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홍승찬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가까이 해보려고 꽤 노력해 보았지만, 클래식은 내게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분야이다. 물론 귀에 익숙한 얼마간의 곡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곡들은 들어도 감흥을 느끼기 힘들 때가 많다. 일단 이름부터 너무 어렵다. FM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기호로 나열된 제목을 들을 때, 클래식 을 전공한 사람들은 저 음악을 들으면 바로 제목이 생각날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은 이런 나에게도 클래식을 좀 더 친밀하게 대할 수 있게 끔 만들어 준 책이다. 음악가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지만 해설서라기 보다는 수필집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책에 등장하는 곡들의 태반이나 처음 들어 보는 것이었지만, 그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는 데에는 전혀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자의 평범하지 않은 내공 때문이었으리라.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위로가 되었던 것, 클래식은 나만 어렵게 느껴진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워싱턴 길거리에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의 길거리 공연이나 우리나라의 피호용씨의 강남역 연주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에피소드를 바쁜 일상에 매몰된 현대인들의 여유 없음탓으로 돌리고 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클래식이 그만큼 대중과는 거리가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하이든이 놀람 교향곡을 만든 배경에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귀족들이 음악가들을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칭송했지만, 정작 그들은 음악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클래식은 귀족들에 후원에 의해 발전했고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정작 그 음악을 이해할 수 있었던 귀족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면 당시의 일반 대중들은 더더욱 클래식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귀족들이 음악가들을 후원했지만 지금의 상업시스템에 의해 음악이 움직여진다. 그래서 클래식보다는 대중음악이 훨씬 더 큰 위력을 떨치고 더 큰 대접을 받고 있다. 그것은 대중 음악 가수 공연에 오케스트라가 동원되고 있는 것에서 보면 알 수 있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대중 음악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 음악은 상대적으로 클래식에 비해 배우기 쉽고 적은 노력으로도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클래식을 전공하려면 억대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수억원 혹은 수십억 들여서 악기를 배운 클래식음악가들이 대중 음악에 봉사한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닌가?.

 이에 대한 책임은 클래식 전공자들에게 있다는 생각이다. 클래식은 아직도 대중에게는 벽이 너무 높다. 일종의 권위의식, 우월의식이 이런 벽을 만들었으리라 추측된다. 물론 저자나 금난새 씨처럼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한 개인의 노력보다는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클래식이 비록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꼭 필요하다. 클래식은 대중 음악이 줄 수 없는 감동과 여운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클래식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며 더 친해지고 쉽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 준다. 클래식이 관심은 있지만 어려워 다가가지 못했던 분이나 클래식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더 없이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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