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의 백만장자의 눈
로알드 달 지음, 김세미 옮김 / 담푸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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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거짓말쟁이다. 그러나 위대한 거짓말쟁이이다. 소설가가 사기꾼과 다른 점은 사기꾼은 남의 것을 탈취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만, 소설가는 영혼을 풍부하게 채워준다. 사기꾼은 거짓을 진실처럼 꾸며서 믿게 만들지만 소설가는 애초에 거짓말이라고 공포해놓고 그것을 사실처럼 믿게 만든다. 로알드 달이야 말로 이 말에 딱 맞는다. 그는 우연히 그의 전쟁 경험을 글로 쓴 것이 계기가 되어 소설가가 되었지만, 그 이후로는 단 한편을 제외하고는 사실을 쓴 적이 없는데, 거짓말(허구)이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 진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 그는 천재적인 거짓말쟁이이다. 그의 글은 모두 다 사실처럼 보이고, 또 사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 백반장자의 눈은 이런 사람이 정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알드 달의 작품은 유쾌하고 즐거운 상상에 빠져들게 한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니, 예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tv 시리즈 환상특급이 떠올랐다. 상상력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환상특급은 미래적이고 기괴하고 암울하고 대개는 비극으로 끝나는 반면에 로알드 달은 훨씬 더 현실적이고 유쾌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 책에서 백조만이 조금 어두운데 (12살된 우리 딸이 백조를 읽고는 너무 폭력적이라면서 싫다고 GOTZZ  ) 내가 보기에는 그래도 해피엔딩으로 보인다.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피터는 어쨌던 잠시 동안 백조가 되었고, 살아 남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아쉬운 것은 이제 더 이상 로알드 달의 작품을 만나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그의 마지막 단편집을 만나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소설을 읽지 않은지 꽤 되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소설의 즐거움을 다시금 맛보게 되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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