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화 속 성경과 신화 읽기
파트릭 데 링크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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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기호의 일종이다. 기호는 의미 전달과 의사소통의 한 수단으로, 대표적인 것으로는 문자를 들 수 있다. 그림은 문자가 발명되기 전부터 기호로 이용되었고 문자가 통용된 후에는 문자가 담을 수 없는 추상적인 의미와 함축적인 내용들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림은 문자처럼 정확한 의미와 정의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화가의 정확한 의도를 집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 기호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그림의 독특한 매력이다. 그림에는 상상이 부여된다. 그리는 사람도 있는 그대로의 것을 정확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상상을 더하여서 그리며, 보는 사람도 그 그림을 상상을 통하여 본다.
그래서 그림에는 비록 어떤 명확한 스토리를 형상화했다고 할지라도, 원래의 스토리 외에 작가의 사상이나 생각이 투사되기 마련이다. 이 말은 같은 소재를 두고 그린다고 할지라도 전혀 다른 이미지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명화 속 성경과 신화읽기’는 14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그려진 성경과 그리스로마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들을 모아놓았다. 우리는 이 그림들 속에서, 이미 주어진 이야기가 예술가에 의해 어떻게 더해지며 가공될 수 있는지, 혹은 같은 이야기임에도 어떻게 달리 표현될 수 있는지, 텍스트(text)가 어떻게 콘텍스트(context)를 반영하며, 콘텍스트가 어떻게 텍스트를 왜곡 혹은 재해석할 수 있는 지를 서로 비교하며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서양 미술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인 성경과 그리스로마 신화를 통해서 서양 미술의 양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다.(물론 이것은 저자의 편집의도는 아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 중 하나는 각 작품을 해설할 때, 그림의 주요 부분만을 따로 떼어 확대해서 그 부분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큰 그림을 작은 책자에 옮기다 보면, 대개는 그림이 작아져서 작가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의미들을 놓치기 쉽다. 저자는 그런 부분들을 (비록 다는 아닐지라도) 확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각 그림에 대한 저자의 친절한 설명은 비록 그림에 대해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그림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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