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 선집

루터 선집 - 종교개혁자 루터의 에센스 ㅣ 세계기독교고전 35
마르틴 루터 지음, 이형기 옮김, 존 딜렌버거 편집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7년 12월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마틴 루터는 종교 개혁에 불을 지핀 인물이다. 하지만, 칼빈주의가 큰 영향력을 끼치는 우리 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루터에 대한 평가는 박하고 루터의 저작물도 잘 번역되어 있지 않다. 루터교 계열인 컨콜디아사에 루터 전집이 출간되어 있긴한데, 다른 출판사에서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는 것을 보면(루터에 대한 책은 있어도 루터 저작물은 없다) 루터의 중요성에 비해 확실히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루터선집>은 루터의 주요 저서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루터선집>은 루터의 여러 저작물들 중 그의 신학사상을 추적할 수 있는 주요 문서들을 선별해 놓았다. 편집자는 루터의 저작물을 주제별로 나누고 연대는 후대에 집팔한 것을 앞에 배치해 두었는데, 루터의 사상을 보다 잘 이해하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한 사람의 사상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데, 어떤 사람은 초기 사상과 후기 사상이 확연히 달라서 어느 것이 그의 사상인지 헛갈리거나 후대의 학자들에 의해 논쟁의 대상이 되곤 한다. 루터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기에 해설서가 아닌 저작물을 직접 읽을 때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그의 사상이 확고하게 반영된 저작물을 먼저 읽는 것이 루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각 저작물에는 서두에 편집자의 간략한 해설이 담겨 있는데 읽는데,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 준다. 이 책에는 루터의 저작물 중에 야고보서와 유다서 서문이 실려 있는데, 신학적 이해가 없는 분들에게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루터는 야고보서는 격이 상당이 떨어지는 정경적 가치가 없는 서신으로, 유다서는 베드로후서의 위작 정도로 무시하고 있다. 성경 66권을 영감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생각하는 한국 성도들에게는 충격적(?)이기 까지 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것은 루터 신학의 선명성 혹은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이 성경들을 어떤 관점에서 균형 있게 볼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루터는 몇 권이 주석을 남기지 않았는데, 그 중 가장 가장 유명한 것이 갈라디아서 주석이다. 이 책에도 갈라디아서 주석이 실려 있는데, 루터의 율법관과 ‘이신칭의’의 교리를 잘 확인할 수 있다. 루터는 ‘율법의 의’를 능동적인 의로 ‘믿음의 의’를 수동적인 의로 설명하는데, 믿음의 의에 있어서 우리가 행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단지 하나님의 선물일 분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칼빈 신학을 잘 아는 분들은 루터의 칭의 교리와 비교해서 읽어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루터의 신학 사상을 직접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는 반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일반 성도들에게는 딱딱하게 여겨질 수 있다. 신학적 지식이 별로 없는 분들이나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은 이 책을 읽기 전에 루터 해설서를 먼저 읽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하지만 루터의 신학을 날 것 그대로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루터의 주요 저작들을 한 권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