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10도 - 종교가 전쟁이 되는 곳
엘리자 그리즈월드 지음, 유지훈 옮김 / 시공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위도 10도는 소위 ‘종교 분쟁’이 가장 격렬하게 일어나는 6 나라(아프라카 3국, 아시아 3국)의 실상을 취재한 르뽀 형식의 글이다. 위도 10도라고 명명한 것은 이 나라들이 북위 10도를 중심으로 위치하고 있다는 것도 있겠지만, 개신교의 세계 복음화 전략의 일환으로 등장한 10/40 창(10/40 window)란 개념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여간, 이 나라들의 북위 10도 언저리에서는 기독교와 무슬림의 물리적인 충돌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대량 학살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저자는 이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자신이 직접 뛰어다니며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묘사하고 있다. 저자의 우선적인 관심은 종교 전쟁의 원인이나 구조를 밝히는데 있다기 보다는, 이 분쟁 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으로 보여주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종종 내전이나 분쟁의 원인을 분석하기도 하지만, 주로 그 가운데 살아가는 사람들(현지인, 선교사, 지도자)을 인터뷰하는데 많은 부분 할애하고 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인간의 어리석음에 참으로 답답함을 느꼈다. 종교는 어찌되었던 개인의 믿음이다.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종교를 믿는다고 해서, 내 믿음이 침해되거나 방해되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무슬림과 기독교인은 서로 적대적으로 대한다. 물론 이런 적대상황은 저자도 잘 지적하고 있듯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있다. 그 원인들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권력을 가진 자들이(경제적이든, 정치 군사적이든 혹은 종교적이든)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분쟁지역의 종교인들의 서로에 대한 적대감은 거의 맹목적이다. 왜 미워해야 하는지, 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그 맹목성은 기독교보다 무슬림이 더 심한 것 같다). 권력자 혹은 지도자들은 백성들의 무지를 이용하여, 분쟁을 더욱 부추긴다. 그러하기에 현상은 분명 종교 분쟁이지만, 그 분쟁에는 참된 종교인들은 거의 참여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종교라는 이름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자유를 억압하며 상대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시킨다면, 그것은 이미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종교인들은 서로 주장하기를 자신들의 종교는 평화를 지향하고 인권은 존중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마도 사실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도 10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분쟁의 해결책은 역설적이게도 참된 종교 지도자들이 나서서 참된 종교의 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