충분히 버겁게 살았는데... (p 66)

 

"엄마... 미안해..."

너무너무 미안하고 속상했어요.

그냥,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어요. (p 77)

 

고 싶지 않았지만,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어요.(p 79)

 

 

당신은 타의에 의해서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 또다시 타의에 의해 시력을 잃게 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는다. 아니 생각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누군가를 원망하는게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잘못한 일도 없는데, 남에게 피해를 주고 산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벌어져야 하냐고 악을 쓰면서 울었을 거다 만약 나라면. 목소리가 안 나올때까지 울다가 지쳐 쓰러져 자고, 다시 일어나면 또다시 울다가 쓰러질만큼. 

 

아주 나쁜 선택을 하지 않는 거라면 살아야 하는데,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테고, 그 사이에는 아마 폐인처럼 지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다음 수순은 아주 밑바닥까지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것 뿐이 아닐까. 일단, 어찌됐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니까. 책에는 구작가가 겪었을 그 시간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구작가가 그 시간을 얼만큼 겪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아팠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구작가는 그 과정을 잘 이겨냈고, '아직까지 볼 수 있음에 감사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구작가는 자신이 아팠음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알리고 싶은 거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2장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확고하게 굳혔다.

 

그래, 이제부터 나를 위해...

앞으로의 시간은 행복하게 살아보자.

아무런 후회도 없이...

눈이 안 보이게 된다고 해도

미련이 안 남게 살자. (p 83)

 

눈이 보일 때 할 수 있는 걸,

그리고 하고 싶은 걸

모두 해 보자. (p 85)

 

2장부터는 구작가가 하고 싶은 것들과 이미 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소위 버킷리스트라 이름 붙여진 것들을 하나씩 해 나가면서 느낀 점들과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작업실을 갖게 된 이야기, 엄마에게 미역국을 끓여줬던 이야기, 헬렌켈러를 대신해 3일간 보고 싶은 것들을 봤던 이야기 등의 이미 자신이 해봤던 경험들과 오르세 미술관 가기, 유우니 사막 가보기, 소개팅 해 보기, 플리마켓 참여해보기, 운전면허 따보기 같은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막 섞여 나온다.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루 하루가 소중하기에 그리고 눈으로 볼 수 있는 동안에 다가오는 하루 하루가 또 소중하기에 구작가는, 그리고 일러스트 속 베니는 여러가지를 해보리라 다짐한다.

 

책을 보고 있자면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눈이 나쁘긴 하지만 안경을 쓰면 안 보이는 것 없이 잘 보이고, 귀는 예전부터 예민해서 조그마한 소리도 잘 캐치해 낸다.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하기 싫은 것이 더 많고, 세상사 귀찮은 것도 많은, 그렇고 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청력을 잃고 시력을 잃을 지도 모르는 구작가의 삶과 비교해 보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아직도 참 많이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작가는 어떤 의미로 적은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담담해서 더 아프게 다가왔던 부분도 있었다. 작가의 목소리가 듣기 좋다고 말해준 어떤 사람 덕분에 자신은 듣지 못하지만 목소리를 녹음해서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던 '나의 목소리 녹음하기'편.

 

"구작가님의 글도 좋고, 그림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구작가님의 목소리가 정말 좋아요."

"어? 왜요?"

"구작가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진심이 느껴져요.

열심히 말하려고 하는 진심이요." (p 212)

 

스마트폰에 목소리를 녹음을 하고 있는 베니 일러스트에 적힌 단어들이 참 마음이 아팠다. 그 말들은 '엄마 고마워, 사랑해' '코코 아프지마' 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리 남겨두는 말- 아직은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진심을 가득 담아서 목소리를 녹음하겠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마음에 훅 와 닿았다.

 

또한, 마지막 페이지에 자신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라며 예쁜 썬그라스를 꺼내 끼고, 지팡이도 찾아서 드는 베니는 울컥하게 만들었다. "저는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아가려고요!" 라고 말하는 것도 담담해서, 그게 너무도 진심이어서 울컥한다. 썬그라스 끼고 지팡이를 들고 걷는 베니의 곁에 콧노래를 부르는 듯 음표가 옆에 그려져 있어서 더더욱.

 

 

책을 다 읽고 나선 서툰 위로나마 전해야겠다는 생각은 접었다. 그녀는 현재 스스로를 잘 알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나보다 행복하다. 행복한 사람에게 위로라니, 당치않다. 그저, 그녀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저 다 할 수 있도록 나는 뒤에서 응원하는 게 더 좋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묵묵히 응원하려고 한다. 그녀가 그녀의 버킷리스트를 잘 완성시킬 수 있도록, 생각해뒀던 버킷리스트를 다 끝내서 또 다른 리스트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조금 더 긴 시간이 그녀에게 주어지길 말이다. 할 수 있는 게 바라보는 것 뿐인데, 참 따뜻해진다. 위로를 전해야 하는 상대에게 오히려 위로를 받는 느낌.

 

베니는 늘 밝고 명량할 테니,

나는 베니를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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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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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다 보면, 당연히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관심이 간다. 나는 이런 책을 읽는데 다른 사람은 어떤 책을 읽나 궁금해지기도 하고,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는 이에게는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도 싶어진다. 책에 대한 관심이 당연히 높아지고 그와 비례해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누군가의 '서재'에 관한 책이 나오면 한 번씩은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다.

 

책을 보다보니 작년 14기 신간평가단에서 읽었던 <장서의 괴로움>이 생각났다. <책이 좀 많습니다>와 <장서의 괴로움>은 모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책이 왜 이렇게 많은지에 대해 질문하는 그런 점들이 참 비슷하다. 자연스럽게 두 책이 연관지어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장서의 괴로움>은 반어법을 사용해서 애서가들을 소개하는 반면, <책이 좀 많습니다>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조금은 별난 듯 책을 많이 갖고 있음을 멋쩍어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제목과 내용의 뉘앙스가 어떻든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중요한건 이 두 권의 책에는 모두 '책쟁이'들이 있다는 점이 아닐까.

 

서재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찌보면 그 사람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보고 싶지 않은 책은 어떡해서든 처리를 하게 될테니 말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고 쓸모없는 책은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에게 자리를 내어 주기 위해서라도 그런 책은 미리 정리를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집에 있는 책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란 얘기다.

 

책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딱딱하고 네모난 책의 매력을 물으면 말하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대답할 것이다. 글자와 종이로 만든 단순한 물건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런가. 나와 비슷한 면이 많은 사람들이 많았고 나와 다른 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책은 웬만하면 사서 보려고 한다던 사람이나, 아예 사고 싶은 모든 책을 살 수 없을 바에야 아예 책을 사지 않는다던 사람이나, 밑줄을 긋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나 밑줄을 긋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나. 책을 접어두는 사람 메모지를 붙여놓는 사람. 책에 대한 여러가지 습관만 적어도 한 챕터는 될 법한, 사람 특성마다 각기 다른 습관들에 눈이 갔다. 나랑 다른 점을 찾는다기 보다는 또 어떤 습관들을 갖고 있나 궁금해져서랄까. 책에 관한 습관에 관한 얘기들이 따로 생각이 난 건,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여러가지 습관들을 보고 나니 요것도 참 재미있다 느껴졌다. 아니, 난 그냥 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책쟁이'들을 보는 게 재미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다 다르게 살지만, 그 이름을 하나로 모아 '삶'이라고 말한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위인전이나 평전에 등장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노벨상이나 막사이사이상을 받지 않았어도 한 사람의 삶은 소중하다. 우리가 이런 사실을 한마음으로 인정하고 모든 사람을 연인처럼 사랑하며 살 때, 세상은 얼마나 평화로울까.

 

작가의 에필로그에 쓴 말처럼, 모든 인생은 다르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 인생 하나하나마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그려진 책 한 권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 인생을 그들이 읽는 혹은 좋아하는 책으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더군다나 작가가 만난 사람들은 자신만의 리스트를 갖고 있는 진정한 '책쟁이들'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언제쯤 이들처럼 '나의 책 리스트'에 확신을 갖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책쟁이'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 알라딘 공식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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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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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또 엄청 울겠구나, 너무나 당연한 생각을 하고 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울어서 책을 여러 번 덮었다. 한 번 책을 보면 끊지 않고 다 읽는 게 평소의 습관이자 스타일이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미 1년이 다 되어가는 이 이야기들이, 이제는 "그런 이야기는 그만 하면 안되겠느냐"란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지금에도, 읽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이라서다.

 

나는 지난 4월 16일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문득문득 기억이 날 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뉴스를 즐겨보는 아빠 덕분에 나는 늘 BGM으로 뉴스를 듣곤 하는데,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뭘 하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뉴스에 속보가 계속 떴고, 나는 그 얘기를 트위터에 적었다. 그때까진 일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전원구조 소식이 나올 때라서 "즐거운 수학여행이 악몽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트위터에 적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갔고, 그 후엔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 전체가 상가집이 되었다.

 

지금에 와서 이 이야기를 쓰면 이렇게나 참 간단하게 정리된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시간은 더디게도 흘렀고, 그 더딘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답답함이 하늘을 치솟았고, 날씨마저 마음처럼 맑지 않았고, 물살 또한 거셌다. 물 속에서 건져낸 아이들의 소지품 속에서 동영상들이 발견될 때마다 무능한 정부에 대한 실망과 함께 울기도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새삼스럽다고 느껴지지만, 책을 읽다보니 그날의 기억을 끄집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시작은 4월 16일부터였고, 책 속에 소개된 학부모님들의 삶이 송두리째 바뀐 날도 그 날부터였으니 말이다.

 

모든 이야기에서 눈물을 쏟았다.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눈물이 가득 차지 않는 페이지가 없었으니 책을 읽는 것이 곤욕스럽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직접 듣고 정리한 '작가기록단'들은 또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눈물을 삼켰을까.

 

"저는 앞으로도 오래 살려구요. 오래오래 살아서 우리 아들 기억해줘야죠.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들 잊는 사람들도 많아질 거고 벌써 잊은 사람도 있을텐데 나는 오래 버텨야 되겠는데..."

 

책에는 처음에는 그저 울기만 하던 부모들이 거리로 국회로 방송국으로 따라 다니면서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240일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결코 짧지 않은 240일동안 부모들의 입장은 많이 변했다. 누구는 자식을 위해 앞에 나서 싸워야 했고, 흐지부지 묻혀버린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쫓아 다녀야했다. 정부는 세월호 사건에서 눈을 뗀 지 오래고, 설상가상 유가족의 폭력 사건까지 겹쳐 이제는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 이들의 실상을 그들의 육성을 통해 그대로 전달한다. 자신들이 실망한 이유와 꿈에도 자꾸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과 옛날 이야기와 못 해 준 이야기 잘 해 준 이야기. 이야기 보따리는 풀어도 풀어도 모자라다.

 

문득 책을 읽다 하나를 발견했다. 자신들의 자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책의 모든 부모들은 '과거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것 말이다. 과거형으로 더이상 보고 만질 수 없는 아들 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그 슬픔을 형언할 수 없어 지칭하는 말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그들은 과거형인 자신의 아이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꾸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이야기 한다. "사람이 살아 있으면 관계들이 언젠가는 다시 이어지는구나. 살아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어요."라고. 한 사람의 온기가 자신들에게는 많이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 하면서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이야기 하는데, 과연 우리가 '지겹다'고 이야기하면서 세월호 사건을 외면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나의 힘은 되어주지 못할지라도, 다음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 책은 결코 세월호에 스러져간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한 기록이 아니다. 후세에게 알리고 길이길이 기억되어야 할 '사람의 잘못'을 기록한 것이다. 보는 동안은 슬펐지만 그리고 보고 나서도 후련해지는 것은 없었지만,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얼만큼 아팠는지를 보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초기의 잘못된 대응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처절하게 반성하며 고쳐내야 하고, 조금이나마 관심을 이들에게 두면서 그 관심을 끊지 않는 것.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또 일어날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는 부모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 알라딘 공식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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