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 더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위한 철학의 지혜
천자잉 지음, 박주은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번역서를 읽을 때는 원서의 제목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원서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살펴보았는데 원제목은 <가치적이유>였다. ‘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가 좀 더 멋있기는 한데, 내용을 보면 가치적이유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제목을 보고서 어쩌면 철학의 목적이 가치적이유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다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행동한다. 그것을 가치관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은 학자든 무식한 사람이든- 저마다의 가치관을 가지고 행동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왜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왜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어떤 것에는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적다.

서문에서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이런 부분인 것 같다.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하게 철학적인 사유를 한다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용과 타협이 가능하게 된다.  저자가 반달곰 구조활동이 중요한가를 이 책의 화두로 던진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반달곰 구조활동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이 왜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사유하지 않는다면, 반달곰 구조활동을 하는 사람을 비난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가치 판단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확실히 맹목적이고 독선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에 대해 맹비난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맹목적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합리적이고 건전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이 이런 것 같다. 좌우, 혹은 급진과 수구로 나누어져 서로를 원수처럼 비난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나 관용을 찾아볼 수 없다. 놀랍게도 그들은 식자층에 있다. 식자층에 있기에 더욱 더 견고한 논리로 무장하여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에만 열중하지, 철학적 사유를 통해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어떤 일관된 주제나 흐름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몇몇 주제들(아마도 저자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일 것이다)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들을 묶어 놓았기 때문에, 굳이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고, 흥미가 가는 부분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부분도 있고, 서양 철학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어야 이해가 가능한 부분도 있다. 어려운 내용은 그냥 지나쳐도 될 듯하다. 그것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부분은 어떤 주제에 대한 통찰력이라기 보다는 평소에 그냥 지나쳤을 법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 그리고 그것에서 출발해서 좀 더 깊은 부분까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그래서 <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라는 제목이 타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삶을 어떻게 철학하고 있는가를 보여줌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삶을 철학하도록 도전을 주고 있는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삶을 철학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넉넉하고 평화롭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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